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악에서 벗어나기>가 들어왔나 싶어서 동네서점에 갔다('지역서점'이란 말이 더 정확할 듯싶지만, 편의상 동네서점이라고 부른다). 다시 확인해보니 예판도서. 루틴대로 인문/과학 코너를 둘러보다가(동네서점의 장점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분야 신간으로 나온 책들에 눈길이 갔다. 이주의 픽은 세 권의 세계사다. 동네서점 픽이라고 해도 되겠다(연휴기간에는 배송이 안되기에 동네서점을 이용함직하다). 
















먼저,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페트라스 남매의 <몸으로 읽는 세계사>. '사소한 몸에 숨겨진 독특하고 거대한 문명의 역사'가 우리말 부제다. 눈, 귀, 코 등을 담은 표지가 보여주는 대로 우리 몸 각 부분과 관련한 역사적 기억과 사례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인 페트라스 남매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수학자 파스칼의 의문에 답을 구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통해 바라본 역사 속에서 과거의 이념이나 사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얻어냈다."

















두번째 책의 저자도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그렇지만 영국에서는 '시간여행자의 가아드' 시리즈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저자다). 이언 모티머의 <변화의 세기>. 제목에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데, 11세가부터 20세기까지 천년의 역사를 훑는 책다. 그래서 부제가 '서양 천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이다.  


"<변화의 세기>는 지난 천 년간의 서구 사회를 ‘변화’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는 독특한 역사책이다.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각 세기별 가장 중요한 변화들을 제시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을 꼽는다. 지난 천 년간, 서양을 뒤흔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보교재가 되겠다. 

















세번째 책도 영국의 대중 역사가라는 그레그 제너의 <경이로운 역사 콘서트>. '역사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50'이란 부제대로 일반 대중의 질문 50가지 답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제너의 책은 앞서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가 번역됐지만 절판됐다). 


"<경이로운 역사 콘서트>의 저자 그레그 제너는 역사와 관련된 영화, 다큐멘터리, TV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대중 역사가로 사람들에게 직접 받은 50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질문부터 대놓고 물어보기 민망했던 질문까지, 저자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흥미진진하고 노골적인 이야기를 풍부한 지식과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고르고 보니 이 역시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책이다. 부담 없이 아무 장이나 펼쳐서 읽을 수 있으므로. 성인 독자는 두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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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가 어니스트 베커(1924-1974)의 책이 한권 더 나왔다. <악에서 벗어나기>(1975). 대표작 <죽음의 부정>(1973)과 나란히 놓을 만하다. 확인해보니 10권의 저작을 남겼는데, <죽음의 부정>과 <악에서 벗어나기>가 마지막 두 권이다.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죽음의 부정>의 후속편에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을 초월한 불멸에 대한 추구, 완전한 세계에 대한 열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의미나 영웅주의 같은 자기초월의 문화적 상징 장치들이 인간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는 영웅적 죽음 부정의 양식이며, 각 사회는 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를 약속하는 영웅 시스템이다. 불멸을 가져다줄 영웅의 모습은 제사장과 왕, 정치지도자를 거쳐 국가와 자본,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꿔가며 가지를 뻗어나간다. 죽음에 대항한 승리의 가능성에 관한 ‘거짓말’인 문화적 기제로서의 영웅 시스템을 만든 대가는 폭정과 전쟁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타자의 생명을 희생으로 삼아 결국 인간 자신뿐 아니라 자연과 지구에도 크나큰 해악을 불러온다.˝

매우 공감할 만한 탁견이다(존 그레이의 <불멸화 위원회>를 떠올리게 한다). 악의 기원에 관한 탐구로서 필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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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

5년 전 페이퍼다. 조금 읽다가 멈춘 책인데(이글턴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정독을 요한다) 얼마전에 눈에 띄어서 빼놓았다(독서도 운이 좌우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강의도 계획할 겸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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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아마도 조르조 아감벤 이후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탈리아 철학자가 아닌가 싶다)의 책이 지난 연말에 처음 번역돼 나왔다. <코무니타스>와 <임무니타스> 두 권인데, 근간예정인 <비오스>와 함께 에스포지토의 삼부작을 구성한다고 한다. <비오스>와 신간 <사회면역>도 번역돼 나올 예정. 생명정치의 전반적인 소개로는 토마스 렘케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가 앞서 나왔었다. 















생명정치의 저작권 지분은 푸코와 아렌트, 벤야민 등이 나눠갖고 있지만, 현대정치의 핵심 화두로 끌어올린 공로는 아감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같은 이탈리아 철학자로서 에스포지토는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시리즈와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현대정치의 여러 문제들을 사유하고 있는지 이번에 번역된 저작들을 통해서 따라가볼 수 있겠다. 독서를 위해서 영어판들도 모두 구비해놓았다. 하지만 당장에 독서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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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 때문에 오전강의를 휴강하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새로 시작된 망명 뉴스공장을 한타임 늦게 들으며). 해가 바뀌면서 서재일을 포함하여 (안식년 레벨로부터) 일의 강도를 높여보려고 하는데 역시 문제는 체력인 것 같다. 적잖은 일정에다가 읽고 쓸 책들이 태산이라('태산'은 오랜만에 써본다) 레벨업이 가능할지는 두고봐야겠다. 


4월 지중해문하기행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준비강의를 진행중인데, 그와 관련하여 지중해권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들도 다시금 눈여겨보고 있다. 이번에 그리스와 터키를 다녀오게 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포함하여 대략 훑어보는 셈이 된다(남프랑스와 북아프리카가 빠진 걸로 치면).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 그리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리고 스페인의 신대륙 발견까지의 세계사 서사를 따라가보는 여정. 

















2019년 봄 이탈리아문학기행의 주요 주제가 의당 피렌체 중심의 르네상스였는데, 당시엔 단테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마키아벨리는 다루지 않았다. 일정상 여의치도 않았지만, 방구석 문학기행으로라도 다시 진행한다면 필히 다룸직하다(그동안 정치철학 강의도 여러번 진행했기에).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가 최초로 번역돼 나와 다시금 하게 된 생각이다(김상근 교수가 감수했다). 


<군주론>과 <로마사논고>가 이미 여러 번역본으로 나와있는데, <피렌체사>까지 더 얹어진 셈이지만 기꺼이 감수해도 좋은 무게다. 소설가이기도 한 역자는 <군주론>과 <로마사논고>도 새로 번역하고 있다는데, 번역 외에 창작에도 마키아벨리 공부가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폴커라인하르트의 평전 <마키아벨리>도 나왔다. 마키아벨리 평전도 과장해서 서가 한칸은 차지할 정도 나와있는지라 전반적인 리뷰가 필요하다. <군주론>을 포함한 역서들을 이젠 충분히 나온 것으로 보여서 이 역시도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 나중에 따로 다뤄야 할 문제인데, 당장은 그리스 크레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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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 2023-01-1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명뉴스공장?

로쟈 2023-01-23 21:01   좋아요 0 | URL
겸손 뉴공

guqwh 2023-01-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하인후입니다. 제게 지적해주시고 싶거나 혹시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연락주십시오. 성심껏 답하겠습니다.

로쟈 2023-01-23 21:02   좋아요 0 | URL
네, 수고가 많으십니다. 다른 번역들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