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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읽을 만한 책'은 7월치와는 달리 앞당겨서 골라놓는다. 따로 부지런을 피는 이유는 8월의 총력 정진을 위해서('8월의 빛'이 아니라 '8월의 빚'이다!) 자질구레한 일을 하나라도 덜자는 생각에서이고, 한편으로 원고를 쓰다가 막힐 때는 기분전환용 거리도 되기 때문이다. 방바닥이라도 닦는 기분으로 몇 자 적는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목록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웹진을 참조(http://www.kpec.or.kr/index.asp).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고른 문학분야의 책은 고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 2008)이다. "제목은 박경리가 타계하기 바로 전에 발표했던 '옛날의 그 집'의 마지막 시행이다. 유언인 셈이다. 이 시집엔 39편의 시편이 모여 있다. 거의가 미발표 신작시로 이루어져 있으니 흔한 말로 국민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작 <토지>를 쓴 작가의 마지막 육성이 시어로 탄생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에두르지 않고 생을 뚫고 지나가는 보편적인 언어들이 그러나 섬광 같이 오롯이 모여 있다." 굳이 유고시집만 읽을 건 무엔가. 내친 김에 몇 권 더 읽어도 좋겠다. 물론 <토지>를 포함하면 몇 십권이 될 수도 있겠지만.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씨가 꼽은 역사분야의 책은 이민희의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글항아리, 2008)이다. 이미 지난달에 곁다리로 집어넣은 책이기도 한데, "13가지의 테마로 살펴보는 ‘책으로 보는 조선사’"라고 할 수 있고, "필자가 고전 문학을 전공한 학자라는 점에서 재미를 따라 읽다보면 전문적 지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추천의 변이다. 글항아리는 이 분야의 책을 부쩍 많이 내고 있는 출판사인데, 이수광의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글항아리, 2008) 같은 경우도 여름을 식히기에 좋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조선' 얘기가 나온 김에 이이화 선생의 <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김영사, 2008)나 박천홍의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현실문화연구, 2008) 등에도 눈길을 줌 직하다. 한국사 분야의 트렌드는 '18세기'에서 조선사 전반으로 확장되어 가는 듯하다.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표정훈/강영안의 대담집 <철학이란 무엇입니까>(효형출판, 2008)이다. 부제가 '표정훈, 스승 강영안에게 다시 묻다'인데, 말 그대로, 출판평론가 표정훈이 대학시절 철학강의를 들었던 강영안 교수를 찾아가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를 다시 묻고 답을 얻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도 진작에 사들고 2/3쯤 읽은 책이다. 이번에 안 것이지만, 대략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한 걸로만 생각한 표정훈씨가 사실은 서강대 철학과를 다녔다. 그것도 아주 열심으로! 그런 그의 철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철학을 공부한 강영안 교수의 '철학 공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상환 교수는 "이 책은 강영안의 철학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열정적인 인생 속에 반짝이는 책과 사상과 개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영안은 철학이 학문적 논증인 동시에 삶의 방식일 수 있음을 믿었던 저자이고, 요즘은 보기 드문 그 아름다운 일치의 이상 속에서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철학자이다."라고 평해놓았다.

 

 

 

 

내친 김에 강영안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어볼 수 있겠다. <철학이란 무엇입니까>에서 칸트와 레비나스에 한 장씩 할애된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철학자는 그 두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레비나스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강교수의 책들도 읽게 됐는데, 요즘 서가에 꽂아놓은 건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 인문학의 철학을 위하여>(소나무, 2002)이다. 흠, 갑자기 레비나스의 책들에 마음이 쓰이는군(모두 다른 곳에 옮겨놓았건만!). 가장 최근에 나온 <엠마누엘 레비나스와의 대담 1992-1994>(동문선, 2008)라도 챙겨두어야겠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손호철 교수가 고른 건 서경석의 <공간으로 본 민주주의>(아지북스, 2008)이다. 책의 품새를 보고 초등학생용 교재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활용범위가 넓은 모양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는 정치가와 학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도 광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사이버 공간과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에 적절한 책이 바로 서경석의 <공간으로 본 민주주의>이다."라고 돼 있고, 한 걸음 더 나가서 "한마디로, 촛불시위를 바라보며 시민들이 반드시 한번 씩 읽어보아야 할 21세기용 민주주의 교과서"라고까지 평해놓고 있다. 실물을 확인해봐야겠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김성희의 <공자, 제자들에게 정치를 묻다>(프로네시스, 2008)도 후보가 될 만하다. '우리 시대에 다시 듣는 공자의 정치철학'이 책의 모토이다. 그리고 교인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은 짐 윌리스의 <하나님의 정치>(청림출판, 2008).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이 부제인데, 지난 2004년에 출간되어 미국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한다. 기독교 복음주의가 미국보다도 강한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추천사는 이렇다.

"한국에서도 이 책이 많이 읽히길 바란다. 미국 사회보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하나님의 정치’의 울림이 더욱 요구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으스름 저녁마다 여기저기서 빛을 발하는 교회의 네온사인 십자가들이 하나님과의 사적 만남의 증거가 아니라 공적인 만남, 다시 말해 이웃 사랑의 증거가 되도록 ‘바람을 바꾸는’ 데 기여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다 간단한 추천사로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종교 리더들이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투 지침서"(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란 것도 있다. 제목만으로는 관심을 끌지 않는데, 추천사들은 눈길을 잡아끄는 책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관심도서를 한권 보태자면 김진석 교수의 <기우뚱한 균형>(개마고원, 2008). '동요하는 우파와 좌파에게 권하는 우충좌돌 정치철학'이란 부제 말고는 목차도 떠 있지 않아서 감을 잡을 수 없는 책이지만, '기본'은 하는 저자인지라 꼽아본다. '우충좌돌 정치철학'의 내용도 궁금하고(*한겨레의 서평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02026.html 참조).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추천한 경제분야의 책은 원용찬 교수 편저의 <센코노믹스>(갈라파고스, 2008). 센코노믹스? 설명이 좀 필요한데, 닉스노믹스, 레이거노믹스, DJ노믹스, MB노믹스처럼 합성어이긴 하지만 특이하게도 정치인 대신에 경제학자의 이름을 앞에 붙인 것이라 한다. 1998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Amartya Sen)이 그 경제학자다. 즉, ‘센이 이룩한 경제학’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센이 노벨상을 수상하기 직전부터 직후까지 싱가포르, 뉴욕, 뉴델리, 동경, 캘커타 등에서 행한 연설을 번역한 후, 책의 앞부분과 뒤 부분에 옮긴이 해제 ‘아마티나 센을 말하다’와 옮긴이의 말 ‘센코노믹스, 너무나 인간적인 통섭의 경제학’을 덧붙인 것이다."

아마티아 센의 책으론 노벨상 수상 이후에 <불평등의 재검토>, <윤리학과 경제학> 등이 한꺼번에 나왔던 기억이 있다(나도 그 두 권을 구매했었다. <자유로서의 발전>이란 책도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됐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의 저자이면서 동시에 <도덕감정론>의 저자라는 걸 센은 강조한다. 짐작에 센코노믹스의 바탕이 아닐까 한다. 지난 봄에는 센의 조국인 인도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서 <아마티아 센, 살아있는 인도>(청림출판, 2008)가 출간되기도 했다.

센의 저작 목록을 보니 북한의 식량난을 다룬 책도 공저로 눈에 띈다. 바로 소개되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김종길의 <사이버트렌드 2.0>(집문당, 2008)이다. "정보화 단계의 제2기에 해당하는 '고도 정보사회(high information society)'의 동인, 성격, 전개과정 및 파장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탐지함으로써 기술사회의 미래를 진단하고, '융합학문'으로서의 사이버사회학의 가능성을 주지시키자는 의도 하에 기획된 완숙한 역작이다."이라는 게 추천의 변. 같은 저자의 <디지털 한국사회의 이해>(집문당, 2006)의 후속작으로도 보인다.

사이버사회학의 윤곽이 어떻게 그려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스티브 존스의 <사이버사회 2.0>(커뮤니케이션북스, 2002) 같은 책이 조감도를 잡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물론 닉 다이어-위데포드의 <사이버-맑스>(이후, 2003) 같은 책도 필수도서로 챙겨두어야겠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고른 책은 전용훈의 <천문대 가는 길>(이음, 2008)이다. "천문학과 인문학의 살아 있는 현장을 동시에 읽으며 즐기는 여행 산문집"인데, "천문학을 전공한 전통과학자인 저자의 천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쉬운 글로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천문대 주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독자들의 천문대 가는 여정에 가까운 친구가 될 듯하다"고. 특이한 건 얼마전에 <슬픔이 없는 십오초>(문학과지성사, 2008)란 첫시집을 낸 심보선 시인이 사진을 담당한 점. 천문대 가는 길은 슬픔이 없는 길이기도 한가 보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론 조상호의 <별을 보는 사람들>(살림, 2007), <성도>(사이언스북스, 2008)가 있다. <성도>는 "국내를 대표하는 천체 사진가가 1년여의 천체 사진 촬영과 5년여의 성도 작업 끝에 완성한 천체 사진집이자 밤하늘 사진 지도"로서 "북반구의 전 밤하늘을 66개 영역으로 나눈 다음 계절별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별과 별자리, 성운, 성단, 은하를 사진 속에 담"은 책이다. 천문대에 못 가는 사람들도 펴놓고 볼 만한 책이겠다.

 

 

 

 

8. 예술

예술분야의 책으로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책은 진 아데어의 <히치콕>(나무이야기, 2008)이다. 그간에 히치콕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 것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분량의 새로운 책이 더 필요한가 싶기도 한데, "이 책은 히치콕의 영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온 종래의 히치콕 서적과는 달리, 마치 그의 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히치콕의 삶과 영화작업을 잘 엮어놓은 재미있는 책"이라는 게 강점이라고. 히치콕 관련서들은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어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 몇 권의 이미지만 덧붙여놓는다.

그리고 바라건대,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도 재출간되었으면 한다(나는 도둑맞은 책이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서는 계절에 걸맞게 '여행서'다. '도보여행전문가' 김남희씨의 <유럽의 걷고 싶은 길>(미래인, 2008).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시리즈의 저자인데, 이번에는 그래도 제목이 요란하지 않고 얌전하다. 낯선 곳을 땡볕에서 몇 시간씩 걸어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을 독자라면 유익하게 읽어볼 수 있겠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잉글랜드. 충분히 글만 써도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의 필력과 생기발랄한 한국 여성의 거침없음이 책읽기, 아니 걷고 싶은 길 걷기의 동반자가 되어준다"고 한다.

 

 

 

 

'걸어다닌' 책들이 또 뭐가 있을까 잠시 둘러보다가 세 권을 더 고른다. 큐레이터 이채영의 <뉴욕 걷기>(북노마드, 2007), 그리고 소설가 김인숙의 '북경 이야기' <제국의 뒷길을 걷다>(문학동네, 2008), 끝으로 방송작가 김소영의 <오! 자밀라>(부즈펌, 2008). 마지막 책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여행하며 겪은 파란만장한 경험과 그곳에서 만난 잊지 못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이다. 맘대로 읽을 수 있다면, 역순으로 읽어보고 싶다. 아니 걸어보고 싶다!  

사실 '자밀라'란 이름은 지난달에 세상을 떠난 러시아작가 친기스 아이트마토프(1928-2008)의 소설  <자밀라> 덕분에 친숙하다. 아이트마토프가 키르키스스탄 출신이었다. 국내에는 대표작 <백년보다 긴 하루>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10. 러시아

전기/평전에 대해서는 '7월의 읽을 만한 책'에서 얼마전에(!)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달은 아이트마토프 얘기도 나온 김에 그냥 러시아 관련서들을 골라놓는다. 시대순으로 하자면, 이사야 벌린의 <러시아 사상가>(생각의나무, 2008), 리처드 스타이츠의 <러시아의 민중문화>(한울, 2008), 이문영의 <현대 러시아 사회와 대중문화>(한울, 2008), 그리고 유철종 등의 <두 개의 권력, 러시아의 미래>(플래닛미디어, 2008) 순이다. 19세기 제정 러시아에서부터, 20세기 소비에트 러시아, 그리고 현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까지의 변화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사상과 문화에서 경제와 현실정치까지 두루두루. 강의 준비를 위해서 나도 방학때 읽어둬야겠다...

08. 07. 29.

P.S. 8월의 고전은 유교의 사서 가운데 하나인 <대학>이다. 얇은 책으로 흔히 <중용>과 같이 묶여 있지만, 주자의 권고 이후에 전통적으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순으로 읽어왔다고 한다. 길잡이가 되는 책은 김기현의 <대학: 진보의 동아시아적 의미>(사계절, 2002)이다. 대학의 '컨텍스트'에 대해서 조감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번역본으로는 김미영 역의 <대학>(홍익출판사)이 권할 만하다. 김기현에 따르면, "정확한 한국어로 번역한 역작"으로 "특히 한글세대에게 권장할 만한 번역"이다. 저렴한 문고본 보급판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김학주 교수의 <대학>(서울대출판부, 2006). 이 '개정판'은 구판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의 번역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대학>의 첫 구절을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힘에 있으며"에서 "위대한 사람이 되려는 학문의 이상은 자신의 올바르고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라고 옮기는 식이다. 금장태 교수의 <도와 덕>(이끌리오, 2004)은 보다 전문적인 책이다. 다산과 일본의 유학자 오규 소라이의 <대학>, <중용> 해석을 비교하고 있다.


 

 

 

물론 그밖에도 <대학>에 대한 주해나 강설은 다수 출간돼 있다. 여력이 되는 만큼 참조해볼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대학>은 말 그대로 대학 1학년 때 읽은 적이 있는데, 이제 다시 '초년생'의 기분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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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7-3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진석 선생의 글들이 오랜만에 묶여 나왔군요. 로쟈님 덕분에 또 잘 갈무리해갑니다.

로쟈 2008-07-30 11:53   좋아요 0 | URL
그냥 출간소식들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규 소라이의 해석과 비교한 책이 있었군요.대출해 봐야겠네요.그런데 김학주 선생은 연세가 많지 않은가요?

로쟈 2008-07-30 17:59   좋아요 0 | URL
김학주 선생의 개정판은 정년퇴임 이후에 내신 겁니다...

드팀전 2008-07-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김진석 교수의 책이 반갑군요. 예전에 <사회비평>필자로 계실때부터 -지금은 <황해문화>에 계신듯 한데- 하여간 그 때 그분의 글들이 좋았습니다. <당대비평>과 <사회비평>의 일상적 파시즘 논쟁 즈음이었지요. 제가 당시 조금 더 <사회비평>쪽 필자들을 더 좋아했던 듯 합니다.진보적 대중이 열광하는 박노자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제게는 김진석 교수의 글이었습니다.그런데 천박한 진보가 저를 웃길때는 '박노자','홍세화','진중권'(다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같은 스타진보학자들에 대해 '성찰적 비판'을 하면 '비진보' 내지는 '반진보'라고 의구심을 품는다는 겁니다. 제가 언젠가 회사에서 '박노자'에 대해 맘먹고 씹었다가 ...케케...무슨 꼴통 근대화론자 내지 반개인주의자 취급을 당했다는...(나같은 딴따라 자유주의자가..ㅋㅋ)

로쟈 2008-07-30 18:01   좋아요 0 | URL
오늘 보니까 목차가 떠있네요. <폭력과도 싸우고 근본주의와도 싸우기>(2003) 이후에 쓴 글이 묶인 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명문당의 4서3경 시리즈가 있는데 김학주<대학,중용>이 있어서요.이게 구판인가 봐요.1970년대 거라서 오래 됐죠.

로쟈 2008-07-30 21:59   좋아요 0 | URL
김기현 교수 평으로는 김학주판(서울대출판부, 1995)이 주자의 <대학장구>가 아니라 <고본대학>을 대본으로 취한 점이 이채롭다고 돼 있네요. 이 두 종의 판본 모두에 불만을 갖고 있는 학자들도 많다고 하고요...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트마토프가 저 세상에 갔군요.<백년보다 긴 하루>는 열린책들 번역본이고 <하얀배>는 어린이용으로 된 겁니다.저는 어린이용도 사서 읽습니다.

로쟈 2008-07-30 22:00   좋아요 0 | URL
<하얀배>는 그 자체가 동화적인 작품이어서요...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 작품이 좀 이국적이랄까...묘한 분위기가 있죠.제가 중앙아시아 쪽에 관심이 많아요.성격도 이 쪽을 닮은 것 같구요.활달하고 낯을 잘 안 가리고...돌궐,여진,거란 쪽 기질이랄까요.말이나 염소 좋아하는 것도 그렇구요.

로쟈 2008-07-31 15:4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시군요. 저는 그런 면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권력과 가깝기도 했고...

털세곰 2008-08-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트마또프가 죽었군요... 2005-06년 당시 키르기즈스탄 주프랑스대사로, "문화"의 나라에 자국을 대표해 가 있더군요. 그리고 이문영 선생님의 신작은 로쟈님께 알았습니다. 당장 다음학기 수업에 유용할 듯 싶은 아주 기쁜 예감^^

로쟈 2008-08-02 18:03   좋아요 0 | URL
논문모음집이기 때문에 이미 읽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7월도 2/3가 지나갔지만 뒤늦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다. 개인사정으로 바쁘기도 했고, 또 굳이 독서 목록을 작성해봐야 읽을 만한 여유도 없기 때문에 미뤄졌다. 그냥 넘어가지 않은 건 해오던 관성이 있어서이고, 한편으론 생산적인 일을 할 형편이 아닐 때 '단순작업'으로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먼훗날 '기억'을 대신해줄 수도 있는 것이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웹진(http://www.kpec.or.kr/index.asp)을 참조하여 '2008년 7월의 읽을 만한 책'을 따라가보고 생각나는 책 몇 권을 덧붙인다.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꼽은 이달의 책은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달, 2008)이다. '공선옥의 음식산문집'이란 부제를 살펴보지 않으면 소설집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요리책도 아니다. "행복한 만찬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은 요리책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딱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스물여섯가지의 먹거리들을 두고 요리라고 말하기는 좀 뭐하고 그야말로 생존의 냄새가 훨씬 더 가미된 음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 책에서 공선옥이 소개하는 음식 만드는 법을 그대로 따라하기란 매우 쉬운 것 같은데도 사실은 “정서” 라는 노하우가 거의 80%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 대신 공선옥이라는 작가가 성장한 시기의 우리나라 농촌 먹거리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우리는 마치 인문학 공부하듯 따라가 볼 수 있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순전히 '만찬'이란 제목 때문에 떠올리게 되는 책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 이자크 디네센의 <바베트의 만찬>(문학동네, 2003)이다. 이 역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나는 예고편밖에 보지 못해서 자세히 말하진 못하겠다. "프랑스 혁명의 물결에 떠밀려 노자매의 집에 몸을 의탁하게 된 프랑스 제일의 요리사 바베트가 차려내는 특별한 만찬이 가슴 가득 따뜻한 감정을 자아낸다"고 하므로 그런 만찬 그리울 때 잠시 침을 흘리며 한번 손에 들어봄 직하다.

그리고는 좀 포만감이 느껴질 때 대린 맥마흔의 <행복의 역사>(살림, 2008)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700쪽이 넘는 분량이니 이 또한 아주 '포만한' 책이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주제의 책이지만 저자는 멀쩡한 역사학 교수이다. "철학, 역사, 심리학, 유전학, 스마일리 페이스를 망라하며, 행복 추구가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쾌락을 야기하고, 또한 새로운 형태의 고통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예술과 건축, 시와 경전, 음악과 테크놀로지, 문학과 신화를 포함한 많은 출처에 기반을 두고,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지적 역사를 제시한다."고 돼 있다.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이덕일씨가 꼽은 건 미국의 두 역사학자가 쓴 <히드라>(갈무리, 2008)이다. 이미 '헤라클레스의 칼과 히드라의 머리'(http://blog.aladin.co.kr/mramor/2072932)란 페이퍼에서 소개한 바 있다. 630쪽이 넘는 분량이라 이 역시 쉽게 엄두를 낼 만한 책은 아니지만 이열치열로 읽어볼 만하겠다. "<히드라>는 자본주의 발달사를 민족사로 바라봤던 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밑의 관점, 즉 다중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서 ‘잊혀진 역사의 일부를 복원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히드라>의 저자인 피터 라인보우와 마커스 레디커는 자본주의 발달사를 ‘헤라클레스적인 세계화 과정에 여러 머리를 가진 히드라가 저항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소개글에서도 시사되지만, 네그리/하트의 <다중>(세종서적, 2008)과 세트로 읽을 필요가 있다. 마커스 레디커의 또다른 책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까치글방, 2001)와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추수밭, 2008)도 곁들일 수 있겠고.



 

 

  

3. 철학

김상환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뜻밖에도 불교 관련서이다. 김달진 선생의 <쉽고 뜻깊은 불교 이야기>(문학동네, 2008). 김달진 전집의 한권으로 나온 책으로 사위인 최동호 교수가 엮었다. 추천의 변은 이렇다. "여래장(如來藏), 유심조(唯心造), 제행무상(諸行無常) 같은 불교의 가르침은 심오한 철학적 진리를 담고 있다. 이런 진리에 대해 수많은 학문적 논구가 있어 왔고 앞으로도 많은 저서가 쏟아질 것이다. 최근에는 데리다, 들뢰즈, 라캉 등과 같은 첨단의 서양 철학도 결국 이런 불교의 진리로 회귀하는 듯하여 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런 학술적 논구나 이론들은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적 지식을 쌓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지만, 부처는 결코 어렵게 말하지 않았다. 도둑, 창녀, 거지, 과부 등과 같이 무지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쉽게 가르쳤다. 김달진 전집의 일부로 재출간된 <쉽고 뜻 깊은 불교 이야기>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제목 그대로라는 것.

불교에 관한 더 쉬운 책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강남의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현암사, 2006), 나카자와 신이치 등의 <불교가 좋다>(동아시아, 2007/2008), 그리고 우더신의 <한권으로 읽는 불교>(산책자, 2008) 등이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데리다와 불교에 대한 학술논문들도 여럿 있지만 도둑, 창녀, 거지, 과부까지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4. 정치

손호철교수가 꼽은 정치분야의 책은 손석춘의 <주권혁명>(시대의창, 2008)이다. 물론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시의성이다. 해서, 추천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헌법 1조로서 최근 광우병 관련 시위에 많은 시민들이 들고 나오는 표어이다. 국민들이 이 같은 표어를 들고 거리로 나선 것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 간접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주권혁명>은 시의적절한, 주목할 만한 저서이다."라고 적는다.  

그런 시의성을 고려해서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박세길의 <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시대의창, 2008), 그리고 당대비평기획위원회가 엮은 <광장의 문화에서 현실의 정치로>(산책자, 2008), 아고라 폐인들이 엮은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여우와두루미, 2008) 등을 꼽아볼 수 있겠다. 2008년 여름과 함께 기억될 책들이다.

 

 

 

 

5. 경제/경영

정운찬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정석주의 <30년 흑자경영>(티비, 2008)이다(간행물윤리위원회 웹진에는 저자가 '장석주'로 오기돼 있다). "<30년 흑자경영>은 일차적으로 경영사례집으로서 저자가 지난 30년간의 기업경영을 돌아보는 책이지만, 저자의 경영철학과 더불어 기업과 사회 전반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녹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로선 읽어볼 일이 없을 듯하다. 그나마 손길이 갈 법한 경제경영서는 <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의 통찰력>(이다미디어, 2008)이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1, 2>(21세기북스, 2007/2008) 같은 종류의 책이다. 하기야 내 주제로 말할 것 같으면 경영을 만나기는커녕 '인문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더 잦다. 단테 알리기에리처럼...

 

 

 

 

6. 사회 

사회분야의 책은 벨 훅스의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모티브북, 2008)다. 추천자인 김문조 교수에 따르면, "저자 벨 훅스는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사상가이자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로서, 흑인 여성 문제에 관한 많은 저작을 남긴 영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이다. 이러던 그가 <계급에 대해…>에서 젠더도 아니고 인종도 아닌 계급이 모든 사회문제의 핵심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나도 책이 나왔을 때 '갓 댐 아메리카!'(http://blog.aladin.co.kr/mramor/2107023)란 페이퍼에서 다룬 적이 있다(아직 손에 들어보지 못했지만).

"부제 ‘Class Matters’의 직역은 "계급이 문제다“인데 번역서 제명을 지나치게 비틀었다고 생각하며 인용된 책자의 번역에도 드문드문 생소한 대목이 발견되나, 총체적으로 유려한 번역이 진의를 잘 살려 원전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있다. 대운하, 광우병 논쟁 등으로 산만해진 우리 의식을 새로이 가다듬을 수 있는 예사롭지 않은 책자로, 크고 넓게 생각하기를 원하는 독자들께 자신 있게 권한다."는 추천의 변을 읽으니 마음이 조금 동하는군. 참고로, 벨 훅스가 엮거나 지은 책으론 <행복한 페미니즘>(큰나, 2002), <사랑의 모든 것>(동녘, 2004), <평화 이야기>(황금비늘, 2007) 등이 더 소개돼 있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의 복수>(세종서적, 2008). <가이아>(갈라파고스, 2004; 김영사, 1995)의 후속작일 텐데,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행성의사를 자처하는 저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1970년대 ‘가이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를 내놓으면서 생물들이 지구의 대기권·해양·대륙·암석 같은 무생물적 환경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생명체다. 하지만 이제 지구온난화로 가이아는 자기조절기능을 잃고 지구생명체를 말살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경고한다." 내 생각으론 가이아가 복수하기도 전에 인류가 자멸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지만...

한편, 그러한 경고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회의적 환경주의자' 비외른 롬보르의 <쿨잇>(살림, 2008)도 이번에 출간되었기에 나란히 읽어봄 직하다. 롬보르는 문제의 진단 못지 않게 그 해결방안(=해결비용)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하는데, 그에 따르면, "일부 정치가와 환경 전문가들을 통해 형성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하게 치우쳤다.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는 데에만 집착한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부분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주 관심사는 분명히 인간과 환경의 안녕을 최대한 증진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러려면 다른 많은 요소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제목만 보자면 그의 최신작도 기대가 된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이주은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앨리스, 2008)이다. "‘그림’하면 주변에는 이름난 명화들에 대한 설명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마음을 내려놓는 그릇으로의 그림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에는 “언젠가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지“를 상기시키는 그림들이 담겨있다."는 것이 추천의 변이다. 말 그대로, '마음 놓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 미술애호가인 김지은 아나운서의 <예술가의 방>(서해문집, 2008)도 같은 종류의 책이겠다.

하지만, 내가 이번 여름에 읽겠다고 도서관에서 원서와 함께 대출한 건 아주 무거운 책들이다. 할 포스터 등의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2007)와 사이먼 샤마의 <파워 오브 아트>(아트북스, 2008) 같은 책. 가벼운 책은 높은 곳에, 그리고 무거운 책은 낮은 곳에 두고 읽어볼 참이다. 남들 다 피서갈 때...

 

 

 

 

9. 교양

이한우기자가 꼽은 교양분야의 책은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1, 2>(씨앗을뿌리는사람, 2008)이다. 사실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필요 때문에 나도 지난주에 구입한 책이다. 추천의 변은 이렇다. "아! 고전을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었구나!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따분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스스로 고전에 대한 불만과 기대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정보의 홍수를 헤매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즉 저널리즘의 무의미함에 몸서리친다.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40대 후반의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맞닥뜨린 것인지도 모른다. 특이하게도 그는 의미회복을 위해, 30년 전 대학 1학년 때 들었던 서양고전 강좌를 다시 듣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그의 모교인 컬럼비아대학에는 그 강좌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30년 후배들과 똑같이 앉아서 학생이 되어 고전의 탐험을 시작했고 이 책은 그 탐험기다."

내 관심은 저자의 독서편력이 아니라 미국의 한 명문대학 강의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고전 읽기의 풍경이다. 어떤 커리큘럼이 제시되고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읽으며 어떤 토론들을 벌이는가가 궁금한 것. 덴비의 책과 같이 읽어볼 만한 건 바로 그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마지막 저작이자 강연집 <저항의 인문학>(마티, 2008)이다(번역은 매끄럽지 못하다). '민주적인 인문주의'를 주창하는 사이드에 비해서 덴비는 보다 보수적인 인문주의를 지지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덴비는 <미국 정신의 종말>의 저자, 시카고 대학의 앨런 블룸과 오히려 더 친화적이겠다. 불룸과 동창인 <희망의 인문학>의 저자 얼 쇼리스는 사이드 쪽에 가깝겠고.

한편, '위대한 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위험한 책들'과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이민희의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글항아리, 2008)은 역사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지만 여름나기 교양서로도 좋지 않을까 싶다.

 

 

 

 

10. 전기 

아동분야의 책은 이번에도 전기로 대체한다. 읽을 만한 평전들이 여러 권 나왔기 때문이다. 먼저, 두 아들이 쓴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기. 저우하이잉의 <나의 아버지 루쉰>(강, 2008)과 데이비드 리프의 <어머니의 죽음 - 수전 손택의 마지막 순간들>(이후, 2008)이 각각 저명한 작가였던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회고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두 명의 영화인을 다룬 책으로 자미 버나드의 <쿠엔티 타란티노>(나무이야기, 2008)와 테리 콜먼의 <로렌스 올리비에>(을유문화사, 2008). 타란티노는 <킬빌>로 잘 알려져 있지만, 로렌스 올리비에?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 연기의 대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이다. 아래 햄릿을 연기했던 바로 그 사람. 이젠 전설이 된...

08. 07. 19.

 

 

 

 

P.S. 고작 열흘쯤 남겨놓고 고전 읽기 목록까지 챙기는 건 무모해 보이지만 어차피 '목록'일 뿐이므로 허세도 부려본다. '이달의 고전'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서울대출판부)이다. 루틀리지에서 나온 가이드북을 참조할 수도 있겠다. 여차하면, <인간불평등 기원론>도 읽어보면 좋겠고. 이 18세기 저작은 "정치적 권력 혹은 권위의 정당성을 집요하게 문제삼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계약'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는 즈음인지라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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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08-07-2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00년 이후의 미술사>는 저도 꼼꼼히 읽어볼 계획입니다만..계획은 계획인지라^^ 사이먼 샤마의 <파워 오브 아트> 동영상은 필요하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책값들이 장난이 아니군요. 번역서와 원서를 같이 구입하면...띵!!

로쟈 2008-07-20 11:58   좋아요 0 | URL
그래서 번역서와 원서를 모두 대출했는데, 하드카바라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2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 님은 젊은 세대이면서도 로렌스 올리비에를 아시네요.

로쟈 2008-07-20 21: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젊은 세대'하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버스로 출퇴근하는데 월요일엔 병원가는 노인들이 많이 타요.그럴 땐 60대들이 80대들에게 자리 양보하고 그래요.고령화 사회를 실감하죠.50대까지는 청춘으로 보고 30대는 청소년이라고 연령조정을 해야 할 때가 올 것 같더라구요.

로쟈 2008-07-21 10:18   좋아요 0 | URL
겉늙은 '청춘'들이 늘어나겠는데요.^^

lifeisart 2008-07-2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술쪽은 art since 1900과 power of art를 여름나기로 정해볼까 생각중인데^^ 소개해 주신 책들 중, 제 수첩에 적은 책들이 빼곡합니다....마냥 흐뭇하네요!

로쟈 2008-07-21 21:59   좋아요 0 | URL
가족들에겐 따돌림 받을 수 있는 여름나기입니다.^^;
 

어제 KTX를 타고 지방에 다녀오며 기차에서 잠을 청했더니 자정이 넘어도 맨정신이다. 그렇다고 생산적인 일을 할 만한 두뇌 상태는 아니어서 '이달에 읽을 만한 책'의 리스트나 만들어둔다. 하던 대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 목록에다가 최근에 나온 관심도서들을 덧붙인다. '읽을 만한 책'이라곤 하지만, 정작 읽을 시간을 내기는 어려운지라 반이상은 '안 읽고 넘어간 책'의 목록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1. 문학

문학분야의 책은 작가 신경숙이 추천한 김중혁의 <악기의 도서관>(문학동네, 2008)이다. 따로 추천이 아니더라도 지난달에 나온 국내소설 가운데 가장 평이 좋은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컬처뉴스의 리뷰는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1&title_down_code=002&area_code_num=113&article_num=9210 참조). 두번째 단편집인데, 이제 다음 순서는 장편소설이 되는 것인지? 개인적으론 이미 지난달에 '5월에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았기에 자세한 언급은 피한다(나는 몇 편의 단편을 읽었다). 이 두번째 소설집과 같이 읽을 만한 책은 데뷔작 <환상수족>에 이어서 두번째 시집을 낸 이민하의 <음악처럼 스캔들처럼>(문학과지성사, 2008)이다.

나는 구름! 나는 표범! 나는 나비!
살이 벗겨지도록 일광욕을 하며 기린초의 꿀을 빠는
노란 입술 빨간 종아리
울긋불긋 이름이 많은 나를 부르며 목이 쭉쭉 늘어나는
너를 기린이라 부를래
그러면 너는 흑마술 같은 울음
바늘이 되어 나의 이름에 꾹꾹 文身을 하는
너를 자꾸 통과하며 門身이 되는
나는 죽어서도 구름표범나비
표본실에 묻혀 사각사각 날개를 펴고 접으며
찍을 테면 찍어봐! 포즈를 바꾸며

꿈꾸는 시인의 '스캔들' 모음집? 이 소설집/시집들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중국문학의 차세대 작가군을 대표하는 소설가"라는 비페이위(1964- )의 소설집 <청의>(문학동네, 2008)와 장편소설 <위미>(문학동네, 2008)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지만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루쉰상을 이미 두 차례나 수상한 작가라고 하니까 '명불허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미 40대 중반의 작가이긴 하나 중국문학의 차세대 기대주의 작품들을 한국의 젊은 시인/작가들과 겹쳐읽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되겠다.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이덕일 소장이 추천한 책은 '그들이 본 우리' 총서의 첫 번째 책으로 나온 <임진난의 기록>(살림, 2008)이다. "저자 루이스 프로이스는 포르투갈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로서 1563년 일본에 파견되어 임진왜란이 끝나기 한 해 전인 1597년 나가사키에서 사망하는데, 이 책은 그가 집필한 <일본사>의 마지막 열 개 장을 번역한 것"이라 한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선교사의 책답게 천주교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용감한 장수’라고 우호적으로 서술하는 한편, 경쟁자였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는 ‘사악한 이교도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일본군이 조선에서 겪은 일을 생생히 전해주면서 귀중한 일차 사료들도 보여주는데,(...) 일본선교사였던 서양인의 시각으로 본 임진왜란은 새로운 시각과 생각거리를 제시해 줄 것이다."

덕분에 기억난 책은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휴머니스트, 2007)이다. "2006년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센터의 주최로 ‘임진왜란: 조일(朝日)전쟁에서 동아시아 삼국전쟁으로’란 주제로 열렸던 국제학술회의의 결과를 담고 있는 책"으로 "익히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라고 알려진 임진왜란을 전근대 역사에서 한·중·일 삼국이 개입한 거의 유일한 대규모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왜란을 전후로 조선사에 약간 관심을 갖게 되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김찬웅이 엮은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글항아리, 2008)과 이건창의 글을 모은 <조선의 마지막 문장>(글항아리, 2008)이 눈에 띈다. 소재는 다르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과 글에 대한 감각을 살펴볼 수 있겠다.

 

 

 

 

한편, 요즘 이명박의 모습에서 선조를 연상하는 칼럼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론 '선조와 이명박 대통령'(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90465.html),  백성을 버리고 떠난 임금들'(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90651.html)을 참조해볼 수 있다. 선조실록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10>(휴머니스트, 2007)이 별권으로 나와 있다. 이 유약했던 임금에게 당대 최고의 학자들인 퇴계와 율곡이 각각 <성학십도>와 <성학집요>를 지어서 바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만하고 어리석은 임금은 거유들도 구제할 수 없었다. 이 교훈을 이 시대에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인지? 강명관 교수는 이렇게 꼬집는다.

조선의 지배층, 곧 왕과 양반은 평시에 백성들의 생산 위에 풍요를 누렸고, 백성을 제 마음대로 죽이고 살리며 위세를 떨었지만, 다급해지면 자신들의 안위를 챙기느라 백성을 버리고 몰래 피난을 떠났다. 백성이 잡혀가도 속수무책이고 잡혀갔던 백성이 돌아오면 더럽혀졌네, 어떠네 하면서 쫓아내었다. 두 전쟁은 요컨대 양반 지배 체제의 속성을 드러내는 시금석이었던 것이다.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국민의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계속 파자고 우기는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고 있는데,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당신들은 누구인가? 혹 그 옛날 도성을 버리고 떠난 그분들의 후예는 아니신가. 아니면, 잡혀가는 백성들을 그냥 바라보고, 돌아온 백성들을 더럽다며 내쫓은 그분들의 후예는 아니신가.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권수현의 <문화철학과 자율성>(철학과현실사, 2008)이다. 외관상으론 딱딱한 철학서 정도인데, 소개는 좀 의외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요즈음, 대중문화연구자들이 아니라 대중들을 위한 문화철학서가 새로 나왔다. <문화철학과 자율성>은 제목의 딱딱한 인상과 달리, 대중문화를 소비하거나 생산하는 일반인들이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하여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마련된 책"이라니까. 분량도 150여쪽에 불과해서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하다.

책은 주로 대중문화와 관련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문화철학'이란 말에 이끌려 떠올리게 되는 철학자는 문화철학의 원조쯤 되는 에른스트 캇시러이다. 그의 대표작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창, 2008)이 최근에 다시 나온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과학의 논리>(길, 2007)도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다. 20년쯤 전에 서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게 그의 책들이었는지라 약간의 만감을 느끼게 된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이문영 교수의 자서전 <겁 많은 자의 용기>(삼인, 2008)이다. 출간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책인데, 간략한 소개는 이렇다. "1970-1980년대 소위 민주교수로 여러 번 감옥을 간 사람 중에 이문영 전 고려대 교수가 있다. 사회참여에 적극적이고 감옥도 자주 간만큼 꽤나 급진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겁 많은 사람이고 청교도적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최소의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겁 많은 보수주의자’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는 것이다. 이문영의 자서전 <겁 많은 자의 용기>는 여러 면에서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이는 어두웠던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증언으로서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한 양심적인 지식인이 증언하는 한국 현대사 정도가 되겠다. 최근에 읽은 것으로 그런 '양심'을 보여주는 책은 존 터먼의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재인, 2008)이다. 제목 그대로 미국 지식인의 신랄한 자국 비판서인데 저자가 감옥에 갔다는 얘기는 없다. 물론 책의 말미에 실린 '미국이 세계에서 잘하고 있는 일 10가지'는 번역본에서 빠져 있기에 우리에게만 더 과격해보이는 탓도 있다. 하워드 진의 서문대로 "부당한 권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도전하고, 저항하며, 미국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미국의 명예로운 전통이다. 그리고 존 터먼은 바로 그런 전통과 사상에 입각하여 이 책을 썼다. 이런 책을 쓰고 읽고 출판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를 고양하는 일이다." 그러니 오히려 이런 비판서를 부러워해야 할까? '우리가 잘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뽑은 경제/경영서는 <중소기업, 인재가 희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 2008). 나로선 손에 들 일이 전혀 없는 책이긴 한데, 요점은 이렇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이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중소·벤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 발굴 및 육성, 시스템 경영 및 성과주의의 정착, 학습하는 조직문화의 구축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책의 뒷부분에는 수많은 성과주의 인사 및 인적자원 개발 성공사례가 풍부히 실려 책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그래도 최근에 눈길이 경제학 책은 데이비드 워시의 <지식경제학 미스터리>(김영사, 2008)이다. '지식경영'이란 말보다는 드물게 접하는 용어여서 '지식경제학'이란 게 무엇인가 싶은데,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핀 공장' 이론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창발적 아이디어의 힘이 인류의 경제적 진보를 이끈다는 폴 로머의 '신성장 이론'을 탄생의 뿌리로 삼은 책. 신성장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애덤 스미스와 앨프리드 마셜,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해 경제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기라성 같은 석학들의 이론을 총망라하여 300년 경제학 이론의 총체적인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경제학이론사로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다. 사실 원제는 '지식과 국가의 부(Knowledge and the Wealth of Nations)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바로 연상하게 되는. 그러다 보니 얼마전에 김수행 교수의 <국부론> 번역 개정판이 나왔다는 사실도 생각난다(기억에 내가 갖고 있던 건 동아출판사판이었다). 찾아보니 도미니크 포레이의 <지식경제학>(한울, 2004)도 소개된 적이 있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 책은 김누리의 <기부향기는 매콤한 페퍼로드를 타고>(아르케, 2008)이다. 평소 별로 기부를 하지 않는 나로선 눈길이 갈 만한 책이 아니지만 소개글 정도는 읽어본다. "<기부향기는...>는 우리 사회복지기관 실무자가 미국 비영리 모금단체를 단기 방문한 경험을 기록한 탐방기로서, 자선 행위가 기부활동을 통해 미국인의 일상사에 제도화되어가는 방식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돈은 제 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매개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미국의 모금단체들이 다양한 이벤트나 출장방문에 이르기까지 기부자 확보나 관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공력을 투여하고 있는가를 일기 형식으로 생생히 기술한다." <미국을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과 같이 읽어볼 수도 있겠다. 

호기심에 '사회복지'를 검색해보니 사회복지사 자격증 관련서와 사회복지학 교재들만 잔뜩 뜬다. 차라리 '복지국가'가 사정이 좀 나은데, 번역서들로  프랑수아 메랭의 <복지국가>(한길사, 2000), 니클라스 루만의 <복지국가의 정치이론>(일신사, 2001), 그리고 폴 피어슨의 <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성균관대출판부, 2006) 등이 눈에 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복지 모델을 소개하는 책들도 여럿 나와 있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존 타일러 보너의 <크기의 과학>(이끌리오, 2008)이다. 나도 서점에서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던 책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 명예 교수인 저자는 크기는 형태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기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크기의 차이가 자연선택의 중요한 원인이고 크기가 변한 뒤에 구조 변화가 일어나므로 크기가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정도의 요지라면 예전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 <다윈 이후>(범양사, 1988)에서도 읽은 바 있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은행나무, 2008), 그리고 켄 앨더의 <만물의 척도>(사이언스북스, 2008) 등도 챙겨둘 만하다. 전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분자생물학의 화두를 가볍고 경쾌한 문장으로 풀었다는 책이고, 후자는 "현대 사회에서 국제 표준 단위계인 미터법의 탄생에 얽힌 우여곡절"을 다룬 책. 우리도 이 미터법에 따른다고 '평'이니 '자'니 하는 걸 다 날려먹은 바 있기에 관심이 좀 가는 책이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한달 먼저 찾아온 납량물이다. 백문임의 <월하의 여곡성>(책세상, 2008). 부제는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사'. "지난 40여 년간 만들어진 여귀 공포영화를 문화적,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하고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공포영화가 갖는 공통점, 그리고 서양의 공포영화가 우리의 차이점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고 있는 이 책은 단연코 여름 밤 읽을거리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추천이 이유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김소영 교수의 <근대성의 유령들>(씨앗을뿌리는사람, 2000)이 먼저 떠오르는데, 한국영화사를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다시 읽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한국영화와 관련해서는 두어 달 전인가부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FIlm Story 총서'를 펴내기 시작했는데, 그 중 정종화의 <한국영화사: 한권으로 읽는 영화 100년>과 김한상의 <조국근대화를 유람하기> 등을 같이 읽어볼 만하다. 특히 후자는 영화 <팔도강산> 시리즈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 드라이브가 영화라는 매체를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서는 나도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 마거릿 미드의 전기 <루스 베네딕트>(연암서가, 2008)이다(첵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57513 참조). 덕분에 전기들로 교양분야의 책을 미리 채워보자면, 미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분야에서 선구적이었던 여성 마리 퀴리의 평전 <퀴리 가문>(지식의숲, 2008)을 들 수 있겠다. 제목대로, 마리 퀴리의 평전이 아니라 '퀴리 가문'의 편전이다. 여섯 차례나 노벨상을 수상한 명문가인 만큼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도 손에 들어봄 직하다. 더불어 과학자 제임스 맥스웰에 대한 전기 <모든 것을 바꾼 사람>(지식의숲, 2008)도 눈에 띈다. 물리 교과서에서나 접한 이름이긴 한데,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의 토대가 되어 20세기 물리학의 놀라운 성취를 이끌어낸 밑거름이 되었다"고 하는 그 맥스웰이다. 

사정상 한권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물론 이들 과학자들의 전기보다는 박상익 교수의 <밀턴 평전>(푸른역사, 2008)를 집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실낙원>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영문학사상 최고의 서사시인이자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이라는 세간의 일반적 평가 외에도 시력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와 국왕파의 온갖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공화정에 대한 꿈을 견지한 이상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전기라고 한다(자세한 리뷰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90727.html 참조).

 

 

 

 

밀턴은 <실낙원>의 저자이면서 <아레오파기티카>(소나무, 1999)의 저자이기도 하다. 역시나 박상익 교수에 의해서 옮겨진 바 있는 이 책은 '언론 자유의 경전'으로 불린다고 한다. 책의 의의에 대해서는 챙겨두도록 하자.

존 밀턴은 근대 최초로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사람이었다. 후대에 ‘언론 자유의 경전’으로 불리게 된 <아레오파기티카>가 그의 자유 사상 정신을 응집해 보여준 책이다. 밀턴은 이 소책자를 청교도 혁명이 한창이던 1644년에 발표했다. 집필의 계기가 된 것은 당시 혁명의회의 다수파였던 장로파가 주도한 ‘출판허가법’ 제정이었다. 출판허가법은 청교도 혁명으로 폐기했던 출판 검열제를 부활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밀턴은 왕당파와 국교파에 대항해 함께 싸웠던 장로파가 혁명 정신을 배반하고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해 사상을 억압하자 이들에 맞서 자유 정신을 방어했다. 그리하여 <아레오파기티카>는 출판의 자유, 다시 말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옹호한 최초의 저작이 되었다.

이 책에서 밀턴은 책을 생명과 진리의 담지자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죽이는 자는 신의 형상인 이성적 창조물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책을 파괴하는 자는 이성 그 자체를 죽이는 것이며,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신의 형상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는 사전 검열이 사상의 자유 시장을 봉쇄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진리와 거짓으로 하여금 서로 맞붙어 싸우게 하십시오.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쟁에서 진리가 패배하는 일은 결단코 없습니다. 진리의 논박이야말로 (거짓에 대한) 최선의 억압이며 가장 확실한 억압입니다.” “진리가 전능한 신 다음으로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자가 누구입니까. 진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으며 검열제 또한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오류가 진리의 힘에 맞서 싸울 때 사용하는 수단이며 방책입니다. 진리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해주십시오. 진리는 묶여 있을 때는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밀턴은 이 팸플릿에서 “나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다른 어떤 자유보다도 그런 자유를 나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또 <아레오파기티카>를 출간하면서 표지에 이런 경구를 실었다. “국가에 대해서 건전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고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칭송을 받을 때,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 사람이 침묵을 지킬 수 있을 때 이것이 진정한 자유다.” <아레오파기티카>를 우리말로 옮긴 박상익 교수는 이 도저한 자유 정신을 담은 저작에 대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라고 평가한다.(고명섭 기자)



 

 

 

10. 아동

 

보통 아동물 대신에 평전류를 고르곤 했지만 '교양'쪽에서 미리 다룬 탓에 이번에는 그냥 추천도서를 따라가보도록 한다. 엄혜숙, 이상교 두 아동문학가가 추천한 책은 권정생의 <랑랑별 때때롱>(보리, 2008)이다. 지난달 1주기를 맞이하여 선생의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됐는데, 그때 나온 '판타지' 동화다(http://blog.aladin.co.kr/mramor/2076051 참조). 나는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2008)만 일단 구입했었는데, 나머지 책들도 여유를 보아 일독해볼 참이다. <랑랑별 때때롱>은 아이에게 읽히고...

08. 06. 01.

 

 

 

 

P.S. 자유 독서가 직업이 아닌 이상 나열한 책들을 다 읽어볼 도리는 없다. 하지만 제목과 목차만 확인해두더라도 나름대로 '공부'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달마다 계속 늘어놓는 이유이다. 그런 취지로 '이달의 고전'까지 골라본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서해문집, 2005)이다. 어느 책이 정본 번역서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는데, 여하튼 여러 종의 책들이 나와 있다. 주경철 교수의 번역본(을유문화사, 2007)이 가장 최근에 나온 듯하다.

 

 

 

 

이 유토피아란 주제를 놓고 같이 읽을 만한 책은 <미래의 기억, 유토피아>(서해문집, 2007) 외에, 최근에 나온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 <혁명의 시간>(교양인, 2008) 등이다. 6월에는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이 2008년 오늘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배울 것은 '죽은 개'의 교훈이 아니라 '살아있는 정신'의 현실성이다.

20세기 미국과 소련(러시아)에서의 '대중 유토피아의 소멸'을 다룬 수잔 벅 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경성대출판부, 2008)은 그러한 '현실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데 유익한 참조점이다. 시간이 된다면 '킹콩과 소비에트 궁전' 등에 대해서 6월에는 페이퍼를 써보고 싶다.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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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08-06-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벅 모스의 책이 드디어 출간됐군요. 원서나 번역서나 가격이 비슷하네요.^^ 번역서 표지가 아주 구리구리 하네요. 경성대 출판부는 표지나 본문 디자인에 신경을 아예 안쓰는 듯 합니다. 책값은 엄청 비싸면서 말이죠. 내용만 좋으면 된다는 것인지... 시국이 어수선합니다. 2MB 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많이들 예상했었는데 그 우려를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대단한 내공이죠?^^ 그나저나 기말이 코 앞이네요. 성적 낼 거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로쟈 2008-06-02 22:37   좋아요 0 | URL
네, 무겁고 비쌉니다.^^; 기말이 와도 일들은 여전하니 어깨가 가볍지 않네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5월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해서 발표했다(http://www.kpec.or.kr/index.asp). 3권 정도는 생소한 책이다. 나대로 읽을 만한 책을 보태본다. 물론 한 달 동안 읽을 수 있는 분량은 넘어선다. 하지만 다 읽지 못하더라도 훗날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 어떤 책들을 읽었으면 했는지에 대한 '기록'의 역할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절반 정도는 '구경'의 의미도 있다...

 

 

 

 

1. 문학

문야분야의 책으로 작가 신경숙씨가 추천한 책은 정지아의 두번째 소설집 <봄빛>(창비, 2008)이다(<행복>이 첫번째 소설집이었다). "정지아의 <봄빛>속에 담겨있는 단편소설들은 이즈음의 소설들하고는 바로 구별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까마득히 잊고 사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존재들. 지금의 우리들을 몇 겹 만 파 들어가고 나면 거기에 역사와 세월의 더께를 쓰고 한을 품은 채 그러나 그 한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묵묵히 자신들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존재들이 정지아가 골라낸 문장의 숨결을 타고 고스란히 되살아나 있다. 어찌나 구체적으로 그들의 삶을 한 자락 한 자락 펼쳐내는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라는 것이 추천의 변이다.

이 소설집에 대해서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씨의 리뷰를 미리 읽었는데 유익한 참조가 될 듯하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9#). 더불어 '이즈음의 소설'들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가령 최근에 나온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 2008)이나 손홍규의 <봉섭이 가라사대>(창비, 2008) 같은 소설집들(이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63208 참조).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꼽은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시공주니어, 2008)이다. 유럽편 1,2권이 먼저 나온 듯한데, "사진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 여행을 다니며 글을 통해 서양사를 배우다 보면 우리 역사를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 놓고 생각하게 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추천자의 생각이다. 어차피 자녀들에게 '세계문화유산 답사'(!) 해외여행을 시켜줄 형편이 안되는 대다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해줄만한 책선물이지 싶다(설마 가보자고 조르지는 않겠지!). 5월이 낼모레 아닌가.    



 

 


이덕일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묘와 창덕궁을 비롯해 정조와 정약용의 꿈이 담긴 수원 화성, 불국사·석굴암과 경주 역사 유적지구, 그리고 각지의 고인돌 유적 등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찾아보니 그에 관한 책들도 몇 권이 나와 있다. 흠 '종묘' 정도면 그래도 만만할 듯싶군...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미셸 세르의 <천사들의 전설>(그린비, 2008)이다. 다소 의외인데, 좋은 책이긴 하나 액면가 5만원의 고가본이기 때문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천사들의 전설>은 소설의 형식을 띤 철학책이고 글자보다 그림이 더 많은 화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화보집'으로 읽어도 되겠다(나는 도서관에 들어오기나 기다려봐야겠다)

'헤르메스의 철학자' 세르의 책은 국내에 몇 권 소개돼 있고 앞으로도 몇 권 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문서로 제격인 책은 가장 처음 나온 <해명>(솔출판사, 1994)인데, 이미 절판된 지 오래다. <헤르메스>(민음사, 1999), <기식자>(동문선, 2002) 외에, 이번에 알게 됐지만, <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이 되는가?>(민음인, 2006)도 소개돼 있다. 64쪽짜리이니까 '에피타이저' 정도로 읽을 수 있겠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김광웅 교수가 추천한 책은 얼마전에 나도 리뷰를 읽은 적이 있는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중앙북스, 2008)이다. 제목의 '아마추어정부'란 일본의 전 내각 '아베 정부'를 가리킨다. 책은 "자민당 파벌 정치가 어떤 때는 성공하고(고이즈미) 또 어떤 때는 실패하는가(아베)"를 살펴본다는데, "일본정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측근정치’(팀)가 파탄난 격이 된 아베의 경우는 같은 측근정치이면서 그 팀이 외부와의 소통을 소홀히 한 결과 전혀 다른 결과를 빚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전형적 정치행태보다 국민과의 소통이 훨씬 더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어 우리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찾아보니 다케나가 헤이조의 <구조개혁의 진실>(한국경제연구원, 2008)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런 책들을 더 열심히 읽어봐야 할 사람들은 요즘 '왕초보'란 말까지 듣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은 국민에게 민폐다. 일본 얘기가 나온 김에 나는 '전후 일본의 정치적 무의식'을 다룬 요시미 순야의 <왜 다시 친미냐 반미냐>(산처럼, 2008)를 읽을 만한 책으로 떠올려본다. 요시미의 책은 꽤 여러 권이 소개돼 있는데, <만국 박람회 환상>(논형, 2007) 등도 눈길을 끈다. '전후 정치의 주술과 시민의식'을 다룬 책이다. 모두 '전후시기'를 문제삼고 있지만 '타산지석'으로서는 모자라지 않을 듯싶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추천한 경제서는 고지마 히로유키의 <확률의 경제학>(살림Biz, 2008)이다. 경제교양서로 분류되지 않나 싶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수학, 통계학, 경제학, 논리학, 사회사상 등을 폭넓게 넘나들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도박이나 보험, 자산운용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환경문제, 나이트(F.Knight)의 불확실성을 통한 인간행동의 본질, 공유지식(common knowledge)이라는 집단적 추론 형식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평등의 문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겸사겸사 경제학 교과서가 아닌 경제학 교양서들을 찾아봤는데, 독자의 반응이 가장 좋은 책들이 유병률의 <서른살 경제학>(인물과사상사, 2005)과 최근 고정 독자층을 확보한 듯 보이는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1,2>(웅진지식하우스, 2006/2008)이다. 책 자체들보다는 "요즘 독자들은 이런 책들을 읽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둘 만하다.

 

 

 

 

6. 사회

사회분야의 책으로 김문조 교수는 헨리 젠킨스의 <컨버전스 컬처>(비즈앤비즈, 2008)를 추천했다. 저자는 "MIT 인문학부 교수이자 미디어비교연구 프로그램 주관자"라고 하는데,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이 콘텐츠의 교류를 촉진하고, 여기에 참여문화나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적극적 의지가 가세되어, 콘텐츠의 자유로운 교합이 이루어지는 문화적 컨버전스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책은 '컨버전스 문화'에 대한 청사진 정도 되겠다. 화두가 '미디어'에서 '컨버전스'로 이동해가는 것인지? 좀 늦된 나는 미디어에 대해서나 이해해두어야겠다.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민음사, 2002)가 (여전히 안 읽힌다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전히 고전이고, 레프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생각의나무, 2004)는 뉴미디어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그리고 최근엔 프랑크 하르트만의 <미디어철학>(북코리아, 2008)도 출간됐다. 물론 이 분야에는 양쪽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의 책들이 출간돼 있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가브리엘 워커의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웅진지식하우스, 2008)이다. 원제는 '공기의 바다(An Ocean of Air)' 정도이지만,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이 된 건 저자의 이름이 '워커'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부제대로 "지상에서 우주까지, 보이지 않는 공기를 찾아 나선 위대한 도전과 모험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그 공기 때문에 떠올린 책은 바슐라르의 <공기와 꿈>(이학사, 2000)이다. 나란히 읽으면 공기 위를 '꿈꾸며' 걸을 수 있겠다. 거기에 우주에 관한 책 얘기도 보태고 싶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서해문집, 1998)는 이미 절판됐지만, 이 '책에 관한 책에 관한 책'으로 대신할 수 있다. 오언 깅거리치의 <아무도 읽지 않은 책>(지식의숲, 2008)이 그 책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2064706). 이런 책을 읽는 건 '독서'가 아니라 그냥 '휴식'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예술'보다는 '문화'로 분류될 책이다. 정동주의 <다관에 담긴 한-중-일의 차문화사>(한길사, 2008)이니까 제목대로라면 '비교문화사' 책이다. "다관은 차를 끓이거나 우려내는 역할을 하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그릇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백제시대 차나무를 건네받은 일본의 차 문화사 비교는 그냥 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시각과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라는 것이 추천의 변이다. 아직 차를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그냥 몇 권의 책을 둘러본 정도다. 지난 겨울 중국여행때 사들고 온 녹차라도 빨리 먹어치워야겠다...

 

 

 

 

9. 교양

5월의 교양은 우주교양이다('우주적 교양'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겠지만). 이한구 기자가 추천한 책이 가가린의 <푸른 빛이었다>(갈라파고스, 2008)이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 체험담을 각각 2부로 나눠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설픈 리포트 같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 체제를 고려하며 읽는다면 내용은 참으로 진솔하다."는 평이다. 개인적으론 '5월의 읽을 만한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다 읽은 책이기도 하다(이번주 '한겨레21'에 소감을 적어놓았다). 가가린보다 좀 업그레이드된 우주여행 안내서로는 미국 우주인들의 달 탐사기 <문더스트>(사이언스북스, 2008)를 읽어볼 수 있겠다. <우주비행사가 들려주는 우주여행 설명서>(한승, 2008)나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우주여행 상식사전>(뿌리와이파리, 2008) 모두 이번 '한국인 우주인' 탄생을 겨냥하여 나온 책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아직도 '우주여행'보다는 그냥 '우주'에 관한 책들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사이언스북스, 2008)와 남순건 교수의 <스트링 코스모스>(지호, 2007)가 있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승산, 2002)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김영사, 2006)도 책장에서 꺼내놓고 싶지만 글쎄...

 

 

 

 

10. 전기

'나대로 전기 읽기'는 68혁명 40주년을 맞아 타리크 알리의 <1960년대 자서전>(책과함께, 2008)을 고른다(소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55124 참조). 조지 카치아피카스의 <신좌파의 상상력>(이후, 1999)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인데, 이 책은 개정판이 곧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안다. 겸사겸사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한번 더 볼까 싶다(아니면 <몽상가들>?)...

  

 08. 04. 29.

 

 

 

 

P.S. 5월의 고전 읽기는 '고전 읽기' 자체를 문제로 삼는 책을 골랐다. '21세기 인문학의 변형'을 화두로 한 커트 스펠마이어의 <인문학의 즐거움>(휴먼&북스, 2008)이 그것인데, 개인적으론 이 '무거운' 책을 4월 내내 야금야금 읽었다(원저 자체가 두꺼운 건 아니다). 자세하게 따로 적어두지 않았지만 책은 인문학 자체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책들 가운데 가장 도전적이고 가장 유익하다(번역에 일부 흠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상반기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물론 이때의 '개인'은 소위 '인문학 강사'로서의 개인이다). 5월에는 이에 대한 페이퍼를 적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가 <인문학의 즐거움>과 같이 읽는 책은 월터 카우프만의 <인문학의 미래>(미리내, 1998)과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매진, 2006)이다(카우프만의 책은 번역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니 주의해야 한다. 쇼리스의 책은 물론 널리 알려진 책이고 나는 완독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김윤식 교수의 <백철 연구>(소명출판, 2008)를 대출해놓았는데, 한국 대학에서 문학연구의 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고전 읽기', 더 나아가 '인문학 공부'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을 다시 가다듬어봐야겠다. 맙소사, 이 좋은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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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4-2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아 씨 하면 빨치산의 딸 생각나는데 그때가 스무살이었던가요.이제 40대...세월이 팍팍 지나는 소리...오...그리고 저 백인 남자는 말론 브랜도 아저씨? 이 사나이도 이젠 불귀의 객이 되었구먼요.

로쟈 2008-04-30 23:10   좋아요 0 | URL
네, 매력있는 배우였죠.^^;

PhEAV 2008-04-2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은 피아니스트 폴리니의 음반에서 본 게 더 익숙하네요. ^^;

로쟈 2008-04-30 23:10   좋아요 0 | URL
책 표지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섬나무 2008-04-3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랑 교양이 마지막 목록이었으면 이 그림을 못 볼뻔 했네요.^^ 근데 대문에 확대된 먼 풍경과 하늘빛, 말하는 뒷통수가 훨 좋습니다.

로쟈 2008-04-30 23:11   좋아요 0 | URL
그림을 갖다 붙여놓는 게 돈 드는 일은 아니어서요.^^;

치유 2008-07-1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진 우주란 책을 중2학생인 녀석이 봐도 이해가 될까요??
때론 이렇게 어려울것 같은 책을 주문해달라고 조르면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로쟈 2008-07-15 14:46   좋아요 0 | URL
흥미만 느낄 수 있어도 성공 아닐까요?^^
 

매월말에 선정/발표되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http://www.kpec.or.kr/)의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며칠 당겨서 발표됐다. 강제성은 전혀 없는 목록이고 그냥 일람해보는 걸로도 충분하다. 애꿎게도 나는 그걸 핑계로 몇 마디씩 보태적는 걸 월말마다 반복하고 있지만(지옥 같은 3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4월이라고 해서 '비전'이 보이는 건 아닌지라 '4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는 손길이 경쾌하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론 '연옥에서의 책읽기' 정도라고 이름붙여둔다). 이것도 벌인가?.. 

 

 

 


1. 문학

소설가 신경숙씨가 추천한 문학분야의 책은 박범신의 <촐라체>(푸른숲, 2008)이다. 타이틀은 알고 있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몰랐는데(나는 '-체'의 일종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촐라체는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 남서쪽 17㎞에 위치하고 있는 6,440미터의 봉우리다. 난벽이고 거벽이다." 그리고 소설은 "현실에서 좌초한 이복형제가 촐라체 북벽을 등반하며 겪는 이야기로 짜여져 있다"고. 더 구체적으론 "지난 시절 최소한의 장비로 당연히 셀파의 도움 없이 단 둘이 촐라체를 등반했다가 하산 길에 한명이 추락했으나 로프를 끊지 않고 끝내 추락자를 구해내서 생환하는 것으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최강식, 박정헌의 이야기가 밑바탕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생략하지만, 알다시피 네이버에 연재됐던 작품이라 웬만한 문학독자라면 나보다 자세히 알고 있을 듯하다.

사실 내가 아는 박범신은 <풀잎처럼 눕다> 시절의 박범신이니 어느적 박범신인가 싶다. 업데이트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범신이 만난 젊은 작가들>(문학동네, 2007)도 같이 챙겨보면서. 더불어 꼽는 건 비슷한 연배의 작가 김원우의 신작 소설 <모서리에서의 인생독법>(강, 2008)이다. 최근에 산문집 <산책자의 눈길>(강, 2008)과 같이 출간됐는데(관련페이퍼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05770 참조), 동시대 두 중견작가의 '근황'에 대해서 보고서를 써볼 수도 있겠다.

 

 

 

 

2. 역사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선정한 추천도서는 <진인각, 최후의 20년>(사계절, 2008)이다. 이 선정은 전혀 놀랍지 않다. 나부터도 신간으로 소개한 바 있고(http://blog.aladin.co.kr/mramor/1921742 참조). 아직 책은 구입하지 못했지만 중국 최고의 역사학자 중 한 사람이 겪은 문화혁명 기간의 시련이 핵심이야기가 아닐까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국민당 대신 공산당을 선택했던, 아니 대만이란 섬 대신 대륙을 선택했던 한 역사학자의 선택이 전체주의 체제에 의해 어떻게 배신당하는지, 그리고 그런 체제 아래서도 인간은 왜 존엄성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전기이다."

역사책은 아니지만 중국 관련서 몇 권을 더 보태고 싶다. 작가 한샤오궁의 <열렬한 책읽기>(청어람미디어, 2008)와 이미 '베스트 저자'군에 속하게 된 이중텐의 <이중텐, 중국인을 말하다>(은행나무, 2008)가 최근에 나온 관련서들이고(한샤오궁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1984746 참조), 역사서로 분류되는 <중국 근대의 풍경>(그린비, 2008)도 방대한 분량의 노작이다. 특히 이 책은 국내 연구자들의 저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사도 바울>(새물결, 2008)이다. 이미 여러 차례 다룬 데다가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도 꼽아두었었기 때문에 군말은 필요 없겠다. 간단하게만 옮기면 "알랭 바디우의 저작들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도 바울에 관한 이 책은 가장 넓은 독자층을 거느리는 작품이다. 저자가 다루는 바울은 사도나 성자로서의 바울이 아니다. 저작의 목적은 기독교적 신앙의 찬양이나 옹호에 있지 않다. 여기서 바울은 어떤 미증유의 진리가 출현하는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고 그 사건 속에서 예감된 진리에 충실히 복종하고 희생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주체로 태어난 사람이다." 그런 바울과의 만남을 바디우는 제안한다. 나로선 지젝의 <죽은 신을 위하여>(길, 2007)와 같이 겹쳐 읽으면 좋지 아니한가, 라고 생각한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론 좀 '끔찍한' 책이 올라왔다. 데릭 젠슨의 <거짓된 진실>(아고라, 2008). 저자의 책으론 <네 멋대로 써라>(삼인, 2005)부터 <웰컴 투 머신>(한겨레출판, 2006), <약탈자들>(실천문학사, 2007)까지 여러 권의 책이 출간돼 있는데, 소개에 따르면 "사회변혁운동가, 아나키스트, 환경운동가 등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에 앞장서는 저자 데릭 젠슨은 글쓰기 선생도 자처하며 많은 책을 낸다. 주로 현대사회와 그 가치에 의문을 갖는 글이 중심을 이룬다. 충격적인 사례를 소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섬뜩하게 느끼도록 한다. 대단히 충격적이다. 그가 품는 학문과 관심 영역이 매우 다양해서인지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논증을 한다."

이 책을 추천한 김광웅 교수는 "우리가 일궈온 문명의 희생자들이 너무 많은데,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그의 명제이다"라고 정리한다. 알라딘의 소개가 간명한데, "노암 촘스키, 반다나 시바, 아룬다티 로이, 하워드 진과 함께 급진적인 사회 변혁 운동가로 주목받고 있으며, 당대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사상가 중 한 명인 데릭 젠슨이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증오와 위선적인 문화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고찰한 책." 딱 그만큼으로 읽으면 되겠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론 처노의 <금융 권력의 이동>(플래닛, 2008)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금융제국 J.P. 모건'으로 잘 알려진 금융관계 저술가 론 처노(Ron Chernow)가 썼다. 원래의 제목은 '은행가의 죽음(The Death of the Banker)'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은행업의 종언이라고나 할까." 사실 '은행업의 종언'에 대해서 내가 특별히 애도할 건 없지만 <금융제국 J.P. 모건>(플래닛, 2007)도 소장도서인지라 뒤적여볼 수는 있겠다. 무얼 알아낼 수 있을까? 

"로스차일드, 모건, 베어링, 워버그 등 전설적인 금융명가(名家)들은 역사의 한 시점에서 눈부시게 번성했다가 어느새 광채를 잃어버렸다. 그들은 왜 금융계의 영원한 주역으로 남지 못하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위세를 잃게 되었을까."의 해답을 알아낼 수 있다. 20세기 정치사를 가로지르는 정치와 경제의 권력이동을 다룬다고 하니까 재미로도 자기몫은 하겠다. 더구나 "짧아서 지루하지 않고 과거의 책들에 비해 이해하기도 쉬워서 좋다"면 망설일 이유도 없겠고. 물론 금융권력의 이동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해서 나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건 아닐 터이지만.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전혀 예기치 않게도 빌 클린턴의 <기빙(Giving)>(물푸레, 2007)이다. 추천자 자신이 미리 예상되는 '우려'들을 차단하고 있다. "대필 가능성이 농후한 유명 정치인이자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성 추문의 당사자라는 저자의 편력,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선주자 힐러리의 홍보물로 곡해될 수 있는 소지, 게다가 미국의 봉사활동 사례들을 편중적으로 열거한 자국 중심적 내용 등 부정적 요소들을 첩첩이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눔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간명한 메시지는 그 모든 결함들을 한방에 제압한다.(...) ‘Taking’을 넘어선 ‘Giving’이 새로운 시대적 코드임을 주지시키는 이 책은 경쟁과 점유가 아닌 소통과 공생의 새로운 생활윤리를 예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찾아보니 국역본의 부제는 '우리 각자의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 좋은 말인 만큼 여러 말 할 건 없고(말은 말일 뿐이니까) 그가 그런 삶을 실천해왔는가만 살펴보면 되겠다. 그래서 <기빙>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면 아예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물푸레, 2004)와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웅진지식하우스, 2003/2007)까지 챙겨볼 필요가 있겠다(이 자서전들의 인세는 어디로 가는 건지 확인해보면서).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하고 있는 과학분야의 책은 <21세기를 달군 후끈후끈 달 탐사 여행>(파라주니어, 2008)이다. '달 탐사'란 타이틀에서 짐작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4월 8일.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로 향한 온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는 날이다.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 아쉬움이 남지만 올해 말 전남 고흥에 나로 우주센터가 완공되면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우리가 만든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우주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싶은 심정이다."가 추천의 배경이다. 때문에 "인류가 진행한 달 탐사 프로젝트의 처음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라는 것.

그런 관심에서라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청어람미디어, 2002)도 빼놓을 수 없겠다.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비행사들의 내밀한 체험,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정신적인 충격"을 테마로 하고 있는 책이니까. 또 마크 트라의 <우주 여행>(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은 보다 실전적이어서 "힘들고 고된 우주인 훈련센터에서의 훈련 과정부터 무사히 우주를 향해 떠나는 모습, 우주에서의 생활과 이들이 해야 할 일들, 우주에서 바라본 풍경 등을 생생하게 담은 컬러 사진을 함께 보여주어 간접적으로나마 우주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아예 토머스 존스 등의 <NASA, 우주개발의 비밀>(아라크네, 2003) 같은 책을 손에 들 수도 있겠는데, 정작 우리가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러시아의 가가린우주센터에 관한 책은 거명할 수 없어서 유감이다(러시아당국의 보안정책에 위배될지 모른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존 하비의 <블랙패션의 문화사>(심산, 2008)이다. 제목 그대로 블랙 패션의 문화사이면서 "패션 일반이 드러내는 옷의 코드와 의미에 대한 상상력도 자극하는" 책이란 평이다. "블랙은 본디 밤의 색이었고, 죽음과 비통의 색이었으며, 수도사와 수녀의 색이었는데, 그것이 지위와 전문성, 권위와 권력, 더 나아가 우아함과 경건함, 섹시함의 패션으로 자리하기까지 그 이면에는 무수한 정치, 사회, 문화, 심리적 변수들이 작용했다. <패션의 체계>라는 책을 쓴 롤랑 바르트가 이야기 했듯이 패션이야말로 ‘널리 퍼지지만 사라져버리는 의미’를 가진 무엇이다. 언젠가 있다가 사라져버린 검은 옷의 비밀들을 캐보는 재미를 맛보자."라는 것이 추천자의 제안이다(바르트의 <패션의 체계>는 <모드의 체계>로 번역돼 있다).  

덕분에 찾아본 것이지만 패션사에 관한 책이 많이 소개된 편은 아니다. 앤더슨 블랙 외, <세계패션사1,2>(자작아카데미, 1997)가 처음 소개된 책인 듯하고 이후에 <세계패션사>(간디서원, 2005), 제임스 레버의 <서양 패션의 역사>(시공사, 2005) 등이 더 소개되었다. 작년에 나온 필리프 페로의 <부르주아 사회와 패션>(현실문화연구, 2007)은 19세기 복식사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도판을 제공해주는 책으로 문학 전공자들도 챙겨둘 만하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분야의 책은 윌리엄 랑게비쉐의 <사하라 사막 횡단기>(크림슨, 2008)이다. "사막, 그것도 사하라 사막이다."로 다 설명되는 책이겠다. 사막 횡단 경험이 없기에 사막이라고 하니 나로선 지난주에 세상을 떠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정도가 떠오른다(오늘 잠깐 볼 기회가 있었다). 찾아보니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김영사, 2005)이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황금나침반, 2006) 등이 관련서이다. 이젠 사막 횡단도 '교양'이로군!..

 

 

 

 

10. 평전

최근에 나온 주목할 만한 평전 두 권은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민음사, 2008)과 정준호의 <스트라빈스키>(을유문화사, 2008)다. 네루다의 책은 물론 재작년에 나온 애덤 펜스타인의 <빠블로 네루다>(생각의나무, 2005)와 같이 읽으면 더 좋겠고, 스트라빈스키의 경우엔 그의 <자서전>(1998)도 더 소개되면 좋겠다(영어권에는 스트라빈스키의 전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있다)...

08. 03. 26.

 

 

 

 

P.S. 4월의 고전은 단테의 <신곡>이다. 개인적으론 독서강좌의 강의를 맡은 탓에 이마미치 교수의 <단테 '신곡' 강의>(안티쿠스, 2008)를 비롯해서 4종의 원전 번역본을 모두 갖고 있다(4종이면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체면치레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 기타 관련서들까지 포함하면 열댓 권은 되는 듯하다. 그래봐야 30년을 공부하고 강의하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그 수준을 알아볼 급수는 된다(바둑 급수는 낮아도 프로기사들의 기보는 읽을 줄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곡>의 해설자라기보다는 '길잡이' 정도가 내 역할이지 않나 싶다. 강의가 마무리되면 관련문헌들의 간략한 해제 정도는 적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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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3-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촐라체가 -체의 일종인줄 알았는데요. 로쟈님의 이 페이퍼를 읽지 않았다면 저는 여전히 그렇게 알고 있을 뻔 했네요.

로쟈 2008-03-28 00:09   좋아요 0 | URL
^^

열매 2008-03-2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근대의 풍경>은 방대하긴 하지만 '노작'일런지는 직접 보고 확인해야 될 듯 싶습니다. 2004년에 출간된 <일본근대의 풍경>과 일련의 시리즈물로 기획된 듯 한데, 그 책은 사진이나 캐리캐처 한장에 당시의 시대상을 설명하는 식의 교양서정도의 수준이였습니다. 32천원이나 주고 사서 한번 읽고 중고서적으로 팔았습니다. 이번 책은 여러 국내필진이 쓴 책이니 다를지 모르겠지만,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을듯하네요.

로쟈 2008-03-28 00:1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분량으로 보아 '애쓴 책'은 되겠죠.^^ 저도 책은 직접 보지 못하고 소개글만 읽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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