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전작 강의를 하게 되면서 전열점검중이라고 적었는데 슈타흐의 카프카 평전(전3권)을 포함하여 수십권의 책들이(연구서만 해도 100권이 훌쩍 넘어간다) 도열해있다(기보다는 포개져 있다). 베케트 관련서까지 얹으니 곧바로 용량 초과.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책들까지도 기어나올 낌새여서 일단은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손에 든 것이(바쁜 일들에도 불구하고) 푸코의 책들이다. 손 닿는 곳에 있어서 세권을 빼내 주말 늦은 시각에 책상에 펼쳐놓았다. ‘푸코와 문학‘도 오랜만이구나 중얼거리며.

‘문학에 대하여‘를 부제로 한 <거대한 낮섦>은 비록 푸코 사후에야 엮여져 나온 강연모음이지만 푸코 문학론의 요긴한 출발점으로 보인다(영어판의 제목은 <언어, 광기, 욕망>이다). 푸코나 문학이론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는 걸, 역자의 ‘앞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역시 사후에 나온 <상당한 위험>(‘글쓰기에 대하여‘가 부제)은 1968년의 대담 한편을 그 해설과 함께 묶은 것이다. 푸코의 글쓰기(에크리튀르)론에 대해서라면 에둘러갈 것 없이 읽을 수 있겠다.

그리고 다시 나온 폴 벤느의 푸코론,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은 친구이자 동지였던 역사학자가 그려낸 푸코의 지적 초상이다. 2009년 번역본 초판이 나왔을 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완독했던가는 모르겠다. 14년만 다시 나왔으니, 나도 다시 읽어볼 밖에. 카프카를 핑계로 푸코와 블랑쇼의 책들에까지도 손을 내민다. ‘상당한 위험‘은 글쓰기뿐 아니라 독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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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세상은 아무 죄가 없나니

16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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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 조이스의 대표작 <율리시스> 새번역이 나왔다. 당초 출간 100주년에 맞춰 작년에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조금 늦어졌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가장 미더운 번역본이 나온 건 다행스럽다(김종건 교수의 번역본이 선역의 의의는 있으나 기대에 부응하는 건 아니었다). 이로써 세 종의 선택지가 생긴 셈이고, 적당한 시기에 조이스 전작 읽기도 시도해볼 수 있겠다(<피네간의 경야>는 제외하고).

마침 조이스의 시집도 다시 나왔다. <체임버 뮤직>이 원제. 이번엔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로 제목이 바뀌고 판형과 장정도 교체되었다.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순서만 보자면 시집은 조이스가 최초로 출간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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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페터 한트케를 떠올렸지만, 아니었다. 무리카미 하루키가 엮은 피츠제럴드의 후기 단편과 에세이 모음이다. 놀라운 건 현재 문학분야의 베스트셀라는 것. 하루키의 파워도 대단하고(사실 피츠제럴드 작품집은 부지기수다) 출판사의 기획력도 놀랍다. 여하튼 읽히는 책이 있다는 건 나쁘지 않다. 그게 시작이라면 어떤 시작이건 축하할 일이다. 독서의 시작.

안 그래도 민음사 쏜살문고로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이 다시 나왔다. 품종 다각화라고 해야겠다. 리커버판의 유행이 주춤하면서 요즘은 이런 방식의 재상품화가 시도되는 듯싶다. 세계문학전집 독자가 있다면 문고본의 독자도 있는 거니까. 독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추는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단편은 두어번 강의에서 다뤘지만(‘플래퍼 ‘의 문학적 저작권은 그의 몫이다) 나는 아직 감동하거나 경탄해보진 못했다(헤밍웨이나 포크너와는 다르게). 미처 알아보지 못한 진가를 하루키가 발견하게 해줄지 모르겠다(물론 세 작가의 인생스토리 가운데 가장 애잔한 건 피츠제럴드다). 그런데 사실 피츠제럴드의 후기작이라면 ‘오후‘보다는 ‘저녁‘에 가까운 것 아닐까. 해는 저물어가지만 마땅히 돌아갈 집이 없는 사내의 저녁. 선입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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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

8년 전 페이퍼다.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은 조만간 강의에서 읽을 예정이다. 고전적인 저작에서 현재까지 소설이론도 업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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