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계몽주의자 루소의 발언이다. 당찮은 자들이 권력을 쥔 나라에서 다시금 되새긴다. 노예법은 법이 아니며 노예제란 어떠한 합의의 대상도 될 수 없다...

따라서 사태를 어떤 방향에서 고찰하든 노예법이 무효인 것은, 그것이 부당할 뿐만 아니라 부조리하며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예제esclavage와 법droit, 이 말들은 모순되며 서로 배제한다.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게 말하는 것이든 한 인간이 한 인민에게 말하는 것이든, 다음의 말은 언제나 똑같이 당찮다. "나는 부담은 너만 지고 이득은 나만 누리는 합의를 너와 체결하며, 나는 내가 내키는 한에서 이 합의를 준수하고 너도 내가 내키는 한에서 준수한다. "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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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의 짝으로 읽게 되는 책인데(안 그래도 5장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더 확장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제가 ‘세계문학을 향한 열망‘이다. 제목과 부제의 뜻을 책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이라고 거창하게 붙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문학‘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한국문학을 말한다. 나는 이 무렵 한국 작가들이 세계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세계문학의 광장에 나아가려고 어떠한 준비를 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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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학기 남미문학 강의를 시작하면서 ‘보르헤스와 세계문학‘이란 주제를 다루었다. 강의중에 인용한 보르헤스의 말을 옮긴다. 보르헤스의 정치관 내지 세계관을 잘 이해하게끔 해준다(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백치성의 밑바탕이다)...

난 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지 않아요. 나는 여러분 각자에게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군중이란 것은 환상이에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여러분에게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월트 휘트먼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여기에 각자 개인으로 함께 있는 게 맞지요?" 우리는 각자 독립적으로 있는 거예요. 당신과 나로서 말이에요. 여기서 ‘당신‘은 개인을 나타내는 거예요. 군중을 나타내는 게 아니에요. 군중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심지어 나 자신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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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 강의에서 <소설의 기술>을 다시 읽었다. 가장 계발적인 소설론의 하나. 번역본은 여러 차례 출간됐는데(나도 네댓번 구입했다),전집판이 결정판이 아니라는 게 유감이다. 아래 인용에서도 ‘안나나 카레니나 중 한 사람뿐˝은 ˝안나나 카레닌 중 한사람뿐˝으로 옮겨져야 한다. ˝안나 카레니나와 남편 카레닌 중 한 사람뿐˝이라고 하면 더 친절하겠다(군더더기 지적이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한 사람의 이름이다).

소설의 정신은 복잡함의 정신이다. 모든 소설은 독자들에게 사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라고 말한다. 소설의 영원한 진실은 이것이지만, 묻기도 전에 존재하면서 물음 자체를 없애버리는 단순하고 성급한 대답들의 시끄러움 때문에 점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정신에서 옳은 것은 안나나 카레니나 중 한 사람뿐이다. 앎의 어려움과 잡을 수 없는 진실의 어려움에 대하여 우리에게 말하는 세르반테스의 원숙한 지혜는 거추장스럽거나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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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에는 모자관계가 유난한 작가들이 여럿 있다. 20세기 작가로는 알베르 카뮈, 로맹 가리와 함께 단연 프루스트를 꼽을 수 있다. 프루스트에게서 어머니의 의미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이 잘 지적하고 있다. 어머니 잔 프루스트의 전기도 나와서 구입했는데 번역되면 좋겠다...

프루스트는 태어나자마자 분별없는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부모의 손아귀에 붙잡힌 셈이 되었다. "어머니에게 나는 항상 네 살짜리에 불과했다." 마르셀은 프루스트 부인(Madame Proust), 엄마(Maman), 또는 보다 흔히 사용한 명칭으로는 "사랑하는 귀여운 엄마(chère petite Maman)"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결코 ‘우리 어머니(ma mère)‘, 또는 ‘우리 아버지(mon père)‘라고 말하지 않았고, 다만 항상 ‘아빠(Papa)‘와 ‘엄마(Maman)‘라고 말했으며, 어조는 마치 감수성 예민한 작은 소년 같았고, 이 음절을 내뱉는 순간 그의 눈에는 자동적으로눈물이 고였으며, 긴장된 그의 목구멍 속에서는 울음을 억누르는 목이 쉰 듯한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프루스트의 친구인 마르셀 플랑테비뉴의 회상이다.

프루스트 부인은 아들을 어찌나 끔찍이 사랑했는지, 어지간히 열렬한 연인조차도 이들 모자 앞에서는 그만 머쓱해질정도였다. 또한 그 애정은 그녀가 낳은 장남의 무기력한 성벽을 만들어냈다고, 또는 최소한 극적으로 악화시켰다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가 생각하기에 아들은 어머니 없이는 뭐든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아들이 태어났을때부터 어머니가 눈을 감을 때까지 두 사람은 줄곧 함께 살았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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