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뇌과학자, 역사학자, 여성학자, 3인이다. 먼저 뇌과학자로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신간 두 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민음사, 2017)과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21세기북스, 2017)이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빅 퀘스천>으로 독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저자에게 지적 상상력을 제공한 책들을 향한 오마주", 곧 독서록이고,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은 뇌과학에 관한 입문적 강의를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가 부제.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과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뇌과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인류의 오늘을 진단하고 통찰한 결과다. 호모 데카당스(homo decadence)와 호모 스피리투알리스(homo spiritualis), 즉 미추와 선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인간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과연 인류에게 불멸의 삶은 가능할 것인지, 인류의 여정이 뇌과학적 해석 안에서 새로운 감탄으로 펼쳐진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실체를 인식하고 폭넓은 경험으로 삶의 해상도를 높일 때 비로소 ‘나’는 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교양 뇌과학'의 범위와 수준을 가늠하게 해줄 듯하다. 



일본 고문헌 연구자로 전쟁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김시덕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전쟁의 문헌학>(열린책들, 2017). "30년 넘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해 화제가 된 전작에 이은 두 번째 연구서로 문헌 연구의 시기가 15세기에서 근대기까지, 그 범위가 동북아 전체와 유럽에까지 확장되고 있음이 주목된다." 소개에서 '전작'이라고 지칭된 책은 <일본의 대외전쟁>(열린책들, 2016)이다. 



저자의 주 전공분야는 임지왜란 관련 일본 문헌 연구인데, 사실 따지고 전쟁의 양 당사국뿐 아니라 명나라 사정까지 포함한 총체적, 입체적 시각이 동원되어야 전쟁의 실상에 우리가 더 근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결정판 <임진왜란사> 내지 <조일전쟁사>는 아직 미래의 책이다. 



출판계의 페미니즘 붐과 함께 어느 때보다 자주 접하게 되는 이름이 여성학자 정희진이다. 다수의 공저에, 그리고 추천사에서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단독 저작으로 <낯선 시선>(교양인, 2017)을 이번에 펴냈다. 칼럼집으로 '메타젠더로 본 세상'이 부제다. 

"<낯선 시선>은 여성학자 정희진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일어난,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주된 사건들을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하여 쓴 글들을 고르고 모아 엮은 책이다. 부정의에 맞서는 사회적 약자의 유일한 자원으로서 ‘여성주의’의 전복적 힘을 보여준다. 정희진은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기 위해 쓰는 이중 잣대, 남성 언어의 이중 메시지에 주목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속성을 그만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이 비참하고도 모욕적인 사회를 ‘여성’의 언어로 새롭게 규정한다."


한편 페미니즘 관련서는 이번 주에도 강세인데, 두 권의 책은 재간본이다.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문학동네, 2017)은 <행복한 페미니즘>(큰나, 2002)이 15년만에 재번돼 나온 것이고, 조앤 스콧의 <페미니즘 위대한 역사>(앨피, 2017)은 <페미니즘의 위대한 역설>(앨피, 2006)이 11년만에 제목과 표지갈이를 해서 나온 것이다. 국내서로는 <페미니즘, 리더십을 디자인하다>(동녘, 2017)가 신간이다. 요즘 페미니즘 문학을 강의하다 보니 페미니즘 관련서도 방바닥에 점점 쌓이고 있다...


17.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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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이름들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새로운 저자들은 '이주의 발견'에서 다루다 보니 '이주의 저자'에서는 좀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읽어본 저자들을 주로 선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주에는 읽어본 책의 저자들이다. 



먼저 다작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 강준만 교수의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인물과사상사, 2017)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한나래, 1994)이라고 먼저 나왔던 게 13년 전이니까 충분히 업데이트될 만하다. 한나래판이 264쪽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개정판은 492쪽으로 200쪽 이상 증면되었다. 다만 초판과 마찬가지로 10명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데, 그간에 주목할 만한 커뮤니케이션 사상가가 더 등장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 올해 나온 책으로는 <손석희 현상>이 예상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은 올해의 두번째 강준만 책이다.  



<예수는 없다>(현암사, 2001)로 유명한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그 <예수는 없다>(2017) 개정판을 펴냈다. 16년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저자가 새로 붙인 머리말을 보니 출간시 화제의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의 제목은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가 될 뻔했다. 저자가 내세운 제목이었는데, 출판사 쪽에서는 수필집 같은 제목이어서 다른 제목을 원했다고 하고 저자가 제시한 후보군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예수는 없다'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고. 덜컥 겁이 난 저자가 절충안으로 '그런 예수는 없다'를 제시하지만 "그러면 김이 빠져 못 쓴다"는 게 출판사의 답변이었다. 대신 저자는 '그런 예수는 없다'를 서문의 제목으로 삼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신도들을 탄핵기각 태극기 집회에 동원한 대형교회들의 행태만 보더라도 저자의 일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예수는 없다!' 



매년 한두 권씩 번역돼 나오고 있는 한병철 교수의 신간도 추가되었다.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 2017). 3월에 첫 책이 나온 걸로 보아 올해는 두 권이 나오는 해일 듯(지난해에는 <아름다움의 구원>이 출간되었고, <권력이란 무엇인가>가 재간되었다). 

"<피로사회> <투명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의 신작 <타자의 추방>이 출간되었다. 전작 <피로사회>가 ‘나는 할 수 있다’는 명령 아래 스스로를 착취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에로스의 종말>이 사랑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런 상황을 불러온 근본 원인으로 저자가 지목했던 ‘타자의 소멸’ 현상을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한병철 교수의 모든 책을 읽고 강의에서 다룬 바 있기에 그의 책들은 '식구' 같다는 느낌도 준다. <타자의 추방>이라는 타이틀만 하더라도 새롭지는 않다(타자의 부정, 배제, 소멸 등은 저자가 거의 모든 책에서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는 테마다). 하지만 또 읽어본다. 식구들끼리는 원래 그렇다...


17.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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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오랜만에 국외 저자 3인이다. 먼저, 일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신간 <헌법의 무의식>(도서출판b, 2017)이 출간되었다. '가라타니 컬렉션'이 계속 나오고 있으므로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다만 <헌법의 무의식>은 시의성에 주목하게 된다(원저는 작년 봄에 나온 모양이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전후헌법, 그중에서도 특히 ‘제9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최근 주변 국가들이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면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것이 바로 이것의 개정 여부라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독일마저 군대를 보유할 수 있는 헌법을 가지고 있는데, 왜 일본은 그것을 금지하는 헌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둘러싼 문제가 호헌이냐 개헌이냐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오늘날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호헌과 개헌의 대립은 단순히 평화주의자와 호전주의자의 대립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의 무의식>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문제의 핵심요지는 ‘헌법 9조’가 이러한 대립 이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즈음에 일본의 헌법 문제도 살펴보는 의미가 있겠다.

 

 

참고로 일본 헌법에 관한 책도 몇 권 나와 있다. <헌법의 무의식>을 읽을 때 참고해볼 만하다. 

 

 

두번째는 국내 처음 소개되는 크로아티아의 철학자 스레츠코 호르바트다. <사랑의 급진성>(오월의봄, 2017)이 이번에 나왔는데, 알고 보니 지젝과의 공저 <유럽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펴낸 바 있는 젊은 철학자다.  

"왜 레닌이나 체 게바라 같은 가장 급진적인 혁명가들이 사랑의 급진성을 두려워했을까? 겉보기에 온건한 사랑의 개념에 대해 왜 그렇게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왜 온건하지 않은가? 러시아 10월혁명의 성혁명과 그 이후의 억압, 사랑과 혁명적 헌신 사이에서 갈등한 체 게바라의 딜레마 그리고 68운동의 기간과 그 여파를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저자는 이 질문들에 답한다. 이 짧은 책은 사랑의 문제가 흥미롭고도 놀라울 정도로 실종되어 있는 현재, ‘사랑의 급진성’이 왜 중요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혁명 100주년과 관련하여 읽어볼 만한 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의 타이틀이 제일 먼저 머리를 들이민 셈이 되었다. 지젝의 추천사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는 전통적 공산주의의 성 보수주의에서 ‘성혁명’의 우스꽝스러운 사이비 혁명적 과도함을 거쳐 정치적 올바름의 광기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성적 사랑의 관계를 종종 혼동하거나 신비화해왔다. 매우 흥미로운 이 책에서 호르바트는 그 점을 분명히 바로잡으려 한다. 우선 그는 오래전에 전복적 효력을 잃어버린 섹스 대신 사랑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유방임주의의 토대에 대항할 힘으로서 사랑의 급진성을 주장한다. 이 책은 공산주의자들을 연인으로, 연인들을 공산주의자로 만들 것이다!"

 

호르바트의 또 다른 책으론 <탈사회주의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도 번역되면 좋겠다 싶다. 지젝의 <레닌 2017>은 출간 예정일이 올 여름이라 좀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흐로바트의 책들을 읽어두어야겠다. <사랑의 급진성>은 조만간 읽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알랭 바디우의 <사랑 예찬>(길, 2010)과 비교되지 않을까 싶다. 흐로바트는 1983년생이니(올해 34세군) 바디우의 손자뻘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의 책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카이사르 가문의 영광과 몰락'을 부제로 한 <다이너스티>(책과함께, 2017)는 2015년 신작을 옮긴 것이고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로마 공화국 최후의 날들'을 다룬 <루비콘>(책과함께, 2017)은 <공화국의 몰락>(웅진지식하우스, 2004)이 원제대로 재출간된 것이다. <다이너스티>는 "오늘날에도 제국의 전형으로서 여러 분야에서 벤치마킹되고 있는 로마제국의 원형을 만든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황조의 이야기를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담아낸 책"이고, <루비콘>(2003)은 "로마 공화국이 로마 제국으로 바뀌는 시기의 약 100년 동안 펼쳐진 치열한 권력 쟁탈전을 담아내는 동시에 공화국이 죽어가는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고대사 분야가 전문인 홀랜드의 다른 책으론 <페르시아 전쟁>(책과함께, 2006)와 <이슬람 제국의 탄생>(책과함께, 2015)이 더 소개된 바 있다. 찾아보니 2013년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펭귄) 새 번역판도 내놓았다. 나와는 동갑내기로군. 아무려나 신뢰할 만한 저자다.

 

 

톰 홀랜드의 로마사 책들을 손에 든다면, 더불어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에도 눈길을 줄 만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카이사르의 여자들>(교유서가, 2016)로 "기원전 68년 6월부터 기원전 58년 3월까지 약 10년간의 시기를 다룬다." 카이사르의 전성기를 다룬 셈.

"이 책에서 카이사르는 고귀한 혈통과 천재적인 두뇌, 불굴의 용기를 과시하며 누구보다도 상황 판단이 빠르고 거침없지만, 동시에 자신과 가족의 사랑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작가가 본 카이사르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끌어들일 줄 아는 매혹의 남자이자 바람둥이로, 다정다감한 아버지이면서도 아끼는 딸을 약혼 위약금을 물어가며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에게 시집보내는 비정한 아버지로도 그려낸다."

17.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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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보통 시사 팟캐스트를 들으며 이런 일을 한다). 한국 현대사 관련 저자 3인이다. 먼저 국사학자 서중석 교수.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7,8>(오월의봄, 2017)이 출간되었다. 6권부터가 제3공화국 이야기인데, 이번에 나온 7권은 한일회담과 박정희와 일본 우익의 검은 커넥션을 다루고 있고, 8권 경제성장과 관련한 박정희 신화를 파헤친다. 


"서중석 교수는 이 시리즈를 통해 1945년 해방 공간에서부터 1987년 6월항쟁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주제를 소개한다. 7권의 주제는 '한일 회담.한일협정'이다. 서중석 교수는 이 책에서 박정희 정권이 미숙성, 굴욕.저자세, 졸속 처리로 한일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과 일본 극우들에게 "형님으로 모시겠소"라며 머리를 숙이고, 검은돈을 받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8권의 주제는 '경제 성장'으로, 박정희 정권 시기의 경제 성장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에 한국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성장과 발전이 박정희의 업적은 아니라고 서중석 교수는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주장은 오해이고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유예된 박정희 시대의 청산 기회를 맞아 그 시대의 진실을 한번 일독해봄직하다. 


한국사 교과서 파동 때 주목받고 현재는 팟캐스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역사 알리미 심용환의 신작도 두 권 나란히 나왔다. <헌법의 상상력>(사계절, 2017)과 <심용환의 역사토크>(휴머니트스, 2017). "시대가 주목한 역사가 심용환의 눈으로 본 헌법. <헌법의 상상력>은 정치와 법률, 역사와 사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는 물론,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에 관한 근현대 석학들의 사상과 비교하면서 우리 헌법의 주인이 우리 국민임을 독자들에게 깨우쳐준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책을 쭉 읽어보니 추천사보다는 환영사를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헌법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책이 없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써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이 책이 출간된다고 하니 누구보다 반가운 마음이다. 내가 썼으면 한국 이야기는 더 자세하게 다루었겠지만 외국의 사례는 빈약했을 것이고, 정치사상이나 헌법이론까지는 소개하지 못했을 것이다. ‘헌법의 한국현대사’ 강의를 만들려고 궁리 중인데, 강의를 개설하면 나부터 이 책을 교재로 쓸 생각이다."

헌법에 관한 대중교양서로 맞춤한 책이다. 



더불어, 탄핵 정국의 '수혜자'로 꼽히는 것이 헌법 관련서들인데, 이례적인 베스트셀러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유행이라면 얼마든지 편승해볼 만하다. 



한국 대중예술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이영미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대중문화로 보는 박정희 시대'를 부제로 한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인물과사상사, 2017). 제목으로는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황금가지, 2002)를 잇고 있다. 박정희 시대는 어떤 시대였던가.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동백아가씨, 아침이슬, 조국 근대화, 잘살아보세, 국가비상사태, 포크, 장발족, 금지곡, 대마초, 히피, 트로트……." 같은 키워드로 환기되는 박정희 시대, 대중문화의 욕망을 되짚어보아도 좋겠다. 


 

말이 나온 김에, 박정희와 유신(혹은 개발독재시대)에 관한 책 몇 권도 다시 상기해두도록 한다...


17.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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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정신분석, 시사만화, 의학 등 분야는 제각각이다. 먼저 프로이트와 정신분석과 관련한 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김서영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프로이트의 편지>(아카넷, 2017). 


"프로이트의 편지와 이론, 사례를 통해 정신분석의 새로운 통찰을 전하며 인생의 중심축이 되는 삶의 단계들을 ‘동일시’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일, 불완전한 타인을 내 삶에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 다른 생각들을 받아들여 내 세계를 넓혀가는 일, 나의 한계를 넘어 어른이 되는 일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프로이트가 삶의 단계마다 보내왔던 편지를 따라가며 우리의 삶은 동일시의 연속일 수밖에 없음을 찬찬히 보여준다."

전작들도 그랬지만,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정신분석 입문서도 겸한다. 



'부담 없이'라고 특별히 적은 건 부담스러운 책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스 마르틴 로만 등이 엮은 <프로이트 연구>(세창출판사, 2016) 같은 책이 그렇다. 이런 두께의 책에까지는 나도 아직 손을 대지 못하겠다. <프로이트의 편지>에 만족할 밖에. 



시사만화가 정훈이 작가의 신작도 나왔는데, 이번에는 협업이 아닌 단독 저작이다. <야매공화국 10년사(事)>(생각의길, 2017). 부제가 '정훈이의 국정 농담'이다. 대략 그림이 그려지는 책.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아래 우리 주위에 일어난 일들을 포복절도의 풍자로 다룬 시사풍자카툰이다. 특유의 유머코드로 열혈 독자층을 자랑하는 정훈이 작가는 저질 권력을 향한 거침없는 풍자를 영화 패러디를 통하여 그려냈다. 대부분의 풍자카툰이 한 컷 혹은 네 컷 만화에 그치는 데 비해, 정훈이 작가는 영화의 스토리에 빗대어 풍자화 했기에 영화와 영화의 패러디라는 두 가지 재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저질 권력자들이 만든 야매 공화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와 한발 늦은 늑장 수습 이면을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다.

 

풍자카툰을 통한 지난 10년의 복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게 보자니 시대의 기록으로서도 유력하고 유의미하다. 



의학자인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도 <질병의 탄생>(사이, 2014)의 속편으로 <질병의 종식>(사이, 2017)을 펴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제목이 더 눈에 띈다. 

"<질병의 탄생>에서 ‘인간은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은 질병을 탄생시켰다!’는 이슈를 제기하며 화제를 모았던 저자는 전작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그 후속작인 이번 책에서는 질병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론과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병의 탄생에서 21세기 만성질환의 대유행 시기까지 다루면서 시대적 변천에 따라 질병의 양상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또 과거 우리 조상들은 전혀 겪지 않았던 만성질환과 후기만성질환이 20세기 이후 어떻게 등장하게 되어 대폭발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질병 시대의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적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데 문명이 질병을 탄생시켰다고 하면 질병의 종식은 곧 문명의 종식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저자의 '종식안'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17.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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