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하루의 지방 강의를 남겨놓고 있어서 이주의 일정도 마무리 단계다. 내주에는 설연휴가 있어서(연휴의 일거리가 따로 있지만) 강의는 평소의 절반만 진행하면 된다. 한숨 돌리는 셈이어서 마치 주말을 맞은 듯한 기분으로 이런저런 책들을 잠시 뒤적여본다.

시리즈의 책들은 완간이 되어야 개운한데 이번주에는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쉬즈위안의 국가 3부작‘이 <한 유랑자의 세계>(이봄)가 나옴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저자 쉬즈위안은 1976년생으로 ˝사회비평가 겸 작가이자 인문책방 운영자˝라고 소개된다. 국내에는 ‘국가 3부작‘ 외에 <독재의 유혹>과 <저항자> 등이 더 출간돼 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권의 책을 나온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꽤 ‘핫한‘ 저자가 아닌가 싶다.

<유랑자의 세계>는 제목이 일러주듯 저자의 여행기다. 동남아와 인도를 포함해 러시아와 유럽까지 많은 곳은 주유한 경험담을 풀어놓고 있는데 나로선 먼저 눈길이 가는 장이 러시아 기행이다(‘레닌의 그림자‘가 제목이다). 아무래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기 때문인데 저자가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에서 읽었다는 문구를 동행하는 기분으로 찾아보았다. 이런 대목이다.

˝쿠르스카야 지하철역의 아치형 천장에서 나는 새롭게 등장한 스탈린에 대한 찬사를 발견했다. ˝스탈린은 우리에게 사람에 대한 충성을 가르쳤고 노동정신과 영웅주의를 고취시켰다.˝ 찬사는 부조 형식으로 역사 입구 홀의 천장에 돌출되게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아래 사진의 문구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벌것 아니지만 문득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사가 그리워졌다. 특별한 사연은 없지만 모스크바에 체류하던 시절에 자주 이용하면서 친숙하게 된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때묻은 모든 것이 향수의 대상이 되곤 하잖은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타고서 모스크바강의 철교를 다시 건너가보고 싶다. 객차가 다리를 건널 때 울리는 소리를 다시금 들어보고 싶다. 그런 사소한 기계음도 기억의 시간 속에서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여차하면 모스크바에 다시 가볼까도 싶다. ‘유랑자의 세계‘에 전염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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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2-0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사진이 지하철 역의 모습이라는게 놀랍네요.

로쟈 2018-02-09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역이 그런 건 아니지만 화려하고 과시적인 역사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