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에 진행하고 있는 미국문학강의에서 한창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를 읽고 있다. 나로서도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읽는 셈인데 러시아작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과 같은 시대를 살았기에 그간에 ‘미국의 고골‘ 정도로 가늠하고 있었다. 다시 읽으니 정확히는 고골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이행기에 대응하는 작가다.
이행기란 1840년대를 말하는데 고골이 주요 작품으로 ‘외투‘와 <죽은 혼>(1부)를 발표한 이후 침묵(침체)에 빠질 즈음 포는 ‘검은 고양이‘와 ‘배반의 심장‘(‘고자질하는 심장‘) 등을 쓴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를 예견하게 하는 듯한 단편들이다. 도스토예스키의 <분신>(1846)에 견줄 만한 ‘월리엄 윌슨‘이 들어간 첫 단편집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한 게 1839년이다. 고골의 단편집 <아라베스크>가 발표된 게 1836년이니까 거의 같은 즈음이다. 모종의 평행이론이 가능하고 이를 좀더 구체화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포의 공포에 웃음을 더하면 고골이 된다).
유감스러운 건 포와 고골, 두 작가의 평전이 아직 국내에 나와있지 않다는 점. 두 작가의 인지도나 위상을 고려하면 특이한 일이다. 포의 평전은 이번에 한권 구입했는데 완독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고골 평전도 러시아어나 영어로 나와 있는 책이 여럿 된다. 주요한 연구서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기본 평전 정도는 나와주길 기대한다(요구한다고 적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