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빛의 노래
유병찬 지음 / 만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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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디너들의 책들은 귀하다.

바쁜 일상속에서 짬을 내어 또박또박 가슴에 와닿는 글들을 쏟아낸 노력들을 높이 치하한다.

그분들중 또 한 분이 책을 내셨다는데 바로 사진에세이집이다.사서 읽는 것이 맞겠으나,보관함에 담긴 다른 책들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게 되다보면 또 언제 구입하게 될지 기약할 수 없어 '망설이시는 분은 주저없이 주문해 주십시오!'라는 문구에 뻔뻔하게 '저요!'손을 들어 귀하게 건네 받았다.

(속지에 적힌 작가의 손글씨도 멋져 손글씨가 못난 본인이기에 한참을 들여다본 듯하다.)

 

  책의 제목은 '소리 없는 빛의 노래'라고 정해 놓았는데 제목을 읽는 순간 아~ 감탄을 했고,그 뜻을 알 것같아 귀에 쏙 들어왔고,제목이 오래 기억되어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책의 표지로 선택된 새의 사진도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사진도 잘 선택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사람들의 블러그나 사진집을 들여다보는 것을 즐긴다.지식은 없어도 그냥 보면서 즐겁고 내가 감동스러우면 족하여 길 가다가도 무명작가들의 사진 전시회도 그냥 들어가서 들여다보곤 한다.(요즘은 친구들의 블러그에 올린 사진들도 작품 같은 사진들이 넘쳐나더라!)

여러 사진들을 두루 살펴보면 기술적인 면에서 오는 감탄은 있으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동이 빠진 사진들도 참 많다.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들은 풍경사진이든,인물사진이든 찍기 전의 상황들을 내가 유추할 수 있고,찍고 나서의 상황들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사진들을 좋아한다.(내가 그리고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상상하는 것은 자유니까!)

 그리고 사진을 찍는 당사자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는 사진들이 좋다.(아이들 사진을 유독 좋아하는 것도 아이의 모습을 담으면서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부모의 모습이 상상되어지기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런 표정을 지었겠구나! 나름 생각되어지는 사진들은 16p,17p,20p,24,25p,35p,36p,66p였고, 상황과 풍경들에서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나만의 상상을 자극하는 사진들은 18p,19p,96p,100p,106p,115p,118p였다.특히 산내면 별다방 사진과 이야기는 농염한 색깔 뒤에 애잔함이 흐른다.흑백사진이어 그러했던가?

사진집에서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사진들이 눈에 띄어 좋았다.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라 하지만, 때론 사진이 주는 한계성이 있어 매몰차게 뿌리쳐 보기도 한다.사진은 지금 현재의 모습을 억지로 정지시켜 '추억'이라는 공간속에 가둬서 제한시켜 버린다.그리고 '추억'이란 그 단어가 너무 황홀하여 옛감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과거속에 얽매이게 만들어 버리는 묘한 재주가 있더란 말이지!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들은 잘 들여다 봐지질 않고,그러다보니 잘 찍지도 않는 것같다.(한때 스마트폰이 새로 생겼을적엔 신속하고 편리함이 신기하여 아이들 사진이고 꽃 사진이고 무한정으로 찍었던 때가 있긴 했었다만..)

 헌데, 작가의 말이 눈을 사로잡는다.

 

 누군가 "사진은 찍는 것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습니다.

 대신, 가슴에 점 하나 찍기입니다.

 점 점 점!

 사진이 내 삶의 점 찍기 하나라면, 그리고

만족이라면 행복입니다.

(63p)

사진은 삶의 점 찍기라고 명명하는 작가의 말은 울림이 있다.

사진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들고,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준다.

 

 사진도 사진이려니와 작가의 글들도 새겨 읽을만하다.

마음이 심란하여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아 제대로 읽히지 않는 요즘 짧은 에세이 글귀들은 조용하게 다가온다.

 

<연습 없는 첫 무대>

 

 한 번의 리허설도 전혀 없이 오른 무대. 문제는 이 무대가 첫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 그러니 그저 산다는 게 살고 있고, 살아간다는 것마저도 다 기막힌 이유다.

 연습도 없이 완전 초자도 못 되는 배우를 캐스팅. 제 마음대로 무대에 올리는 감독. 진짜 무슨 똥배짱이냐. 뭘 믿고? 연습 한 번 못하고 올랐던 무대의 시간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이만하면 아름다웠다며 부디 자족할 수만 있다면 좋겠어. 다들 처음인데 처음하는 실수에 대해 조금씩 너그러워졌음 좋겠어. 1등만 박수 받고, 2등 이하부터는 왜 다들 잡아 먹으려 들까?

 승자는 독식이고  패자는 몰수당하고 있는 무대. 무대오를 때 미리 연습이나 좀 하고 나오면 안되겠나?

(43p)

 

 무대에 올랐던 엄마는 이제 무대를 내려오려 하신다.병색에 지쳐 잠든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곤 하는데 이책을 읽고 엄마를 바라보니 연습없는 무대였지만 부디 자족할 수 있는 무대였을 것이라 억지스럽긴 하지만 부러 위로를 해보게 된다.

 

 사진과 글들이 내 주변에서 분명 스치고 지났을 법한 풍경과 글들이라 낯설지 않고 정겹다.

2권이 나온다면 또 어떤 풍경과 이야기들을 풀어낼 것인지 벌써 기대가 된다.

그때는 꼭 사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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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4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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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4 2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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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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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1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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