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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내게 독서의 한 해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였다.그것은 내 삶을 채우고 있던 건강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의 공기에서 격리되어 지낸 1년이었다.그것은 책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치유력을 가진 미풍속으로의 도피였다.나의 독서의 한 해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감당할 수없는 슬픔과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 사이에 끼어든 행동 중지 기간, 나 자신을 위한 유예기간이었다.책으로 채워진 1년간의 집행유예 기간 동안 나는 회복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회복 단계를 넘어서 다시 생활로 들어가는 방법도 배웠다.(p.277)
작가는 사랑하는 언니를 잃었다.3년동안은 슬픔을 잊기위해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였다.하지만 공허함을 달랠 수없었다.그리고 그녀는 결국 스스로 치유공간을 발견하여 1년동안 그공간에서 자신과의 무수한 대화속에서 마침내 치유하고 나온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끝이 없어보일 것같아 읽는동안 책으로 과연 치유될 수있을까?
솔직히 의심을 약간 품으며 한 장,한 장 살피는 듯한 눈초리로 읽어내려간 것을 고백한다.
독서를 통해 작가는 언니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책의 주인공에 언니를 대입시킨다.그러므로 작가는 늘 언니와 함께 한 셈이었다.그렇게 1년을 오롯이 기억하고,추억하고,고마워하고,그리워하였기에 1년이 지난시점에서 언니를 놓아주기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싶다.
한결같이 집중할 수있었던 1년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법도 하지만 책이 함께 했기에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나 또한 엄마의 병을 확인한 순간부터는 2년여의 시간동안 걱정과 불안속에서 밤에 잠을 제대로 잔적이 없었다.안되겠다싶어 올해 책을 다시 잡게 되었는데 희한하게도 밤에 잠이 잘 와서 오랜만에 숙면이란걸 해봤다.
작가도 400쪽이 넘는 '드라큘라'란 책을 하루만에 해치우고 처음으로 단잠에 빠졌다는 문구에서 어렴풋이 그느낌을 이해할 수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현재 이순간도 문득 문득 걱정과 불안감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책을 읽기전보다는 강도가 좀 약해졌다.러ᆞ나는 이런현상들은 순간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하기에 신경세포들을 잠깐이나마 이완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라 판단했지만 이책을 읽고 작가의 변화해 가는 심리과정을 살펴보니 역시 책은 그이상의 무엇이었다.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고 서평을 한 두시간씩 썼던 이책의 작가가 대단하고 경이로워 보이지만 게으른 나는 감히 엄두를 내보지 못할 일이란 것을 안다.그러고보면 이책의 작가 니나 상코비치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다정다감한 남편과 네 아들들이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엄마의 책 읽기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을 해주었으니 자신이 계획한 일을 무사히 마칠 수있었다.물론 부단한 본인의 노력또한 치하할 일이지만!
어쨌거나 매일같이 책을 한 권씩 읽어내진 못하더라도 매일 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은 든다.늘 책을 읽어야한다는 생각은 무슨 강박증마냥 무의식중에 담고 있어선지 학생때나 지금이나 눈 뜨면 안경끼고 책 부터 잡는 내모습을 보고 한 번씩 어이가 없곤한다.
책을 읽긴 읽돼 이젠 좀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책을 읽어야겠다라고 다짐한다.
평범한 사람의 독서기록의 이책은 의외로 나를 조용하게 흔드는 것같다.흔들리니 의외로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