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나온 <팬데믹 패닉>의 속편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슬라보예지젝의 철학적 개입 2탄,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북하우스)다.

˝바이러스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2020년 6월, <팬데믹 패닉>으로 전례 없는 위기의 규모와 의미를 발 빠르게 진단했던 지젝이 초기의 혼란이 지나고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지연되고 있는 출구의 시간대를 기록했다.˝

<팬데믹 패닉>에 대해선 작년 여름에 강의에서 읽었고, 이번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는 올 가을이나 겨울에 강의에서 다룰 것 같다. 마침 조르조 아감벤의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로 <얼굴 없는 인간>(효형출판)도 이번에 번역돼 나왔기에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팬데믹 패닉>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팬데믹을 두고서 지젝과 아감벤 사이에는 상당한 의견차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지젝과의 가상 인터뷰

8년 전의 가상 인터뷰다.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언제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주 주간경향(1414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슬라보예 지젝의 <천하대혼돈>(경희대출판문화원)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로, 현단계 전세계 포퓰리즘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서 적었다...
















주간경향(21. 02. 08) 천하대혼돈-세계적인 포퓰리즘의 진단과 해석


제목에서 저자 슬라보예 지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여러 차례 방한한 적이 있는 지젝 말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와 직접 마주할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예년과 다르지 않게 <팬데믹 패닉>을 포함해 5권의 책이 번역돼 나왔고, <천하대혼돈>은 그 가운데 하나다. 제목이 낯선 것은 마오쩌둥의 말에서 가져왔기 때문인데, 전체 문구는 “천하대란, 형세대호”다. 천하가 대혼란이지만 기운은 상서롭다는 것.


지젝의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의 제목이 ‘천하대혼돈’인 것은 어디까지 저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가지 의미로 읽힌다. ‘형세대호’까지 포함한 것과 포함하지 않은 것. 만약에 ‘형세대호’가 ‘천하대란’에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이라면 천하대란은 그 자체로 형세대호를 포함한다. 하지만 그 둘이 분리돼 있다면 천하대란을 형세대호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진다. 그렇게 천하대란을 형세대호로 만들기 위한 철학적 개입으로 <천하대혼돈>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 대혼돈인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먼저 지목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정치적 연대기로는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와 영국의 브렉시트로 가시화된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 역시 대혼돈의 의미를 갖는다. 책에 실린 글들이 몇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지만 지난 몇년간의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당연하게도 포퓰리즘에 대한 진단과 해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파 포퓰리즘을 향한 좌파의 응답’이 지젝의 핵심 관심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퓰리즘의 전 세계적인 부상으로 얼핏 현재의 정치지형이 자유주의 중도파의 헤게모니를 가운데 두고 양편에 신좌파와 우파 포퓰리즘이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젝의 견해는 다르다. 우파 포퓰리즘과 자유주의 중도파 기득권 세력의 대립은 진짜가 아닌 가짜 대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입장은 현존 자본주의 질서의 두 측면을 대변할 따름이다. 진정한 대립은 이 두 세력과 좌파의 대립이다. 일례로 위키리크스 사태를 보더라도 그것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싸움이나 트럼프와 미국 기득권 세력과의 다툼으로 비쳐졌지만, 핵심은 우리의 일상에 대해 디지털적 통제를 시도하려는 국가기관과 거대기업에 맞서는 싸움이라는 데 있다.

마오의 모순론에 기대서 지젝은 부차적 모순과 주요 모순을 잘 식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타락한 극우와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중도 자유주의 진영 간의 대립은 부차적 모순으로서 오히려 계급 투쟁이라는 주요 모순을 은폐하는 가림막 역할을 한다. 우파 포퓰리즘은 금융 엘리트(상층계급)와 이민자(하층계급)를 한데 묶어서 적으로 상정함으로써 계급투쟁의 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또한 정치적 올바름 주창자들은 백인 노동자를 그들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이유로 무시함으로써 역시나 계급투쟁을 무력화한다. 주요 모순이 가려진 채 가짜 대립이 현실 정치를 뒤덮고 있는 상황이 말하자면 천하대혼돈이다. 이를 형세대호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지젝은 68혁명의 오래된 구호를 다시 소환한다. “현실주의자가 되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해를 보내는 소감을 적었으니 여건이 된다면 분야별 정산과 함께 올해의 책도 꼽는 것이 순서이겠다(그런 요청을 받고 몇권 적어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항상 읽은 책은 읽어야 했던 책에 비하면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 수준이라(게다가 올해는 서평강의도 진행하지 않아서 비문학 분야의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 매번 아쉬움만 적게 된다. 철학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정돈이라도 하는 의미에서 읽어야 했던 책을 꼽아본다(손에 들기만 했던 책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두 저자를 골랐는데, 바이저나 데란다의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철학에 특화된 독자라고 봐도 무방하겠다(푸코나 들뢰즈 같은 이름이 1선의 철학자라면 2선 라인에 있는 철학자라고 할까). 다만 프레더릭 바이저가 헤겔과 독일 관념론 전문가이고 마누엘 데란다는 들뢰즈주의 철학자여서 서로 '적대적'이다(두 저자를 같이 읽는 독자는 희소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네댓 권 정도의 책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프레더릭 바이저의 책은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그린비)가 처음 소개된 이후에 계속 도서출판b에서 나오고 있다. 대략 독일철학사 내지 사상사를 다룬 책들이다. 지난 달에 나온 <계몽, 혁명, 낭만주의>는 '근대 독일 정치사상의 기원, 1790-1800'이 부제다. 놀랍게도 딱 10년간을 다룬 책인데 분량이 650쪽이다. 매우 자세하게 검토한 전문서라고 할 수 있다. 시기별로 재배치하면 <이성의 운명><계몽, 혁명, 낭만주의><낭만주의의 명령><헤겔><헤겔 이후> 순서로 읽을 수 있다. 어쨌든 독일 근대철학사의 확장 버전으로 읽을 수 있는 게 바이저의 책들이다. 
















말이 나온 김에 독일지성사와 철학사 관련서도 다시 상기해둔다. 
















그리고 카를 슈미트의 책들까지. <정치신학2>에 이어서 지난여름에 <정치적 낭만주의>(에디투스)도 번역되었다. 















법학자이기도 한 슈미트의 헌법론도 소개돼 있지만, 나의 관심은 정치사상에 한정된다. 일본학자 오오다케 코지의 <정전과 내전>(산지니)도 구입한 지 몇달 되었는데, 아직 펴보지 못하고 있다. 
















마누엘 데란다의 책은 최근에 <들뢰즈: 역사와 과학>(그린비)이 나왔다.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도 올해 나왔고, <새로운 사회철학>이 지난해 봄에 나왔던 책. 기억만 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구입했다. 들뢰즈 철학에서 역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관심사여서다(헤겔의 역사철학과 견주어서).
















확인해보니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소개됐던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그린비)이 2009년에 나왔다. 프레더릭 바이저와 앞서거니뒤서거니고, 얼추 10년씩 된 셈. 덧붙이자면, 올해 나온 들뢰즈 관련서로는 조정환의 들뢰즈 철학 해설서 <개념무기들>(갈무리)와 이찬웅의 <들뢰즈, 괴물의 사유>(이학사) 등이 있다. 연말을 넘기면 구입을 고려해봐야겠다. 
















한때 들뢰즈 철학의 키워드는 노마디즘이나 탈주였는데, 지금은 '감응'과 '배치'다. 특히 감응(혹은 '정동')은 비평가들의 필수 무기가 되었다. 그와 관련한 책들도 지난해와 올해 몇 권 나왔다. 
















이 주제의 대표 저자로 브라이언 마수미의 책들도 여럿 나와 있는데, 나는 아직 <정동 이론>(갈무리) 정도에 머물러 있다. 


정동/감응이론이나 배치론이 역사를 어떻게 기술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문학사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만, 갈길은 멀고 책은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오늘도 나는 광야를 달려간다"

15년 전에 쓴 페이퍼다. 아직 30대였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