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가 되도록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한주간의 일정이 특별히 과도했던 건 아니었기에 아마도 지난 한달의 피로가 누적된 모양이다. 문학기행의 여파도 있는 듯싶고. 설연휴가 끼여 있어서 이달에도 ‘휴가‘가 있는 셈이지만 밀린 일들을 떠올리니 필시 휴가 같지 않은 휴가가 될 것 같다. 당장은 이번주 일들부터나 챙겨야겠다고 마음먹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집어든 책이 계정민의 <범죄소설의 계보학>(소나무)다. 저자가 범죄소설에 ‘문학적 시민권‘을 부여해야겠다는 의도로 쓴 책.

앞서 같은 주제의 책도 몇권 나온 게 있어서 비교해봐도 좋겠다 싶어 구입했다(그런데 비교할 다른 책들의 행방은?). ‘탐정은 왜 귀족적인 백인남성인가‘가 부제.

˝추리소설은 아주 오랫동안 문학적으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는 추리소설의 평가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추리소설은 범죄의 선정성에 기대어 대중적인 인기를 추구한 부도덕한 상업적인 장르소설로 규정되어 문학 위계의 가장 아래에 배치되었다. 25년 넘게 범죄소설 연구에 천착해온 계명대 계정민 교수가 범죄소설에 들러붙은 혐의와 의문들을 파헤치는 수사에 착수한다. 책은 1부 ‘뉴게이트 소설‘, 2부 ‘추리소설‘, 3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로 구성되었다.˝

범죄소설과 탐정소설, 추리소설 등의 개념 정리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바깥에서 보기엔 거의 같은 개념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 분야를 깔끔하게 정돈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범죄소설의 몇가지 문학사적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면 19세기 영문학, 주된 관심대상인 빅토리아시대(1837-1901) 영문학을 강의에서 다룰 때 참고해야겠다. 찰스 디킨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코넌 도일이나 월키 콜린스도 읽어보겠다는 것. 20세기로 넘어오면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까지다. 유익한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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