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키르기스스탄에는 눈이 내리고
나는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걸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을 맞고
나는 키르기스스탄의 위도를 알지 못해
키르기스스탄에 내리는 눈을 가늠할 수 없었다
비슈케크에는 낙엽이 날려도 무방한 것인가
하기야 모스크바도 이맘때면 눈이 내렸지
모스크바에 있을 때는 나도 모스크바인
모스크바의 나무들과 똑같이 눈을 맞았지
비슈케크의 지붕들이 과묵하게 눈을 맞은 것처럼
키르기스스탄에는 키르기스스탄의 눈이 내리겠지
눈은 일찍부터 지상과 내통하기에
어디에건 소리없이 내려앉지
키르기스스탄의 아침이 밝으면
이제 백년보다 긴 하루가 시작되겠지
친기스 아이트마토프의 하루는 백년보다 길었지
나는 낙엽이 떨어진 밤거리를 걸으며
다시금 눈 덮인 키르기스스탄을 떠올린다
비슈케크의 밤거리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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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매달 첫 주말과 휴일에 순천 삼산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문학 깊이 이해하기‘ 강좌에서 12월 1일과 2일에는 미국문학을 다룬다.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와 <모비딕>, 그리고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이번에 다룰 작품들이다. 지역에서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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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해서 주말마다 지방강의를 다녀오느라 주말이 삭제되었다. 이달 내내 몽롱한 상태로 버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강릉에 내려간 김에 강문해변에도 가보았지만 말 그대로 눈도장만 찍었다(오죽헌 앞 청풍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늦게야 들른 탓에 딱 10분간 바닷바람을 쐬었다). 대개 그렇지만 오랜만에 가본 강릉도 예전에 알던 강릉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과거가 다른 나라(외국)라면, 그 기억으로 현재를 보는 사람은 외국인일 것이다. 과거에서 온 외국인.

책은 포화상태로 소장하고 있지만 간단없이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출간되는 책도 끝이 없다. 방파제로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걸 확인할 따름이다(책에 빠져 죽지 않기란 무망한 일인지도). 오늘이 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이라 하는데 마침 로버트 거워스의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김영사)가 출간되었다. 1차세계대전에 관한 책도 나름 적지 않은데 제목이 품고 있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관심을 잡아끈다.

1차세계대전에 대해서도 옥스퍼드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제1차세계대전>(교유서가)이 기본서에 해당하는데 저자 마이클 하워드의 <전쟁과 자유주의 양심>(글항아리)까지도 손길이 간다. 매주 한 가지 주제만으로도 읽을 책이 쌓인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멀리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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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세상에 구두를
던지라고 했지 구두 말고 불타는
구두를 던지라고 했지
두 짝 다?
불타는 구두는 어디를 집어야 할지
왼쪽과 오른쪽은 상관이 없는 걸까
고민할 필요도 없는 걸까
지루한
면상을 향해 던지는 거라면

구두약도 던져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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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행 기차를 타고 광명을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아침에 내년과 후년의 문학기행을 기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2020년 4월에 동유럽 인문기행을 가기로 한 것이 기획의 성과다. 개인적으로는 헝가리와 루마니아를 가보는 걸 목표로 정했다).

아침부터 문학기행 일정을 생각한 건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자는 중에 우리시대의 박식가이자 장서가이기도 했던 움베르토 에코(1932-2016)에 관한 꿈을 꾼 때문이다. 에코를 만난 게 아니라 밀라노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간 것. 내년 봄 이탈리아 문학기행에서 밀라노에 있는 에코의 자택(서재)을 방문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여행사 코디네이터와의 대화에서 에코의 자택이 기념관으로 오픈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는데 꿈에 찾아간 밀라노에서는 한창 ‘에코 아카이브‘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정확하게 나는 작업장 인부에게 ˝에코 아카이브인가요?˝라고 물었고 그가 그렇다고 답했다. 속 보이는 꿈.

무슨 아파트를 상상했는지 에코의 집이 8층에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들어갈 수 없는 게 당연하잖은가!). 이런 건 그냥 개꿈에 해당하고 여하튼 밀라노를 방문하면 에코의 저택 앞에서 사진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그 에코의 유작소설 <제0호>(열린책들)가 출간되었다. 영어판은 진작에 구해둔 책이다. 서재에 있는 에코의 사진을 골라 같이 붙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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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8-11-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눈에 키워드 : 광명. 에코. 헝가리. 루마니아. <제 0호>. 저도 선생님의 동유럽 입성을 미리 환영해 봅니다.

로쟈 2018-11-10 00:04   좋아요 0 | URL
동유럽이긴 한데 동선상 폴란드는 어렵고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정도 가볼 듯해요..

달걀부인 2018-11-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란드는 중부유럽요. ^^ 슬로베니아도 좋고..루마니아도... 그런데 문학기행이라는 컨셉으로 어디를 가실지 궁금해요.

로쟈 2018-11-10 00:13   좋아요 0 | URL
인문기행. 루카치와 하우저, 지젝 등.^^ 부다페스트가 최우선.

읽는인간 2018-11-1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젝이 보고 싶네요. 이렇게 말하니 제가 세계적인 철학자와 아는 사이쯤으로 우쭐해지기도 합니다.^^ 몇 번 그의 강연현장에 참석한 관계로 ㅋ
로쟈님이 슬로베니아에서 지젝을 만나시게 된다면 전 그때쯤 저의 책꽂이의 지젝 저작으로 그를 만나봐야겠네요^^

로쟈 2018-11-12 22:54   좋아요 0 | URL
지젝을 만나는 건 아니에요. 지젝의 고향을 방문해볼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