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기행의 우수리다. 마지막날 오전 페르라셰즈 묘지를 찾았을 때, 발자크와 프루스트의 무덤 외에도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무덤을 같이 둘러보았는데 그 가운데는 루브르박물관의 초대관장을 지낸 도미니크 비방 드농 남작(1747-1825)도 있었다. 루브르의 드농방의 주인공이 바로 비방 드농이다.

사실 무덤을 지나며 루브르 초대관장이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가이드가 ‘야한 소설‘들을 부업으로 쓴 작가이기도 하다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재미있는 인물이로군. 드농이 쿤데라의 첫 프랑스어 소설 <느림>(1995)에 등장하는 <내일은 없다>의 저자라는 사실은 귀국하고 나서야 떠올리게 되었다(<느림>에 인물과 줄거리가 소개되지만 우리말 번역본이 없는 탓에 이름에 입에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루브르 관장이라는 이력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뒤늦게, 필립 솔레르스가 쓴 <루브르를 훔친 기사 비방 드농> (절판돼) 중고본을 주문했다. 영어로는 번역돼 있는 <내일은 없다>도 번역되면 좋겠다. 프랑스에선 여전히 ‘야설 작가‘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듯한데, 드농과 그의 소설을 예찬하고 있는 쿤데라의 <느림>이 생각만큼 많이 읽히진 않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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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2시간의 비행끝에 무사히 ‘서울 인천공항‘에 안착했고 프랑스문학기행 팀은 해산했다.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먼저 공항을 빠져나가고 남은 몇분과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마신 뒤 나도 늦게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에 올랐다(버스시간을 확인해두지 않아서 귀가가 한시간여 늦어졌다). 여장을 풀고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음으로써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

그러고 맞은 한국에서의 아침. 열흘간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이제 수습과 정리, 추억의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또다른 여행의 준비가 기다리고 있다(내년 3월말의 중유럽문학기행이 차기 일정이다). 오늘 당장은 죔쇠가 빠진 안경테를 수리하고 결막염증상이 재발했기에 안과에 가봐야 한다. ‘수습‘이라고 적은 이유. 시차적응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며칠 지내봐야 알겠다.

문학기행중에 매일 일정과 인상을 간단히 기록했는데, 시간관계상 다 적지 않은 대목도 많다. 대표적으론 귀국 이틀전 파리에 재입성한 날 저녁에 센강 유람선(크루즈)을 타본 것. 공식일정은 아니어서 원하는 분들만 따로 야경 크루즈를 즐겼다(저녁을 먹고 8시쯤 승선한 것 같다). 유럽도시 몇곳의 유람선을 타보았지만 아무래도 강주변의 볼거리와 정취는 파리가 가장 풍부하고 매력적이었다. 숙소가 5분거리여서 친숙하게 된 에펠탑, 그리고 첫번째 일정이어서 의미가 있는 오르세미술관(시계탑으로도 유명하다)과 함께 파리의 대표 인상이 될 듯하다(페렉의 소설 제목이 재미있다).

센강의 야경 사진을 에필로그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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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문학기행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고 지금은 드골공항 게이트에서 귀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에는 르부르박물관을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속성으로 관람했다. 자유시간이어서 루브르 관람팀과는 별도로 다른 분들은 오랑주리미술관이나 피노미술관을 관람하기도 했다. 루브르팀은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20분쯤 걸어서 호텔로 돌아와 아침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공항행 버스에 올랐다.

사실상 문학기행이 종료되는 시점이어서 버스에서 참가자들께 간단하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로쟈의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을 걸고 진행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참가자분들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아무런 사고 없이 일정이 마무리돼 매우 다행스럽다. 파리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올때보다 2시간쯤 단축돼 12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프랑스문학기행의 모든 일정이 추억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리라.

어제 팡테옹을 방문한 다음에 가본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서점 앞에서 찍은 사진과 루브르 관람 중에 찍은 사진을 ‘인증샷‘으로 올려놓는다. ‘다시 찾은 파리‘란 말을 언젠가 쓸 수 있을까? ‘로쟈의 문학기행‘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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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mkho 2023-11-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공비행 덕분에 파리 곳곳의 인문기행을 알찌게 했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로쟈 2023-11-13 21:46   좋아요 0 | URL
네, 감사.~
 

어제 오후에 방문한 판테옹(프랑스 국가위인들의 묘지)에서 다시 확인한 일이지만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국민작가다. 판테옹에 안장된 19세기 작가는 알렉상드르 뒤마와 빅토르 위고, 그리고 에밀 졸라 등인데, 뒤마가 2002년 탄생 200주년을 맞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에 의해 이장된 걸 감안하면 위고와 졸라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1902년에 사망한 졸라의 경우도 1906년 드레퓌스 사건이 최종적으로 종결된 이후 1908년 이장됐기에 성대한 장례식과 함께 판테옹에 곧바로 안장된 작가는 위고가 유일한 듯싶다.

판테옹을 방문하기 전에 일행은 먼저 빅토르 위고의 집을 찾았는데 ‘위고의 집‘이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집‘으로 불리는 이유는 집앞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화가인 손자 조르주 위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호인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쁙받았던 손자는 예술가적 재능도 물려받은 것인데 사실 위고 자신이 데생과 디자인에서 전문자적 솜씨를 갖고 있었다.

빅토르 위고의 집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방문한 곳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작가박물관의 형태와 내용을 갖추고 있었다(출입시에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유일했다). 각종 기록과 그림, 조각상, 위고와 가족들과 정부이자 충실한 내조자 쥘리엣 드루에와 관련한 물건들이 전시돼있었다. 기념품샵에는 위고의 작품들(<좋은 할아버지가되는 법>이란 책도 썼다)과 망명지 건지섬의 오트하우스(레미제라블을 집필한 곳으로 현재는 위고박물관이다) 관련서가 눈길을 끌었다. 무게를 고려해 나는 조르주 위고 화집만 손에 들었다.

빅토르 위고의 집과 판테옹의 무덤 사진을 같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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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프랑스문학기행의 공식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저마다 오전에 자유시간을 갖고 오후에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저녁에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면 한국시간으론 일요일 오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어제의 핵심 일정은 아침에 페르라셰즈 묘지를 방문하고 빅토르 위고의 집에 들렀다가 점심을 먹은 뒤 판테옹(판테온)을 찾는 것이었다(묘지의 날!). 여분으로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서점과 봉마르셰백화점을 가보는 것이 나머지 일정이었다. 애초에는 봉마르셰 대신 몽마르트를 찾으려 했으나 오늘 자유시간에 대개 미술관 관람을 하게 돼 변경했다. 쇼핑시간을 갖기 위해서였지만 봉마르셰는 졸라의 소설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의 모델이기에 문학기행의 일부이기도 했다.

어제 일찍 문을 닫아서 방문이 무산됐던 페르라셰즈는 다행히 문을 열었고 예상했던 교통체증도 없어서 진행이 순조로웠다.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지만 우리의 방문 목적은 발자크와 프루스트의 무덤을 찾는 것이었고 나머지 무덤은 덤으로 둘러보았다(오스카 와일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네르발, 쇼팽, 에디트 피아프, 그리고 폴 가셰박사의 무덤까지). 일행은 미리 준비한 장미를 한송이씩 추모의 마음을 담아 무덤가에 놓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전에는 날씨도 개어서(오후부턴 다시 비가 흩뿌렸다) 페르라셰즈의 산책은 숙연함과 함께 청량한 느낌 속에서 이루어졌다.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과,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곡과 함께한 시간이기도 했다. 페르라세즈 묘지 방문을 기억하는 사진들을 몇장 올리고, 여행기는 끊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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