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앞 이디야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내게 남은 10분을 헤아린다
사형수의 마지막 5분을 생각하면
두 번 죽고도 남을 시간
나는 누군가에게
마지막 10분이었을 시간을 생각한다
나는 그때도 강의자료를 보고 있을까
몰락의 시간에도 밤은 부드러워라
타르코프스키가 말한 병사는
총살되기 직전 젖은 구두를 마른 곳에
얹어두고자 했지
그의 구두가 그의 유언이었지
그의 구두가 오래
그를 기억했는지는
타르코프스키도 말하지 않았다
내게는 3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커피는 아직 식지 않았지만
나는 떠나야 하리
전철역 앞 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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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12-1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분의 달콤한 시간,
때로는 5분, 때로는 3분.
저의 달콤한 시간은
침대에서 뜨거운 커피마시며
멍하게 생각에 잠기기.
식기 전에
얼른 털어넣고
식탁으로 가서 커피잔에
물 붓고 영양제 몇 알 털어넣기.
그리고 아침일과를 시작합니다.

로쟈 2018-12-10 20:46   좋아요 0 | URL
커피 마실 시간이면 10분은 필요하겠는데요.~

로제트50 2018-12-10 21:14   좋아요 0 | URL
급하면 한 모금 마시기도-.-
 

열흘째 동행한 감기와 작별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중이다. 이번주 강의자료를 준비하다가 니체의 유고들을 마저 주문하고 실존주의 관련서도 추가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니체와 실존주의가 연결되는 대목도 있는데, 공통의 뿌리를 지목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를 들어야 하리라(도스토예프스키와 니체, 도스토예프스키와 헤겔의 관계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내년 과제 가운데 하나다. 강의에서 자주 언급하지만 좀더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프랑스문학 강의에서 이번주부터 앙드레 말로를 다루는데 조만간 사르트르의 대표작들도 읽게 될 예정이다. 실로 오랜만에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다(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대해 대학에서 강의한 게 거의 이십 년 전이다). 전보다 사정이 나아진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니체의 관계, 그리고 실존주의의 관계에 대해서 좀더 명확하게 해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책장에서 눈에 띄어 빼온 메리 워낙의 <실존주의>(서광사)를 읽으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말하면, 실존주의 철학자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관심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이 관심은 사랑과 연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행하게 된다. 그것이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여정이었으니,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이해는 실존주의에 대한 이해에도 필수적이다.

니체의 <권력의지>(부글북스)가 새로 번역돼 나와 구입했다. 니체 전집에서는 유고 19권-21권에 해당한다. 여동생이 악의적으로 편집했다고 해서 악명 높은 책이기도 한데 대조해볼 수 있는 전집판이 있기에 어떻게 ‘편집‘되었는가도 살펴볼 수 있겠다.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그리비)도 침대에 놓여 있는 책인데, 사르트르의 타자와 레비나스의 타자를 오랜만에 대놓고 비교해볼 참이다. 아, 이 정도만 해도 일거리가 적은 건 아닌데 전체 일정에 견주니 표도 나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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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 가며 갖게 되는 유감 중의 하나는 존경의 대상을 잃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타계함으로써 잃게 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존경할 만한 위인은 아니구나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잃기도 한다. 탄복할 만한 지성들도 나이와 함께 고루한 통념과 자기 경험에 함몰하는 걸 드물지 않게 목도한다. 영업용 택시 기사의 나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성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예외는 있다. 지난해 타계했지만 90세가 넘어서도 살아있는 지성의 풍모를 보여주었던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런 경우다. <레트로토피아>(아르테)는 지난해에 나온 그의 유작. 책이 나오자마자 원서를 주문했고 며칠전에야 받았다. 내게 주말은 이런 책을 마음놓고 읽는 시간이라는 의미인데 주말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지방강의를 마치고 아직도 귀가길에 있으니 여유가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의지할 만한 지성이 여전히 책으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귀가하는 대로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운 시대 다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바우만의 마지막 성찰과 통찰˝을 좀 넘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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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18-12-09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보니 문득 15년전 읽었던 함석헌 선생님(그 사람을 가졌는가) 생각이 나네요~
헤엄쳐고 또 헤엄쳐도 책은 쓰나미처럼 몰려 오네요.~^^

로쟈 2018-12-09 18:16   좋아요 0 | URL
네 매주 물 먹고 있습니다.~
 

지하철 환승하다 보면
천국에도 지하철이 있을까 궁금하다
몇 호선까지 있는 걸까
역대급 대도시에 옹기종기 모여 있지는 않겠지
지구 반대편 리우데자네이루에는
거대한 예수상도 있으니
흡사 천국이 리우데자네이루 같을까
리우 카니발이 벌어질 때면
거기가 천국 같기도 하다
그럼 천국에도 슬럼가가 있는 걸까
대도시 빈민가는 도시의 법칙
거대한 예수상 그늘에는
경찰도 못 들어간다는 빈민촌 파벨라가 있지
리우 올림픽 때도 정리를 못한 파벨라
빈민촌 정비사업을 청소라고 부르지
가끔은 갱단을 청소하러 해병대가 투입되지
리우에는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다네
최소환승이란 말이 필요 없군
그래서 천국인가
온수에서 환승하여 용산역 가는 길
환승하면 나머지는 전철의 몫이지
천국이 그러하겠지
나머지는 당신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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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2-0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은 지하철 타고 천국 리우데자네이루로 가시는군요
전 가끔 지하철 타고 언더 그라운드 베오그라드를 가는데~
지하철 유리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세계가
지금 저편에 있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땅속에서 걷고 뛰고 철깡통속에 실려 어딘가로 가고있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속 그세계의 사람들 같아 보이기도 하고.

로쟈 2018-12-09 18:17   좋아요 0 | URL
지구 반대편을 떠올리다가 자연스레 리우로.~
 

이진아도서관에서 진행중인 '러시아 예술가 소설' 강의는 이제 파스테르나카의 <닥터 지바고>만을 남겨놓고 있다. 내주와 그 다음주 두 차례에 걸쳐서 읽게 될 예정인데, 새 번역본이 가까스로 이번에 출간되었다(당초 민음사판을 쓰려고 했지만 문학동네판이 앞서 나왔다). 이제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닥터 지바고>도 버젓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거든 추천사는 이렇다.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이 ‘시로 쓴 소설’이라면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소설로 쓴 시’다. 지바고는 구시대의 압제와 폭력 혁명이 맞부딪쳤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그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가 그의 삶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가 살아가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자 서정적 기록이다. 무엇이 삶이고 혁명이며 시인가를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닥터 지바고>를 읽는 것은 들판을 건너는 일이 아니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부터 <닥터 지바고>까지 이번 강의에서 다룬 작품들을 목록으로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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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1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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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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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임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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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박소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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