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곳 알라딘에서 분기탱천 고무된 자세로

읽은 책을 숫자로 그리고 순간의 느낌으로 열심히 기록한다.

늘 해가 바뀌면 그랬던 것같다.

그리고 해마다 늘 기록하면서 또 늘 나를 의심한다.

분명 작심석달?일 것이라 여기면서 나를 하대하였었는데 지금 찿아보니 이건

작심석달이 아니고 작심두달이더라!

1월 2월까지 읽은 책을 기록하고 잠적!!

 

 그래도 7월부터 간략하게나마 폭염을 견뎌가며? 100자평이라도 겨우 기록을 했으니

좀 부지런했네!!로 스스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북플통계를 살펴보다 언제부터의 기록인지는 모르겠으나 며칠전 책을 한 권 다읽었노라

기록하니 최근 1년 간 100권을 읽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1년 간 100권??

정말 그랬던가??

 늘 책을 마구 읽어대다가 시들해지면 몇 달간 책에서 손을 놓기도 하는지라 

나같은 게으른 독서가가 또 있을까?간혹 생각해보곤 했는데 최근 100권이라니,

북플 시스템은 과연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는지 한 번씩 의심스럽다.

 

무튼,

그러거나 말거나 그동안 1년 100권의 목표를 채우려 애를 쓸때는 잘 안되더니

설렁설렁 살면서 읽어대니 아직 연말도 석 달이나 남았는데 이미 목표달성한 듯한 느낌!!

이 느낌 나쁘지 않다.

 

 어젯밤 엄마의 첫 기일을 지내면서 벌써 1년이라니??

새삼스러웠지만 이젠 엄마가 곁에 없다는 그 느낌이 제법 익숙해진 듯한 생각이 들어

'시간'이 정말 '약'인가? 란 생각이 든다.

무척 인정하긴 싫지만 서서히 인정하고 있었다.

주말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엄마를 몇 년만에 나를 보고 싶다던 친구를 만난다고

찾아뵙지 못했었던 그 죄스러운 마음은 두고 두고 나를 힘들게 했었는데,

지금은 제법 마음이 굳건해졌는지 엄마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어떤말을 하고 싶었을까?

곰곰 생각해보곤 한다.

지금은 죄책감의 감정은 많이 치유가 되고 때때로 애틋한 감정들로 가득차곤 한다.

내마음이 이렇게 변화된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보니 다독여 준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책의 힘이 컸던 것같다.

 

 상반기엔 몸이 좀 좋질 않아 병원에 입원하여 작은 수술도 받았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강아지를 분양받았다가 나의 건강상태로 인해

일주일만에 파양을 했었고(강아지를 좀 무서워하는지라 데려오기전에 반려견 책을

제법 읽었는데도 내겐 너무 버겁던 시간들이었다.병원을 다니면서 강아지를 돌봐줄 형편도 안되겠기에 더 정들기 전에 키우고 싶어하는 집이 나타났을때 얼른 데려다줬다. 아직도 그때 그 강아지를 생각하면 나의 경솔함으로 많이 미안하고 아쉽고 그리고 보고 싶다.)

이사도 했고......너무 일이 많았던지라 책을 읽을만한 심적 여유가 없었던 몇 달을 제하곤

그동안 읽기에 편한 책들 위주로 손에 잡히는대로 도서관에서 줄기차게 책을 빌려다 읽었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내고 나니 확실히 감정들이 저절로 안정이 되는 느낌이곤한데,

그러다보니 더더욱 독서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더욱 의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독서는 때론 자신과의 회피공간이 되겠기에 잡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좋은 도구이기도 한 것같다.

 

 

 

 

 

 

 

 

 

 

 

 

 

 

 

 

 

 

 

 

 

 

 

 

 

 

 

 

 

 

 

 

 

 

 

 

 

 

 

 

 

 

 

 

 

 

 

 

 

 

 

 

 

 

 

 

 

 

 

 

 

 

 

 

 

 

 

 

 

 

 

 

 

 

 

 

 

 

 

 

 

 

 

 

 

 

 

 

 

 

 

 

 

 

 

 

 

 

 

 

 

 

 

 

 

 

 

 

 

 

 

 

 

 

 

 

 

 

 

 

 

 

 

 

 

 

 

 

 

 

 

 

 

 

 

 

 

 

 

 

 

 

 

 

 

 

 

 

 

 

 

 

 

 

 

 

 

 

 

 

 

 

 

 

 

 

 

 

 

 

 

 

 

 

 

 

 

 

 

 

 

 

 

 

 

 

 

 

 

 

 

 

 

 

 

 

 

 

 

 

 

 

 

 

 

 

 

 

 

 

 

 

 

 

 

 

 

 

 

 

 

 

 

 

 

 

 

 

 

 

 

 

 

 

 

 

 

 

 

 

 

 

 

 

 

 

 

 

 

 

 

 

 

 읽었으나 기록하지 않은 책들,

하지만 나를 치유해준 몇 달간의 책들이다.

한 번씩 이렇게 나열해서 살펴보면 참 중구난방,

정신없는 책 읽기였으나 나름 책에 빠져든 그시간만큼은 누구에게든 방해받지 않는

재밌는 시간들이기에 내손을 거쳐간 책들은

바라볼수록 애틋하다.

어쩌면 나는 그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그시간을 즐겼던 듯하다.

 

 요즘 눈이 너무 침침하고 책을 읽고 나면 어찌나 머리가 어지러운지,

노안이 확실하게 시작되고 있는 듯하여 조금 서글퍼지는 시점이다.

그래서 요즘 노안이 더 오기전에 더 빨리 더 많은 책을 미리 읽어둬야 하나?싶은 긴장감이

감돌아 마구잡이로 더 책을 빌려오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 미뤄뒀던 두꺼운 책들을 여러 권 같이 읽어나가는 추세라

그래서 머리가 더 어지러운가?싶기도 하다.

그리고 추석 전에도 지진이 일어났었지만 몇 달 전 7월경에도 이곳엔 지진이

한차례 발생하여 꽤 큰 충격을 받았었다.

추석 전에 발생한 지진은 강도가 너무 컸었고 연달아 두 차례나 일어나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지금도 간간히 여진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여적 400회가 넘는 여진이 왔다 갔다고.)

지진공포를 느끼면서 '죽음'이란 단어가 왔다,갔다 하니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스럽고,불안하다가 지금은 그럭저럭 진정이 되어 약간 염세주의가

되어가는 듯하다.그러면서 더욱더 죽기전에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가야하는 것 아닌가!

참 터무니없지만 도서관에 꽂혀 있는 방대한 책들을 보면 못읽은 책들이 저렇게 많은데,

여기서 생을 끝낸다면 좀 억울할지도? 뭐 그런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런 나의 생각들을

남들에겐 절대 말하지 않았다.(지금도 지인들에게 나의 이미지가 그닥 좋지 않은데 

이런 말들까지 곁들인다면 그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을 것같아서!ㅜ)

그냥 현관문 한켠에 '생존가방'만 놔뒀다고 얘길하니 지인들은 그저 웃기만 했다.

실은 내 가슴속엔 더 큰 무언가가 있는데......아무도 모를 것이다.

요즘 나의 책 읽는 자세는 내일 지진이 일어 나더라도! 란 목표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여튼,

점검을 하면서 읽었던 책들을 훑어보니 재미가 다시 되살아나는 듯하여

다시 독서에 재미를 붙여볼 수 있겠다.

이래서 중간점검은 종종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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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3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도 량보다는 질이죠..양서가 많네요^^..

책읽는나무 2016-09-30 11:49   좋아요 1 | URL
양보다는 질이 앞서야 하는데 저는 양이 앞서는 것도 좋아합니다^^
올해는 몇 권을 읽어낼지? 그것이 목표네요!!

2016-09-30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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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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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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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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