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의 마지막 작품이 번역돼 나왔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지만지). 반가움과 유감이 교차하는데, 늦게라도 거장의 작품이 번역돼 나온 건 환영할 일이지만 지만지판은 고가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그만큼 찾는 독자가 적다는 뜻이다) 어렵게 나온 번역본이라도 강의에서 쓰기 어렵기에 유감스럽다. 여느 세계문학전집판과의 차이다.

입센의 작품으로는 대표작 <인형의 집>과 <유령>만을 주로 강의에서 읽었는데 시야를 확장해보려 해도 마땅한 새 번역본이 나오지 않는다. 지만지판으로 나온 <바다에서 온 여인>이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개인적으로 참고할 수 있을 따름. 스웨덴의 극작가 스트린드베리도 <유령 소나타>(지만지) 같은 작품이 재번역돼 나왔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번역 출간이 반갑지만은 않은 사례가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오는 고전들이다. 가령 찰스 디킨스의 <작은 도릿>(한국문화사) 같은 경우 4권짜리로 나와 있는데 권당 400쪽 안팎이고 책값은 15000원이다. 한 작품을 읽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 조지 엘리엇의 <다니엘 데론다>(한국문화사)도 4권에 총 1400쪽 분량이고 권당 21000원이다. 아무리 중요한 작품이라 해도 일반독자가 읽기엔 부담스럽다(전공자라도 울며 겨자먹기가 아닐까).

진작 품절된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새물결)도 대표적인 사례다. 두권 짜리에 1456쪽이면 만만찮기는 하다. 그렇다고 99000원이라면(양장본 학술원서 가격이다) 구입도 부담일 뿐더러 강의에서 다룰 수 없다. 반대중적이라고 할까. 읽는 건 일도 아니라고 말하곤 하는데, 말 그대로 책을 손에 들 수만 있다면 읽는 건 누워서 떡먹기에 해당한다.

독자가 줄어서 책이 고가화되고 책이 고가화되면서 독자는 더 줄어든다. 불가피한 일인가. 그래도 상관없다면 상관없는 일이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가 언제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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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3-26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반독자인 저에겐
책값은 부담~읽겠다고 하는건 무모한 도전이
아닐런지.

로쟈 2018-03-26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책값은 부담이에요. 고가의 학술서도 부담인데 작품번역본까지 5만원대를 넘어가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