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문학기행도 중반을 지나고 있다. 어제는 브론테 자매의 날. 브론테 자매(샬럿과 에밀리, 그리고 앤)를 포함한 브론테 가족이 1821년부터 1861년까지 살았던 교구 목사관이 현재는 브론테 박뮬관이 되었다(아버지 패트릭 브론데가 가족들 가운뎨 가장 늦게, 1861년에 세상을 떠난다). 유품과 자료가 잘 모아져 있어서 당연한 말이지만 브론테 자매의 삶을 둘러보는 데 필수적인 장소다.

브론테 박물관이 있는 하워스는 영국 북부 요크셔 주의 서쪽에 위치한 마을로 리버플에서는 2시간 가량 떨어져 있다. 그제 윈더미어 방문과 마찬가지로 숙소인 리버풀의 호텔에서 버스로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오전에 브론테 박물관을 둘러보고 마을에서 오래 된 식당(브론테 자매 시절에 문을 연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서는 마을(브론테 빌리지)을 두러보고 커피를 마셨다. 비오는 날의 풍경이 차분하면서 깔끔하게 여겨지는 마을이었다.

오후에는 주된 일정으로 폭풍의 언덕(작품에서는 언쇼 가의 저택 이름이지만 장소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간주해도 무방하겠다) 트래킹에 나섰다. 당초 3시간을 예정했지만 비가 오는 날씨여서(보슬비였고 비는 차츰 잦아들었다) 2시간 정도로 단축하여 진행했는데(일행 모두가 신발이 물에 다 젖는 ‘모험‘을 감수했다) 풍광이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히스(헤더 꽃)가 만발한 초원이라면 언제건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호수지역(레이크 디스트릭트)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

이동중에는 오며가며 영국소설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샬럿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1847년, 같은 해에 발표된 두 소설이 내게는 여성 주체성의 두 모델을 제시하는 작품으로서 여전히 현재적 의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리버풀로 돌아와서는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많은 분들이 비틀즈와 인연이 있는 캐번 클럽을 찾아 영국식 클럽문화를 경험했다. 낯선 밴드의 공연도 볼 수 있었는데 꽤 수준급 연주를 들려주었고 이들의 마지막 곡은 ‘헤이 주드‘였다. 리버풀의 밤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와 긴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는데, 이제 날이 새면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로 이동하게 된다. 바야흐로 영국문학기행도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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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리버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더블린공항으로 출발했던 어제 일정은 그래스미어에 있는 워즈워스의 도브코티지(1799년부터 1808년까지 살았던 곳)와 묘지를 방문하고 인근 윈더미어(호수)까지 둘러보는 것이었다. 윈더미어는 영국 호수지역(레이크디스트릭트)의 최대 호수. 빙하의 흔적으로 생긴 호수와 주변경관은 영국이 자랑하는 자연관광의 명소다.

당초 도브코티지가 공사중이라 내부 관람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관람이 혀용되었고 센터 안내인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한국어로 된 안내문도 비치돼 있었다). 뜻밖의 유익한 일정이었다.

도브코티지에 세를 내 처음 이사올 때 워즈워스(윌리엄)는 동생 도로시와 둘이었지만 1802년 워즈워스가 메리 허친슨과 결혼하면서 식구가 는다. 이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도로시가 일기(그래스미어 저널)를 통해 자세히 적어놓고 있어서 흥미로운 자료가 된다(워즈워스 가족 다음의 도브코티지 세입자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의 저자 드 퀸시와 그의 가족이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

영국문학기행에서 호수지역보다 먼저 선택한 건 워즈워스이고 그의 자연시의 배경이 되는 이 지역이 자연스레 방문장소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강의에서 고른 건 <서곡>(1850)인데, 사후 유작으로 발표된 이 ‘개인 서사시‘가 워즈워스뿐 아니라 영국 낭만주의와 서정시의 특성, 그리고 그 운명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이다.

워즈워스는 케임브리지 재학중이던 1790년 알프스 여행차 처음 프랑스를 찾게 되고 이듬해 대혁명의 한복판에 다시 뛰어들어 프랑스 여인(그리고 혁명)과 사랑에 빠진다. <서곡>에서도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시기인데, 문제는 영국으로 떠나고 1793-4년 공포정치를 목도하면서 차츰 혁명에 대해 불신하게 된다는 점이다(젊은 진보주의 청년에서 늙은 보수주의자로의 자연스런 이행?). <서곡>에는 두 명의 워즈워스가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또 충돌하고 있기도 하다(<서곡> 자체가 네 종류의 판본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1805년판과 1850년판이 번역본으로 나와있다).

호수지역을 떠나 리버풀로 돌아오는 길에 대략 이런 내용 위주로 강의를 했고 비가 흩뿌리는 리버풀에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 저녁에는 비틀즈의 자취를 찾아볼지도 모르겠다. 리버풀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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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에서의 둘째날이자 마지막날 일정은 호텔에서 출발하여 트리니티 칼리지 방문으로 마무리되었다. 호텔 바로 맞은편 건물이 오스카 와일드가 성장기를 보낸 집이었고 대각선 방향의 메리언 스퀘어의 그의 유명한 동상이 있었다(바위에 누워 있는 오스카 와일드). 비가 흩뿌린 아침나절 메리언 스퀘어를 거쳐서 국립도서관과 국립박물관을 차례로 찾았다(국립도서관과 박물관은 비슷한 형태의 건물로 이웃하고 있다).

국립도서관에는 예이츠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비교적 많은 자료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시관에서의 짧은 강의는 주로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할애되었는데, 작품으 9장에서 스티븐 디덜러스가 국립도서관에서 햄릿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고 그 주제에 대해서 다른 인물들과 논쟁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더블린 방문의 핵심 목적은 더블린 3부작의 배경과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기도 하다.

국립박물관에서는 아일랜드의 선사와 역사시대에 대해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고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에는 가난한 생선장수 몰리 말론의 동상과 만났다. 평범한 여성의 동상이 더블린의 명소라는 데에 아일랜드다운 특징이 잘 집약돼 있는 듯했다. 점심식사를 한 오닐의 펍은 <율리시스>에도 등장하는 식당으로 유명한 맛집이라 한다.

식사 후에는 듀크라는 저명한 카페로 이동하여(문인들의 마실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아이리시 커피를 마셨다.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추위를 잊기 위해 커피에 위스키를 넣어서 마신 것이 아이리시 커피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듀크의 아이리시 커피는 더블린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오후에 찾은 트리니티대학은 아일랜드의 명문으로 오스카 와일드와 사뮈엘 베케트 등의 모교이기도 하다. 트리니티 방문목적은 유명한 도서관 ‘롱룸‘을 둘러보기 위한 곳이었고 이곳에 책의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켈스의 책‘이 보관되어 있기에 그에 관한 설명도 자세히 들었다. 롱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의 하나로 꼽힌다고 하는데 재작년에 찾은 멜크수도원의 장서관과도 흡사해 보였다.

목표했던 일정을 마무리한 게 오후 4시경이고 이때부터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율리시스>에도 나오는 유서깊은 서점 호지스피기스를 둘러보았는데 4층짜리 대형서점이었다(이 정도면 아일랜드 최대서점 자리를 다투지 않을까 싶다). 주로 영어책이어서 독일이나 이탈리아여행 때와는 다르게 비교적 오랫동안 책구경을 할 수 있었다. 책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나온 <율리시스> 컴패니언을 구입하는 것으로 방문을 기념했다.

내일은 아침 비행기로 더블린을 떠나 영국 리버풀로 향하기에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각 일정마다 이야깃거리들이 있지만 당장은 이 정도로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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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9-10-01 21:39   좋아요 0 | URL
네 아일랜드 생각이 나시겠어요.~
 

어제 들른 아일랜드 작가박물관에서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몇 명의 작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눈에 띄지 않는 작가들이 눈에 띄었다). 동시대 작가로 아일랜드 문학의 거장으로 소개된 윌리엄 트레버와 존 밴빌이 그렇고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세이머스 히니도 전시 목록에는 빠졌다(설마 못본 것일까). 생존 작가여서일까?

이 가운데 히니는 예이츠 이후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 시인으로 평가받는 거장으로 1995년 네번째로 아일랜드에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그보다 앞서, 예이츠(1923), 버나드 쇼(1925), 그리고 사뮈엘 베케트(1969)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는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변방의 시인이어서 히니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는데(히니의 직전 수상자들이 토니 모리슨과 오에 겐자부로였다) 그럼에도 한국어 번역은 전집을 포함하여 잘 돼 있는 편이다. 이번에 챙겨오지는 않았지만 짧은 방문을 기념하여 돌아가면 히니의 시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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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9-10-01 22:25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의미가 있지요.~
 

더블린에서의 긴 하루가 저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더블린행 비행기로 환승하여 더블린 공항에 도착한것이 이곳 시간으로 아침 8시 25분쯤. 7시 50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너무 일찍 도착한 거 아닌가 싶지만 암스테르담과 더블린은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실제적으로는 1시간 30-4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 더블린은 현재 저녁 8시 40분쯤이지만 한국은 새벽 4시 40분인 식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라면 밤을 새운 셈이기에 꽤나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그렇게 시작한 더블린의 첫 일정은 세인트 패트릭 성당을 방문하는 것이었고(<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무덤이 있기도 한데 스위프트는 이 성당의 주교였다) 이어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가이드의 제안에 따라 도심에 있는 피닉스공원을 둘러보았다. 도심 공원으로는 세계최대 공원으로 더블린의 자랑거리인데 피닉스란 말은 성수(성스러운 물)를 뜻한다고. 점심은 현지식으로 감자구이와 돼지갈비(립)를 먹었는데 예상 밖으로 맛이 좋았다(비슷한 메뉴를 독일에서 먹은 것과 비교해서도 훨씬 나은 맛이었다. 물론 독일만큼은 아니어도 양이 좀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오후 일정은 본격적인 문학기행으로 더블린 작가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어서 조이스 기념센터를 방문했다. 작가박물관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관련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예상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조이스 센터는(입장료가 성인 기준 5유로) 뤼벡의 토마스 만 하우스(정확히는 토마스 만과 하인리히 만 형제의 기념관)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래도 이름값은 하는 기념관이었다. 공이 더 들인다면 한정이 없을 테지만.

조이스 기념센터에서 조이스 문학의 의의에 관해 짧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는 소임을 마쳤고 이후엔 아일랜드 독립 추모공원을 들과 거리의 조이스 동상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이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체크인한 시각이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내일은 더블린의 구석구석을 워킹투어를 통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이제 9시가 넘었다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하면 잠자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그에 맞추려고 급하게 적었다. 다른 얘깃거리는 내일 적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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