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문학이라는 사건

6년전 페이퍼다. 내년부터 인문강의(철학, 미학, 문학이론)를 정례화하려고 기획중이다. <문학 이벤트>도 검토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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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의 유작 <2666>이 합본판으로 다시 나온다 한다. 분권판(전5권)으로 갖고 있지만 절판돼 강의에서 다루지 못하던 차였다. 여차하면 볼라뇨 전작 읽기도 시도해볼 수 있겠다.

덕분에 떠올리게 되는 건 절판된 채 감감 무소식인 토머스 핀전의 <중력의 무지개>다. 한 연구자가 ‘극대주의 소설‘로 같이 묶어서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현대적 상황에 대한 최대치의 문학적 응전이란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그러한 의도에 걸맞는 분량과 스타일, 상상력이 필요한 것.

요즘 문학동네의 화제인 하루키의 ‘오래된‘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제목은 아무 근거 없이 도리스 레싱의 <네 개의 문이 있는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도 그러한 시도에 값하는지 따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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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발행 월간 '행복한 교육'에 실린 글을 옮겨놓는다. 밀란 쿤데라의 삶과 문학에 대한 소개글을 요청받아 쓴 것이다... 


















행복한 교육(2023년 9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난 7월 타계한 체코 출신의 프랑스 작가 밀란 쿤데라는 1980년대 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처음 소개된 이래 문학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다. 1984년에 출간된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전 세계 문학독자에게 쿤데라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베스트셀러로 국내에서도 100만부 이상 판매돼 쿤데라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2013년에는 전15권의 밀란 쿤데라 전집이 완간되었다. 체코어와 프랑스어로 쓰인 그의 작품 전집이 프랑스 밖에서는 출간된 것은 처음이었다. 쿤데라의 타계를 계기로 그의 삶과 문학을 되짚어보고 독자로서 그와 함께했던 시간도 같이 떠올려본다.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전기적 이력을 참고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작가가 쿤데라라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한국어 전집판에 실린 작가소개가 상징적인데 그에 따르면 쿤데라는 1929년 체코에서 출생하여 1975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독자에게는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쿤데라는 보는 듯싶다. 달리 말하면, 쿤데라는 문학작품을 작가로부터 분리시키고자 하며, 작가에 대한 지식을 작품 이해에 불필요한 것으로 배제하고자 한다. 그의 견해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쿤데라가 그러한 문학관의 작가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연스레 던질 수 있는 질문은 그의 문학관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관철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러한 문학관의 전기적 배경도 또다른 관심의 대상이 된다.

















쿤데라의 삶에서 결정적인 두 가지 공적 사건은 1948년 공산당의 무혈혁명과 1968년의 민주화운동(‘프라하의 봄’)이다. 1948년의 혁명으로 체코슬로바키아는 사회주의국가로 재탄생하며 이때 청년 쿤데라는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다가 1950년에 당에서 추방당한 이력이 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초기 대표작 <농담>(1967)에는 여자친구에게 보낸 엽서에 정치적 농담을 적었다가 당과 대학에서 쫓겨나 수형부대에서 강제복무하게 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청년 쿤데라의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이후 쿤데라가 1950년대에 발표한 세권의 시집에는 스탈린주의를 찬양하는 시들도 들어 있었는데, 1956년 재입당을 승인받은 건 그 덕분인지도 모른다(그렇지만 쿤데라는 나중에 이 시집들의 재출간을 금지하고 자신의 저작목록에서도 삭제한다). 1968년의 민주화운동은 체코의 집권 공산당이 시도한 사회주의 개혁운동으로 쿤데라도 이에 적극 가담하지만 탱크를 앞세운 소련의 무력침공으로 좌절된 사건이다. 쿤데라는 1970년 다시 한번 공산당에서 쫓겨나며 집필과 활동에 탄압을 받게 되자 결국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망명과 함께 체코슬로바키아의 국적을 상실하지만 쿤데라가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것은 1981년 미테랑 정부 때의 일이다. 이미 망명 이전에 <농담>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크게 환영받은 상황에서 프랑스행을 결정한 것이었지만, 작가로서 그의 언어는 여전히 체코어였다. 그렇지만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프랑스에서의 체류가 길어지면서 그는 자신의 문학어를 체코어에서 프랑스어로 바꾸는 모험을 시도한다. 에세이 <소설의 기술>(1986)이 그가 프랑스어로 발표한 첫 번째 책이며 체코어로 쓴 마지막 장편소설 <불멸>(1988) 이후에는 소설 역시로 불어로 발표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후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 <느림>(1995)이 그가 프랑스어로 발표한 첫 소설이었다. 이후에 쿤데라는 체코어와 함께 프랑스어 작품을 자신의 정본 작품으로 인정하게 된다.



밀란 쿤데라의 삶을 체코 작가에서 프랑스 작가로의 이행 혹은 변신으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흥미롭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체코와 체코어를 떠났기에 체코 작가가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프랑스 작가로 대우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그는 새로 취득한 프랑스 국적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외국작가였다. 그렇게 어디에도 소속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쿤데라는 그가 세르반테스의 절하된 유산이라고 부르는 '소설'을 조국이나 민족혹은 개인을 대신하는 유일한 집착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보면 체코 출신의 프랑스 작가라는 소개도 쿤데라에 대한 소개로는 핵심을 비껴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정해보자. “실존의 중요한 주제를 끝까지 탐사하는 위대한 산문형식인 소설을 통해 성찰의 깊이와 묘미를 우리에게 알려준 작가 밀란 쿤데라가 지난달 우리 곁을 떠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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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부터였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주초 제주도에 2박3일 휴가를 다녀온 걸로 여름과의 인연은 정리. 무감하게 가을로 넘어왔고 일정이 많아진 만큼 마음도 분주해졌다(이미 겨울학기와 내년 봄학기 일정까지 짜놓고 있지만). 장기 일정이었던(정확히는 장기화된) 홉스봄 강의 종강을 다시 연기하고, 지난주에 넉달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발자크 강의의 뒷말을 대신 적는다. 소감이라기보다는 과제.

‘인간극‘(인간희극)에 속하는 작품만 90편이 넘는 발자크의 작품 전작을 읽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지만 번역된 작품을 최대한 읽어보자는 취지로 15회에 걸쳐서 발자크의 작품들을 읽었고 미진한 부분들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무리지었다(완주에 의미를 둔다는 완독. 언제나 재독의 여지는 남는다). 종강시간에 절판됐거나 미번역된 작품이 나오면 더 보완해서 읽어볼 수 있겠다고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외제니 그랑데>다. 완역본이 나왔었지만 절판된 상태(지만지판은 발췌본이다).

<시골의사>와 <골동품 진열실>, 그리고 <사촌 베트> 등이 절판돼서 못 다룬 작품들이다. 그리고 <올빼미당>이나 <세자르 비르토>, <창부들의 비참과 영광> 등은 미번역작이다. 언젠가는 20강 이상의 발자크 전작 읽기가 가능하기를 기대해본다.

거기에 개인적인 과제를 더하자면 발자크가 주고받은 영향과 관련하여 발자크와 스탕달, 발자크와 프루스트, 발자크와 도스토옙스키, 발자크와 헨리 제임스, 그리고 발자크와 한국문학 등의 주제를 탐구해봐야 한다(견적만 내놓고 있는 상태).

츠바이크의 평전과 국내학자들의 연구서 서넛 정도가 주요 참고문헌인데 이 또한 많이 확충되면 좋겠다. 구해놓은 관련서들을 읽는 일도 만만하지 않지만 아직은 욕심을 줄일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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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카뮈와 카프카

3년 전 페이퍼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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