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4일. 지구라는 행성에 일대 혁신적인 발견이 있었던 날. 유럽입자물리학연구(CERN)

의 발표에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개 지구시민들은 그 발표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넋두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에 왜 이다지도 집착(?)을 하는것일까?

 

아마도 그 답은 힉스입자가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데 있어 그 시작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초판은 1993년에 쓰였다. 당시 미국에 건설중이었던 SSC라는 '초전도초충돌기' 라는 시설이 동,서진영간 데탕트를 계기로 공사가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여하튼 시간은 흘러흘러 초판이 발행된지 20년만에 이론물리하자들의 원대한 가설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저자 리언 레더먼 교수

 

 

처음에 서점에서 책을 봤을 땐, 만만치 않은 분량과 가격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해괴한 수식들을 봤을 때, '아, 내가 아직 집어들 책은 아닌가' 하고 반문하게 될 정도로 무언의 압박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궤도를 수정해 휴머니스트에서 동시에 나왔던 <젭토스페이스>라는 책을 먼저 훑어 본 뒤 리언 레더먼이 안내하는 <신의 입자>의 세계로 발을 내딘게 된 것이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젭토스페이스>라는 책은 앞서 소개한 CERN과 LHC의 시작과 힉스입자(힉스보손)의 발견까지를 다룬 이탈리아 물리학자의 책이다. 과학에 있어 지역의 경계는 무의미해졌지만 유럽과 미국의 과학자들의 시선을 각기 대비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기도 하다. 물론 두 권을 다 읽기란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이지만 말이다.

 

CERN의 LHC(강입자충돌기)

 

 

레더먼 교수는 자신이 숭상하는 고대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데모크리토스와의 가상 대화로 한 장을 꾸미기도 하는데, 이게 또 이 책의 묘미이자 백미다. 초반부에 난해한 물리 이론 여행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말 형태로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기원을 설명해줬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싶다.

 

필자도 딱 중학교 때까지만 열심히, 재미있게 수학,과학을 했었고 고등학교 수학과 과학 관련 교과목은 약간 방치하다시피 해왔다. 그도 그럴것이 고등학교때 문과였고 문과는 고2,3학년을 통틀어 과학 과목을 한 과목만 이수하면 됐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생물1을 했었다. (그마저도 화학1이 하고 싶었으나 학교측에서 과목을 개설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어찌보면 <신의 입자>가 고등학교, 대학교때 알지 못했던 생소한 물리학 지식들을 단기간에 빨아 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책을 보니 물리학 지식이 없다고 책을 펼치는데 겁먹을 이유는 전혀 없다. 각 상수들이나 수식들은 각주로 친절히 설명을 해주고 있고,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의 MSG가 군데군데 뿌려져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이 힉스보손 발견 뒤에 번역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레더먼 교수의 열정으로 쓴 이 책이 공염불에 지나고 말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가, 의사, 엔지니어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도 일종의 전문직이고 기술자들이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알고 끝났을 이 거대한 인류의 지식들을 쓰고 번역하고 세상에 나오게 하는데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할 때가 아닌가 싶다. 끝으로 레더먼이 <신의 입자>와의 여정을 마친 독자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를 소개하며 마무리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과학에 무지한 일반대중'에서 제외된다. 내 책을 구입해준 고객이어서가 아니라,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을 9장까지 참고 읽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들은 나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칙령에 따라 완전하게 검증된 '과학 교양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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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 2017-03-13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하세요... 이런글... 장바구니에 넣을꺼에요... ps 내가 아인슈타인 흉내냈더니 링의 언니삘이 되버려서... --;

VANITAS 2017-03-13 21:11   좋아요 1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소간의 인내가 독서의 지평을 확 넓혀줍니다. 이 책도 그런 축에 끼는 책입니다.
 

 

 

 

 

 

 

 

 

 

 

 

 

 

탄핵 심판이 목전이다. 정치상황 나라 안팎의 상황이 뒤숭숭해서인지 책도 별로 재미없고, 재미있는 책도 많이 안나오는 것 같다. 먹고살기 바쁠수록 시간을 쪼개서 자기에게 맞는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각설하고, 때가 이래서인지 과거 대통령을 다룬 작품과 그를 소재로 한 사회과학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와의 접점이 가장 많아서일텐데, 과거를 비추어 나름의 미래를 판단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들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으로 갈무리 해 둔다.

 

<대통령의 말하기>를 출간한 윤태영씨가 노대통령을 소재로 한 <오래된 생각>이란 '소설'을 발표했다. 또 그를 다룬 <대통령의 소풍>이나 몇 개월전 문재인씨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이명행 작가의 <대통령의 골방>역시 노 대통령을 소재로 한 문학들이다. 다만, <오래된 생각>은 대통령을 보좌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기에 자신있게 '팩션'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니 저자의 자신감을 한 번 믿어볼 만 하다.

 

나라가 많이 어수선하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IMF 위기를 능가하는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란 조금도 녹록치 않을 것이다. 광장의 이방인들이여, 이제 태극기는 그만 흔들어라. 그런다고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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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치여 살아가다 보니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 한 권을 독파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인간관계로 인한 공치사라도 얽매이는 주말엔 금새 월요일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래서 예전에 잘 찾지 않았던 책에 관한 책도 요즘엔 눈여겨 보게 된다. 몰랐던 책의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고 이미 알고 있는 책이라도 또 다른 의미를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도 책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은 맞다. 다만 엄밀히 말해서 '책을 읽는 것에 관한 책' 즉, 독서라는 행위의 전반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제목과 책 자체의 내용이 마음에 들어 서점에서 훑어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허나 책 제목은 원작의 제목을 완전히 무시하고 내용적 흐름에 맞게 손 본 제목이었다. (타이완판 원제를 풀어쓰면 '열독이야기' 라고 한다.) 지금의 독자 상황과 독서의 상황을 저자 나름대로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독서에서 찾아야 할 의미와 의미를 찾기 위해 취해야 할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글이야 이렇게 간략하게 썼지만 책과 독서 그리고 서점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가한 시간에 본인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읽기 좋은 책임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번역도 잘 된 편인 것 같고 글의 흐름도 따라가기 어렵지가 않다.

 

한국어판 제목이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로 된 이유는 책 속에서 마르케스의 '미로 속의 장군' 소설 속 내용을 서두에 인용하며 글을 풀어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마르케스' 하면 한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보유한 스페인어권 작가이니 홍보에도 도움을 받고자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아무래도 '열독이야기'로 정했다면 뭔가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듯. 이 옆에는 알베르트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를 붙였다. 독서라는 행위의 전반에 관해 이 보다 친절한 설명서가 많지 않아서다. 작년에 개정판이 나온김에 덧붙였다.

 

 

 

 

 

 

 

 

 

 

 

 

 

 

 

책 읽기에 관한 몇 종의 참고도서들이다.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은 시원스런 일러스트와 간결한 문장덕에 임팩트가 큰 책이다.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은 조금 장황하지만 책 읽기에 관한한 고전으로 불려도 손색없다. <책 먹는 법>은 책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거친 저자가 풀어내는 맞춤형 책 읽기에 관한 책이다.

 

 

 

 

 

 

 

 

 

 

 

 

 

 

이번에 책에 관한 책으로 신간이 나온 두 저자의 책도 소개한다. 가쿠타 미츠요의 <아주 오래된 서점>과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두 권이다. 다치바나의 책은 본 결과 그냥 딴나라 얘기 듣는 기분이었다. 그가 소개한 책 중 국내 번역된 것이 많지 않아서인 것 같다. 반면, 가쿠타 미츠요의 책은 네이버 사전연재때부터 눈여겨 봐서 실물로도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한 책인 듯.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일본 출판계의 산 증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사놓고 거의 못보고 있는 찰나 알라딘에 중고로 겁나 많이 풀렸다. 이번 주말은 정자세로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정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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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을 검색하던 중 안도현 시인의 <검은 시의 목록>과 알라딘 열혈 블로거 서평꾼 로쟈 이현우 선생이 쓴 <책을 읽을 자유>의 표지가 같아 올려본다. 같은 디자이너라면 양심이 없는 것이고, 다른 디자이너라면 최소한 검색은 좀... 혹시 뭐 이 사진이 엄청 유명한 사진이라 꼭 써야 했다면 모르겠다. (내가 이게 유명한 사진임을 모른다면 나의 무지일게다.) 여튼 관계자분들 잘 해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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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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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쓴 일본 책 이야기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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