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초음파로 그대를 감지한다는 건
그대를 보지도 만지지도 않고
메아리로 그대를 감지한다는 건
박쥐도 그런 기분일까
입을 틀어막고 하루종일 그대를 부르는
더이상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초음파를 내보내는 것일까
그때 느껴지는 것일까
메아리가 떼지어 되돌아온다
그대 이름이 사정없이 온몸을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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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의 책이 나왔다. <읽거나 말거나>(봄날의책). 의당 시집이겠거니 했는데 놀랍게도 서평집이다! 책은 2015년에 나왔으니 시집 <충분하다>와 마찬가지로 유고집이다. 이미 소수의 열혈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시인이지만 이번 서평집이 쉼보르스카에게 다가가는 문턱을 낮춰줄 것 같다.

˝책과 마주하는 순간, 쉼보르스카는 그 어떤 가식도 없이 온전히 그 자신이 된다. 폴란드 문단을 대표하는 지식인도, 존경받는 노벨상 수상자도 아닌, 순수한 ‘애호가’이자 겸허한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모든 권위를 내려놓은 채, 오로지 책에만 집중한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에 대해 절대로 아는 척하지 않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에 때로는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예상대로 상당수의 책 목록이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책도 눈에 띈다. 나관중의 <삼국지>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이 그렇다. 한번 더 책의 바다는 드넓다는 건 확인하면서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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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가 말했어
눈에 보이는 건 껍데기뿐이야

너를 만나도 너를 보지 못하고
나는 딴데만 보았지
너를 보고도 못 본 체했지
너는 어느새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너를 보았지
보이는 건 모두 바스라질 것 같아서
나는 꿈에서도 가끔만 너를 보았지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는 어디에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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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문학분야에서 '서프라이즈'에 해당했던 건 쏜살문고로 일곱 권이 한꺼번에 나온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들이다. 몇 권 더 나오는 듯한데, 일단 전격적으로 일곱 권이나(중단편이 들어 있어서 작품수로는 열 편이 넘는다)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 다음에 세계문학전집판이 아니라 문고판으로 나온 게 놀라웠다. 세계문학전집에 들어 있는 작품이 쏜살문고로 다시 나온 사례는 있지만, 거꾸로는 없는 상황인데 다니자키의 경우는 그 첫 선례가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문고본으로만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모양새도 그렇고, 강의에서 다루기에는 세계문학전집판이 낫다). 이번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치인의 사랑>(<미친 사랑>)과 <열쇠> 등은 다른 세계문학전집판에 들어 있지만 나머지 작품들 특히 <슌킨 이야기>나 <미친 노인의 일기>는 궁금한 작품이었다.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대가에 대해서도 이제 8강 정도의 강의를 꾸릴 수 있게 돼 반갑다(그간에 강의에서는 <치인의사랑>과 <세설> 등을 다뤘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미친 노인의 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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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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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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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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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프랑켄슈타인 얘기를 며칠 전에 적을 때 같이 다루려던 내용인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판본 얘기다(<젊은 베르터의 고뇌>로도 번역되지만 괴테학회의 공식 표기를 따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적는다). 알려진 대로 1774년 스물다섯 살의 괴테를 일약 유명작가로 만들어주었다는 작품이면서 지금은 세계문학 고전으로 읽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우리가 읽는 번역본이 초판이 아니라 괴테가 초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수용하여 1787년에 다시 펴낸 개정판이라는 점이다. 괴테의 나이 38세 때의 일로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서 서서히 고전주의자로 변모해가던 시점이다. 초판본이 ‘질풍노도‘의 문학정신을 대변했다면 괴테는 개정판에서 그에 대한 정밀교정을 수행한다. 그에 따라 나는 ‘두 명의 괴테‘가 탄생한다고도 말하고 싶다. 티나게 달라진 부분들도 있는데 베르테르에게 사랑의 교사 역을 담당하는 어느 집 하인(머슴)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이 하인의 등장으로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모방적 성격을 갖게 되기에 매우 중요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개정판을 1774년판으로 알고 읽는다는 점이다(심지어 많은 전공자들도 두 판본의 차이를 사소하게 여긴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거의 모든 번역본이 현재 정본으로 읽히는 이 1787년판을 대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전을 1774년판이라고 적는다. 내가 아는 유일한 예외가 보물창고판이다(한 강의에서 후사까지 하겠다고 수소문해서 알게 된 정보다). 역자가 후기에서 의도적으로 1774년판을 옮겼다고 밝힌다. 초판본 표지만 얹는다면 아마도 유일한 ‘초판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될 성싶다.

어떤 작품을 대충 읽거나 편의적으로 읽는 건 독자의 권리다. 그렇지만 사실과 맥락을 존중하며 읽는 것 역시 보장되어야 하는, 독자의 권리다. 현재의 세계문학전집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들은 그런 점에서 좀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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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8-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강의 듣고 초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혹시나 예전에 초판 번역서가 있지 않을까해서 찾아봤었는데
2015년 번역이라니~
가을 강의 없을때 1787판본과 비교 해가며 읽어볼까 합니다

로쟈 2018-08-14 19:00   좋아요 0 | URL
저는 중요한 차이라고 보는데 쉽게 간과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