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두꺼운 책을 손목이 아파 몇 번을 내려놓다가,들었다가,엎드렸다가 반복하며 읽었다.
재미는 있는데 자꾸만 읽다 멈추기를 반복중이었다.
눈이 자꾸 침침하고 시려 노안안경까지 맞췄다.
그래야 두꺼운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었음을 다 읽고나니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만이 공감하리라고 본다.
살짝 이해되지 않는 이탈리아 정서와 문화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먼 그곳에서도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똑같은 수모와 차별들.
그리고, 아이들이나 남편이 옆에 앉아 있는데 때마침 읽고 있는 페이지가 꽤나 정밀하면서 농도 깊은 성묘사 장면들이어서 이거 원...좀 뭐랄까,,,야동 보다가 들킬 것같은?(좀 너무 갔나?) 여튼 그런 느낌이 들어 우아하게? 책을 덮었다.눈이 아픈척 하면서.....
답답해서 책을 덮게 되고,화가 나서 책을 덮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때론 이걸 4권까지 읽어야 하는 것인가?고민하면서 읽기도 했었다.
그런데,
후반부 갑자기 주인공 레누의 현명하지 못한 결단을 실행하며, 마지막 문장 ‘드높은 창공에서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유일한 표면인 비행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를 읽는데 한숨이 새어 나오며 마음이 아픈 것이다.
레누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동안 삶의 불안감과 공허함이 이렇게 한 순간에 한 남자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하지만 이 선택이 행복한 선택이 아니란 것을 본인도 온몸으로 비행기 안에서 체감하고 있었던 것이다.(4권에선 또 갑자기 막 행복해지나?아니겠지?이래서 시리즈물은 손을 놓을 수없는 것이로구나!)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생길의 한가운데에서 밝은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는 단테의 말처럼 중년은 빛나는 청춘의 끝자락을 즐길 틈도 없이 어느덧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중년은 멀리 비쳐오는 한줄기 빛을 향해 한눈팔 틈 없이 정신없이 달려오다 막상 쏟아지는 햇볕 아래 서면 나아갈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다.많은 것을 이룬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기도 한 성취감과 허무함이 공존하는 시기다.걸어온 길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해야 할 나이다.(605쪽)
레누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에 가슴이 찌르르 했는데,뒷장옮긴이의 첫 문단에 갑자기 울컥해졌다.
방황하는 중년의 시기.
아직은 아니다.라고 고개 돌렸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미 몸이 증명해 주고 있는 중년의 시기.
중년의 시기에도 방황을 하는 것이구나!
요즘따라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갑자기 가을이 찾아와서가 아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중년의 방황기‘라고 애써 이유를 달 수가 있구나!
그러면 레누도 지금 방황하는 중년기를 거쳐가는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르겠구나?
1,2권에서는 릴라에 빠졌었다면 3권에서는 레누의 심경에 몰입하게 된다.
이제 다시 손목이 절로 아픈 시기가 다가온다.
4권.....이번엔 손목 보호대라도 사서 읽어볼까?
아~~~방황하는 중년기가 되니 갖춰야 할 것이 왜 이렇게 많아지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