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기기 전에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역사학자 3인을 선택했다. 먼저 <북한 현대사 산책>(전5권, 인물과사상사, 2016)을 펴낸 안문석 교수. 권별 제목으로는 '해방과 김일성 체제'부터 '김정은과 북핵 위기'까지다(알라딘에서는 4권의 이미지가 1권 이미지로 잘못 떠 있다).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안문석 교수가 원고지 5,500매 분량으로 북한 현대사를 전5권으로 집필했다. 국내 최초로 북한 현대사를 사건과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가장 객관적으로 집필한 것이다. 수많은 자료에서 사실(史實)을 찾아내서 기자의 눈과 학자의 눈으로 북한 현대사를 꿰뚫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역사서인 <조선통사>, <조선전사> 등과 <김일성 선집>, <김일성 저작 선집>, <인민의 지도자>, <김정일 위인상> 등 북한 자료의 진위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통찰력 있게 북한 현대사를 분석했다. 또한 남한의 학자들의 논문과 단행본, 조선인민군의 수기를 통해 균형 잡힌 시각과 안목으로 왜곡되고 잘못된 사실들을 바로잡기도 했다."


저자는 KBS 기자로 재직하다가 늦은 유학길에 올라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재직중이다. <대통령과 골프>(인물과사상사, 2015) 같은 책이 나왔을 때는 이런 주제도 책이 되나, 의구심이 들었는데 북한 현대사에 관한 규모 있는 책을 따로 준비해온 모양이다. 강준만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처럼 속도감 있게 읽히지 않을까 싶다. 


 

서양사학자 임지현 교수가 오랜만에 책을 펴냈다. <우리 안의 파시즘>(삼인, 2016)처럼 재출간된 공저를 제외하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휴머니스트, 2016) 이후인 듯싶다.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소나무, 2016). '어느 사학자의 에고 히스토리'가 부제. 역사학자 혹은 '기억활동가'로서 저자가 자신의 학문을 회고하고 있는 특이한 종류의 책이다. 

"이 책은, 임지현이라는 기억 활동가가 지금껏 꾸불꾸불 걸어온 학문 여정을 기록한 자신의 에고 히스토리(ego-history)이자 퍼블릭 히스토리(public history)이다. 이 책이 지향하는 에고 히스토리는, '임지현이 만든 역사'에 대한 성찰과 '임지현을 만든 역사'에 대한 분석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역사이다. 그리고 임지현이라는 한 역사가가 역사적 행위자로서 어떻게 역사 지식의 생산과 소비, 유통에 참여해 왔는가에 대한 지성사적 고찰을 요구한다."


내가 기억하는 임지현은 <바르샤바에서 보낸 편지>(강, 1998),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소나무, 1999)의 저자로서인데, 어느덧 20년이 되어 간다. 요즘처럼 빛의 속도로 나이를 먹어 가는 시대에는 바로 엊그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감회가 없지 않다. 하기야 지난 세기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인한 바 있는 국사학자 정옥자 교수(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사임당전>(민음사, 2016). 날짜로는 한달 전이다. 

"이 책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사임당에게 덧씌워진 여러 이미지에 대한 논란은 접어 두고 사임당의 실제 삶에 초점을 두어 살펴본다. 사임당이라는 인물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일생을 알아보고 사임당이 남긴 작품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 정옥자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고 규장각 관장을 지냈으며, 2016년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 '최초 여성'이었던 저자가 그려 내는 조선 시대 여성 선비의 전범(典範), 사임당의 진정한 모습을 <사임당전>에서 만나 본다."

신사임당 평전이 그간에 없지 않았지만(주로 어린이용이 많았다) 조선 후기사 권위자의 저작인 만큼 신뢰감을 갖게 된다. 



올해 사임당 관련서가 몇 권 나왔는데, 같이 모아서 읽어봐도 좋겠다...


16.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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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기 전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전공은 달라도 모두 문학에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책을 펴낸 저자들이다. 먼저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06)의 저자 김용규의 신작이 나왔다.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2>(웅진지식하우스, 2016). 지난해 개정판으로 나온 <데칼로그>(포이에마, 2015)에 뒤이은 책으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확장판으로도 읽힌다. 1권의 주제가 '혁명과 이데올로기'라면 2권은 '시간과 언어'를 다룬다. 1권에 먼저 주목하게 되는데, 개요는 이렇다. 


"저자는 일상의 모든 순간을 변화시키는 혁명과 이데올로기를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혁명 편에서는 김선우 시인은 물론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같은 시대의 지성들이 주장하는 '21세기의 혁명'에 대해 살펴보았다. 2부 이데올로기 편에서는 김연수 소설가를 비롯해 아서 쾨슬러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성만으로는 이성적일 수 없으며 연민 없이는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는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의 핵심을 짚어 이데올로기의 뼈대를 이야기한다."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속편으로 <철학카페에서 시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11)가 있었으므로 철학카페는 5년만에 다시 문을 연 셈이다(주기도 5년이다). 간판은 '철학카페'이지만, 기다려온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다양한 메뉴의 '철학뷔페'다. 



미술 가이드이자 저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진숙도 신간을 펴냈다. '그림과 문학으로 깨우는 공감의 인문학'을 부제로 한 <롤리타는 없다 1,2>(민음사, 2016)다. <시대를 훔친 미술>(민음사, 2015)에 뒤이은 책. 문학괴 미술의 소통과 융합을 표방한 점이 눈길을 끈다. 

"프루스트는 왜 페르메이르의 풍경화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고 격찬했을까? 저자는 톨스토이부터 시인 김소월까지, <안티고네>부터 <롤리타>까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고전 작품들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끈을 갖고 뭉크,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박수근 등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게 해 주는 화가들의 그림들을 종횡무진 이어 나가며 '공감'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그려 나간다."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더러 있었지만 주로 학술적이거나 철학적이었다. 저자는 좀더 편안한 만남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정치학자 최정운 교수도 <한국의 탄생>(미지북스, 2013)의 속편으로 <한국인의 발견>(미지북스, 2016)을 펴냈다. 제목이나 부제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만 보면 정치학자의 저작이란 게 이상하지 않지만, 문제는 '한국 소설'을 통한 '한국인의 발견'이라는 데 있다. 분류하자면 '소설의 사회사' 내지 '소설사회학'에 해당한다(아니 '사회소설학'인가?).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개정판이 <지식국가론>(이조, 2016)으로 얼마 전에 다시 나왔는데, 두 권을 나란히 읽으면 저자의 관심사의 어떤 진폭을 그리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한국인들의 사상과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저자 최정운 교수가 찾아낸 중요한 경로는 한국 현대 소설이었다. 현대 소설에 담긴 '픽션'은 소설가들이 당대 현실과 조응하며 기록한 가장 온전한 '사상'의 모습이고, '픽션'의 밑바닥에는 늘 시대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일주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된 우리 역사는 '예술 작품'의 연속이다. 이리하여 저자 최정운 교수는 전작 <한국인의 탄생>과 이 책 <한국인의 발견>을 통해 20세기 한국인들이 걸어온 근대로의 여정을 하나의 대서사로 완성했고, 이로써 한국 근현대 사상사의 발굴과 정립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어떤 성과에 이르렀는지는 일독해봐야 알겠지만 얼핏 무모해 보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시도로 여겨진다...

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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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외 저자들로만 '이주의 저자'를 채운다. 게다가 모두 거물 철학자들이다. 주저가 아닌 얇은 책들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푸코의 책으로는 <철학의 무대>(기담문고, 2016)가 연초에 나왔었다.  



먼저, 미셸 푸코.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의 첫 권으로 <비판이란 무엇인가?/ 자기 수양>(동녘, 2016)이 출간되었다. '비판이란 무엇인가'와 '자기 수양', 두 강연문을 묶은 것으로 강연에 대한 토론문도 함께 실었다.  

"1978년 5월 27일에 소르본대학교에서 프랑스 철학회 주최로 열린 푸코의 강연 <비판이란 무엇인가?>와 1983년 4월 12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있었던 푸코의 강연 <자기 수양>, 그리고 버클리캠퍼스에서의 강연과 함께 기획된 세 차례의 토론을 싣고 있다. 이 텍스트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유용한 각주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푸코의 이 두 강연은 그의 사상의 변화와 연속성을 동시에 명확히 해명하는 중요한 텍스트이며, 특히 푸코 후기 사유의 중심 주제들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주체의 문제, 더 구체적으로 말해 ‘자기’의 문제에 대한 풍부한 성찰을 제공한다."

푸코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가 계속 소개되고 있는 와중에 '간식' 거리가 될 만한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시리즈의 책으로는 <담론과 진실>, <자기 해석학의 기원> 등이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막간에 보태자면 푸코 연구서로는 나카야마 겐의 <현자와 목자: 푸코와 파레시아>(그린비, 2016)가 지난 가을에 출간됐었다. "후기 푸코 사유의 핵심 개념 ‘파레시아’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자기’와 ‘진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1부),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를 맞이하며 원래 공공을 향한 ‘진실 말하기’였던 파레시아가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한 검열과 고백의 실천으로 변해 갔는지를 살핀다." 묵직한 책들을 읽어볼 만한 (시국적) 여유를 언제쯤 갖게 될까?



조르조 아감벤의 신간 <불과 글>(책세상, 2016)도 번역돼 나왔다(심지어 영어판보다도 빨리). 아감벤의 책으로는 여름에 나온 <왕국과 영광>(새물결, 2016)과 함께 '유이한' 올해의 수확이다.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이 부제. "문학에 가까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열 편의 철학적 단상을 묶은 책이다. <불과 글> <관료주의적 신비> <비유와 왕국> <창조 행위란 무엇인가?> 등, 읽고 쓰기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만한데, 일단 영어본도 주문해놓아야겠다. 



끝으로 알랭 바디우도 뜻밖의 책을 펴냈다. <행복의 형이상학>(민음사, 2016). 올해 나온 바디우의 책은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자음과모음, 2016)과 함께 '유이'하다. 분량으로는 둘다 팸플렛에 가깝다. 어떤 책인가. "알랭 바디우가 펼치는 혁신적 행복론이다. 침울한 일상 속에서 빛나는 삶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행복을 선택하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행복이란, 주체로 서는 것이다. 지금 이곳 열정과 분노로 가득한 광장에서, 다시는 이전과 같은 세계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새로운 행복의 정체가 밝혀진다." 


찾아보니 영어본은 내년에 <행복>이란 제목으로 나온다. 아감벤의 책도 그렇고 요즘은 한국어판들이 영어판보다 앞서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다. 바디우 관련서로 올해 나온 가장 중요한 책은 피터 홀워드의 <알랭 바디우: 진리를 향한 주체>(길, 2016)이었다. 해를 보내면서 한번 더 확인해둔다... 



말이 나온 김에 내년 기대작도 적는다. 바디우의 책은 <행복> 외에 <성관계는 없다: 라캉에 관한 두 강의>가 기대를 모은다. 바디우의 라캉론이다. 더불어 슬라보예 지젝의 <레닌 2017>은 러시아혁명 100주년과 관련하여 미리부터 구미를 당기는 책. 이런 책들에 대한 기대 때문에라도 '병신년'과 빨리 작별하고 싶다...


16.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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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한두 달 된 거 같다) 어느 사이엔가 책들이 또 쌓여서 '깨끗한' 난민촌 같은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마음이 홀가분한 건 엊그제 국회에서의 탄핵 의결 덕분이다. 물론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시민혁명의 결과다. 혁명은 장기적 과정이기에 방심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첫단추는 끼워졌다(러시아혁명에 견주면 2월혁명은 10월혁명을 남겨놓고 있다). 나대로 할일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읽고 쓰고 강의하고. 보통의 경우라면 강의는 필수적이지 않지만 읽고 쓰는 것은 매일의 일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 역량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이번 주에는 문학교수 3인이다.  



독문학자로 다수의 독문학 작품, 특히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들을 옮겨온 장희창 교수가 고전 독서에세이를 펴냈다. <장희창의 고전 다시 읽기>(호밀밭, 2016). 어떤 책이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다. 

"괴테, 귄터 그라스, 니체, 레마르크, 안나 제거스 등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들의 작품세계를 오랫동안 우리말로 옮겨온 한편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산문으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들었던 고전연구가 장희창 교수가 동서양을 대표하는 고전 38편을 소개한다. 저자는 38편의 고전이 오늘의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다정하면서도 서늘한 특유의 문체로 안내한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시대를 투시했던 대가들의 정신을 온전히 담은 고전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혼란하기만 한 시대에 마음을 다잡아볼 일이다." 

원로 문학교수의 원숙한 지성과 성찰을 읽어볼 수 있겠다. 더불어 고전 독서의 자극도 얻을 수 있겠고. 


 

불문학 교수이면서 가장 열정적인 시비평가의 한 사람인 조재룡 교수도 새 비평집을 펴냈다. <한 줌의 시>(문학과지성사, 2016). <시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14)부터는 <번역하는 문장들>(문학과지성사, 2015)까지 1년에 한권 페이스다. 이번 책도 31편의 시비평을 담고 있는데, 분량이 거의 800쪽에 이른다. 괴력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문학평론가 조재룡 비평집. 지난해 2015년 소개된 <번역하는 문장들>이 번역의 문학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번역의 인식론을 둘러싼 언어-문화의 변화를 탐문하는 근본적인 성찰에 중점을 둔 역저였다면, 이번 평론집은 전작 <시는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에 이어 800쪽 가까운 지면을 오롯이 한국 현대시에 대한 현장비평에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2003년 본격적인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한 이래 줄곧, 말의 형식과 삶의 형식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삶의 긴장을 표현한 언어의 총체성으로서의 한국 현대시를 톺아보는 데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한 줌의 시> 역시, 프랑스 현대시와 비평, 그리고 번역이론을 공부한 불문학자이자 번역가답게 해박한 이론지식과 실증적 분석에 기초한 시 비평의 내용과 형식, 개념과 언어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비평문 31편을 담고 있다." 

2000년대 한국시의 향방이 (진지하게) 궁금한 독자라면 통독해 볼 만하다. 



주로 푸슈킨의 대표작들을 많이 번역해온 러시아문학자 최선 교수도 정년을 맞아 40년간에 이르는 러시아문학 연구의 성과를 정리했다. 첫 권으로  나온 것이 <러시아 시 연구>(우물이있는집, 2016)다(세 권 가량이 더 예졍되어 있다).

"고려대학교 최선 교수의 '40년간의 러시아문학 연구'를 집성한 '러시아문학연구' 총서의 첫 책으로 주로 러시아 시와 관계된 글들을 담고 있다. 이 글들은 19세기 사실주의 시의 대표인 네크라소프(1821-1877)의 시적 화자와 19세기 패러디 시를 다룬 논문들, 시 분석 방법에 대한 소개글 그리고 러시아 시 번역서에 붙인 글 저자가 기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네크라소프 시의 화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생겨 소설에서 화자의 문제가 중요시되는 고골의 '외투'(1842)의 화자에 대해 글을 썼고 시인 네크라소프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소설가 곤차로프의 소설 <오블로모프>(1859)를 읽으며 19세기 중반 러시아 소설 장르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러시아문학에 입문한 지는 30년이 되었다. 학부생 시절에 최선 교수의 몇몇 작품론, 특히 <오블로모프>론 같은 걸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니 저자뿐 아니라 독자도 소회를 갖게 되는 책이다. 87년 여름에서 2016년 겨울까지, 어느새 한 세월이 지나갔구나...


16. 12. 11.



P.S. 최선 교수의 '러시아문학연구' 시리즈의 나머지 세 권도 완간되었다. <20세기 러시아 노래시 연구>, <유럽문학 속 푸슈킨 연구>, <푸슈킨과 오페라>(우물이있는집, 2016) 순이다. 러시아문학 전공자들에게는 유익한 연구 자료와 자극으로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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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글쓰는 사람' 은유의 새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글쓰기 책이 아니라 인터뷰집이다. <폭력과 존엄 사이>(오월의봄, 2016).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만나다'란 부제가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간첩 조작 사건을 통해 국가폭력의 야만성을 조명하는 책이지만, 그보다 피해자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훨씬 더 큰 강조점을 두는 르포르타주 작업이다. 저자 은유는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7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기록을 중심으로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언어로 풀어냈다."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박근혜 정권의 종말은 길게 보면 한국 현대사를 주물러온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말이고, 종말이어야 한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극복은 더불어 폭력에서 존엄으로의 이행이기도 할 것이다.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 <자백>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두번째 저자는 정시몬이다. <철학 브런치>(부키, 2014)를 냈을 때는 정체를 알 수 없었는데, <세계사 브런치>(부키, 2015)에 이어서 이번에는 <세계문학 브런치>(부키, 2016)까지 펴냈다('인문학 브런치' 시리즈는 어디까지 더 이어지는 것인지?). '브런치'라는 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 뜻으로 읽힌다. 

"서양 문학의 원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품 추리 소설, 영문학의 보물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과 역사극,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 카프카의 부조리 소설, 담백한 시어로 깊은 울림을 전달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전원시에 이르기까지 50여 작가들의 시, 소설, 희곡 작품 80여 편을 준비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생명력을 발산해 온 고전들 가운데서도 언어 예술의 극치를 선사하는 대목들이 영어 텍스트와 함께 차려져 독자들의 입맛을 돋운다."

프로필만 보면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따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저술가로도 데뷔했다고 하는데, 현재 전업 저술가인 것인지 아니면 '투잡'인지도 불분명하다(아마도 '투잡'이리라). 세 권의 책을 대충 훑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태생적 '간서치'라는 것. 간서치나 예비 간서치 독자라면 더없이 반갑게 읽을 수 있다. 



서양사학자 주경철 교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를 펴냈다. <일요일의 역사가>(현대문학, 2016).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역사서 읽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학자 주경철의 역사 산책. 에우리피데스부터 카사노바, 홀로코스트에 대한 비판적 성찰까지, 동시대적인 문학과 예술 사이의 큰 흐름 사이에서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특별한 사건이 각인된 역사의 진모를 헤아려본 독특한 글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연대기적 역사서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할 역사의 이름으로 기억해봄 직한 토픽들을 다루었다."

 

이런 글은 일요일에 쓰고 일요일에 읽는 게 제맛인지도. 그렇지만 오늘 같은 일요일에는 내게 그런 여유가 없어 유감이다...


16.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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