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구촌 재해의 톱뉴스는 러시아의 폭염과 파키스탄의 홍수다. 지리적으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러시아의 폭염과 파키스탄의 홍수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러시아 중서부에서 발생한 고기압이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인데, 이것이 동시에 대류권 상층부에서 제트기류의 흐름을 변화시켜서 고기압권 바깥 지역에는 집중 호우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파키스탄의 경우 이탈한 제트기류가 계절성 몬순과 만나면서 한달 평균 강우량의 여섯배가 넘는 폭우가 단 하루 만에 쏟아지기도 했다." 그 결과가 국토의 1/5이 물에 잠기는 재앙적인 대홍수이다. 당장은 '남의 나라' 일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대재앙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으므로 이 두 재해는 징후적이다. 우리는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 관련기사 두 가지를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   

한국일보(10. 08. 14) 열받은 지구…기후 대재앙 현실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몰고 온 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가 하면 아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나기가 내리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린란드 거대 빙하 붕괴 장면, 포착 위성 사진 ‘눈길’

서울 면적의 40% 크기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지난 5일 그린란드에서 떨어져 나와 북극해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 빙하가 석유 탐사와 해상 운송이 활발한 캐나다 뉴펀들랜드 부근까지 남하하면 타이타닉호 침몰과 같은 엄청난 충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빙하는 1962년 이후 북반구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로 바로 지구 온난화의 상징이 될 것이란 것이다.

기상 이변이 몰고 온 자연 재해는 홍수, 산사태, 혹서, 산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간난(甘南) 티베트족 자치주의 저우취(舟曲)현은 지난 8일 폭우와 함께 일어난 산사태 탓에 멀쩡했던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최소 127명이 사망하고, 주민 4만5000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다.

러시아 모스코바 일원에서 일어난 산불은 푸틴 총리까지 직접 소방 헬기를 몰고 진화 작업에 나선 가운데 지난 8일 49건이던 산불이 갈수록 확산돼 830건으로 늘어나는 등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8월 평균 기온이 섭씨 24도 수준이던 것이 연일 38도까지 수은주가 치솟는 등 130년만의 최고 혹서까지 이어지는 등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독일 동부와 체코,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유럽은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 재앙은 직접적인 1차 피해 뿐 아니라 심각한 2차 피해까지 야기한다. 세계 3위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의 유례없는 폭염과 주요 곡창 지대인 인도 펀자브 지역의 폭우 피해로 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일 극심한 가뭄에 따른 수확량 감소를 예상해 연말까지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시민들의 사재기로 식료품 폭등 조짐이 보이자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우유, 버터, 빵 등 기초 식료품의 가격을 통제하고 나섰다. 홍수 지역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전염병 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동물 시체나 각종 생활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돼 콜레라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한반도는 올 여름 내내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부터 남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제4호 태풍 '뎬무'도 무더위를 누그러뜨리지 못해 찜통 더위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8일까지 총 39일 동안 일평균 기온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보다 높은 날이 무려 34일이나 많았다. 8월에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년 대비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7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도 높은 25.3도로, 한 달(31일) 중 평년보다 더웠던 날은 모두 26일이었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최근 11년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6월부터 8월8일 사이에 열대야 발생일수는 6.3일로 2000~2010년 평균(3.7일)과 비교할 때 2배에 가까웠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무더운 날이 많은 것은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서 형성된 강한 대류(deep convection) 현상에 의한 에너지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강화시켰고, 적도에 치우쳐 발달한 이 고기압을 따라 서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직접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라니냐'의 초기 현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갔어도 한반도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한가운데 들어 낮 동안 기온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했던 7월 동안 덥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면 이제부터는 바람도 적고 해가 쨍쨍한 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예년보다 오래 유지되면서 고온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이상 고온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30년 전 시작됐다. 월러스 스미스 브뢰커 컬럼비아대 교수가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의 개념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더운 지역을 더 덥게, 추운 지역을 따뜻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날씨의 변동 폭이 더 커지면서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자연 재앙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이창호기자)   

경향신문(10. 08. 14) 러·파키스탄 자연재해 ‘정치재해’로 번지나

최악의 자연재해가 닥친 러시아와 파키스탄의 정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폭염·산불로 인한 피해규모를 축소·은폐하려 했다. 국토의 5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대통령은 재난 발생 20여일 만에 홍수 피해현장을 찾았다.

러시아 모스크바 의사들이 보건당국으로부터 사망률이 높은 ‘열사병 진단을 내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현지 인테르팍스통신을 인용해 AP통신이 13일 전했다. 이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하루 평균 사망률이 평소의 2배로 늘어난 것이 알려진 가운데 취해진 조치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정부가 열사병 규모가 알려질 경우 국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폭염·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54명으로 집계됐지만 정확한 희생자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재난의 참상’보다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벤트성으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도하거나 그가 피해 주민들을 만나 보상을 약속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재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정치분석가인 게오르기 보프트는 이날 모스크바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정부 행보는 옛 소련의 대처 방식을 떠오르게 한다”면서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정부가 공황상태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보를 통제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즉각적으로 대피하지 못해 수천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까지 불길이 퍼졌다는 사실도 보도가 나간 후 뒤늦게서야 시인했다. 13일 모스크바 시청 앞에서는 폭염 중 타지에서 휴가를 보낸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80년 만에 맞은 최악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유럽 순방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9일 귀국한 뒤 12일에야 피해지역을 처음 방문했다. 신드주 수쿠르를 찾은 그는 이재민들에게 집을 새로 지어줄 것을 약속했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자르다리의 대처는 “너무 소극적이고 또한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재난 상황에 해외의 고급호텔에 머물며 칵테일을 마시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자르다리의 수해 지역 방문에 대한 보도통제도 문제가 됐다. 취재는 국영방송에만 허용됐으며, 이 때문에 음성이 제거된 영상만 방영됐다. 영국 BBC방송은 주민들이 대통령을 향해 어떤 말을 던질지 두려워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엔 앞으로도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유엔은 지난 11일 국제사회에 파키스탄 구호를 위해 4억5900만달러(약 5400억원)를 지원해 줄 것을 긴급 요청했다. 곡창지대까지 홍수피해가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밀 50만t, 목화더미 200여만개 분량이 물살에 사라졌다.(김향미 기자) 

10. 08. 15. 

 

P.S. 지구 온난화론에 대한 반론도 적지는 않다. 가장 유력한 건 1500년 변동론인 듯하다(기후 변동주기론). 기후 대재앙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주기적인 변동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해법은 달라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온난화에 의해서건, 변동주기에 의해서건, 우리가 '기후 변화' 혹은 '기후 대재앙' 앞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지혜는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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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한겨레의 오피니언 란인 훅(hook)에 가끔 들러보는데, 인터넷 액티비즘에 관한 눈에 띄는 칼럼이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http://hook.hani.co.kr/blog/archives/9879). 필자는 이진순 교수다. 다른 기사를 보니 "1985년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함께 총여학생회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미 올드도미니언대에서 시민저널리즘과 뉴미디어, 국제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칼럼은 '위키피디아의 모든 것'을 압축해주고 있다.  

한겨레 훅(10. 08. 03) 위키시대의 지식인 

그 곳에 가면, 노무현과 이명박이 있고 김대중도 전두환도 있다. 원더걸스와 에픽하이, 슈퍼주니어도 있다. 김치와 보신탕은 물론, 찜질방(Jjimjilbang)과 막걸리(Makgeolli), 팥빙수(Patbingsu)도 있다. 여기서 “그 곳”이라 함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폭발력 있는 사이트가 아니지만, 위키피디아는 방문객 숫자 면에서 전 세계 5대 사이트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영향력 있는 매체이다. 방대한 분야 1,600만 여개에 달하는 주제어에 대해 주석을 달아 놓은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매달 3억3천만 명이 찾는 인기 있는 사이트이다.  전 세계 272개 언어로 편찬이 되는데, 이 중 영어로 된  컨텐츠가 330여만 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독일어와 불어가 각 100만여 개, 폴란드어와 이탈리아어, 일본어,  스페인어가 각기 60-70만여 개로 그 뒤를 잇는다.  한국어로 된 항목은 14만여 개로 전체 언어 가운데 21위를 차지한다.  유투브나 페이스북,  마이 스페이스등과 같은 대부분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소유인데 비해, 위키피디아는 비영리법인인 위키미디아재단에 의해 운영되며 배타적 지적재산권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협약에 의해 누구나 그  내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누피디아는 왜 망했을까
위키피디아의 성공적 신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00년 초, 미국의 웹 광고회사 대표인 지미 웨일스(Jimmy Wales)와 당시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철학과 박사과정 학생이던 래리 생거(Larry Sanger)는,  온라인 상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지식사전을 만들자는 취지로 누피디아(Nupedia)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수천 명의 전문가 메일링 리스트를 확보해서 그들 중 누군가가 내용을 작성하면 다른 전문가들에게 그  내용을 검토하고 감수 편집하게 하는, 일종의 피어리뷰 (peer-review) 시스템이었다.  취지는 참신하고 거창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2000년 3월부터 2003년 9월까지 누피디아에 게재된 주제어는 고작 24개, 74개의 주제어는 여전히 검토 중인 채로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지미 웨일스는 훗날, 누피디아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자신들이 전통적인 학계의 방식을 따르려 한 것이 실책이었다고 고백했다.

 “우리 스스로 전통적인 학술적 방식, 즉 위로부터의 편찬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출된 글들을 검토 비판하고 피드백을 준다는 면에서 기존 학계의 논문심사위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자원 봉사하는 저자들에게는 아무 재미도 없는 작업이었겠지요. 그것은 대학원에서 논문을 다루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고 결국 그들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누피디아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래리 생거는, 누구나 글을 작성해 올리고 아무나 감수 편집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위키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 저자들에 국한되었던 내용 작성과 편집의 권한을 일반 대중에게 대폭 위임한 것이다. 2001년 1월, 사상 유례가 없는 오픈소스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위키피디아의 광범한 이용에도 불구하고 위키피디아의 신뢰성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여전히 인색하다. “아무나 아무 때 아무 내용이나 게재하고 편집할 수  있다면 도대체 그 내용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생들이 학생들 리포트에 위키피디아를 인용하지 말도록 권한다. 저자의 책임성을 물을 수 없고 그 내용이 수시로 변하는데다가 전문가의 감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식생산의 패러다임은 변화했는데, 그 지식의 신뢰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정말 그런가. 위키피디아에 실린 글들은 믿을만한 소스가 되지 못하는가.

위키피디아의 비밀 
2004년 버팔로대학의 알렉스 할라바이스 (Alex Halavais)교수는 위키피디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기획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류가 담긴 13개 항목의 내용을 삽입하고 그 오류가 바로잡히는지 관찰한 것이다. 13개 중 몇 개나, 얼마 만에 제대로 수정이 되었을까. 그의 연구는, 13개 오류 모두가 불과 두 세 시간 안에 모두 바로잡혔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7년, 미국 콜로라도의 지역신문인 덴버포스트도 위키피디아 정보의 질을 조사했다.  문화와 인물, 자연과학과 인문지리가 두루 포괄되도록, “이슬람”과 “빌 클린턴” “지구온난화”와 “중국” “진화”등 다섯 가지 키워드를 선정하고,  해당 분야 다섯 명의 대학 교수들을 위촉해서 위키피디아에 실린 정보의 정확성과 수준을 면밀하게 검토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다섯 명 중  네 명이 위키피디아에 대해서 “정확하고 정보적 가치가 있으며 포괄적이고 (accurate, informative, and comprehensive) 학생들과 독자들에게 훌륭한 자료가 된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한  명은,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 세부사항을 전달하기에 부정확하다면서 “썩 좋은 것은 아니다 (not very good)”라고 했으나 이  역시 위키피디아의 근원적 오류를 지적했다기보다는, 그 불완전성에 주목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1968년 환경학자인 개릿 하딘 (Garrett Hardin)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은, 인간들이 저마다 이기적으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공의 자산은 약탈당하고 황폐해 진다고 경고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너무나 손쉽게 누구나 작정만 하면, 원고지 수백 매 분량의 기사를 삭제해 버릴 수도 있고 “갑돌이는 멍텅구리다” 하는 악의적 내용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위키피디아에서는, 하딘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공유지가 확장되고 발전하며 진화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왜일까?  누구나 손쉽게 내용을 수정 편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보가 왜곡되고 훼손될 위험성도 높지만 다른 한편 그 위험으로부터 정보를 보전하고 신속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밤 새워 쓴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저작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위키의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글을 올리고 고치고 업데이트한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인터넷의 공공재산을 악의적으로 망치려는 사람보다 고쳐서 발전시키려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너무 낙관적인 소리로 들리는가? 믿기 어렵지만, 그게 아니라면 위키피디아가 쑥대밭이 되지 않고 오늘날 이렇게 건재한 것을 달리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식생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위키피디아가 망가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장치가 몇 가지 있다. 모든 아티클은 아무나, 심지어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손을 댈 수  있지만 그 흔적은 모두 “히스토리” 섹션에 남는다. 아티클마다 붙어있는 히스토리 탭을 누르면,  맨 처음 작성된 두어 줄짜리 엉성한 내용부터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내용까지, 몇 월 몇 일 몇 시에 누가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첨삭했는지 시간대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순간의 객기로 모든 내용을 삭제하거나 훼손한다 해도, 이전 내용을 복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이전 단계 글을 찾아서 덮어쓰기 하면 끝이다. 망치는 사람보다는 바로 잡는 사람이 많고, 망치는 속도보다는 바로 잡는 속도가 빠르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방대한 분량의 세계 최대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이룬다. 그것이 집단지성의 힘이다.

혹자는 위키피디아가 편파적이며 비객관적이라고 말한다.  역사나 인물에 대한 기술에서 그런 비판은 두드러진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상 어느 백과사전이 “엄정하게” 객관적이며 ”칼로 자른 듯이” 중립적일 수 있을까. 학계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브리태니커는 그럴 수 있는가. 기실 지식이란, 특히나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지식이란, 일정한 시각과 입장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브리태니커의 내용에 불만을 품고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하면, 편집진에게 편지를 보내고 정정을 요구하고  편집진과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현저하게 잘못된 내용일지라도 정정이 이루어지기까지 긴 과정 동안, 모르는 이들은 그 잘못된,  혹은 오래된 정보를 그냥 읽고 인용할 수도 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이런 수고가 줄어든다.  직접 고치면 된다. 때로 상이한 의견을 가진 이가 내가 쓴 글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지만,  갑론을박이 거듭될 만한 사안인 경우 ” 디스커션” 탭을 눌러서 장외 논전을 벌일 수 있도록 위키피디아는 설계되어 있다.

내가 가르치는 공공저널리즘 수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직접 자신들이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을 위키피디아에 올리라는 과제를 준다. 그들이 올린 글이 뒷 사람에 의해서 삭제되거나 수정되어도 점수에는 상관없다고 여러 번 강조해도, 막상 자기 글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고쳐지게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황하고 불쾌해 한다. 몇몇은 나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또 몇몇은 자기 글을 수정한 이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서 논쟁을 벌이고 그들이 작성한 아티클을 찾아내서 똑같이 검열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복”을 한다. 자기 글이 삭제되지 않고 다른 이들에 의해 더 추가되고 발전된 경우, 그 학생들이 가지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재차 삼차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찾아 고치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한다. 게재된 자기 글에 대해 일종의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자료조사와 공부를 하도록 만든다고 나는 믿는다. 학기 말에 위키피디아 과제물에 대한 소감을 쓰게 하면, 자기 글이 삭제당해 핏대 올리던 학생이나 자기 글이 줄줄이 새끼를 쳤다고 기세 등등하던 학생이나,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글을 올리는 과정이 이렇게 간단한 줄 몰랐다”, “내가 쓴 글이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 그들은 완제품으로 포장된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되새김질을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자가 된다. 적어도 노폭시내의 “하이랜드 파크“ 지역이나 ”오션뷰 초등학교“에 관한 한, 그들은 할 얘기가 아주 많다.

지식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자가 권력을 가진다.  지식은 한 사회의 규범과 도덕과 가치관을 가름한다. 일부 지식생산전문가가 이제 그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게 되었다 해서 애달파할  일은 아니다. 지금, 위키피디아의 아무 사이트나 들어가 보라. 찾고자 작정하면, 오류와 불완전함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면, “아 역시 아마추어 대중이 하는 짓이란…”하고 혀를 끌끌 차는 것으로 자칭 “전문가”의 자존심을 채울 것인가. 당신이 돌아서서 “내가 뒤져 봤는데, 위키피디아 그거 엉터리더라구…” 핏대 올리는 동안, 누군가는 그 아티클을 바로잡고 새 내용을 추가할 것이다. 참여 없이 평가만 하는 이들의 지적 권위란 그렇게 사정없이 뭉개지기 마련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될 것인가
벌떼처럼(swarm-like) 들끓고 천방지축인 이 시대의 시민들에게 “지성”이란 타이틀을 내주기 아쉬워 버티기는, 오늘날 한국의 좌우 양 극단이 마찬가지다. 그들은 공히 “대중은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비평한다. 차이가 있다면, 한 쪽은 “누가 배후인가” 뒤쫓는 유령놀음에 빠져 있는 데 반해 다른 한 쪽은 “배후를 거부하는” 개념 없는 대중을 개탄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들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산정 높이 올라가 고고하고 외로운 성채를 짓고 멀리 산 아래를 관망하며 품평하고 한탄하고 혀를 찬다. 그들 중 상당수는, 80년대 삶과 노동의 현장에서 인생을 배우겠다며 공장이나 농촌으로 향했던 이들이다. 이제 역사는, 산 아래 저 떠들썩한 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산채에 머물며 조악한 구닥다리 망원경으로 아랫마을을 내려다보는 이들은 여전히 끼리끼리 모여 토론하고 논쟁한다. 이제는 하산해서 현장으로 갈 때다. 고민해서 만든 텍스트가 있으면 온라인에 전면 공개해서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 비판받는 것이 어떨까.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이라도 좀 친절하게 써 주면 좋겠다. 내가 조국, 김두식, 한홍구 교수와 같은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시각에 전면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읽기 편하고 명료하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 산정에서나 통하는 지식인의 은어를 버리고,  현장의 언어로 이야기하자. 광장의 언어를 쓰지 않으면서 누구와 어떻게 소통을 한단 말인가

10.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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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10-08-09 11:36 
    위키시대의 지식인 — “그들은 공히 “대중은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비평한다. 한 쪽은 “누가 배후인가” 뒤쫓는 유령놀음에 빠져 있는 데 반해 다른 한 쪽은 “배후를 거부하는” 개념 없는 대중을 개탄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via 로쟈)
 
 
얼그레이효과 2010-08-05 14:03   좋아요 0 | URL
학생들에게 위키피디아에 내용을 올리는 숙제를 내주고 그것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살피는 대목이 흥미롭네요.(너무 나간 맥락일 수 있으나)한국의 커뮤니케이션학 가르치는 분들 현실 보면..아직 "예전 방식"에 안주해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로쟈 2010-08-05 15:16   좋아요 0 | URL
고고한 표범들이 많이 계시죠...

쟈니 2010-08-05 14:17   좋아요 0 | URL
축적된 기록과, 기록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로쟈 2010-08-05 15:18   좋아요 0 | URL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건 4년 정도밖에 안됐는데, 10년후가 궁금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05 22:54   좋아요 0 | URL
킬리만자로 산을 직접 올라가 본 사람들이 그러는데 거기는 표범이 안 산다고 하던데요...

로쟈 2010-08-05 23:00   좋아요 0 | URL
거긴 벌써 다 죽었나 보네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2년 간의 독서 내역을 개인별 포트폴리오로 관리해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독서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 2학기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긴데, 하도 시끌벅적한 뉴스가 많다 보니 주목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강조해마지 않지만, 입시와 연계되어 '관리대상'이 되는 독서라면 정나미 떨어진다. 필시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려는 '관료'들의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독서는 주변에서 적당히 자극하고 격려하는 '넛지' 정도로 충분하다. 아이들은 '책 읽는 기계'가 아니며 더구나 '책을 읽어야 하는 노예'도 아니다. 책을 읽을 자유는 책을 읽고 아무말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 모든 개개인의 독서 이력을 점검하고 평가한다? "독서가 제일 괴로웠어요"란 비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 무슨 퇴행적 전체주의란 말인가. 조만간 <1984>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한국일보(10. 06. 30) [편집국에서/6월 30일] 아이들의 괴로운 독서

"아니, 이상의 '날개'를 중학교 1학년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김유정의 '봄봄'은 또 어떻구요. 뭐, 읽을 수는 있겠지만, 글쎄. 이광수의 '무정'도 그래요. 그 나이 아이들에게 썩 맞는 작품 같지 않은데."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주부에게 며칠 전 들은 이야기다. 아들이 글쓰기 지도를 받는 사교육 강사가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이 책들을 읽어둬야 한다고 했단다. 중학생이 되면 영어 수학 공부에 치여서 책 읽을 틈이 없으니 독서도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면서. 이웃 주부들에게 물어보니, 그 책들이 그 동네 중학교 필독서이고 초등 5,6학년 때 미리 읽는다고 하더란다. 잠시 고민하다가 사온 책들을 보더니 글쓰기 강사가 놀라더란다. "아니, 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사셨어요? 다들 축약본으로 보는데. 많이 팔아요. 못 보셨어요? "

요즘 아이들의 독서 풍경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아이가 소화하기 힘든 책을 골라 읽으라는 어른들도 이상하지만, 문학작품을 원전으로 읽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축약본으로 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어 버렸다.

독서는 뭐니뭐니 해도 즐거워야 한다는 원론은 잊어버리는 게 좋겠다. 입시용 스펙 쌓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독서논술 사교육이 번창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독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책 읽기는 단순한 지식 늘리기에 쏠려 괴로움이 되어버렸다. 부모의 욕심과 학교의 '이상한' 독서 지도가 아이들을 못 살게 군다. 이 주부의 아들이 4학년 때 교내 독서퀴즈 때 푼 문제를 보자. 화산활동을 재미있게 설명한 책이 대상이었는데, 퀴즈 문항이 이랬다. "다음 중 휴화산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퀴즈를 맞히려면 책을 통째로 외워야 했다.

더 기가 막힌 사례도 있다. 중학교 아이들에게 김동인의 소설 '감자'를 읽게 한 다음 "복녀는 얼마에 팔려갔습니까?"라고 묻는다. 한 지방 교육청이 시행 중인 독서활동 평가 항목이다. 너무 간단해서 어처구니가 없는 독서 평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수한 예가 아니며, 앞으로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올 2학기부터 학생들의 독서 이력을 일일이 기록ㆍ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2011년 대입 때부터 전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침에 따라 각 시ㆍ도 교육청은 '독서교육종합지원 시스템'(www.reading.go.kr)을 구축해 운영한다. 학생이 책을 읽고 독후 활동 기록을 입력하면, 교사가 이를 평가해 인증하는 온라인 관리 프로그램이다. 초중고 12년 간의 독서 이력이 통합 관리되는 것이다. 대입 입학사정관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학생의 독서 이력을 점검ㆍ평가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제도가 창의ㆍ인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입시와 연계되어 일일이 기록하고 관리하고 평가받는 독서가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 '읽고 싶은 책'보다 '읽어야 할 책'만 늘려 아이들을 괴롭히는 또다른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벌써부터 학원과 독서지도 사교육 업체는 이 제도에 맞춘 필독서를 선정해 지도하는 신규 사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제 더 큰 부담을 안고 책을 읽게 되었다. 아이들이 불쌍하다.(오미환 문화부 차장 )  

한국일보(10. 07. 10) [책갈피] '책꽂이의 자유' 마저 위협하는 세상 

사상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설령 ‘빨갱이’라 해도.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툭하면 나오는 색깔론은 분명 불합리한 잣대이지만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다.

색깔론이 다시 튀어나왔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도한 MBC ‘PD수첩’ 중 피해자 김종익씨의 집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이 문제가 됐다. 방송에서 제목을 모자이크 처리한 이 책들은 <혁명의 연구> <김일성과 민주항쟁> <조선노동당 연구>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 등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 책들로 보아 “김씨는 특정 사상에 빠진 편향적 사고의 소유자”라고 주장했다. 참 단순하고 편리한 판단이다. 그 명쾌함이 감탄스럽기는 하지만, 그런 단세포적 발상이야말로 편향적 사고일 것이다. 국방부가 군대 내 금서목록을 발표해서 비난과 조롱을 산 일을 그새 잊어버린 모양이다.

독서는 극히 사적인 활동이다. 무슨 책을 읽느냐는 한마디로 ‘내 맘’이다. 국가나 권력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거나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개인의 독서 내역을 그를 위협하는 무기로 삼는 것은 더더욱 부당한 폭력이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책도 조심해서 읽는 게 좋겠다. 내가 읽은 책이 어느 날 나를 겨누는 칼로 돌아올지도 모르니. 이런 조심성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게 좋겠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2년 간의 독서 내역을 개인별 포트폴리오로 관리해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독서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 2학기부터 전국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적인 독서 활동을 일일이 보고하고 평가 받으라는 것은 정신적인 지문 날인 강요와 다름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오미환기자) 

10.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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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7-09 23:25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도 벌써 독후감 숙제 땜에 스트레스 받고 있습니다... 사실은 아이보다 제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숙제 안 하는 아이를 방치하는 어른이 되더라도 아이를 놀게 할 것인가, 숙제는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 사이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클 때는 실컷 놀다놀다 스스로 책을 집어들었던 것 같은데요..--

로쟈 2010-07-10 10:18   좋아요 0 | URL
앞으론 스스로 책을 집어던질 거 같습니다...

조아 2010-07-09 23:57   좋아요 0 | URL
간간이 다니는 서점에서 입구에 "교과서 수록소설 미리 읽기"라고 크게 걸어 놓고 있더군요. 뭐 저러면 장사는 되겠다 싶었죠.. 저런 정책 이전에 학교에서 책 읽으면 빼앗아 가는 문제부터 지적해야 할듯 싶은데 말이죠.

로쟈 2010-07-10 10:18   좋아요 0 | URL
그냥 학교수업이 독서중심이 되도록 하면 되지요...

빵가게재습격 2010-07-10 00:49   좋아요 0 | URL
조건만 몇 가지 붙인다면, 저는 이 정책에 찬성합니다... 정책 입안자들과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사교육 담당자들까지(입시 사정관도 포함해야겠네요) 똑같은 책을 읽고 함께 똑같은 시험, 혹은 글쓰기까지 제출하게 한다면요. 가령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구체적인 이름을 모두 쓰시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전쟁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어난 전쟁인가? 연도로 표기하시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비유는 총 몇개인가? 정확한 갯수를 제시하시오.' 운운.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독서기술부'를 두어 학교선생님, 사교육 담당자들, 입시사정관, 정책입안자의 집안을 불시에 침입, 검색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불시에 습격하게 하는 겁니다. 새벽 두시에 침투, 집안을 모조리 뒤져 불온한 책이 없는지 확인한다면, 오! 진정 찬성합니다. 꼭 하자고 건의하고 싶어욧!

로쟈 2010-07-10 10:17   좋아요 0 | URL
책이 아예 없는 게 아닐까요? 지침서만 잔뜩 꽂혀 있을 듯한데요...

Sati 2010-07-10 01:26   좋아요 0 | URL
"공공장소나 텔레스크린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혼자 공상에 잠긴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정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나타나는 경련, 무의식적으로 짓는 불안한 표정,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 등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없어야 한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행위로 간주되어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 (가령 승전 소식이 보도될 때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면) 그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심지어 이에 대한 신어까지 있는데, '표정죄'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1984> (민음사, 89쪽)

로쟈 2010-07-10 10:17   좋아요 0 | URL
책꽂이 관리에 이어서 조만간 표정관리도 해야겠네요...

2010-07-10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7-10 09:53   좋아요 0 | URL
독서가 관리 대상이 된다니...으음...
이거야말로 유희가 아니라 노동이 되는 지름길이군요. 후...

그런데 지금의 현실을 보면 이렇게 강제적(?)으로도 시스템에서 책을 보게 하는것도 필요하것도 같고...역시 정답은 없는걸까요^^;

로쟈 2010-07-10 12:56   좋아요 0 | URL
기대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거 같습니다. 실효성도 의문이구요. 의무 복무도 아니고 의무 독서라니요...

kumun 2010-07-10 13:14   좋아요 0 | URL
미국에선 학교에서 단계별로 책을 나눠서 아이들이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게 독서지도에 중점을 두더라구요

로쟈 2010-07-10 13:25   좋아요 0 | URL
미국만도 못한 셈이네요...

자꾸때리다 2010-07-10 19:14   좋아요 0 | URL
주제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저는 중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없애버리고 대신에 플라톤의 파이돈과 같은 대화편을 읽으면서 토론하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로쟈 2010-07-10 23:04   좋아요 0 | URL
주제와 상관이 있는데요.^^

네모선장 2010-07-13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고등학교 전문계 교사 입니다. 이제서야 기사를 봤는데요.
실제로 강압적으로 저런걸 하고 있고 더 웃기는 것은 '독서교육종합지원 시스템'을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것과 연동되게 해놨는데 얼마전에는 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직접 학교로 방문하여 이용실적을 물어보고 갔습니다. 저희야 전문계고라 학생들이 워낙에 책을 안읽거나 연애소설과 판타지 소설만 주로 읽어서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서도 교육당국은 저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꾸만 분량과 권수로 학교평가랑 연계한다는 거죠.
또한 학교 도서관에 대출권수는 자동으로 교육청에 집계되어서 대출 많이 했으면 우수학생 우수학급 우수학교라며 칭찬하고 있는게 요즘의 교육 현실이네요.

로쟈 2010-07-13 10:38   좋아요 0 | URL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나 모르겠네요...
 

프레시안에서 '6.15공동선언 10주년 연속인터뷰' 가운데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 한 대목을 옮겨놓는다(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0609123820&section=05). 인터뷰기사의 타이틀이 "천안함 진실규명, 민주회복-남북관계 개선의 결정적 고리"라고 돼 있는데, 바로 천안함 진실규명과 관련한 백낙청 교수의 견해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프레시안 : 중국이 남·북·미·중 4개국 공동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백낙청 : 공동조사는 바람직하다. 북에서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검열단이라는 게 그쪽 문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참 적절치 않은 표현이었다. 어쨌든 검열단 제안이 왔을 때 우리 정부는 유엔사령부 조사결과를 가지고 군사정전위원회를 소집할 테니 거기 나오라고 역제의를 했다. 군사정전위는 지금 거의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인데 그걸 되살리겠다고 하니까 북에서는 '이제 와서 무슨 정전위냐'고 하면서 안 받았다.

그런데 남·북·미·중 4개국의 공동조사를 하자는 중국의 일종의 수정제안은 정전위 기구를 재활용하자는 남쪽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유엔사가 일방적으로 조사한 것을 갖고 와서 심문을 받아라, 야단 좀 맞고 가라는 게 아니라, 조사 자체를 4개국이 하자는 거니까 북은 마다할 이유가 없고 남쪽 정부도 자신 있으면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하는 제안이다.

그런데 만약 사실무근을 가지고 정부가 이렇게 해놨다면 어떠한 공정한 조사 제의도 받기 어려운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은 것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5월 11일 시점에서 '북한-어뢰 프레임'에 갇히지 말자고 말할 때만 해도 나는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일종의 영구미제(永久未濟) 상태로 끌고 가면서 북의 소행이라는 냄새만 잔뜩 피우다가 선거가 끝나면 적당히 물러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어찌 보면 우리 정부의 과감성이랄까 저돌성을 내가 과소평가 했다.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웃음)

그러니까 나쁘게 보자면 적당히 장난치려고 했는데 장난이 너무 심해서 장난이 아니게 돼버린 것이다. 이제 정부는 추가자료를 제시해서 국민과 국제사회를 납득시키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역사에 유례가 없는 망신을 당하거나 둘 중의 하나밖에 길이 없어졌다.

대한민국 국민 치고 나라가 망신을 당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나. 적어도 나는 안 그렇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통킹만 사건처럼 오랫동안 진실을 묻어놓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나 네티즌들이 문제제기하는 걸 봐라.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 뚜껑을 눌러놓고 무한정 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어떻게 수습을 할지 모르겠다. 국제사회가 정말로 납득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과거 김일성 주석이 김신조 사건에 대해 '나는 몰랐다'고 했듯 대통령이 '나는 몰랐다. 허위보고에 속았다'고 할 것인가? 그것도 간단치 않다. 우리는 북한 체제와 다르다. 정말 걱정이 되지만 어쨌든 진실에 입각해서 수습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시민사회는 진실과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해야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령 선거를 앞둔 야당 같으면 '북한 소행이라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었냐. 안보무능 아니냐. 차라리 참여정부가 안보에 유능했다'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가 진실을 말한다는 확신이 없을 때는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 나가자, 아무리 힘들어도 그 외엔 길이 없다고 계속 얘기해야 한다

10. 0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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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0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2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지 2010-06-13 01:42   좋아요 0 | URL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대립보충으로서 톡톡히 덕을 보았는데 역시 대립보충이기 때문에 그 덕을 다시 한나라당에게 돌려주고 서로 공생의 쳇바퀴를 계속 돌지 어쩔지 아연합니다.
지방선거 결과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민주당류를 생각하면 한없이 '불안'합니다만...
천안함 사건은 계속 의제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대강과 천안함 문제는 한국 현대사를 통해 누적되어 온 강한 폭발력을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에 말씀하신 지젝의 분노자본 같은 것...

로쟈 2010-06-13 21:06   좋아요 0 | URL
사필귀정의 역사를 믿어보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지요.--;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하여 파견된 러시아 조사단이 '소리소문 없이' 귀국했다고 한다. 초계함이 정말로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면 천안함 선원들은 해군이 아니라 '밥통'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인 듯하다. 이래저래 국제적인 웃음거리다. 이왕 조작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경향신문(10. 06. 07) “러시아, 천안함 조사결과 의문 제기”

지난달 31일 한국을 방문,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조사를 벌인 러시아 전문가팀이 한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홍콩 봉황위성TV는 지난 4일 저녁 뉴스를 통해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러시아 전문가팀이 조사를 마치고 귀국했다면서 수행 러시아 기자가 한국 측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해군전문가와 기자로 구성된 전문가팀은 천안함 침몰 증거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평택의 해군기지를 방문, 선박 잔해와 어뢰 잔편을 조사했다고 봉황TV는 전했다. 봉황TV에 따르면 러시아 전문가팀은 한국 국방부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났음에도 어뢰 부품이 온전한 이유, ‘1번’ 글씨가 선명히 남아 있는 이유 등을 질문했다. 또 전문가팀은 당시 서해 연안에는 한국군함은 물론 미국의 핵잠수정까지 있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잠수정이 굳이 연안 경비와 순찰을 맡고 있는 초계함을 공격 목표로 삼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그 문제는 북한에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고 봉황TV는 전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러시아 전문가가 “천안함이 만약 어뢰에 의해 침몰됐다면 한국해군은 바로 ‘밥통’(飯桶:바보)”이라고 말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드’는 지난달 20일 잠수정 전문가이자 러시아 해군 예비역 대령인 미하일 보른스키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천암함은 어뢰 공격이 아닌 탄약폭발에 의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른스키는 “초계함은 수중음향 탐지시스템으로 주변을 모두 살필 수 있다”며 천안함이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면 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해군이 아닌 ‘밥통’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10. 06. 07. 

P.S. 기사에서 인용된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드'(시선)의 기사는 http://vz.ru/society/2010/5/27/405783.html 참조. '밥통'이라고 번역된 러시아어 단어는 'шляпы'(모자들)이다. 이런 경우엔 '멍청이', '허수아비'나 '보릿자루' 정도의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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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10-06-07 10:40   좋아요 0 | URL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지난 두 달간 일어난 모든 것은 한국 국민을 관객으로 한 한 편의 연극"이었다고 표현하고 있네요("Всё, что происходило последние два с небольшим месяца, являло собой спектакль, причём его зрителями являются почти исключительно южнокорейские граждане. Именно для них разыгрывались все эти драматические сцены, а остальные оказались в зале случайно (ну, или по работе).")

로쟈 2010-06-07 10:42   좋아요 0 | URL
좀 '조잡한' 연극이었죠.--;

꼬마요정 2010-06-07 11:56   좋아요 0 | URL
미국 자자극이라는 말도 있던데, 미국이나 쥐나 감독이나 연출가의 자질은 없나봐요.. 배우들도 엉망이고..

로쟈 2010-06-07 19:42   좋아요 0 | URL
양해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고나간 건 국방부죠...

무해한모리군 2010-06-07 13:39   좋아요 0 | URL
참 남사스럽습니다 ==

로쟈 2010-06-07 19:41   좋아요 0 | URL
본인들은 모르나 봅니다...

2010-06-07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꾸때리다 2010-06-07 15:07   좋아요 0 | URL
진짜 조작이라면 밥통은 바로 가카가 아닐런지. 조작은 조작대로 선거는 선거대로 망했으니

로쟈 2010-06-07 19:40   좋아요 0 | URL
'조야한' 반전이 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꾸때리다 2010-06-07 15:12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의료민영화 안 한다고 약속하고서는 또 밀어붙이려는 기세던데 이 정부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정부인지...

로쟈 2010-06-07 19:40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blanca 2010-06-07 16:11   좋아요 0 | URL
전쟁이 두렵지 않다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 선거 끝나고 나니까 한반도내에서는 절대 전쟁 안일어난다고 하고. 예상을 뒤엎는 법이 없는 작태들에 이제 식상해지려 합니다.

로쟈 2010-06-07 19:39   좋아요 0 | URL
국민들이 속아넘어가지 않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카스피 2010-06-07 19:12   좋아요 0 | URL
ㅎㅎ 만일 정말 천안함 사태가 조작이라면 군 수뇌부와 최고 통수권자는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 사과를 해야 될까요? 무척 기대됩니다^^

로쟈 2010-06-07 19:39   좋아요 0 | URL
조선일보도 4대강과 행정수도는 포기해도 '천안함'만은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는군요. 이게 몇 사람만 책임지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버려서 어떻게든 덮어버리려고 하겠지요. 저도 언제까지 갈는지 궁금합니다...

2010-06-09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0-06-09 17:17   좋아요 0 | URL
곧 러시아조사단의 독자적인 발표가 있을 거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