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엔 성남도서관의 인문학강좌 마지막 강의가 있었다. 지난 중순에 섭외를 받고 3주 동안 세 차례에 걸쳐서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란 주제와 함께 고골의 <외투>,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두 단편을 읽었다. 그리고 청탁을 받아서 겸사겸사 도서관소식지 '지식 정보의 샘'(48호)에 '인문학 멘토'란 글을 실었다. 새로 쓴 글은 아니고 <대학생이 된 당신을 위하여>(학이시습, 2010)에 실은 인문학 소개 글을 간추린 것이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주제의 도서관 강의에서 주로 활용하는 자료이다.

지식 정보의 샘(11년 봄호) 교양인의 첫걸음, 인문학을 배우다 

요즘 들어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도서관에서도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고 있고요. 새롭게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신 분들도 많습니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신 분이 아니라면, 인문학이 무엇인가 얼른 감이 오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봄 성남도서관의 초청으로 인문학 강좌를 갖게 된 김에 인문학 ‘초심자’ 분들을 위한 몇 가지 안내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인문학에 대한 간단한 ‘가이드’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인문학(人文學)이란 무엇인가요? 말 뜻대로 하자면 ‘인문’에 대한 배움이고 공부입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인문학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서양의 라틴어로는 ‘스투디아 후마니타스(studia humanitas)’이고, 이 말의 번역어가 또한 ‘인문학’입니다. ‘후마니타스’란 본래 로마인들의 인문적 소양을 뜻하는 말이었으므로 ‘스투디아 후마니타스’란 그러한 인문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공부를 가리킵니다. 보통 문법, 수사학, 시학, 역사가 그 공부의 내용이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대학 편제로까지 이어져 보통 문학(文學)과 사학(史學)과 철학(哲學) 공부를 통칭하여 인문학 공부라고 합니다. ‘문․사․철’이라고 약칭하기도 하고요. 요컨대 인문학은 이 문․사․철에 대한 공부입니다.  

고전적인 의미의 인문학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인문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공부를 뜻했지만 근대 학문체계가 형성되면서 ‘인문’학보다는 인문‘학’으로 방점이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듯 인문학의 각 분야들이 전문화됨에 따라서, 인문학은 인문적 교양을 뜻하면서 동시에 특정한 전공분야를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전공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는 대학에서 주로 하는 것이니 여기서는 ‘교양으로서의 인문학’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이 쓰는 말이긴 하지만, 먼저 교양이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교양’은 ‘문화’와 함께 ‘culture’의 번역어로 사용되는데, 본래는 토지의 경작이나 가축의 사육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것이 정신적 능력의 계발과 육성이나 교육이란 의미로 확장됐고요. 수련과 도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교양의 이념은 ‘호모 쿵푸스’의 이념이기도 합니다. 공부는 원래 ‘쿵후(工夫)’란 말에서 왔으니, 호모 쿵푸스는 곧 ‘공부하는 인간’이란 뜻입니다. 호모 쿵푸스의 또 다른 이름으로 ‘호모 부커스’, 곧 ‘책을 읽는 인간’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름들이 시사하는 것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인간의 인간다움을 규정해주고 인간과 동물 간의 차이를 지정해주는 종차(種差)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양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얻는 과정이고 인간다움에 이르는 필수적 여정이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이 질문 자체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인간다움’을 갖췄다는 것을 보증하지 않으며, 그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뜻을 함축합니다. 거기서 ‘인간답다’는 우리말 뜻은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인간 같다. 인간다움이란 ‘인간 같음’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곧바로 ‘같잖은 인간’이 있다는 걸 전제합니다. 둘째, 인간이 되다. 인간이란 ‘자라나는’ 존재이자 ‘되어가는’ 존재란 뜻이며,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덜 된 인간’도 있다는 것을 ‘인간다움’이란 말은 상기시켜줍니다. 끝으로, 인간으로서 제값을 한다. ‘인간다움’은 거꾸로 인간으로서 제값을 못하는 ‘값싼 인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또한 일러줍니다. 인문학 공부가 ‘그저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다운 인간’인가를 판별해주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그때 공부는 ‘인간 같기’ ‘인간되기’ ‘인간 값하기’를 위한 공부입니다. 교양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란 이렇듯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자기를 정립하고 확장하는 공부입니다.

자기 정립이란 말이 나왔는데, 조금 어려운 말인 듯싶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 이탁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 50 이전에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대자 나도 따라 짖어댄 것일 뿐, 왜 그렇게 짖어댔는지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일종의 자기비판이지만 우리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을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명확한 주관과 생각 없이 남의 말을 따라 말하고 남의 의견을 좇아 짖어댄다면 이탁오의 자탄과 마찬가지로 ‘한 마리 개’의 처지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정립을 위한 인문학 공부란 ‘한 마리 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교양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육과 수련을 통해 앎과 행함을 일치시킨다는 의미에서 ‘몸으로’ 합니다. 이 ‘지행합일’의 정신은 사실 공자의 어록인 <논어>의 첫머리에 새겨져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거기서 배움(學)은 정신의 일이고 익힘(習)은 몸의 일입니다. 즉, 머리로 배우고 몸으로 익힙니다. 원래 ‘習’(습)이란 글자는 부리가 하얀(白) 어린 새가 날갯짓(羽)을 하는 모양을 나타낸다고 하므로, 어미 새에게서 비행하는 법을 배우고 처음 날갯짓을 하는 것이 바로 ‘습’입니다. 자신이 배운 것, 자기가 옳다고 공감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곧 배움의 기쁨이고, 학습의 즐거움입니다. 그것이 이론과 실천의 합일이고 일치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공부는 무엇보다도 ‘인문학습’이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을 실천하기 위한 방책의 기본은 ‘독서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을 줄 안다는 의미의 독서력이 아니라, 인문고전과 교양서를 읽고 소화해내기 위한 독서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예컨대, ‘문학작품 100권과 교양서 50권’ 정도를 각자의 독서 목표치로 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학작품’은 가벼운 읽은 거리가 아닌 ‘고전’이나 ‘세계명작’ 수준의 작품을 말하고, ‘교양서’는 인문․사회과학 교양서를 말합니다. 이런 분량의 책을 비교적 단기간(2년도 좋고 4년도 좋습니다) 동안 독파하는 것이 독서력 형성의 지름길입니다. 자기만의 목록을 만들 수도 있지만, 여러 권장도서의 목록을 참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관련 교양강좌를 적극적으로 수강함으로써 독서를 ‘자발적 의무’로 강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독서 경험이 축적되는 가운데 독서력이 붙고 독서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 인문학 공부는 평탄해집니다. 다양한 수준의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독서력을 지속적으로 단련시켜나가는 일이 남을 뿐입니다.

흔히 인간의 욕구에는 위계가 있어서 생리적 욕구와 소속감, 자존심에 대한 욕구 등이 먼저 충족된 후에야 비로소 자아실현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과연 품위 있는 삶에 대한 욕구는 다른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야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요? 기본적인 욕구 충족만을 관심대상으로 삼는 삶은 단순한 ‘생존’만을 지향하는 ‘벌거벗은 삶’입니다. ‘벌거벗은 삶’의 자리에서 인문학은 무의미한 사치이거나 장식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한 삶이며 품위가 결여된 삶입니다. 생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문학 공부입니다.  

11.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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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2018 2011-03-3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성남도서관에서 강의를 들었던 학생(?)입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과 성향이 강한 사람이고 그래서인지 쉽게 드러나는 논리에 강한 편이고 반대로 보이지 않는 상징이나 부호에 약한 편입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왜 인문학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까 하던 의문이 갑자기(?) 조금 해결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고전이나 명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상징이나 해석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저 나름대로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강의 주제 선택이 수강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걸까 그것이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서 소들고 질문하지 못했고 시간을 두고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좋은 강의 정말 고맙습니다.

로쟈 2011-03-31 12:54   좋아요 0 | URL
아, 어제 계셨군요.^^ 제 취지는 고전 작품을 같이 읽어본다는 거였어요. '경험'해보자 정도. 그리고 그런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들 있는지 조금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 독서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면 다행인데, 좀 어려워하신 분들도 계실 듯하네요...

jhk2018 2011-03-3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름대로 겹겹의 문 중에서 하나를 열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 말고도 거의 모두 그러리라 믿습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비스듬한 사선이 아니라 계단을 오르듯이 직각으로 올라가는 것. 선생님의 강의가 많은 사람에게 그렇게 관념이나 생각의 상승의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수강의 기회가 있다면 달려 갈 것이고 책으로는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눈여겨 보겠습니다. 멀리서나마 화이팅 외쳐드릴께요.

로쟈 2011-04-03 08:37   좋아요 0 | URL
네,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한 일입니다. '계단' 하니까 성남도서관이 바로 떠오르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3-3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강생들과 함께 '외투'와 '바틀비'를 읽고 공부하는 방법이 궁금하네요.읽어오라고 과제 내주고 다음 시간에 토론을 하나요? 이런 강의를 안 들어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모릅니다.

로쟈 2011-04-03 08:37   좋아요 0 | URL
읽어오시라고 하고, 그냥 작가와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식입니다. 토론식은 아니구요. 전달식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03 15:56   좋아요 0 | URL
잘 알겠습니다.

雨香 2011-04-0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사뭇 인문학과 교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독서력에 대해서도 생각할 게 많군요.

성남도서관이라 찍힌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열살 때 부터 군대가기전까지 제 독서를 책임져 준 곳입니다. (딱 그 때가 집안형편이 안 좋은 때라 책 한권 살 형편도 되지 않았죠.)한여름에도 땀을 뻘뻘흘리며 언덕을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때는 40분 이상 걸어갔었던 기억까지...

고2때였던가 한번은 대출목록을 뒤져보는데 중3부터 고2때까지 대출권수가 260권 정도 되더라구요. 아마 이 때의 독서가 지금의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물론 그 때의 책읽기는 깊이가 없었겠지만요) 고등학교때 한번은 도서관 서가에서 어떤 분과 부딪혔는데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나중에 주례를 서주셨던...

지금은 (서울) 성동도서관과 비교적 책이 많은 분당도서관을 이용하는데 '성남도서관'이라는 글자에 꽂혀 주절거렸습니다.

로쟈 2011-04-03 08:39   좋아요 0 | URL
'도서관의 추억'을 갖고 계시군요. 대단한 '언덕'이던데요.^^
 

가라타니 고진의 강연집 <문자와 국가>(도서출판b, 2011)가 출간됐다. 기다리던 책인데, 강연집으로는 <언어와 비극>(도서출판b, 2004)에 이어지는 것이라고. 올해 <트랜스크리틱>에 이은 주저 <세계사의 구조>까지 출간되면 가라타니 고진 '비평'의 거의 전모가 소개되는 게 아닌가 싶다. <문자와 국가>는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민음사, 2011)와 겹쳐 읽기 위해서 기다렸던 것인데, 이젠 때가 됐다. 유감스럽게도 이젠 독서를 미룰 핑계거리가 없어졌다! 같이 읽을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문자와 국가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1년 3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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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의 기원- 언어, 국가, 대의제, 그리고 통화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매진 / 2006년 3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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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쉬르- 현대 언어학의 원류
김방한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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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언어학 강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 지음, 최승언 옮김 / 민음사 / 2006년 12월
24,000원 → 21,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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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3-31 01:47   좋아요 0 | URL
고진만세!^^

로쟈 2011-03-31 12:55   좋아요 0 | URL
만쉐이!(복창)

미지 2011-04-01 01:3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시간의안그림자 2011-03-31 14:30   좋아요 0 | URL
데리다와 비트케인슈타인은 읽으면 읽어 볼 수록 생각이란 걸 알게 해 주는 사상가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대학 문 밖에서도 생각이란 걸 알게 해 주는 사상가들이라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의 근간을 형성 했었던 유교 속에 인습이 너무 많이 자리 잡은 채 조선이 식민지화 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란 문화가 인습의 뿌리 속에 건물을 차곡 차곡 지어 올리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의 철학 속에도 다문화가 제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겠죠^^ 지금이 유교문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습이란 코드와 다문화의 코드들이 서로 힘 겨루기를 해 나가고 있느 과도기, 아님 껍데기만 다문화 옷을 입었다고 하겠지요. 어느 대감 댁 양반의 모습을 초상으로 담아 놓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15년 전이나 지금 현재나 그림 안에서 한 점 흐트러짐도 없이 서 있는 양반은 그대로인데 왠지 그 초상화 속의 주인공이 너무 낯설어 집니다. 무상한 세월이 사고관을 변화시켜 준 것도 있지만 유교 문화의 틀을 상징하고 있는 그 양반들의 문화 속에는 더 이상 젊은이들이 게속해서 가지고 가고 싶은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란색과 주황색, 르네 마그리트가 주로 그림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사상의 이미지를 표출할 때 많이 상징성으로 사용하고 픈 색상 같은데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무게로 서로를 밀어 낼 듯 힘을 모아 주는 느낌의 건물은 우리나라의 유교 문화 위에 자리를 잡아 버린 다문화가 앞으로 서 주어야 할 위치적 입장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쟈 2011-04-03 08:41   좋아요 0 | URL
한국 문화의 문법 같은 걸 떠올리게 되네요. 유교문화의 틀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딧불이 2011-04-01 11:18   좋아요 0 | URL
고진의 최근 모습인가봐요? 얼굴에서 세월이 묻어나는군요.

로쟈 2011-04-03 08:42   좋아요 0 | URL
여름에 한국에 온다고 들었습니다. 자주 오는 편이지만요...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룬 책 몇권을 같이 읽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살림, 2011)의 저자 할 헤르조그가 '인류동물학'이라고 부르는 쪽이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다'는 게 기본 발상인데, 생각보단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제임스 서펠의 <동물, 인간의 동반자>(들녘, 2003)의 초판이 1986년에 나왔을 때만 해도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다룬 문헌이 거의 없었다는 진술을 봐서도 그렇다. '구제역 이후의 인류동물학'이란 주제를 다시 생각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 모든 것에 관하여
할 헤르조그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1년 03월 27일에 저장
절판
동물권리선언- 우리가 동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여섯 가지 이유
마크 베코프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3월 27일에 저장
절판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육식주의를 해부한다
멜라니 조이 지음, 노순옥 옮김 / 모멘토 / 2011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3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가공된 신화, 인간
틸 바스티안 지음, 손성현.박성윤 옮김 / 시아출판사 / 2005년 9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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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동물을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4-10 12:11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펴내는 월간지 '책&'(393호)에 실은 이번달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인간과 동물의관계를 주제로 한 책들을 골랐다.책&(11년 4월호) 동물과 인간의 공존“한 국가가 얼마나 위대하며 도덕적으로 진보했는지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주 인용되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과연 한국은 얼마나 위대하며 도덕적으로 진보했을까.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런 물음이 조금 사치스럽
 
 
2011-03-2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8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1932.2.27~2011.3.23)

구매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알라딘에서 산 책이 1950권을 넘어섰다. 기억에 몇 권은 소장도서 리스트를 만든다고 다른 곳에서 구입한 책을 구매리스트에 옮겨놓기도 했으니 '순구매'는 그보다 조금 적을 테지만 여하튼 아이 참고서를 제외하고도 1900권은 확실히 넘었고 조만간 2000권에 도달할 듯싶다. 얼추 소장도서의 1/5 가까이를 알라딘에서 구입했다는 계산이다(사실 내가 몇 권을 소장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대략 1만권이 좀 넘겠다고 추정할 따름이다).   

맨처음 주문한 책이 뭔지 궁금해 찾아봤다. 알라딘과의 '첫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2000년 10월 25일이 알라딘과 거래를 튼 날짜인데, 네 권을 주문했다. 장 에슈노즈의 <금발의 여인들>(현대문학, 1999), 최수철의 <매미>(문학과지성사, 2000), <카프카 문학사전>(학문사, 1999), 그리고 이스마엘 카다레의 <H서류>(문학동네, 2000) 등이다(카다레의 <H서류>도 품절이군).

당시 한 학원에서 토요일 오전마다 주부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꾸렸고, 나는 한 선배와 격주로 강의를 맡았었다. <매미>와 <H서류>는 내가 고른 강의교재였고, 기억에 <금발의 여인들>은 선배가 쓴 교재였다. <금발의 여인들>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로 보아 나는 책을 구하기만 하고 읽진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둔 곳을 알지 못하니 내겐 잃어버린 '여인'이 됐다.   

 

'사라진 여인'의 근황이 궁금해 작가 에슈노즈의 책을 더 찾았다. <일년>(현대문학, 1997)이 <금발의 여인들> 이전에 소개된 책이고, 이후엔 <나는 떠난다>(문학동네, 2002), <달리기>(열린책들, 2010)가 더 나왔다(하지만 <달리기>를 제외하곤 모두 품절이다). 르몽드의 평이 아주 그럴 듯하다.

50년대는 드와노의 사진, 60년대는 고다르의 영화, 70년대는 앤디 워홀의 그림을 통해 그 시대를 포착할 수 있다. 80년대는 장 에슈노즈와 그의 네 권의 소설 속에서 찾아야 한다. 에슈노즈가 80년대의 가장 중요한 작가라고 말하는 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간단한 사실 확인일 따름이다.

'80년대'를 포착하게 해주는 네 권의 소설이라, 부쩍 궁금하지 않은가. 물론 <금발의 여인들>은 1995년에 나온 책이어서 그 네 권에 포함되는 건 아니다. 하여간에 '금발의 여인들'이 궁금해서원서의 이미지를 찾아봤다. 에슈노즈의 책은 주로 미뉘출판사에서 나왔다. 하지만, 별로 도움이 안되는군. 어디에 여인이 있는 것인가?   

 

원제에 충실하자면 '금발의 여인들'에다 '키가 큰'이 추가돼야 할 듯하다. '장신의 금발의 여인들'.(설마 '거대한 금발의 여인들'일까, 아니면 '위대한 금발의 여인들'? 혹은 '금발의 여신들'?) 영역본(1997)의 제목이 'Big Blondes'이다.  

  

음, '금발의 여인들'을 표지에 싣고는 있지만, 웬 '게슴츠레' 형인가? 차라리 클림트의 그림인 듯싶은, 국역본의 표지가 낫다. 그럼 이젠 구하기도 어렵게 된 <금발의 여인들>은 어떤 소설인가?  

인기 절정에서 스스로 사라진 여배우를 찾아가는 이야기. '세계 지도에서 자신을 지우고 지하세계를 선택한` 그 여배우는 그같은 자발적 실종으로 인해 매스컴의 추적 대상이 된다. 이쯤 되면 현대 문명과 개인성의 대립을 다룬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은 애매모호한 내면화의 길을 걷는다. 작가의 시점은 그 추적 과정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과 풍경에 주목하면서, 작중 인물의 희미한 내면 풍경을 독자들 의식의 수면 위로 띄운다. 작가의 전략은 추리 기법으로 독자들을 스토리 속에 밀어넣으면서 동시에 이 소설을 거울로 삼아 자기 자신의 내면 초상을 마주보게 하자는 것이다.

사실 <금발의 여인들>이란 제목을 다시 보면서 내가 떠올린 이름은 엊그제 세상을 떠난 '리즈 테일러'이다(그녀가 금발이었나? 아니면 또 어떤가). 기억에 남는 영화는 록 허드슨, 제임스 딘과 공연했던 <자이언트>(1956).   

 

은퇴한 지 오래 됐으니 '인기의 절정에서 사라진 배우'라곤 할 수 없지만, 세기의 여배우와 '죽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사라졌다'라고 말해야 맞는 것 아닌지. 그렇게 그녀 또한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11. 03. 27. 

 

P.S.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한 영화 몇 편을 떠올려본다. 두 번 결혼한(그래서 두 번 이혼한) 리처드 버튼과 만난 계기가 된 <클레오파트라>, 폴 뉴먼과 공연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그리고 자신의 연기를 가장 만족스럽게 생각했다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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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3-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사람 제일 이쁠 때는 10대 후반이죠.테일러가 그때 찍은 '젊은이의 양지'에서 제일 이뻤습니다.20대 때보다 더 이뻤습니다.취향의 차이겠지만...

로쟈 2011-03-27 18:04   좋아요 0 | URL
거기에 성우 장유진씨 목소리를 입힌 테일러죠...

노이에자이트 2011-03-27 20:57   좋아요 0 | URL
자세히 보신 모양이군요.성우까지...저는 그 영화에서 테일러보다는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더 눈에 들어오던데요.

쉽싸리 2011-03-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이언트는 내용이 잘 생각나진 않지만(서부개쳑시대의 사랑과 야망?)제임스 딘이 짧게 나온 장면이 기억나는듯 해요. 어떤 연민을 느끼게하는 눈빛으로 리즈테일러를 바라보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록허드슨이 AIDS로 인해 사망해서 이후 리즈가 AIDS재단에서 활발히 활동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양철지붕~,버지니아 울프~를 보고 싶네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2회나 수상했다고 하니 얼굴만 예뻤던 배우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로쟈 2011-03-29 23:23   좋아요 0 | URL
네, 추모기사들을 봐도 생각보다 거물이었어요...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조금 앞당겨 적는다. 꽃샘추위가 오늘 낮부터는 풀린다고 하니까 내주엔 봄날씨를 경험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구제역이 잠잠해지면서 아직 지진 피해의 규모도 산정되지 않는 이웃나라에 비하면 '태평한' 편이지만 한국 청소년의 '더불어 사는' 능력이 세계 꼴찌라는 기사가 뜨는 걸 보면 언젠가 자업자득의 파국과 대면할 날도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대학도서관의 현실에 대한 리포트는 어떤가.  

국내 대학에서 책이 가장 많은 서울대에서도 최신 전공서적은 모두 대출중이고, 서가에 남은 책은 대부분이 오래된 책입니다. 지방대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광주의 한 사립대학은 장서가 5만 8천 권으로 적은데도 도서 구입비는 예산의 0.1%에 불과합니다. 학생 한 명당 3천 9백 원인 셈인데요, 이런 책 한 권도 살 수 없는 액수입니다.(...) 국내 대학의 도서 자료 구입비는 한 해 예산의 1% 안팎입니다. 전자책을 포함해 4년제 대학은 학생 1인당 평균 10만 원선, 전문대는 1만 8천 원을 쓰는 셈입니다. 한 해 등록금 1천만 원 시대, 학생들은 국내 대학들이 어디에 돈을 쓰기 위해 적립금을 10조 원이나 쌓아놓고 있는지 의아해할 뿐입니다.(SBS)

'전 국민 책읽기 운동' 일환으로 선정/발표하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목록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할 수 있는 기반시설, 곧 도서관의 확충이다. 대학도서관이건 공립도서관이건 마찬가지다. 물론 알아서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순진한 일일 터이다...  

1. 문학 

아무려나 '이달의 일을 만한 책' 목록으로 넘어가면,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책은 중국계 미국 작가 하진의 <멋진 추락>(시공사, 2011)이다(여담이지만 하진은 이름으로 검색하기가 가장 어려운 작가의 한 사람이다. 성과 이름을 다 해서 고작 '하진'이기에). 알라딘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 이미 8권의 책이 소개됐고 이번에 3년만에 나온 건 단편집이다. 그의 작품으론 <기다림>(시공사, 2007) 말고는 그다지 한국 독자들의 호응은 얻고 있지 못한 편인데, 그래도 전담 번역가인 왕은철 교수의 노고로 계속 번역되고 있다. <호랑이 싸움꾼은 찾기 힘들어>(현대문학, 2008)과 <전쟁쓰레기>(시공사, 2008)까지 거슬러 올라가볼 수도 있겠다.  

  

동시대 한국작가들의 소설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편혜영의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문학과지성사, 2011), 천운영의 두번째 장편소설 <생강>(창비, 2011), 그리고 김숨의 세번째 소설집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 2011) 등이다. 제목을 좀 맞추자면 편혜영의 소설집은 <통조림 공장>이라고 해도 좋았겠다.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1-5>(웅진지식하우스, 2011)이다.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미리 꼽아보았기에, 이달엔 나대로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책과함께, 2011)를 골라둔다. 나중에 나온 2-3권은 아직 못 받았지만 1권만 해도 처음 시작이 마음에 든다. "인간은 모두 원시인으로 시작했다. 그리스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원시인으로 시작했지만 '그리스 문명'을 건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추천한 책은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사계절, 2011)이다. "이 책은 저자가 치열하게 독서한 48권으로부터 얻은 단상을 우리에게 평이한 말로 들려주고 있다. 객관적 독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예를 찾아가며 자신이 얻은 교훈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게 소개다. 이미 널리 읽히는 책이기게 군말은 필요하지 않겠다. 개인적으론 두 권의 '입문서'를 보태고 싶다. 윌리엄 프라이어의 <덕과 지식, 그리고 행복>(서광사, 2011)은 부제가 '고대 희랍 윤리학 입문'이며, 댄 오브라이언의 <지식론 입문>(서광사, 2011)은 제목 그대로이다. 봄꽃들이 비로소 기지개를 켤 4월은 '입문'도 필요한 시간이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예기치 않은 제목이다. 정외영의 <골목에 꽃이 피네>(이매진, 2011). "강북구 수유동의 ‘아줌마’들이 지난 16년 동안 한데 힘을 합쳐 삭막하고 황량한 생활공간을 정감 넘치는 이웃과 마을로 복원시키는 데 성공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같은 '이웃살이' '마을살이' 범주의 책으론 유창복의 <우린 마을에서 논다>(또하나의문화, 2010)도 있다. 그런 관심이 '이야기'에서 '분석'으로 나가면 <나와 너의 사회과학>(김영사, 2011)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유학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 대한 저자 우석훈의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동네 반상회에서 이런 책을 주제로 토론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라구람 라잔의 <폴트라인>(에코리브르, 2011)이다. 제목만으론 감을 잡기 어려운데, 소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해 많은 책들이 쓰여졌고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금까지 출판된 책들이 주로 진보진영의 시각에서 저술된 반면, 이 책은 보수 진영의 시각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또한 일본의 대지진을 예측이라도 한 듯 책 제목을 <폴트 라인>이라고 달았다. 폴트 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저자의 시각이 독특한데, "저자는 세계 경제에 많은 단층선이 있어서 이를 진단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다시 대재앙을 맞을 것임을 예고한다.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세 가지 폴트 라인은 경제와 정치의 단층선, 국가 간 무역불균형의 단층선, 영미식 금융제도와 독일ㆍ일본식 금융제도의 단층선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으로 데이비드 위더머 등이 쓴 <애프터쇼크>(쌤앤파커스, 2011),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김영사, 2011) 등도 나란히 참고해봄직하다.  

6. 과학

장경애 실장이 추천한 책은 화제작 <로지코믹스>(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이다. "20세기의 지성으로 포장돼 있던 버트런드 러셀을 한 꺼풀 벗겨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으로 "영국 귀족 출신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알려진 ‘딱딱한’ 러셀을 만화라는 형식 덕분에 좀 더 쉽게, 좀 더 인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러셀 선집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비아북, 2011)와 다시 나온 <종교와 과학>(동녘, 2011)까지, 갑자기 러셀 붐이다.  

  

좀더 근원적인 독서를 원하는 독자라면 그의 자서전과 함께 박병철 교수의 <버트런드 러셀의 삶과 철학>(서광사, 2006), 러셀 자신의 철학론 <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서광사, 2008), 그리고 편파적이란 평판 속에서도 가장 유명한 철학사 중 하나인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2009)까지 다시 챙겨볼 수 있겠다. 음 <서양철학사>를 읽던 게 학부 1학년 때이니 그새 한 세월이 지나갔군...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민병일의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아우라, 2011)이다. 제목 그대로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이야기인가 보다. 오래된 일상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라면 사진작가 윤광준의 '생활명품' 이야기들과 잘 어울릴 듯싶다.  

개인적으론 데이브 히키의 <보이지 않는 용>(마음산책, 2011)을 예술분야의 책으로 읽어볼까 한다. "미국 미술평단의 '이단아'로 불리는 그는 수잔 손택, 아서 단토, 로잘린드 크라우스, 제리 살츠 등과 함께 미술계 안팎으로 강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평가"란 소개에 솔깃해서다. 손택과 단토와 크라우스를 읽은 적이 있는 만큼(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살츠는 생소하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하니 관심이 생기는 것. <에어 기타>와 <앤디 워홀> 등의 책들을 갖고 있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책은 조셉 조네이도의 <만들어진 아동>(마고북스, 2011)이다. 모처럼 모르고 지나친 책이 나와 반갑다. "만들어진 전통, 만들어진 근대 등 최근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그 대상이 아동이라는 점에서 좀 더 정신에 자극을 준다."는 게 추천 이유다. '만들어진 XX'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유행한 제목은 'XX의 탄생'인데, '아동'도 예외는 아니다.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새물결, 2003)은 <만들어진 아동>과 나란히 읽어둠직하다(웬지 '5월의 읽을 만한 책' 같긴 하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윌리엄 케인의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이다. 한번 소개 페이퍼에 올려놓았던 책인데, 그때의 멘트를 다시 따오면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역락, 2010), 프랜신 프로즈의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민음사, 2009)도 교본이 될 만한 책이다. 소설의 각 단계별로 모범이 될 만한 예시들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말 그대로 교재형 책은 제임스 스콧 벨의 <소설쓰기의 모든 것>(다른, 2010). '플롯과 구조'를 다룬 1부만 나와 있는데, 몇 부까지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전형' 같다. 이 시리즈가 다 출간되면 혹 나도 소설을 써볼까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이라고 하니까... 

10. 일본문화사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의 주제는 '일본문화사'로 정한다. 폴 발리의 <일본문화사>(경당, 2011)을 원서까지 구해놓은 참이다. 게다가 '근대 일본의 문화사'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근대 지의 성립>(소명출판, 2011)도 눈길을 끈다.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가 기획한 이 시리즈는 별권을 포함해 총 11권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근대 지의 성립>은 제3권이고, 이미 나온 <확장하는 모더니티>(소명출판, 2011)가 제6권이었다. 시리즈가 완역되면 좋겠다... 

11. 03. 2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이다. 새 번역본이 작년 10월에야 출간돼 이번 학기부터 비로소 강의 커리큘럼에 집어넣은, 고골의 대표작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게 돼 반갑고, 고골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처음 강의하게 돼 약간은 설레기도 하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이지만, 다시 읽어야 하는 책도 그 못지 않다는 사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끔 한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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