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소개된 신간 소설들 가운데 눈길을 끈 건 폴란드 출신의 유태계 미국작가 저지 코진스키(1933-1991)의 문제작(이라는) <페인트로 얼룩진 새>(문예출판사, 2006)이다. 이미 번역된 <편력>(웅진출판, 1995) 등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미국문학 개론서나 일부 소설들에서 이름을 본 기억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가령, 구효서의 <카프카를 읽는 밤>).

 

 

 

 

소개에 따르면,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작가 저지 코진스키의 자전적 소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 고통스럽고 잔인한 이야기이다. 1965년 처음 출간되어,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2차 세계대전이 낳은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으로 꼽혀왔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건 아래의 리뷰 기사를 참조할 수 있다. 참고로 번역자는 안정효 선생이다.   

한국일보(06. 11. 11) '페인트로 얼룩진 새' 동족에게 온정을 기대하지 마!

동유럽의 어느 시골에는 마을 사람들이 새를 잡아다 깃털에 색칠을 한 다음 같은 새의 무리로 되돌려보내는 풍습이 있다.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새는 인간의 마수에서 벗어나 동료들의 애정과 보호를 기대하며 무리로 돌아가지만, 무리는 그 새를 낯선 적으로 착각해 집단공격을 가한다. 동족을 마구 공격해 찢어죽이는 새들. 이 잔혹한 장면을 즐기는 인간들의 놀이가 폴란드 출신 유태인 작가 저지 코진스키의 1965년 소설 <페인트로 얼룩진 새(The Painted Bird)>의 모티프다.

제2차 세계대전의 광풍은 유태인 학살로 고아가 된 여섯 살 소년을 동물로 키운다. 소설은 이 소년이 나치가 점령한 동유럽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를 오가며 겪은 고통스런 성장의 기록이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목숨을 이어가는 소년은 가학적인 농민들에게 온갖 괴로움을 당하며 쫓기고, 갖은 노동에 착취당하며, 성적으로도 학대받는다.

살아남기 위해 기지와 재치, 거짓말과 술수를 익힐 수밖에 없다. “당하고만 살던 때는 지났다. 선의 신봉과, 기도와, 제단과, 성직자들과, 하느님의 힘은 나에게서 언어를 박탈했다.…이제 나는 악령의 도움을 받는 자들과 어울리기로 했다.”(236쪽) 동족으로부터 아무런 온정도 기대할 수 없는 이 가련한 ‘페인트 새’는 그렇게 삶의 본질을 터득해간다. 고작 열두 살 나이에.

이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작가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것이 요긴하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여섯 살에 고아가 된 그는 아홉 살 때 가혹한 농민 패거리에게 심한 벌을 받다가 충격으로 말하는 능력을 잃었다가, 종전 후 폴란드 고아원에서 병든 부모와 재회한 후에야 목소리를 되찾았다. 1957년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망명해 콜럼비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철강 재벌의 미망인과 결혼해 자가용 비행기와 승무원만 17명인 개인 배를 소유하게 되는 등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꿈꾸다 끝내 누리지 못한 삶을 현실에서 살았다.

그러나 허풍과 과장, 거짓말과 포즈로 점철된 그의 생은 자살로 끝나고 만다. 인간관계의 유효기간은 2년을 넘지 못했고, 자전소설로 알려진 <페인트로 칠한 새>가 가져다 준 세계적 명성은 1982년 “코진스키의 작품 대부분이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폴란드 원전의 표절”이라는 문화예술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의 폭로로 무너져 내렸다. 작가는 “한 번도 자전적 소설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알록달록 때 묻은 언어(The Painted Words)>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코진스키의 삶 전체를 거짓말로 만들며 그에게 문학적 금치산 선고를 내렸다.

이제 이 소설은 불우했던 작가의 일대기가 아닌, 동유럽 민속설화를 차용해 사악하고 가혹한 세계에 내던져진 인간의 존재조건을 상징한 비유로 읽힌다. 궁지에 몰려서야 더 넓은 독해의 자장을 갖게 된 작가는 불행한 걸까, 행복한 걸까.

1980년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책은 내용이 잔인한 데다 레닌을 찬양한 대목이 있다는 이유로 전두환 정권에 의해 삭제 및 배포 금지됐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완역됐다.(박선영 기자)

06. 11. 15.

P.S. 아래는 러시아어본의 표지이다. '페인트로 얼룩진 새'를 의역하자면 '동정 없는 세상'쯤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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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5 20:12   좋아요 0 | URL
맙소사 이거 초등학교때 읽어었는데 그때는 무지개 빛 까마귀라고 나왔었지요 ^^

로쟈 2006-11-16 10:43   좋아요 0 | URL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좀 '냉혹한' 이야기였을 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