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뇌‘로서 성능이 좋은 편이라고 느끼지만 문제는 정작 필요할 때 써먹지 못하는 것이다(중요한 경기에 몸값 못하고 결장하는 운동선수 같다). 오늘도 오전에 고작 2시간 남짓 책을 읽고는 방전돼 버렸다(이걸 충전하느라 오후에 2시간 낮잠을 자고). 읽어야 할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쌓여 가는데 이렇게 약질의 뇌를 가지고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체력만의 문제도 아니다. 책이 가슴 높이까지 둘러싼(의자에 앉아 있으면 키를 넘는다) 서재에서 쾌적한 기분으로 책을 읽기란 무망한 일이다. 책 한권 펴놓을 공간도 없으니. 독서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자가진단은 그러한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럴 때는 러시아의 부조리 작가 다닐 하름스를 떠올리곤 한다. 엄청난 창작 역량을 느끼지만 정작 허기져서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작가(하지만 쓰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작가). 어렵사리 나온 한국어판은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작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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