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이

그동안 올 것같지 않았던 49일의 밤을 보낸 시간이었다.

지난달 10월 12일 월요일 아침 순간 눈을 번쩍 뜨고서 여느때처럼 핸드폰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아이들 등교전 아침을 먹여야겠기에 얼른 된장찌개를 끓였다.

마침 찌개를 다 끓이고 간을 한 번 확인하고서 숟가락을 딱 내려놓으니 전화기가 울린다.

불길했었고,나의 예상은 적중했었다.

친정아버지였다.

며칠 뒤 전화기를 뒤적이며 통화기록을 확인해보니 그날의 잊을 수 없는 통화시간은 월요일 아침 7시 13분이었다.

그렇게 49일 전 나는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채 엄마와 영영 이별을 하였다.

 

슬펐다.

이 슬픔은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지금까지도 알지 못하겠으나

그냥 그렇게 슬펐다.

노랫말 한 마디가,글 한 줄이,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응답하라 1988'을 챙겨보고 있는데 꽃다운 18세 고교생들의 이야기보다도 그자식들의 부모들 이야기와 패션 그리고 각자의 사연들에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물샘이 이젠 메말랐을 것이라 여겼건만 보고,들을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나의 눈물샘이 혹시 고장난 것이 아닐까? 울면서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런 내모습이 조금은 우습다.울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니!

가령 하염없이 울면서도 식사때가 다가오나?그럼 식구들 반찬은 뭘 먹지?

오늘 할일은 뭐였지?약속은 몇 시였지?약속시간이 다가온다면 그만 울어야겠지?

울면서도 머릿속은 온갖 계산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런 내가 너무 싫어 어찌할바를 모르겠고,나의 그간의 애도기간은 진정성이 없는 그야말로 빈껍데기일지도 몰랐다.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웃고 있었고,장례식 이후로 서서히 배가 고파 밥을 찾고,목구멍으로 밥을 삼키고 있는 내가 놀라웠다.병원 갈일이 있어 몸무게를 재보니 살이 1키로마저 불어 있었다.그리고 호르몬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의사말에 내몸뚱아리를 걱정하고 있는 내모습에서 다중인격의 모습이 보이는 것같아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난감하기까지하다. 

 

'산 사람은 살아진다'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지만,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분명 슬펐지만 내가 잘 참아내고 있고,잘 견디고 있고,생각보다 강하다고 주위에서 위로를 하니 정말 그러한가?싶어 도무지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슬픔을 강요하질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늘 홀로 남은 아버지를 생각하고자 하였다.

부모을 잃은 슬픔보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더 크지 않을까?싶어 아버지 앞에서는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애써 노력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49일이 다가오더라!

너무 슬퍼하면 고인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못올라간다고 하여 애써 깊게 생각지 않으려 하였건만 49제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이젠 내곁에 엄마의 영혼마저 없어지는구나!싶어 또 마음이 울적해진다.

정말 나는 엄마가 없는 사람이 맞는 것인가?

엄마의 잔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데.......

병원에서 주말에 오겠다고 인사하는 내게 머리를 귀뒤로 넘기고 쓰다듬어 주며 "그래~일찍 오너라!"라며 다정한 눈빛을 보내던 엄마의 마지막 그말이 아직도 생생한데 정녕 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단 말인가?

'사무치게 그립다'라는 표현을 제대로 공감하게 되었고,부모를 잃은 자들의 심경을 이제는 온전히 가슴으로 뜨겁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격렬하게 공감하게 되고 때론 위로받을 수 있는 책들을 선택하여 아주 간헐적으로 독서를 하였다.

처음에는 읽어내려가기가 무척 힘들었으나 시간이 약이었는지? 아니면 글의 힘이 약이었는지?알길이 없으나 조금씩, 작가들의 담담한 고백들속에서 위로를 받고 있어 놀라웠다.

그래서 참 듣기 싫었던 그말!

'산 사람은 살아지게 마련이다'

나는 오늘 하루도 산 사람으로서 또 살아냈었다.

다들 그렇게 슬픔을 가슴 깊이 묻고,

산 사람으로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너무나 잘하고 있다고 엄마한테 칭찬을 받고 싶다.

나는 여전한 엄마 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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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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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08: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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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0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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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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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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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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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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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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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12-01 15: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십구제셨군요.
어머님이 아프시다는 소식 듣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이후로 챙겨서 안부를 묻지도 못했네요. 책나무님 죄송해요.

애잔해요.... 엄마란 너무나 강력하고 소중하고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해요.
잘 하고 있다고 틀림없이 칭찬하시겠지요, 어머님께서는.
그 분은 여전히 책나무님의 어머님이시니까요.

2015-12-04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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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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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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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3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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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4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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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4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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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0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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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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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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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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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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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0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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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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