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할 책들과 함께 미래학 관련서를 조금 읽다 보니 주말과 휴일이 후딱 지나가버렸다(어느 때이고 안 그랬던가). 주목할 만한 책들이 적잖게 나왔지만 페이퍼로 정리하는 건 기약하기 어럽다. 여유가 생기거나 미친 척할 때나.

문태준의 신작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를 슬렁슬렁 읽었다. 제목만 보자면 비호감이지만(‘사모하는 일‘에 끌리지 않는다), ‘문학동네 시인선 101‘에 대한 기대감과 (독서)의무감으로. 좀 당혹스러웠는데, 내가 기억하는 문태준(‘가재미‘의 문태준)과 다르다고 느껴져서다(기대가 너무 컸는지도). 그러고 보니 <가재미> 이후에 무얼 더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내가 시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다. ‘동시 세 편‘도 들어가 있지만 동시풍의 시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고 연시풍의 시도 끌리지 않는다.

한 편만 고르라면 ‘염소야‘를 고르고 싶다. 가장 밀착해 있다는 느낌 때문에(대부분의 경우 시는 구체적일 때 와 닿는다).

염소야, 네가 시름시름 앓을 때 아버지는 따뜻한 재로 너를 덮어주셨지
나는 네 몸을 덮은 재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너의 곁을 지켰지
염소야, 새로 돋은 풀잎들은 이처럼 활달한데
새로 돋은 여린 풀잎들이 봄을 다 덮을 듯한데
염소야, 잊지 않고 해마다 가꾼 풀밭을 너에게 다 줄게!
네가 다시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아버지‘가 결정적인 도움을 준 시로 읽힌다. 시는 시인 혼자 쓰는 게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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