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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평점 :
오직 나 홀몸이니
거칠 것도 없고
그 모진 삶 속에서
하느님이 오늘까지 살려둔 것.
죽어버리면 그만일 나 같은 여자의 비참한 일생에 무슨 관심이 있으랴......
왜 나는 남과 같이 떳떳하게 세상을 못 살아왔는지.
내가 피해자요.
그 여자를 따라 위안부였던 여자들이 하나둘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피해자요, 나도 피해자요, 나도 피해자요, 나도 피해자요, 나도 피해자요......
(143~144쪽)
그녀는 티브이 받침대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넣어두었던 백지를 꺼낸다. 반으로 접힌 백지를 펼치자 또박또박 힘을 주어 쓴 글자들이, 억눌려 있던 스프링처럼 튕겨 오른다.
나도 피해자요.
그 한 문장을 쓰기까지 70년이 넘게 걸렸다.
(236쪽)
그녀는 평택 조카가 원망스럽지만 원망하고 싶지 않다.세상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증오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
그 한 마디를 들으면 용서가 되려나?
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한 마디를.
(248쪽)
결코 쉽게 읽혀지지 않은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몇 번을 읽기를 중단했었는지 모르겠다.
‘한 명‘이 기억하는 역사는 결코 묻혀서는 안될 모두가 기억해야할 과거이거늘,왜 애써 묻으려고 무마하는 자들이 있는 것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이고,행동들이라면 김숨의 ‘한 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숨 고르기가 힘든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더욱더 비장해야함을 깨닫게 된다.이젠 후손들인 우리가 더 오랫동안 기억하여 대신 소리내줘야할 그 비장함을 말이다.
누군가가 시도했어야할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쉽게 다가서기 힘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그것도 하나의 소설로 써냈다는 것,
이것으로도 충분히 ‘김숨‘이란 작가의 이름은
다시 한 번 더 강렬하게,
그래서 더한 고맙게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나 좋은 소설을 읽게 해 준 00비님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