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집에 올 예정이다.
예전 우리집 둥이들이 강아지 마냥 나를 졸졸 따라다닐적 이사 갔었던 동네에서
큰아들 유치원을 보내면서 같은 유치원을 보낸다는 이유 하나로 친해진 세 집이 있다.
우리집까지 합하면 네 집인데 서로 아이들의 연령대가 엇비슷하고
가족들간의 분위기가 서로 모나지지 않고 비슷한 분위기여서 한 번씩 가족모임을 하다보니
가족계모임 비슷한 형태로 흘러갔다.
그러기를 올해 10년 정도 된 듯하다.
각집의 엄마들은 모두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내가 가장 어려 언니들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여자형제가 없다보니 이언니들을 거의 친정언니라고 생각하며 만남을 유지해왔다.
헌데 친정언니들 중에서 한 언니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여 집에 딸기라는 푸들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헌데 이언니가 딸기를 너무 오냐오냐하고 키워 제대로 훈련을 못시켜 지금 딸기의 성질을 다스리지 못하는 형국이라 언니가 대안을 낸 묘수는 새끼를 낳아 두 마리를 키운다는 것이었다.
나는 강아지 자체를 무서워하여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라곤 없고 그저 친구가 키우고 있는 말티즈종인 화이트만 알고 있고,안아주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강아지도 화이트밖에 없어 나는 그저 딸기 언니가 하는 말만 들어주고, 그러냐고 고개 끄덕여 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화이트가 너무 순하고 이뻐서 나도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라고 여겨 만약 딸기가 새끼를 세 마리 낳으면 나를 한 마리 달라고 불쑥 내뱉었었는데...........
딸기는 정말 세 마리를 낳았던 것이다.지난 달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쳐 정말 정말 추웠었던 1월 19일 새벽 딸기는 추위는 아랑곳 않고 혼자 새끼를 낳고 혼자서 탯줄을 끊으며 산고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였단다.
맨날 나만 보면 짖고 으르렁거려 나는 딸기랑 눈만 마주쳐도 무서워서 멀리 도망가 있다가도 딸기가 괘씸하여 앙칼진 강아지라고 맨날 욕을 했는데 그런 녀석이 혼자서 탯줄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앙칼져도 역시 어미의 모성애가 대단하다고 딸기를 칭찬해줬다.그랬더니 딸기 키우는 언니는 좋아라 하면서 나더러 신중하게 생각 잘해서 입양해 가란다.
늘 정말 신중하게 생각 잘 하라고 하면서 한 번씩 강아지 동영상 보내주고,강아지 사진을 보내줘서 눈에 아른거리게 만들어 주시니 참~~ 미칠 노릇이었다.
우리집 아이들도 나를 닮아 셋 다 강아지를 무서워 하는데도 매일같이 순한 화이트를 보다 보니 녀석들도 강아지를 우리집에서 우리 강아지라는 느낌으로 키워보고 싶어하는지라 맨날 강아지 데리고 와서 키우자고 성화를 부렸다.데리고 오면 모든 것이 다 나의 책임이 되는지라 정말 한 달 여동안 강아지를 키울 것인가,말 것인가를 고민했었다.그래서 정말 머리가 아팠다.
여튼....수많은 고민끝에 아이들을 생각하여(큰아들이 말 많은 중2 올라가고 사춘기고 하여 강아지를 키우면서 배려심이라는 것을 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에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들은 도시락 싸다니면서 말리고 싶다고 남자아이는 강아지를 키운다고 절대 배려심이 생기는게 아니라고 극구 말렸다만은...ㅜ 정말???ㅜㅜ)
강아지를 키우기로 마음을 먹고 오늘은 강아지 용품점에 가서 당장 필요한 몇 가지를 구입하였더랬다.결국 일은 저질러 졌고....
딸기 언니가 3월말에나 주려나보다? 여유 부리고 있었는데 3월 초쯤 주겠다고 선포하여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막막하여 일단 도서관에 부리나케 달려가 강아지에 관한 책을 손에 잡히는대로 막 가지고 왔다.강아지나 고양이 키우는 책이 제법 많아 제법 안심이 되어 도서관이 정말 고마운 존재로 다가왔다.
일단 강아지 이름은 '마루'로 지었다.
언니네 집에선 그집 아들이 '호두'라고 지어서 호두라고 부르고 있다는데 처음엔 호두라고 그냥 부를까 싶다가 그래도 우리집에서 따로 지어서 부르는게 낫겠다 싶어 투표를 하였는데 아이들은 제각각 코코,포포,초코라고 불러대고 나는 처음부터 모모라고 짓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반대ㅜㅜ(조카가 나더러 고모 소리가 발음이 안되어 모모라고 부른다.애칭처럼 들려 나는 모모라는 단어가 참 좋은데..아이들은 일본 아이돌 그룹 중 모모라는 그룹이 있다는 소리에 나도 그다구)
그래서 포비라고 짓자고 하니 그것도 싫단다.(코난의 친구 포비,뽀로로의 친구도 포비...너희들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니 포비라고 하면 좀 좋니??ㅜ)
그러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중 <마루야 안녕>이란 일본 시바견의 사진집을 보고 다들 하트 뿅뿅이 되어 마루가 괜찮겠다고 만장일치를 겨우 보았다.
전의 이름도 호두...우리집에선 마루니까 이녀석은 호두마루가 되는 셈!!
책을 여러 권 읽긴 했는데 막상 마루가 올 날짜가 자꾸 다가오니 불안하기도 하고,기대가 되기도 하고 감정이 복잡하다.일단 내가 훈련을 잘 시킬 수 있을지가 걱정스럽다.
워낙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커서 나 스스로 그 트라우마를 벗고자 마루를 데려오기는 하겠으나 길들이지 못하여 훗날 마루에게 상처를 주는 날이 오게 될까봐 두렵다.
암튼.....마루야!!
부디 우리 가족들과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지냈음 좋겠구나!
잘 부탁한다.^^
지난 가을 산책 나갔을때 좀 얌전해진 딸기.
언니는 늘 딸기가 겁이 많아 낯선 사람을 보면 짖는다는데 나는 딸기가 더 무섭다.
새끼를 낳은 며칠 후의 딸기.
완전 지쳐서 맥을 못췄던 딸기라는군요.
지금도 숨이 차서 헐떡거리고 이제는 강아지들 젖도 안주고 돌아다닌다는.ㅜ
그래도 새끼 낳고 건사하느라 수고 많았어.딸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