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케잌.
지난 주 집에서 브라우니를 만들어 보았다.
애들 방학하기 전 마트에서 브라우니 만들어 먹는 믹스 박스를 사다 놓은게 화근이었다.
둥이들이 저걸 언제 만들어 줄꺼냐?고 계속 재촉하길래,일단 기다려 보라고~엄마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질 않았다며 아무리 애들을 달래 보아도 요지부동!!급기야 지네들이 만들어 먹는다고 그릇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주방이 어지러져 치울 것이 암담하여 계속 윽박지르고,달래다 보니 어느새 방학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주 개학이 코앞이었고,
둥이들은 밀린 방학일기랑 방학 숙제 한다고
연중행사로 늘 밀린 방학숙제 같이 하던 이웃 친구 sh를 데려왔고,먹일 간식은 동이 났고,
그리하여 드디어 칼을 뽑았다.
실은 계속 홈 베이킹을 미뤄왔던 이유가 있었다.
원체 요리에 곰손인데다가...그닥 흥미도 별로 없고...
(흥미가 파도 같아 필이 꽂히면 막 만들고,흥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스타일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리고 나이 먹어 갈수록 기계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 시작하였는데....오븐사용이 좀 두려웠던 것이다.
애들 간식해줘야지!!싶어 남편한테 나 오븐 사야겠어!!!
외치니...몇 번 사용하겠냐고 미심쩍어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구입해서 꿋꿋하게 레인지용으로만 사용하길 3년째다.
오븐용 사용은 거의 주말에 집에 온 남편이 이용하고,나는 그저 음식 데우기용으로만!!!!(오븐 샀다고 오래 쓴 전자레인지는 자취 시작한 남동생에게 건네줬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애들 성화에 브라우니를 대충 설명서대로 만들어 보긴 했는데 생각보다 좀 쉬웠다.
단,예상대로 오븐의 온도와 예열 시간과 온도 조절이 조금 어렵긴 했다.
맛은.....너무 달았다ㅜㅜ
달달한 게 너무 땡기는 날엔 이걸 만들어 먹음 딱이겠구나!!!깨닫게 된다.
만들면서 사다 놓은 몰드통?을 보며 이건 브라우니가 아닌 파운드 케잌을 만드는 용도가 아닌가?란 생각과 동시에 파운드 케잌 먹고 싶다!라고 잠깐 생각만 했는데.....그날,다락방님의 페이퍼에 황태감자국과 파운드 케익 요리사진이 두둥 올라왔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반가워 댓글 달았는데 다락방님은 나에게 넌지시 만들어 보길 권하신다.만들어 보고 문제점이 뭔지?알려달라시는데....난 알라딘의 요술손,황금손 이신 아른님이 아닌데!!!어쩌나???
암튼,
나는 그래서 어찌어찌 고민하다가 엊저녁 파운드 케잌을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서론이 길구나!!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요리 곰손인 사람에겐 참 감당키 힘든 숙제다.
혀의 성질은 생동감이 넘쳐 늘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길 원해 늘 요리책을 한 번씩 대출해 읽기도 하고,서점에 가면 심사숙고 하여 구입해 보곤 하는데...워낙 게을러 몸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장을 보러 가면 늘 먹기 편한 고기만 사오게 된다.
또 암튼,
파운드 케잌을 만들어 보긴 했는데....
요리책 보다도 어젠 블러그에 올라온 여러 요리법 중 가장 재료가 간단해 보이고,만들기도 쉬워 보이는 것들 중 한 두 개를 번갈아 가며 레시피를 참고 했다.
버터,밀가루(박력분 또는 중력분),설탕 이 세가지를 1:1:1로 하는 비율이 황금비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요 세 가지 재료를 1파운드씩 사용하여 만들었다고 하여 파운드 케잌이라고 한단다.
읽으면서 아~~~~~그렇군!!혼잣말을 하긴 했는데 나는 황금비율을 맞추지 못했다.
설탕이 모자랐고(그래서 단맛이 너무 안나긴 했다ㅜ)
어떤 레시피엔 빵안을 촉촉하게 만든다는 글귀에 내취향인 듯하여 그쪽 레시피를 좀 따랐다.
버터 100g,밀가루(박력분) 180g,설탕 80g(설탕이 너무 작아서 약간 실패!!)
버터에 설탕을 2회 나눠가며 버터가 마요네즈처럼 될때까지 거품기로 휘저어야 하는데, 만들면서 이게 좀 애매했었다.어느 정도인 것일까? 버터가 상온에서 많이 안녹아서 이정도인 것인가?요리 숙련자라면 모양이나 색깔만 봐도 알 수 있을텐데...
그리고 기계 자동 거품기(이것도 얼마전에 겨우 구입.이게 없어서 요리를 못했던 것일 수도!!!)를 이용했는데도 손목이 아파서.....수동으로 한다면 굉장히 힘든 작업이 될터이다ㅜ
계란을 한 개씩 풀어서 버터통에 같이 휘젓는다.
그렇게 계란 세 개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전에 밀가루와 베이킹 소다(1티스푼)를 체에 곱게 쳐두었던 것들을 버터통에 부어 숟가락으로 휘젓는다.
나는 설탕이 계속 캥켜서 밀가루 체를 칠때,냉장고에 있던 코코아 가루 한 스푼이랑 레몬 아이스티 가루 한 스푼을 넣어 보았다.섞으면서 반죽이 된 듯해서 우유 살짝씩 넣었다(이것이 아마도 빵속을 마구 익지 않게 한 원인인 듯??)
그렇게 휘저어 둔 버터+밀가루통에 다들 자기 입맛대로 견과류나 과일등을 섞는 듯 했다.
그래서 냉장고 냉동실 다 뒤져 손에 잡히는 대로 막 넣었다.아몬드,잣,블루베리,복분자(여름에 먹다 남은게 죄다 냉장고에서 묵혀 가고 있었던...)
조합이 그닥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지만 냉장고 정리차원에서 음식을 할때 손에 잡히는 대로 다 집어 넣는다(그래서 식구들은 엄청 싫어하지만!!)
그리고 예열 잠깐하고(예열시간을 잘 모르겠어서 대충 했더니 약간 실패)
180도에서 30분 오븐기에 돌렸다.
안에 빵이 안익은 느낌이 들어 10분 더~~
또 애매한 것 같아 또 10분 더~~
총 50분이나 돌렸다.너무 익혔나?싶었는데도 빵이 타진 않았다.
잘라서 먹어 보니 안은 좀 촉촉한 느낌인건지?안익은 느낌인건지?감이 오지 않았다.
여러 번 해봐야 알 듯한 세계가 바로 요리세계이지 싶다.
레시피를 따르는 척 하면서 너무 내방식대로 한 탓인지 빵이 제대로 된 게 맞는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애들의 시식평가는 둥이들은 좀 달지 않다고 한다.
다음번엔 쵸코렛을 넣어서 만들어 달란다.
내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감지한 눈치빠른 딸들은 하지만 건강한 맛?이라고 추켜세워준다.
눈치 없는 아들은 어젯밤 늦게 들어와서 먹어보곤
계속 고개만 갸웃!!!!!!!!!계속 말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 잘하고 말해라‘란 엄마의 공포스런 말에 음식을 먹은 후,입을 닫기 시작했다.
최고의 찬사는 ‘먹을만 하네요!‘....???
어젯밤 파운드 케잌은 결국 먹을만 하단 소리를 듣지 못했다.
설탕이 문제였던가?반죽이 문제였던가?
과일을 넘 쌩뚱맞게 많이 넣었나??
나도 다락방님처럼 먹으면서도 알쏭달쏭했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생애 첫 홈베이킹 시도작으론 나쁘지 않았다.
모양은 그럴싸했는지...이웃언니들에게 사진을 찍어 카톡에 보내줬더니 달달한거 먹고 싶었는데 어느 가게 빵이냐고?물어왔다.직접 만들어 봤다고 하니..다들 놀란다.알라디너분들중 이정도쯤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분들 많은 세상인데...시치미 뚝 떼고 잘난척 했더니 조만간 시식평을 해주겠단다.ㅜ
가끔씩 집에 빵냄새 풍기며 선한 이웃들과 웃으며 다과 즐기고픈 로망이 있긴 했었다.
손으로 조물락 거리며 반찬 만들어 같이 먹고픈 생각은 간절한데 솜씨가 없다 보니 손님 접대가 상당히 부담이 된다.
이젠 베이킹 연습 많이 해서 직접 브런치 세트를 대접해 봐야겠다.
이젠 더이상 방학전에 구입하여 내 눈만 즐겁고 만 요리책들이 아닌 아이들 입이 즐거운 요리세계를 만들어 줄.......려고 했더니 벌써 개학했구나!!
이래서 요리가 잘 늘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