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다음주에 나오는 걸로 돼 있던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이 일정을 당겨서 출간되었다. 주문한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오늘 같이 받았고(동시출간되었다) 바로 서문을 읽었다.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명료하다. 하라리의 강점은 생각의 폭이 넓으면서도 얕지 않고 진지하면서도 굼뜨지 않다는 데 있다. 그는 빠르고 정확하다.

인류의 과거를 다룬 <사피엔스>, 미래의 역사를 다룬 <호모 데우스>에 이어서 그가 ‘3부작‘(이라고 내세우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읽힌다)의 셋째권에서 다루는 건, 현재 곧 오늘이다.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가 부제. 전작들에 대한 경험에서 자연스레 예측하자면 이 책 역시 ‘올해의 책‘이 될 것이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 대해서 여러 차례 강의한 나로서는 아마도 추워지기 전에 이 <21가지 제언>에 대해서도 어디선가 강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필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이, 그나마 많은 부정적 세계정세 속에서도 위안을 얻게 한다. ‘우리시대의 역사학자‘로 불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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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인간 2018-09-0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란스런 세계에서 명료하고 통찰력 넘치는 그의 글이 지적 위로와 해방감을 줍니다.

로쟈 2018-09-02 09:53   좋아요 0 | URL
네 동감입니다. 하라리는 역사공부의 목적이 과거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했지요.

히드라 2018-09-0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유발 하라리 신작 <~21가지 제언> 을 읽다가 덮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다른 이에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사피엔스>는 3번, <호모 데우스>는 2번 읽었습니다만.

로쟈 2018-09-03 18:44   좋아요 0 | URL
저는 서론까지 읽은 터라, 나중에 독후감을 적겠습니다.
 

그리스 서사시와 비극에 대해 강의하면서 서정시는 <희랍문학사>(작은이야기)에 나오는 내용 정도만을 참고할 수 있었다. 서정시의 대표격인 사포의 시집을 번역판으로 읽기 어려워서였는데(오래 전에 나온 것 같은데 손에 쥘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반갑게도 이번에 세계시인선 리뉴얼판으로 나왔다. 리뉴얼판이란 건 이 시리즈가 그렇다는 것이고 이 시집은 그렇지 않다. 아르킬로코스를 필두로 하여 15인의 시가 수록돼 있다.

한편 사포의 시에 대해서는 한정숙 교수의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길)에 실린 논문이 자세하다. 역사 속 여성들의 목소리를 되살리고자 한 책의 첫 장이 사포에게 할애되어 있다. 아마도 가장 자세하게 다룬 글이지 않을까 싶다.

책장을 새로 들여놓고 다시 정리하느라 여전히 어수선한데 정리가 되는 대로 고대 그리스문학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봐야겠다. 어디까지 읽고 어디까지 강의하며 어디까지 책으로 낼 수 있을지, 내 몫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해봐야겠다. 중년기는 모든 일을 계획할 때 시간 계산을 꼭 해야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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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분량의 책들을 주로 내온 유유출판사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펴냈다. '공부의 기초' 시리즈다. 미국의 한 비영리교육기관에서 펴낸 '주요 학문 안내서 시리즈'에서 선별한 것으로 얇지만 내용은 탄탄해 보인다. 실물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공부의 기초'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유용한 출발점이 되어줄 듯싶다. 출간 목록에는 빠졌지만 문학 분야의 안내서도 나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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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폭염은 잘 받았니
땡볕이 요즘은 안 나와서 폭염으로 보냈다
마음은 뙤약볕인데

아쉬운 마음에 물폭탄도 보낸다
며칠을 잠 못자고 준비했다
전깃줄에 앉아서 맞아보면 더 좋을 거다

한결같은 사랑이 어디 있겠니
다음 생에 다시 만나려면
우리 원한은 품지 말도록 하자

아낌없이 모든 걸 주고 싶었다
모두 지나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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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9-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끝자락에 납량특집 시인가요?ㅎ
헤어지는 연인의 마지막말보다 더 무섭네요.
잘가라 우리 다시는 보지말자 하고 싶네요~

로쟈 2018-09-01 11:39   좋아요 0 | URL
여름과 작별도 겸하여. 원한을 갖지 않으려면 다 풀어야죠.~

dmsdud5789 2018-09-13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기분이 한결 나아졌네요
 

이번주 주간경향(1292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크리스토퍼 헤이즈의 <똑똑함의 숭배>(갈라파고스)를 읽고 적었다. 능력주의의 신화와 그 실패를 다룬 책인데, 매우 포괄적이다. 리뷰에서는 분량상 일부만을 언급하고 말았는데, 같은 주제를 다룬 책으로는 스티븐 맥나비 등의 <능력주의는 허구다>(사이)도 참고할 수 있다. 한편 <똑똑함의 숭배> 덕분에 로베르트 미헬스의 <정당론>(한길사)도 이번에 구입했다. 저자는 정당정치가 어째서 엘리트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가를 입증하는 저작으로 <정당론>을 인용한다...  



주간경향(18. 09. 03) 능력주의의 실패와 대중의 불신


미국의 정치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의 <똑똑함의 숭배>는 토마스 프랭크의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덕분에 손에 든 책이다. 원제는 ‘엘리트 계급의 황혼’이고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사회를 실패로 이끄는가’라는 번역본의 부제에 저자의 문제의식이 압축돼 있다. 프랭크가 미국 민주당이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정당에서 엘리트 진보계급을 위한 정당으로 변신하면서 범한 패착을 지적한다면, 헤이즈는 엘리트의 실패와 그로 인한 대중의 불신이 문제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엘리트주의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국가나 사회를 이끌도록 하자는 합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가리키는 다른 말이 능력주의다. 대중적인 용어로는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불리는 능력주의는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체제를 가리킨다. 저자는 미국에서 이 능력주의의 변질 과정과 그 원인을 해부한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능력주의의 눈부신 성과이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배신의 상징이었다. 인종이나 성, 성적 취향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능력주의는 진취적이지만 인간은 능력 면에서 기본적으로 평등하지 않다고 인식한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다. 한 역사학자의 말을 빌리면 능력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희롱’이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오바마는 전문가들의 판단에만 귀를 기울였던 엘리트주의자였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에도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저자는 그 원인이 사회 전체에 불평등을 용인하고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특권을 누리는 엘리트 계층의 등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애초에 미국에서 능력주의는 시험제도와 학교교육,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시스템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지역적으로는 동부, 그리고 혈통적으로는 백인들이 중심이던 체제를 대신하여 등장한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능력주의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환영받았는데, 우파는 능력주의의 불평등 원칙에 끌렸고 좌파는 인습에 대한 저항과 다양성·개방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동성애자 인권이나 여성의 고등교육 확대, 인종차별의 합법적 철폐 등의 이슈들을 다루는 데 능력주의는 분명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이나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 능력주의는 무능력할 수밖에 없다. 

능력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이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가난한 집안의 젊은 인재가 교육을 통해서 사회의 꼭대기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엘리트가 연대의식을 갖는 것은 노동자 계급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 엘리트들이다. 그런 엘리트들이 결정하고 주도한 일 가운데 하나가 부시 행정부가 벌인 이라크 전쟁이었다. 대중이 전쟁에 반대할 때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는 것은 똑똑함의 신호였다. 똑똑함의 숭배가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18.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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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imoon 2018-08-3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로쟈 2018-08-30 18:51   좋아요 0 | URL
평소 엘리트주의가 미심쩍었던 독자들에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