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봄볕이 좋은 날이지만 내리 죽음에 관한 책 얘기다. 죽음학(내지 사망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청미)이 재출간되었다. 그간에 절판된 상태라 죽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생명을 얻은 것. 1969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얼추 반세기가 되어 간다. 그 사이에 저자도 유명을 달리했다(2004년에 타계했다).

죽음학에까지 특별한 관심을 둔 건 아님에도 퀴블러로스를 기억하는 것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 때문이다. <죽음과 죽어감>에서 죽음에 이르는 단계를 정확하게 묘사한 소설로 언급하면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학의 부교재 같은 작품이 되었다. <죽음과 죽어감>을 읽기 위해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거꾸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기 위해서 <죽음과 죽어감>을 참고하게 된 것.

<죽음과 죽어감>에 더해서 <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청미)도 이번에 나왔는데(초역이지 싶다), 제목대로 <죽음과 죽어감>의 속편이자 보충격의 책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죽음과 죽어감>이 출간된 1969년 이후 5년 동안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는 일에 관한 약 700회의 워크숍, 강연,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청중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들과 이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모아 1974년에 출간한 책이다. 

청중에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재활훈련사 등 의료 서비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일반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에는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거의 모든 질문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1974년작이면 좀 오래전 느낌도 나지만 죽음이 유행을 타는 주제도 아니기에(요즘이라고 안 죽는 건 아니잖은가)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많을 듯하다. 아무리 고령화사회라고는 해도 죽음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퀴블러로스 여사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죽응에 더 깊이 고민하고 이해하고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일 때 삶을 의미 있고 충만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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