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수의 마르크스 사상 강의, 혹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의 새책이 나왔다.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시대의창).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선언>과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까지가 현재로선 3종 세트다. 















원숭이도 이해한다면, 원숭이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바로 가능할 것 같지만, 여하튼 '털없는 원숭이'이건 '제3의 침팬지'이건 간에 원숭이계의 일족으로서 마르크스 사상에 접근하고자 할 때 유용한 가이드북으로 삼을 만한 책이다. 


거기까지밖에 적을 수 없는 건, 나도 책을 구하고는 아직 넘겨보기만 하고 읽어보진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체험은 해보지 못했다고 할까. '이해하는' 체험 말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들을 읽으면서 헤겔과 마르크스에 대한 식견을 갖게 된 터라, 나로선 그런 루트가 더 용이하긴 하다. 그렇지만, 지젝만 하더라도 대중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그 문턱을 조금 낮출 수 있는지가 고민거리 중의 하나라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까지 기웃거려보게 된다. 비결이 있는지 살펴볼 참이다...
















지난달엔가 적었는데, <한권으로 읽는 지젝>(인간사랑)도 읽다가 손을 놓은 상태다. 다른 일들에 치이기도 했지만 분량도 만만찮기에. 마르크스-지젝 읽기의 출발점이 될 만한 책으로는 이번주 나오는 <공산당선언 리부트>(창비)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된다. 이건 책이 나오면 다시 적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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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에 나온 책이 있다. 김재준의 <한달 진보주의자 되기>(파레시아).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위한'이 수식어로 붙었다. '한달'은 오늘 선거일(며칠전 사전 선거일)을 염두에 둔 것이지 싶다.  

















첫문장과 목차만으로도 대략 어림할 수 있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크리에이티브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진보주의자가 되어 보라. 매일 진보적인 생각을 해 보라. 지금까지 오른쪽으로 떠밀려가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밀고 가보자." 


1. 보수는 정신적 노화다

2. 예술가는 왜 진보주의자인가?

3. 투표만으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

4.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역사적 책무다


"투표만으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에 해당하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은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나는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를 했다. 예상보다 줄이 길어서 40분만에). 이제껏 단 한차례도 '보수'에 투표한 적이 없으므로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책이지만, 혹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점차 보수적이 되어간다고 생각되는 독자가 있다면 일독해볼만하다. 


어떻게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예술을 창작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면 된다고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안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진보 정당에 투표하라 투표 한 차례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어렵고 중요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진보 정당에 대한 투표는 간단한 행동이지만, 진보주의자가 되기 위한 가장 극단적이고 결정적인 선택이자 진보주의자로서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투표를 하고도 내친 김에 진보적 생활을 기획해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저자의 조언대로 '예술하는 습관'을 시도해봄직하다. '예술적 상상력'을 연습하고, <푸코의 예술철학>도 손에 들 수 있겠다. 다음 대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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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0-04-1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 나름의 소심한 선거운동!^^

로쟈 2020-04-15 16:04   좋아요 0 | URL
넛지에요. 참견들은 싫어하니까..
 
 전출처 : 로쟈 > 알랭 드 보통이 니얼 퍼거슨을 만날 때

7년 전에 쓴 페이퍼다. 크르즈나릭의 <원더박스>에 대해선 얼마전에야 리뷰로 적었다. 개정판까지 나온 유익한 책이지만 찾는 독자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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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로 매주 나오는 신간을 정돈하는 것도 일이다(굳이 해야 한다면). 매주 분야별로? 전업이 아닌 이상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시로 자원해온 일이긴 하다. 이번주에는 몇 분야를 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철학쪽. 눈에 띄는 건 스피노자와 레비나스 신간들이다. 이차문헌이 아니라 일차 원전의 번역서들이 나오고 있어서 더 의미가 있다. 




 












스피노자의 경우에는 '세계사상의 고전' 시리즈로 <지성교정론>(길)과 <정치론>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주저 <에티카>(<윤리학>)의 새 번역본은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 준비가 무르익어 가는 듯싶다. 물론 기존 번역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번역에 대한 여러 지적들이 있는 터라 신뢰할 만한 정본 번역이 더 절실하게 요청된다. 











































'스피노자 선집'은 강영계 교수의 번역판이 다섯 권 나와 있는데, <지성개선론>과 <정치학논고>가 들어 있지만 이 목록에도 아직 <에티카>는 빠져 있다. 이미 나온 번역의 개정판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에티카>는 기타 번역본도 몇 권 더 있지만 아직까지 정본의 평가를 얻고 있는 번역본은 없는 상황이다(학술논문에 인용할 수 있다거나 대학강의나 대중강의에서 교재로 쓸 수 있는 번역본 정도면 정본에 값한다).
















<에티카>에 대해선 절판된 책들까지 포함하면 다수의 해설서가 나와 있다. 주연인 <에티카>만 등장하면 된다. 스피노자 평전 류는 나중에 다른 기회에 적기로 한다. 













  















그리고 '레비나스 선집'의 하나로 <타자성과 초월>(그린비)이 출간되었다. 전집 번호상으로는 넷째 권인데, 출간 순서로를 다섯번째다. "1967년부터 1989년까지 여러 곳에서 발표한 9편의 논문과 3차례의 대담을 엮은 모음집"이다. 레비나스의 주저는 물론 <전체성과 무한>이지만, 만만치가 않은 저작이기에 대담이나 다른 논문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레비나스 철학에 관한 입문서로는 우치다 타츠루의 <레비나스의 사랑의 현상학>(갈라파고스) 같은 책을 먼저 꼽을 수 있지만(나는 콜린 데이비스의 <처음 읽는 레비나스> 원서로 오래 전에 입문했다), 국내 연구자들의 책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대중용보다는 조금 난이도가 높다.
















레비나스의 저작 가운데서는 아무래도 대담집이 가장 접근이 용이한데, 선집판과 함께 <윤리와 무한>(다산글방)이 그에 해당한다. 아, <레비나스 평전>(살림)도 오래 전에 나왔지만 나도 아직 완독은 못한 책이다...















어떤 책이건 기본 스탠스를 잡게 되면 선집 가운데 하나를 골라 도전해보면 되겠다. 윤리학에 대한 관심을 묶을 수 있는 스피노자와 레비나스가(둘다 유대인이기도 하다) 어디서 접점을 갖는지 문득 궁금한데, 그걸 해소하는 건 시간도 없는 김에 <에티카> 출간 이후로 미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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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 2020-05-2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티카는 참 번역이 힘들고 앞으로도 국역본은 힘들 것 같습니다.
느을 자알 보고 있습니다.
 

강유원의 서평집이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책읽기의 끝과 시작>(라티오).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가 부제인데, 제목과 부제가 겨냥하는 것이 모두 서평이다. '책읽기의 끝과 시작'이 서평에 대한 정의이며 책읽기를 지식으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게 또한 서평의 역할이다. '오랜만'이라고 적었는데, 서평집으로는 <책과 세계>(2004)와 <주제>(2005) 이후 15년간 강의와 방송활동을 하면서 쓴 책이라고 소개된다. 그 사이에는 강의책들이 있었다. 
















"서평집이지만 서평집 그 이상이기도 하다. 단지 서평들을 모아 놓은 서평집은 하나의 주제로 일관하기가 어려워 읽고 나면 읽어야 할 책 목록만 남기 쉬운데, 이 책은 내용과 형식에 따라 주제를 일관하고 있어 부제처럼 ‘책읽기가 지식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인용이 풍부한 서평, 수준(초급, 중급, 고급)에 따라 작성된 서평, 논고, 논문, 역자 후기 등 다양한 형식의 서평을 포괄하고 있어서, 글을 쓰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참조할 수 있는 일종의 ‘책에 관한 글 쓰기’ 안내서이기도 하다."
















'책에 관한 글쓰기' 안내서를 자임하는 일종의 전략적인 서평책이다. 더 간단히는 강유원식 서평쓰기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강유원의 저작으로 검색되는 첫 책은 <근대실천철학연구>(1998)인데, 짐작에 학위논문과 연관돼 보이지만 나는 실물로 보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떠나는 철학여행1>(1998)도 시리즈로 기획됐던 것 같은데 역시 보지 못했다. 내가 처음 접한 건 <책>(2003)이라는 제목의 첫 서평집. 나대로의 분류에 따르면 <책>과 <주제>에 이어지는 것이 <책읽기의 끝과 시작>이다. 아마도 <책>이 절판된 상태라 그보다 널리 알려진 <책과 세계>를 언급한 것이리라. 거기에 <몸으로 하는 공부>(2005)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들이 강유원의 서평관과 공부관을 미리 엿보게 해준다. <책읽기의 끝과 시작>은 그의 책을 읽어온 독자에게는 그 종합판으로 여겨진다. 


그의 공부관과 서평관은 <책읽기의 끝과 시작> 서문에 잘 정리돼 있다. 책읽기의 본래 목적은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다,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단순한 입력이 아니라 자기화이다, 책읽기를 자기화하는 필수적인 방법이 서평쓰기다, 라는 것. 책은 자기화의 '단계'(레벨)를 실제 서평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비유컨대 '책읽기로 몸만들기' 같은 과정이다. 독서를 섭식에 비유하자면 지식의 자기화는 음식을 근육으로 만드는 일에 해당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근육운동이 서평쓰기이고, 이 일련의 프로세스가 공부다. 


이번 서평집에서 특이하게 생각한 건 부록인데, '아주 긴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장미의 이름> 읽기'가 들어가 있다. 절판됐던 <장미의 이름 읽기>(2004)을 그대로 되살려놓았는데, 원래 제목도 그렇지만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읽기'에 해당한다. '아주 긴 서평'이라는 작명은 강유원식 유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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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3-2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 책은 책과 세계 한권 읽었는데, 추종자들이 많은 작가더군요.
약간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호르헤 수도사 느낌도 나는 것 같습니다. ‘장미의 이름 읽기‘도 궁금하네요...

로쟈 2020-03-28 15:48   좋아요 0 | URL
방송의 영향인지도.. <장미의 이름 읽기>는 말 그대로 충실히 읽기입니다. 해석이나 평가는 최대한 배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