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목은 눈길을 끄는 책 두 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베스 베일리의 <데이트의 탄생>(앨피, 2015)과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소모되는 남자>(시그마북스, 2015)다.  

 

 

<데이트의 탄생>은 "데이트의 원래 모습을 역사적.사회적으로 추적한 본격 데이트 연구서"다. 원저의 부제는 '20세기 미국의 연애'. 번역본 부제는 '자본주의적 연애제도'라고 붙여졌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내용을 다룬다고.

미국의 전통적인 연애제도에서 전 세계의 보편적인 연애제도가 된 데이트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한다. 어떤 사회적.문화적.경제적 맥락에서 데이트란 제도가 생겨났고, 이로써 기존의 연애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러한 데이트의 형성과 변화에 연루된 사회적 이해와 통념을 분석하여 사적인 연애가 어떻게 공적인 관습이 되었는지를 살핀다.

미국에 한정된 설명이긴 하지만 우리가 특별히 남다른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역자 또한 "이 책은 미국의 연애사를 다루지만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고 적었다.

 

 

<소모되는 남자>는 <의지력의 재발견>(에코리브르, 2012)으로 처음 소개된 저자의 신작인데, 번역본으로 그렇다는 얘기이고, 원저상으로는 먼저 나왔던 책이다(<소모되는 남자>가 2010년, <의지력의 재발견>이 2011년에 나왔다). '남녀차에 대한 새로운 사회진화적 해석'이 부제. 저자는 "남녀는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견해"를 전제로 여러 가지 급진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남녀는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견해. 바로 이것이 이제껏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는 남녀 중 어떤 쪽도 총체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로 분명한 차이는 있다. 더 나아가 남녀 간의 이 차이점들이 서로 상쇄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 주장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감상적인 타협안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남녀가 동등하다는 주장은 문화가 남성을 이용한다는 내 주장의 기반이다.

'새로운 사회진화적 해석'이라는 문구에 끌여 일단 주문은 해놓았다. 기대만큼의 흥미로움을 던져줄지 손에 들어봐야겠다...

 

15.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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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주제로 한 책 두 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마거릿 캐노번의 <인민>(그린비, 2015)과 비자이 프라샤드의 <갈색의 세계사>(뿌리와이파리, 2015)다.

 

 

먼저, 캐노번의 <인민>은 "영미권에서 인민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거의 유일무이한 연구서"로 소개된다. 그만큼 희소한가 싶기도 한데, "‘인민’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 폭넓은 유럽 사상을 집약하고 있으며, ‘인민’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다의성 및 그와 결부된 다양한 문제를 해명한다." 개념 사전으로 읽을 수 있을 듯싶다. 그런 용도의 국내서로는 박명규의 <국민, 인민, 시민>(소화, 2014)이 나와 있다.

 

<갈색의 세계사>는 '새로 쓴 제3세계 인민의 역사'가 부제. "제3세계의 탐색(1920년대 브뤼셀)에서 몰락(1980년대 메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제3세계 인민들이 보여준 놀라운 투쟁과 사상들을 발굴하면서 각 시대의 풍요로운 역사를 들여다본다." 가라타니 고진과 이매뉴얼 월러스틴, 하워드 진 등 쟁쟁한 저자/학자들이 추천사를 붙였는데, 하워드 진은 이렇게 적었다. "역사에서 인민들이 언제나 기존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듯이 이 책은 독자들이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제3세계 인민의 역사'라고 했지만 다른 번역으론 '제3세계 민중사'도 가능하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이후, 2008)와 짝을 맞출 수도 있는 책. 제3세계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 드물기에(얼른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 희소성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해볼 만하다...

 

15.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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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게일 루빈의 선집 <일탈>(현실문화, 2015)을 고른다. 과문하여 생소한 저자인데 성 인류학의 선구자라 한다. 처음 소개되는 책이 900쪽이 넘는 선집이어서 의외인데, 여성학자들에게는 진즉 주목받은 학자인 듯싶다.

 

성 인류학의 선구자, 미시간 대학 교수 게일 루빈이 지난 40년간 써온 주요 논문들을 엮은 선집이자 유일한 단독 저서. 공식적으로 게일 루빈이라는 저자와 그녀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일 루빈을 대표하는 두 편의 논문 <여성 거래>, <성을 사유하기>와 그 논문에 덧붙이는 후기들로 이 선집의 절반이 구성된다면, 나머지 절반은 문화인류학자로서 그녀가 선구적으로 개척한 성적 하위문화에 관한 민족지학적 연구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히 성 인류학의 선구자라고만 했다면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주디스 버틀러의 강력한 추천사가 붙어 있다.

섹슈얼리티 연구의 전 영역을 구축해온 게일 루빈의 이론적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녀처럼 풍부하고 놀랍고 독보적인 이론적 개입을 계속하는 학자는 매우 드물다. 이 책에는 우리 세대의 관심을 모조리 끌었으며 몇 번이고 다시 주목해 볼 만한 글들이 실려 있다. 게일 루빈은 성적 범주의 물질적인 삶, 명쾌하고 섬세한 논법, 매우 특별하고 전례 없는 아카이브를 제공한다. 이 놀라운 선집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섹슈얼리티 연구자가 걸어온 위대한 궤적을 따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선물이다.

이 정도면 손이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여성학/페미니즘 관련 신간을 더 챙겨두자면,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엮은 <페미니즘의 개념들>(동녘, 2015)이 출간됐다. "페미니즘의 주요 개념을 충실히 설명해주는 입문자를 위한 이론서"이다. 그리고 사회학자 로빈 라일의 <젠더란 무엇인가>(한울, 2015)도 눈길을 끄는 책. "우리가 어떻게 젠더를 분류하고 확신해왔는지, 그러한 관념이 어떻게 여성과 남성 모두의 몸을 옥죄었는지, 젠더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일상적.제도적 권력의 지형을 왜곡했는지 살핀다." 성 인류학에서 젠더 사회학까지, 이 분야의 독자라면 한동안 포만감을 느낄 만하다...

 

15.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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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치레를 하는 중이라 관심도서로 더 눈길이 가는 책은 게이버 메이트의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김영사, 2015)다.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가 부제. 원서의 부제는 '스트레스와 병의 상관성에 대한 탐구'라고 되어 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말도 친숙하니까 새로운 시각을 내보이는 책은 아니다. 우리의 상식을 좀더 폭넓게 확증해주는 책에 속한다(철학적으로는 심신문제를 다룬 책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저자는 벤쿠버의 내과 전문의로 여러 베스트셀러의 저자.

 

누구나 한 번쯤 마음의 고통과 동시에 몸이 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고통을 피하면 몸은 스스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몸이 보내는 고통의 신호를 대중의 눈높이로 풀어냈다. 수백 명 환자들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인터뷰와 세부적인 고찰들이 담겨 있으며, 저자는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본래의 지혜를 찾아가는,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을 부제로 갖고 있는 로버트 새폴스키의 <스트레스>(사이언스북스, 2008)가 가장 흥미로운 책. 너무 두꺼워서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겠지만...

 

15.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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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헤더 몽고메리의 <유년기 인류학>(연암서가, 2015)을 고른다. '인류학자가 본 어린이의 삶'이 부제이고, 원제는 '유년기 입문'이다. 저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는데, 아동 학대나 성매매 등에 대한 저작도 갖고 있다. <유년기 인류학>은 교재용 책.

 

저자는 오랜 역사를 지닌 풍부한 인류학 문헌 자료에서 핵심적 사례를 화두로 뽑아 유년기 인류학 연구의 중요 이슈를 다루었다. 이 책은 여타 사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방법, 그들이 생각하는 학대,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 어른과 어린이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 등을 살펴봄으로써 어린이들의 일상생활과 유년기에 관한 사회적 믿음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 주는 생생한 연구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청소년기와 성인식도 다루고 있어서 성장기 자녀를 둔 '학구적인' 부모라면 일독해봐도 좋겠다. 덧붙여 유년기를 다룬 문학작품들을 읽을 때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15.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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