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날씨만으로 12월이고 겨울이다. 늘 그렇지만 이맘때면 일정이 많건 적건 간에 마음 한쪽이 분주하다. 하루를 정리하고 한달을 정리하는 일에 덧붙여 한해를 정리해야 하니까. 다사다난했다기 보다는 험난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2014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달에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읽어볼 만한 한국소설로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를 고른다. 비슷한 분량이라도 '경장편'이라고 우기지 않고 '노벨라(중편)'라는 점을 표나게 내세웠는데,  시리즈 목록이 좀 늘어나면 단편도 아니고 장편도 아닌, '중편'이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볼 거리도 제공해줄 듯싶다(중편의 시학?). 배명훈의 올여름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로 첫발을 뗀 이후 김혜나의 <그랑 주떼>, 김이설의 <선화>, 최민경의 <마리의 사생활>까지 네 편이 선보였다. 현재까지는 <선화>가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세계문학 쪽으로는 최근 셋째 권이 나온 '문학동네 세계시인 전집' 시리즈를 고른다. '선집'이 아니라 '전집' 시리즈다. 세이머스 히니, 필립 라킨에 이어서 폴란드 시인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시전집>(문학동네, 2014)이 이번에 나왔다. "1956년 출간된 첫 시집 <빛의 심금>을 필두로 1998년 출간된 마지막 시집 <폭풍의 에필로그>까지 총 10권의 시집에 빠졌던 작품들까지 한데 묶은 이번 시전집은 역자 김정환의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에 대한 오랜 관심에서 출간까지 빛을 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무려 936쪽, 번역의 노고가 여실히 느껴지는 분량인데, 이 참에 영역 선집도 구해볼까 싶다.

 

 

예술 분야의 책으론 좀 가볍게, '모마 아티스트 시리즈'를 고른다. 12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뉴욕의 현대미술관 '모마'가 현대미술가 12인을 집중조명한 시리즈다. 현대미술 전성기의 주역으로 세잔, 브랑쿠시, 레제, 마티스, 피카소, 호안 미로 등 6명, 그리고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로 드 쿠닝, 폴록, 재스퍼 존스, 리히텐슈타인, 워홀, 라우센버그 등 6명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덜 알려진 미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일별해볼 수 있겠다 싶어 반갑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에서는 출판사를 옮겨 다시 번역돼 나온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2014)를 고른다. 2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책이지만 실제 독자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게 출판계의 생각이다. 그 실제 독자 수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나대로 그런 바람을 갖는 이유는 별권으로 나온 해제에 적었다). 여전히 좀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미래엔 아이세움, 2014)를 대신 읽어봐도 좋겠다. 토머스 캐스카트의 <누구를 구할 것인가?>(문학동네, 2014)는 <정의란 무엇인가> 때문에 널리 알려진 '전차(활차) 문제'를 폭넓게 다룬 책으로 '‘도덕적 딜레마’ 시대를 사는 이들을 위한 탁월한 윤리학 입문서'이다. 승계호 교수의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반니, 2014)는 고급 인문독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올해의 책 가운데 하나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서는 최근에 나온 자본주의 관련서들을 골랐다. 월러스틴 등의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창비, 2014)를 포함해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 울리케 헤르만의 <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에코리브르, 2014), 그리고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의 17가지 모순>(동녘, 2014) 등이다.

 

 

더불어, 한국사회의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질문이 된 세월호 문제를 다룬 책으로 <눈먼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생각의길, 2014), 그리고 <사회적 영성>(현암사, 2014) 등을 고른다. 올해가 다 가도록 우리는 여전히 '눈먼자'로 남아 있겠지만 손가락으로 더듬어서라도 알아내야 할 진실이 아직 우리 앞에 있다.

 

 

 

4. 과학

 

과학 쪽에서는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지식채널, 2014)가 아무래도 기본서. KAIST의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김대식의 빅퀘스천>(동아시아, 2014)도 이름값이 기대되는 책이다. 같은 뇌과학자의 책으론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에릭 캔델의 자서전 <기억을 찾아서>(알에이치코리아, 2014)도 같이 읽어봄직하다.

 

 

<인터스텔라> 열풍에 기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보급판, 2006)를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김영사, 2006)도 현대 우주론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길잡이. 복잡한 수식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독자라면 폴 보가드의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뿌리와이파리, 2014)의 안내를 받아도 좋겠다.

 

 

 

5. 독서교육

 

그리고 내맘대로 고른 이달의 주제는 독서교육이다. 자극이 될 만한 책이 마크 바우어라인의 <가장 멍청한 세대>(인물과사상사, 2014). 실제적인 독서교육 방법과 사례에 대해서는 김은하의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학교도서관저널, 2014), 경기도중등독서토론교육연구회 교사모임에서 펴낸 <함께읽기는 힘이 세다>(서해문집, 2014)를 참고해볼 수 있겠다.

 

14. 12. 0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예기치 않은 출현으로 최근 알라디너들의 환영과 지지를 받은 새 번역 <돈키호테>(열린책들, 2014)다. 예전에 창비판으로 읽고 강의를 했었는데, 새 번역본이 나온 김에 다음 주부터 진행하는 한 강좌에서는 열린책들판을 교재로 정했다. 겸사겸사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돈키호테와 함께 뭔가 제정신으로 지나온 것 같지 않은 한 해를 마감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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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 대신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기로 한다. 설명할 순 없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골라놓자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더 쌀쌀해지기 전에, 라고 해야겠지만. 여하튼 날은 점점 쌀쌀해질 것이고, 어쩌면 첫눈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어느새 겨울과 맞닥뜨리게 되겠지. 인생의 사계도 그와 닮아갈 것이고. 11월은 그런 달이다.

 

 

1. 문학예술

 

짐작컨대, 다음주에 출간될 예정인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문학동네, 2014)을 이달에 읽지 않을까. '김연수 산문'이 부제로 붙어 있는데, 산문을 쓰는 건 '소설가의 일'이 아니라 '소설가의 잡일'일 터이지만, 그런 잡일을 통해서만 소설가의 일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김영하의 <보다>(문학동네, 2014)도 표지가 같은 컨셉이로군. 황정은의 세번째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 2014)는 계속 (장편)소설을 써보겠습니다, 라는 결의까지도 담은 걸로 읽힌다. 표지가 배치의 기준이라면 세 권을 나란히 꽂아두어도 좋겠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시도로 'K-픽션' 시리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젊은 작가들의 대표 단편을 영어 번역과 같이 전재하는 시리즈다(해외 독자도 염두에 둔 시리즈이다). 1차분으로 다섯 권이 나왔는데,  박민규 <버핏과의 저녁 식사>, 박형서 <아르판>, 손보미 <애드벌룬>, 오한기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최민우 <이베리아의 전갈> 등이다. 필요 때문에라도 몇 권 읽어보려고 한다. 향후 진행 방향은 이렇다고 한다.

영어 번역에는 하버드 한국학 연구원 등 세계 각국의 한국 문학 전문 번역진들이 참여하였으며, 번역과 감수, 그리고 원 번역자의 최종 검토에 이르는 꼼꼼한 검수 작업을 통해 영어 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K-픽션은 아마존을 통해서 세계에 보급되며, 한국을 방문한 해외 유학생 및 단기 거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한국 단편 소설 읽기 강좌 및 스터디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술쪽으론 이번에 인터뷰집 <쿠엔틴 타란티노>(마음산책, 2014)가 나온 김에 자미 버나드의 <쿠엔틴 타란티노>(나무이야기, 2008)까지 읽어보는 걸로. 아무래도 초기작인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이 그의 최고작이 아닌가 싶은데, 때문에 타란티노를 읽는 일은 자연스레 9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수반한다. <저수지의 개들>의 오프닝과 <펄프픽션>에서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의 커플 댄스(http://www.youtube.com/watch?v=WSLMN6g_Od4)는 얼마나 기발하고 멋졌던가!

 

 

2. 인문학

 

이달의 인문서는 중국사 책으로 고른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둘째권으로 이 시리즈의 책임 편집자인 티모시 브룩의 <원.명: 곤경에 빠진 제국>(너머북스, 2014)이 출간됐기 때문에. <청: 중국 최후의 제국>이 제일 먼저 나오고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데, 전체 여섯 권이라 앞으로 네 권이 더 남았다. 중국사, 하면 조너선 스펜스를 떠올리게 되지만 명대 전공자인 티모스 브룩의 책도 여럿 나와 있다. 명대 상업과 문화를 다룬 <쾌락의 혼돈>(이산, 2005), <능지처참>(너머북스, 2010) 등이 대표적. 원과 명을 함께 다룬 건 두 왕조 사이에 단절보다 연속성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관점이 아닌가 한다.

 

 

역사 쪽으로 분량이 있는 책들을 골랐기에 철학 분야는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쪽으로. '철학 스케치' 시리즈 가운데 <헤겔의 눈물>(열린책들, 2014)과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오뒷세이아>(열린책들, 2014), 그리고 '그래픽 평전' 시리즈 가운데 <스피노자>(푸른지식, 2014)를 골랐다(헤겔과 스피노자에 대해선 두툼한 평전들이 나와 있는 상태라 여차하면 그쪽으로 넘어가도 되겠다). '스케치'와 '그래픽'이 컨셉인 만큼 너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3. 사회과학

 

오랜만에 법률 분야의 책들을 고른다. 권정임의 <노동법 사용설명서>(생각비행, 2014)가 눈에 띄어서인데, 일독의 의미도 있겠지만 매뉴얼인 만큼 구비해놓았다가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면 되겠다. 특히 직장인이나 예비 직장인이라면. 김선수 변호사의 노동변론기, <노동을 변호하다>(오월의봄, 2014)는 실제 사례집으로 읽어보면 좋겠고, 헌법학자 임지봉의 <법과 인권 이야기>(책세상, 2014)는 더 확장된 맥락에서 우리사회 법과 인권의 현실을 살펴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다. "인권 보장을 위해 오늘날과 같은 법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근대부터, 점점 더 많은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꾸준히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법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국내외 주요 판례를 중심으로 살핀 책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의 신작 <탐욕경제>(알에치코리아, 2014)가 흥미를 끄는 책. '부의 분배 메커니즘으르 해부한다'가 부제다. '큰물'에서 노는 경제분석가의 세계 금융 예측서. 우석훈의 예측서로 <불황 10년>(새로운현재, 2014)도 같이 곁들이면 국내외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의 <빚으로 지은 집>(열린책들, 2014)은 대출로 집을 사라고 권하는 사회에서 가계 부채가 왜 위험한가를 실증적으로 경고하는 책. '가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메시지다.

 

 

4. 과학

 

자연과학 분야는 생태학과 진화론 쪽의 책을 골랐다. 미국의 대표적 생태학자 배리 커머너의 대표작 <원은 닫혀야 한다>(이음, 2014).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현대 환경 위기를 다룬 고전이란 평가다.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을 처음 제기한 저자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화론 교과서로 강추되는 케빈 랠런드와 길리언 브라운의 <센스 앤 넌센스>(동아시아, 2014)도 올해가 가기 전에 필독해볼 만한 책. 국내 학자의 책으론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바다출판사, 2014)을 더 얹을 만하다.

 

 

5. 다시 읽기

 

읽기/쓰기 분야에서는 청소년 고전을 골랐다. 꿈결 클래식 시리즈로 <데미안>과 <햄릿>에 이어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까지 나왔는데, 삽화와 자세한 주석, 그리고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서 청소년들이 처음 접하기에는 적절해 보인다. 특히 상세한 해설이 눈길을 끄는데, 청소년용이라고 해서 해설의 수준까지 평이한 건 아니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에 수록된 해설은 그간의 다른 해설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다시 나온 고전들 가운데서는 유기환 교수가 옮긴 카뮈의 <이방인>(홍익출판사, 2014), 일러스트판으로 다시 나온 <최초의 인간>(미메시스, 2014)도 탐이 나는 책이고 헤세의 단편집 <청춘은 아름다워>(문학동네, 2014)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애독자들이 많은 작가들인 만큼 '장서용'의 의미도 갖겠다.

 

14. 11. 02.

 

 

P.S. '11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문필가 키케로를 고른다. 그의 <투스쿨룸 대화>(아카넷, 2014)가 학술명저번역 시리즈의 하나로 나왔는데, <최고선악론>(서광사, 1999)에 이어지는 것이면서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나남, 2012)에 앞서는 저작이라고. <투스쿨룸 대화>는 전체 5권으로 구성된 '철학적 대화편'. <최고선악론>과 함께 행복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최고선악론>이 '덕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는 명제를 다룬다면, <투스쿨룸 대화>는 '고통은 덕을 가진 사람에게서 행복을 앗아갈 수 없다'는 명제를 논의한다. 주제 자체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곧바로 떠올리게 하는데, 로마의 철학자는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궁금하다. 궁금하다면 읽어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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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는데, 좀 늦어졌다. 분야를 약간 조정하고 좀더 자유롭게 고르려고 한다. 책이 너무 많으니 목록을 줄여보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나 어차피 골라서 읽는 거라면 읽을 만한 책 '후보'로 생각해도 되겠다.

 

 

1. 문학예술 

 

아무래도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에게 관심을 쏠릴 듯하다. 이미 상당수 작품이 번역돼 있고 몇 권은 추가적으로 더 나온다고 하니까 독서 목록은 충분하다. 대표작으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문학동네, 2010)이 꼽히는 모양인데, 1978년 공쿠르상 수장작이니까 그럴 만하다.

 

 

국내에 처음 번역된 작품은 그보다 한 해 전에 나온 <가족수첩>(1977)인데,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문장사, 1978)라고 나왔었다. 그게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세계사, 1991)이라고 재출간됐고, 내가 읽은 것도 그 책이다. 읽었다곤 하지만 역자 해설만 기억이 난다. <프랑스문학 산책>(세계사, 1989)에서 저자 김화영 교수는 동시대 프랑스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르 클레지오, 미셸 투르니에와 함께 파트릭 모디아노를 꼽았었다. 그 중 벌써 두 작가가 노벨상 수상작가가 된 셈인데,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의 프랑스문학에 대한 '편애'라고 하면 억지일까. 그럼에도 물론 '이변'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결과다. 10년 전, 2004년에 옐리네크가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의 '파격'에 비하면 아주 조신해보이기까지 한다. 아무튼 결과는 나왔고 한두 권 읽어보는 걸로 '의례'를 갈음해도 좋을 듯. 그러다 작가의 매력에 뒤늦게 빠진다면 한 계절을 축내고 어쩔 수 없겠고.  

 

 

예술분야에선 미술사 관련서 세 권을 골랐다.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의 <예술적 원숭이>(시그마북스, 2014)는 '300만 년에 걸친 미술 진화사'가 부제. 초기작이 이제 번역됐나 했더니 2013년작이다(초기에 유인원들의 그림에 대한 책을 펴냈던 걸로 기억한다). "<털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초현실주의 화가로 직접 작품활동을 펼쳐온 데즈먼드 모리스는 우리 인류의 비범한 진화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사소하고 평범하게 시작하여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시각 미술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윌 곰퍼츠의 <발칙한 현대미술사>(알에이치코리아, 2014)는 '천재 예술가들의 크리에이티브 경쟁'이 부제. 저자는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했고, 그런 경력을 바탕으로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에서 시작된 현대미술 태동기부터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깡통」, 데이미언 허스트의 「상어」로 이어지는 동시대미술을 아우르며, 걸작에 숨은 이야기들을 예술가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토비 레스터의 <다 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뿌리와이파리, 2014)는 '인체비례도에 얽힌 2000년 서양문화 이야기'다. 원과 정사각형 안에 사내가 팔다리를 내뻗고 있는 유명한 그림이 '비트루비우스 인간'이다. 저자는 "그 상징적 그림에 담긴 비밀을 풀고 미술과 사상의 역사를 솜씨 좋게 엮어낸다."

 

 

 

2. 인문학

 

네덜란드 만화가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의 시리즈를 고른다. <과학이 된 무모한 도전들><철학이 된 엉뚱한 생각들>, 그리고 <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원더박스, 2014). 좀 가벼운 느낌의 책을 고른 건 사회과학 분야에서 무거운 책을 골라서다.

 

 

3. 사회과학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이다. 주변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도 골라놓는다. '올해의 책'으로도 가장 강력한 후보이기에 군말은 적지 않는다.

 

 

4. 과학 

 

과학쪽은 뇌과학 분야의 책 세 권을 골랐다. 모든 이전에 한번씩 언급했던 책들이라 별도의 언급은 피한다. 에릭 캔델의 <통찰의 시대>(알에이치코리아, 2014)와 크리스토퍼 코흐의 <의식>(알마, 2014), 그리고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스티브 다얀의 <우리는 꼬리치기 위해 탄생했다>(위즈덤하우스, 2014) 등이다.

 

 

5. 글쓰기

 

글쓰기나 책읽기 분야의 책들을 매달 돌아가면서 고르려고 한다. 이달에는 문장 교정에 지침서가 될 만한 책으로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 2014)와 <고종석의 문장1,2>(알마, 2014) 두 권을 고른다(<고종석의 문장>은 한번 '이달의 읽은 만한 책'으로 고른 적이 있다). 저자의 이름이 제목에 박힌 것 자체가 책에 대한 신뢰를 암시한다. 자신이 쓰는 문장에 대한 '마사지 효과'를 경험해보시길.

 

14. 10. 11.

 

 

P.S.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도 마르크스의 <자본>을 고른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무리한 일이기에 자본론 읽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 세 권을 고른다. 최근에 나란히 출간됐는데,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돌베개, 2014), 강신준 교수의 <오늘 '자본'을 읽다>(길, 2014), 그리고 중국학자 양자오의 <자본론을 읽다>(유유, 2014)가 그 세 권이다. 가이드를 셋이나 두면 여정이 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확한 길찾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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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매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도서 목록에다가 분야별로 몇 권씩 더 얹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란 페이퍼를 적어온 지 이달로써 만 7년째다(2007년 10월에 첫 페이퍼를 적었다). 3년 전부터는 '좋은 책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양분야(2년간)와 문학예술분야(1년간)에서 실제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시 이력을 적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페이퍼이기 때문이다(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시즌2'를 생각하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또다른 시작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감회를 느끼며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소설집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이다. "<신중한 사람>은 이승우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으로,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칼」을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한번 고른 적이 있는 책이라 군말은 적지 않는다. 한국소설로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민음사, 2014),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창비, 2014)까지 더 얹으면 뭔가 꽉 찬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건 에릭 홉스봄의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포노, 2014)이다.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에릭 홉스봄은 프랜시스 뉴턴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재즈 비평가이기도 했다.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그의 재즈에 관한 글모음이다." 추천사에서 이렇게 더 적었다.

일곱 편의 글 가운데, 처음 네 편은 네 명의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케치이다. 나머지 세 편의 글에서 홉스봄은 미국의 흑인음악으로서 재즈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됐고 서구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가를 분석하고, 스윙 음악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성격을 밝히며, 재즈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1960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재즈의 변모 양상을 살핀다. 십대시절 첫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에 재즈가 첫사랑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었다는 역사학자의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 고백으로도 읽힌다.

같이 읽어볼 만한 재즈 관련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문학사상사, 2013),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사흘, 2014)을 꼽는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작년에 나왔던 책이지만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두 권인데, 먼저 역사 쪽으로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윌리엄 T. 로의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이다. 청나라를 다룬 책으로 최근에 나온 중국 학자 옌 총리엔의 <청나라, 제국의 황제들>(산수야, 2014)과 일본 작가 이리에 요코의 <자금성 이야기>(돌베개,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난해 나온 책으로는 신슈밍의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글항아리, 2013)이 청 황실 이야기를 보충해주는 책이다. 

 

 

철학 쪽으론 이진남 교수가 김선희의 <8개의 철학지도>(지식너머, 2014)를 추천했다. 철학입문서로서 '여덟 가지 개념으로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철학 지도'를 제공한다. 같은 분야의 책으로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4)와 앙트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책세상, 2014)도 부담스럽지 않은 철학의 맛을 맛보게 해줄 듯싶다. <삶이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였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의 짝으로 기획돼 나온 책이고, <인생의 맛>은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 부제인 책.  

 

 

3. 사회과학

 

사회과학분야의 추천도서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인류학 입문서 <웨이파인더: 인류 최초의 지혜로 미래를 구하다>(정은문고, 2014)와 정영호 등의 <사물인터넷>(미래의창, 2014)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는 <사물인터넷>은 저자들이 모바일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가들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고 소개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이 부제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 직하다.

 

덧붙여,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불편한 독자라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한국경제신문, 2014)에서 불편함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겠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다면,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4. 자연과학

 

이한음 번역가가 추천한 책은 레오나르도 콜레티의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작은씨앗, 2014)이다. 명화 감상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그 속에서 물리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발상은 독특하다(미술과 물리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예전에 나오긴 했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문화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적이 없기 때문에, 물리학을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기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의 명화를 빌려 물리학에 다가서는 아주 특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베스트셀러 < E=mc²>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상 속 과학 이야기' <시크릿 하우스>(웅진지식하우스, 2014)와 <시크릿 패밀리>(웅진지식하우스, 2014)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과학 이야기' 독자라면 챙겨둘 만하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나미의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이랑, 2014). "의학과 심리학을 폭넓게 공부한 저자는 자녀교육에 앞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부모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부모 자신의 보상심리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모인 자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내면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의 책으론 <다음 인간>(시공사, 2014)이 최신간이다. 작년에는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을 부제로 한 <한국사회와 그 적들>(추수밭, 2013)을 펴내기도 했다.

 

 

0. 독서에세이

 

내 맘대로 고르는 분야는 '독서에세이'로 정한다. '책 읽는 책'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 2014),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장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 그리고 청소년 문학 가이드북으로 박상률의 <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학교도서관저널, 2014) 등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시즌2에서는 '독서에세이' 혹은 '책읽기/글쓰기' 분야를 따로 독립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14. 09. 0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고른다. 이상옥, 김종건 등 원로 영문학자의 번역과 함께 중견 영문학자들의 번역서들도 나와 있고, 원서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강의차 정독할 작품이기도 한데,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20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와 대면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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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일찌감치 골라놓는다. 휴가 전에 미리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잔뜩인데, 생각이 난 김에 미리 골라놓는 게 나을 듯싶어서다. 8월이 무더운 달이긴 하지만 독서 여건으로 보자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어서 목록도 좀 늘려잡았다.

 

 

1. 문학예술 

 

문학예술 분야의 추천도서는 명법 스님의 <미술관에 간 붓다>(나무를심는사람들, 2014)와 다니엘 페낙의 <학교의 슬픔>(문학동네, 2014)이다. 전자는 자유롭게 서술된 '불교미학 산책'이고, 후자는 "열등생의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과 오랜 교사생활에 대한 회상이 담긴 작가 다니엘 페낙의 자전적 에세이"다. 불교미술과 관련해서는 조정육의 <옛그림, 불교에 빠지다>(아트북스, 2014)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예술분야의 또 다른 읽을 거리로는 영화책들을 꼽고 싶다. 임호준의 <스페인 영화>(문학과지성사, 2014)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분석한 국내 첫 스페인 영화 연구서"로서 눈길을 끌고, 거장의 인터뷰집 <스탠리 큐브릭>(마음산책, 2014)은 큐브릭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덧붙여, 강성률의 <은막의 새겨진 삶, 영화>(한겨레출판, 2014)는 영화를 창을 통해서 본 인천의 근현대사를 다룬다. 무슨 영화가 있을까 궁금한데, <고양이를 부탁해>, <파업 전야>, <북경반점> 등이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서는 쇠렌 오버가르 등의 <메타철학이라 무엇인가?>(생각과사람들, 2014)와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7>(역사의아침, 2014)다. <천추전국이야기>는 물론 시리즈로 얼추 일년에 한권씩 나오고 있는 듯싶다. 7권에서 다루는 건 '76전 무패의 전략가 오기'의 일대기다.

 

 

철학 분야의 책을 보충하면,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을 <멋진 신세계>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가 모아놓은 <영원의 철학>(김영사, 2014), '암과 함께한 어느 철학자의 치유 일기', 백승영의 <파테이 마토스>(책세상, 2014), 그리고 존 개스킨의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현암사, 2014) 등도 휴가지에서 손에 들어볼 만하다. 휴가지라는 게 물론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편안한 자세로 (업무와 무관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휴가지에 값할 테니까.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리 칼드웰의 <9900원의 심리학>(갈매나무, 2014)과 프란시스 북스의 <디지털 세상에서 집중하는 법>(처음북스, 2014)이다. 전자는 우리의 소비심리는 분석하고 있는 행동경제학 관련서이고 후자는 솔깃하게도 "수시로 들어오는 이메일에 신경을 끄고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를 필요에 따라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며, 스마트폰을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 꺼두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책이다.    

 

 

덧붙여서 8월이라는 시의성을 고려해서 읽어볼 만한 책도 몇 권 꼽는다. 우석훈의 <내릴 수 없는 배>(웅진지식하우스, 2014)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를 묻는 책이다.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가 부제. 정은정의 <대한민국 치킨전>(따비, 2014)은 좀 가벼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를 다룬다. 중복은 지났지만 아직 말복을 앞두고 있어서 골랐다. 그리고 일본 사상가 후지따 쇼오조오(후지타 쇼조)의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창비, 2014)도 개정판이 나왔는데, 광복절을 즈음하여 일독해볼 만하다.

20세기가 낳은 전체주의의 영향 아래 안락만을 극도로 추구하고 모든 불쾌감의 근원을 무차별적으로 말살해버리는 생활양식 탓에 정작 약자를 위한 공공제도는 부재하고, 고도성장만이 강요되는 현 시대에서 겪는 절망과 몰락을 살아낸 후지따 쇼오조오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패배의 경험에서 다시 일어서서 시작하는 법을 직접 보여주었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서는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에이도스, 2014)다. 같이 읽어볼 만한 과학 에세이로는 이종호, 박홍규의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인물과사상사, 2014)과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의 <착한 인류>(미지북스, 2014) 등을 더 고른다. 전자는 두 저자가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 스무 명을 꼽아서 논한 책이고, 후자는 도덕의 진화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책이다.

 

 

0. 책에 대한 책

 

끝으로,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책에 대한 책'으로 정한다. 눈에 띄는 책이 많아서인데, 김용석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읽은 척 매뉴얼>(홍익출판사, 2009)의 '업뎃 버전'. 추천사를 쓸 기회가 있어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어떤 용도의 책인가? 이건 우리를 위한 책이 아니다.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당신을 얕잡아보는 적들에게 반격하기 위한 책이다. 고전은 별로 읽고 싶지 않지만 같잖은 이유로 무시당하고 싶지도 않다고? 바로 그런 당신에게 권한다."

 

그런 가이드북으로 당신이 만약 마흔을 넘긴 나이라면,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마흔 이후, 인생길>(다산초당, 2014)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00권 독서'를 주창하면서 저자는 "중년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고 있는 40대에게, 전문 분야 책을 일주일에 2권, 1년에 100권 읽으면 자신만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에 더하여 앤드루 파이퍼의 <그곳에 책이 있었다>(책읽는수요일, 2014)는 책의 운명과 독서의 미래에 대한 고급한 성찰록. 독서 급수가 중급 이상인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
    

14. 08. 01.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귄터 그라스의 첫 장편소설이자 대표작 <양철북>(1959)을 고른다.폴커 슐렌도르프의 영화 <양철북>(1979)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인데, 원작은 영화보다 훨씬 더 육중하다. 20세기 전반기 독일 현대사를 정면에서, 그리고 전면적으로 다룬 대작.  

 

 

이 참에 영화도 같이 (다시) 보면 좋겠다. 칸느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동시에 석권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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