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강의를 다시 진행하게 되면서 지출이 늘었다. 작품도 많이, 너무 많이 번역돼 있는데다가(가장 많이 쓰는 작가군에 속하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팔리는 작가인 탓이다) 관련서도 적지 않아서다(게다가 두세 번씩 구입한 책들도 있어서다). 당장 이번주에도 장석주의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달)가 출간되었다. 강의하는 처지에서는 바로 읽어보는 수밖에.

관련서도 적잖게 읽다 보니 나로서도 감이 생겼다. 어지간한 책에 대해서는 재볼 수 있게 된 것. 국내서로는 임경선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마음산책)도 이번에 구했고(초판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뜨인돌, 2007)를 읽었지만 재작년에 개정판도 나왔다), 스즈무라 가즈나리의 <하루키, 고양이는 운명이다>까지도 닥치고 구입.

읽은 것만 하면 나대로도 책을 쓸 수 있겠다 싶지만 아직 대표작 세 편을 강의하지 않아서 보류중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태엽감는 새>, 그리고 <1Q84>가 그것이다. 거기에 <해변의 카프카>와 <기사단장 죽이기>를 더하면 ‘하루키 월드‘가 된다. 이 다섯 권이 하루키적인 작품들이고(초기작들은 이러한 하루키 월드의 탄생사로 읽힌다), 역설적이지만 하루키 스스로도 당혹스러워한 베스트셀러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비하루키적인 작품에 해당한다(이 작품에 대해서 하루키는 ‘100퍼센트 리얼리즘 소설‘이란 홍보문구를 붙이려고 했었다. 리얼리즘이야말로 하루키문학의 대척점이다).

나의 관심사는 하루키의 작품들이 구성하는 패턴과 플롯이다. 개별 작품에도 플롯이 있지만 한 작가의 작품군에도 플롯이 존재한다(물론 그런 게 부재하는 작가들도 많다). 하루키의 작품들에 그런 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떻게 그려볼 수 있는지가 관심사인 것인데, 대표작들까지 포함한 강의를 진행한다면(8강 규모는 되어야 한다) 나도 결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키식 어법으로 하자면 현재 하루키에 대한 나의 이해 는 6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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