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오래 기다린 책인데, 호미 바바의 <국민과 서사>(후마니타스, 2011) 출간 소식을 접했지만 알라딘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밖의 신간에 관해서라면 아주 '조용한' 한 주이다. 경험상 분기의 한 주 정도 있을까 말까 하는. 덕분에 책값이 좀 굳긴 했다. 그래도 지갑을 연다면, <처음 읽는 여성의 역사>(동녘, 2011)는 어떨까. 여성사에 대한 개관으로 아주 간략한 분량이다. 찾아보니 여성사에 관한 책이 생각보단 많지 않다. 몇권을 모아 리스트로 묶어둔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차별을 겪었는지 시대 흐름에 따라 들여다본다. 고대 사회의 모권제 논의부터 중세의 마녀사냥, 페미니즘의 등장, 세계대전 속 여성, 사회주의 속 여성의 삶, 여성노동 차별, 자본주의 시대 여성, 지구화 시대 여성의 모습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여성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와 고교 교사인 김정안씨가 여성사의 중요한 맥을 짚어가며 왜 여성은 차별받고 소외돼 왔는지 설명한다. 마녀사냥의 진짜 희생자들은 누구인지, 전쟁이 진정으로 여성을 해방시켰는지 등 흥미로운 질문과 함께 진지하고 명쾌한 해설이 이어진다.(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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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여성의 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가 몰랐던 인류 절반의 역사
정현백.김정안 지음 / 동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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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 다시쓰기- 여성사의 새로운 재구성을 위하여
정현백 지음 / 당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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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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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사인가- 한 역사가의 치열한 삶과 사상을 들여다보며
거다 러너 지음, 강정하 옮김 / 푸른역사 / 2006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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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 여성의 발견- 이브의 딸 성녀가 되다
차용구 지음 / 한길사 / 2011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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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의 이론가로 잘 알려진 조정환의 새책이 출간됐다. '인지자본주의'라는 생소한, 그러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현단계 자본주의를 분석한 책이다. 어제 전철에서 읽은 인터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1. 04. 19) "지금은 ‘인지자본주의’시대” 

구글과 네이버가 돈을 버는 방식은 독특하다. 노동자를 더 고용해 그들이 창출하는 ‘잉여가치’에서 자본을 축적한다는 마르크스적 해석이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과 한 번도 얼굴을 대면하지 않은 사람들, 바로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부를 창출한다. 필요와 욕망을 위해 서로 메일을 주고받고, 지식IN에 글을 올릴수록 그들은 돈을 벌지만 우리에겐 특별한 보상이 없다.

최근 <인지자본주의>(갈무리)를 출간한, 우리나라 대표적 자율주의 이론가 조정환씨(55)는 이러한 새로운 자본 축적 방식에 주목했다. 18세기까지 이탈리아와 지중해 등을 중심으로 교역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것이 상업자본주의라면, 18세기 이후 영국에서 공장과 기계를 통해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가치로 자본을 축적한 것이 산업자본주의다. 이 시대 자본 축적은 엔클로저 운동과 같이 소작인을 강제추방하고 그 땅에 양을 키우거나, 돈 벌려고 상경한 농민들을 공장에서 밤 늦게까지 부리는 ‘폭력성’이 수반됐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자본의 축적 방식에 변화가 시작됐다. ‘폭력’이 아니라 ‘동의’를 얼굴로 하고 노동자의 육체력보다 인간의 지식·감정·소통·정보를 자본 축적의 동력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교동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만난 조씨는 “지난 30여년간 자본 축적 방식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이 학술 혹은 사회운동의 주요한 관심사였다”며 “지식·감정·소통·정보, 즉 인간의 인지능력을 동력으로 돌아간다고 분석했기 때문에 이를 인지자본주의라고 명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가 몰락하고 ‘구글’이 뜨는 상황, 공장에 붙여진 ‘정숙’이라는 표어는 없어지고 자유로움을 강조하면서 그 성과는 어디론가 가로채지는 상황, 이것이 조씨가 말하는 제3기 자본주의, ‘인지자본주의’다. 

 

조씨는 지난 10여년간 연구성과를 토대로 기존의 마르크스 이론뿐만 아니라 인지과학의 성과까지 가져와 현대사회의 변화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왜 현 사회를 ‘인지자본주의’로 매김할 수 있으며, 변혁의 시발점은 어디부터인지를 전망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 사회는 공간 개념부터 변하고 있다. 공장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 전체가 생산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의 육체적 노동을 넘어 인간의 감정·지식·정서까지 자본 축적에 동원당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 자체도 오늘날에는 하나의 ‘공장’이다.

더욱이 “최근의 사건들을 보면 인지자본주의적 분석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게 조씨의 주장이다. 인간이 내놓은 인지력의 성과와 소통 과정을 독점하는 것이 하나의 권력이며 사회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광우병 사건은 광우병의 위험성 자체에 대한 지적 논란이 핵심 중 하나였다. 4대강 문제, 천안함 사건도 과학적 이슈가 중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원자력 발전과 방사성물질에 대한 우려 또한 인지적 문제가 농축된 것이다. 그러나 지식·정보는 독점되고 사람들의 감정을 소통하는 통로들은 모두 자본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씨는 최근 벌어진 아랍혁명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그는 “무함마드 부아지지라는 한 청년의 분신이 튀니지 혁명을 불러왔고, 와엘 고님이라는 한 청년의 문제제기가 이집트 혁명의 시발점이 됐다”며 “러시아 혁명은 볼셰비키라는 오래된 전문 혁명가 집단이 세밀하게 조직한 것이라면 요즘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혁명은 없다”고 말했다. 고교생·청년실업자 등 전문가도 아니고 당원도 혁명가도 아닌 사람들의 감정적·정서적 호소가 이름 모를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이것이 역사적 사건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인지자본주의’에서 변혁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를 바탕으로 하면 변혁의 동력은 과거 시대와 완전히 달라진다. 상업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해적이었고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저항하는 것이 ‘만국 노동자의 단결’을 통한 파업이었다면,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저항은 ‘네트워크’이다. 수없이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대도시 안에 널리 분산돼 있는 사람들, 조씨가 ‘다중’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의 직접 소통과 ‘공통되기’를 통해 인지의 축적과 소통구조를 혁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SNS와 같은 도구를 자본의 축적 방식으로 이용당하지 말고 다중의 것으로 전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랍혁명같이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름모를 한 네티즌의 문제제기로 여러 사람이 공감하며 타오른 촛불집회가 그 한 사례다. 조씨는 “촛불집회 때 한 여학생이 한참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고 있는 노조 사람들에게 ‘일어나라’며 호통을 치던 장면이 생생하다”며 “이 변화된 풍경, 이 어린 친구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이런 것에 하나의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씨는 <인지자본주의>에서의 분석을 바탕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혁명의 세계사>(가제) 출간을 준비 중이다.(황경상기자) 

11.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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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잔뜩 쌓인 책들 중에는 '미국사' 관련서도 여럿 되는데, <처음 읽는 미국사>(휴머니스트, 2010)를 읽어야 하는 김에 빼놓은 책들이다. 강준만 교수의 <미국사 산책 1-17>(인물과사상, 2010)은 더 자세히 살펴보고픈 대목이 나오면 참고하고 있고, 미국학 전공자인 신문수 교수의 <시간의 노상에서>(솔, 2010)는 '현장'에 관심이 생길 때 들춰본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 다시 나온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한겨레출판, 2011)와 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책과함께, 2004)는 구입을 고려중이다. 필요 때문에 읽는 것이긴 하지만 멜빌과 호손의 소설을 읽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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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미국사- 인종과 문화의 샐러드, 미국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1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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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노상에서 1- 미국문화원류탐방
신문수 지음 / 솔출판사 / 2010년 10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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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의 노상에서 2- 미국문화원류탐방
신문수 지음 / 솔출판사 / 2010년 10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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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민중사 1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8년 12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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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쌓인 책들을 좀 덜어내다가 가라타니 고진의 <문자와 국가>(도서출판b, 2011)에 손이 갔다. 여느 때 같으면 바로 읽었을 책이지만 다른 일들에 밀려 아직 펼쳐보지 못하고 있다. 출간 소식은 포스팅해놓았지만 본격적인 서평을 본 기억이 없어서 기사를 검색해봤다. 주간한국의 '이 장르 이 저자' 코너에서 가라타니 고진 편을 다룬 게 눈에 띄는 정도다.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 '문자론' 정도는 오늘내일 안으로 읽어둘 참이다.  

주간한국(11. 04. 06) <근대문학의 종언> 쓴 일본대표 지성

근대문학의 종언. 최근 10년간 국내문학계 담론의 축을 한마디로 요약한 이 말은 기실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 제목이다. 그의 말에 동조하며 협소한 문학의 지평을 비판하든, 그의 말을 부정하며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긍정하든, 국내 문학계의 다양한 목소리는 그의 선언 안에서 맴돈다. 



가라타니 고진. 1941년 태어나 문예비평에 근현대 철학사상을 접목시키며 사상가로 발전한 일본의 대표적 지성이다. 1969년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평론으로 문학비평을 시작한 그는 철학·경제학·역사학·언어학과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통섭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체제를 관통하는 사유를 선보인다. 예컨대 대표작〈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은 미셸 푸코의 고고학 방법을 원용해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파헤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되고 난 뒤 국민문학이 성립됐을 거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근대문학이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했음을 입증한다. 문학을 통해 국민이란 개념이 생긴 과정을 보여준 셈이다.

그의 책을 관통하는 생각은 '자본주의=민족(Nation)=국가(State)'에 대한 비판과 극복이다. 이성의 시대, 근대는 국민국가와 자본제 생산 양식(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쓸 당시만 하더라도 '자본주의'란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다)이란 제도 아래 생긴 사회상이고, 이 제도들이 얼마나 견고하게 맞물리며 이 시대를 구성하는가, 이 안에서 인간은 얼마나 소외되는가를 말하는 것이 그의 책의 요지라는 말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그는 비평적 태도에 변화를 보였다. 일례로 지난 주 국내 발간된 그의 강연집 <문자와 국가>(도서출판b 펴냄)는 1992년 걸프전 전후 가라타니 고진의 강연을 기록한 책인데, 이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 같은 세대의 사람은 소설이나 시가 철학이나 사회과학이나 종교보다도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던 시기를 경험했습니다. 말하자면 문학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문학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그것은 작가의 재능이 부족하다거나 작가가 정열을 잃었다거나 현실과 격투를 회피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그것이 문학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문학이 그때까지 부여되었던 과잉된 의미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근대문학에 사망선고를 내린 <근대문학의 종언>은 지난 2004년 국내 번역된 이후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가장 뜨겁게 읽히는 사상서, 문학비평집이 됐다. 그리고 한국문학 비관론과 '종언론'에 대한 반론이 이어졌다. 국내 반응에 대해 그는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그 책에서 끝날 수 없는 정치(문학의 정치적 기능)에 대해서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학이 끝났다고 읽었다. 내가 계속 말하는 것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문학' 안에는 문학이 없다는 말이었다. 끝나지 않는 정치로서의 문학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문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문학이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책은 국내에서 1만여 부가 팔렸다. 5000권을 넘으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국내 인문, 사회과학 출판시장에서 이 같은 사상서가 1만 부 판매를 달성했다는 건 경이적인 사실이다. 

 

그의 신작 <세계사의 구조>가 올해 여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다.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세계사에 대해 저술한 노작(勞作)으로 일본에서 지난해 중순 출간돼 1만 5000부가 판매됐다. 이 책 역시 국내 지성계에 문제작이 될까? 기다려 볼 일이다.(이윤주기자) 

11. 04. 16.  

P.S. <문자와 국가>는 원래 <전전(戰前)의 사고>라는 제목으로 1993년에 출간된 책이다. 1992년 걸프전쟁 전후의 강연을 묶은 강연집으로 <트랜스크리틱>의 전사(前史)를 이룬다. 어느새 20년 전이 돼버렸는데, 그맘때 나온 책으론 새뮤얼 헌팅턴의 <제3의 물결>(인간사랑, 2011)도 있다. 1991년에 나온 책이고 부제는 '20세기 후반의 민주화'. <문명의 충돌>(1996)이 나오는 건 5년 뒤의 일이다. '동시대' 미국과 일본의 정치학자와 비평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엿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국가와 민주주의가 공통의 관심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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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1-04-17 08:50   좋아요 0 | URL
제 책상에도 <문자와 국가>가 놓여있습니다.^^ 고진 이론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만 '근대 문학의 종언'테제는 그리 공감이 가지 않더군요. 왠지 뭔가 핵심 주변을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근대 문학'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달랐던 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진은 '근대 문학'이 근대 사회에서 뭔가 계몽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다는 걸 전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종언 테제'에 제가 공감하지 못했던 건 한국 문학이 근대 한국의 역사에서 그런 특수한 위치를 갖고 있다는 걸 제가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진이 일본에서 체험한 것을 한국에 있는 저는 체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나쯔메 소세키, 중국의 루쉰과 같은 문학가가 우리에게는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광수가 남긴 상처라고나 할까요?^^ 결국 종언을 논할 '특수한 근대 문학'은 원래 한국에는 없었다. 따라서 종언을 논할 필요 없이 여기 한국에선 '시작'을 논해야 한다는게 제 요즘 생각입니다.

로쟈 2011-04-17 21:54   좋아요 0 | URL
문학이 '과도한' 사회적 소임을 맡았던 건 부인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민족문학' '민중문학'이란 용어 자체가 한국적 특수성을 말해주니까요.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푸른바다 2011-04-19 20:28   좋아요 0 | URL
그 과도한 소임이 일부의 문학가와 평론가의 의식에는 분명 있었지지만 대중의 의식 속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소위 민중문학은 의무감에서 소수자가 읽는 소설이었지 시대를 특징지을 만큼 중요한 문학은 아니었던 것 같구요. 결국 대중에게 소설은 재미로 읽는 것이지 거기서 교훈을 얻는다고 생각한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종언을 논할만한 중요한 흐름을 소설이 차지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가 말할 수는 없고 보다 보편적인 심금을 울리는 문학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는 갖고 있습니다.^^

푸른바다 2011-04-17 11:06   좋아요 0 | URL
<제 3의 물결>은 앨빈 토플러의 책인 것으로만 알았는데 헌팅턴도 같은 제목의 책을 썼었군요. ㅎㅎ

로쟈 2011-04-17 21:55   좋아요 0 | URL
네, 제목을 보고 저도 의아했는데, 원제가 딱 The Third Wave 입니다...

msjpolitics 2011-04-20 18:20   좋아요 0 | URL
헌팅턴의 제 3의 물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민주화 이행이 한나라씩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물결(파도)처럼 동시적(동시적이라는 것이 한꺼번에라고 보기보다는 흐름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인데요....이책에서 헌팅턴은 전 지구적 민주화가 크게 3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죠..제 1파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제 2파는 2차대전 직후, 그리고 남유럽, 라틴, 그리고 한국, 대만의 민주화 이행은 제 3파인 1970년대부터 1990년의 기간에 해당하고요...중간중간 반동도 존재했었구요...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엄밀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는데, 1-2파는 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제 3파에 헌팅턴도 주목하면서, 왜 민주화로의 이행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는가, 공통적 특징은 무엇인가 등등에 관해서 질문을 가지고 퍼즐을 풀고자 했죠...제가 보기에는 헌팅턴은...정치학에서의 최후의 grand theory를 추구했던 학자였던 것 같아요..민주화 이행을 어떻게 미국의 학자가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보여주는 책입니다...정치학 특히 비교정치학 연구에 있어서는 거의 교과서에 해당하는 책이죠..아..물론 교과서라고 해서 다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msjpolitics 2011-04-20 18:24   좋아요 0 | URL
p.s. 저도 이 포스트를 통해서 이번에 제3의 물결이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민주주의 이행을 공부하는데 필독서 중의 한권인데, 이제서야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암튼 감사합니다.

로쟈 2011-04-20 23:27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명강의>(김영사, 2011)와 함께 어제 주문한 책은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삼천리, 2011)이다. 돈에 무관심하더라도 괴테의 <파우스트>나 고골의 <죽은 혼>을 읽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령 <죽은 혼>에서 치치코프의 행동지침이 되는 아버지의 유훈은 "무엇보다 아끼고 한 푼 두 푼 모아야 해.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만한 건 돈이야."이기 때문이다. 이마무라 히토시의 <화폐인문학>(자음과모음, 2010) 등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경향신문(11. 04. 16) 돈은 ‘경제’가 아닌 ‘정치’다 

화폐에 대한 정통 경제이론의 모든 설명은 상품-교환이론이다. “화폐는 화폐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존 스튜어트 밀)나 “화폐는 교역의 바퀴가 아니라 바퀴를 좀 더 부드럽고 쉽게 굴러가게 해주는 윤활유일 뿐이다 ”(데이비드 흄)는 언급이 여기에 해당한다. 화폐는 ‘중립적인 베일’로서 베일 너머의 실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조연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돈의 본성’은 교환을 매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게 저자 제프리 잉햄의 견해다. 잉햄이 경제학자가 아닌 사회학자라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화폐가 사회적으로 생산되며, 더불어 신용/채권-채무라는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해석하면 화폐는 ‘중립적인’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 나아가 정치적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화폐가 사회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구성된 약속이란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화폐는 계산화폐여야 한다. 발행자의 계산화폐로 가치부여가 끝나고, 즉 ‘화폐성’이 확립되고 이것이 다시 특정한 형태(금속, 종이, 전자신호 등)로 체현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화폐는 외환시장 같은 곳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물물교환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특정한 대표 물건이 화폐(상품화폐)로 추대됐으며, 이후 화폐는 사회자처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막후에서 돕고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대립한다. 다시 말하면 화폐보다 화폐성이 우선하는 것이다. 물물교환이 화폐를 매개로 한 교환으로 바뀌면서 경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특히 생각해 볼 거리는 시장의 정치화가 아닌가. 물건끼리 바꿀 때에 비해 달리 화폐가 개입하면서 특정한 이해관계가 더 반영된다. 모든 참여자들에게 공평한 시장은 없다는 측면에서 이미 시장 자체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화폐의 정치적인 또는 사회적인 성격은 시장과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다.

환어음과 주화의 다툼에서 화폐의 이런 정치성이 극명히 드러난다. 상인끼리 사용하는 환어음은 가치측정 수단이기 때문에 계산화폐이다. 환어음은 군주나 영주의 권력을 상징하는 주화(외형상 상품화폐)와 대치했다. 상인과 왕족·귀족은 국정화폐라는 타협을 만들어낸다. 화폐권력을 분점키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금본위제가 종언을 고한 이후 논리적으로도 더 이상 상품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품화폐가 퇴장한 지 오래인데도, 돈이 ‘중립적인 베일’이란 신화는 유지되고 있다. <돈의 본성>은 중립성이란 도그마를 난타한다. 중립적이지 않다면 화폐는 결국 누군가의 이익에 복무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화폐는 스스로의 이익에 복무하는 수준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밝혀진 돈의 무한 자기복제와 통제불능의 탈인격화는, 과장하면 인간이 배제된 돈의 정치세력화를 떠올리게 된다. 베일을 벗은 화폐가 누군가의 종이 아니라, 주인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화폐가 더 이상 윤할유에 머물지 않고 바퀴의 자리까지 차지했다면, 이제 인간의 자리는 어디일까.(안치용 | 지속가능사회를위한경제연구소 소장) 

11. 04. 16.  

P.S. '옮긴이의 말'에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상품, 화폐, 자본이라는 세 가지 중심 범주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방식을 담고 있는 책들을 3부작으로 번역중이라고 밝혔는데,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길, 2009)이 그 첫번째 책이었다면 <돈의 본성>은 두번째 책이다. 자본에 대한 대안적 이론을 담은 책으로는 닛잔과 비클러의 <권력으로서의 자본>이 2012년 중에 번역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권력자본론>(삼인, 2004)의 업그레이드 판이 아닌가 싶다. 좋은 가이드 덕분에 정치경제학 분야의 문제작들을 편하게 소개받을 수 있어서 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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