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기대하는 시집은 김광규 시인의 선집 <안개의 나라>(문학과지성사)다. 오래 전에 나온(현재는 개정판도 절판된) 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민음사)로 처음 만난 이래로 꾸준히 그의 시집을 읽어오다가 언제쯤부턴가 흐지부지되었는데 이번 선집은 복기의 기회를 제공해줄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1970-80년대에 나온 초기시들이 가장 좋았다는 생각이다. ‘어린 게의 죽음‘도 그 가운데 하나.

어미를 따라 붙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 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평이하지만 깊이 있는 시다. 언젠가 마광수도 <상징시학>에서 이 시를 고평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난해해야지만 시가 깊이를 얻는 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런 시들이 생각만큼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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