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한국 민주주의는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아직도 많은 ‘적폐‘가 남아있지만, 그리고 적폐청산의 과제가 기대만큼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기준이 되는 건 MB에 대한 법의 심판이다) 다시금 자유한국당이 집권한다든가 하는 ‘적폐복고‘의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동시대 한국인들은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민주주의의 진전이 독서에도 변화를 가져왔는데 개인적인 느낌을 적자면, 이제는 민주주의 관련서를 편안한 마음으로 손에 들게 된다. 분통과 목마름을 동반하지 않고서 이 주제의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진태원의 <을의 민주주의>(그린비)도 그렇고, 로베르트 웅거의 <민주주의를 넘어>(앨피)도 그렇다. ‘서양철학의 논문들‘ 시리즈로 나온 리처드 로티의 <철학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선성>(전기가오리)까지도 예전처럼 숙제를 안겨주는 게 아니라 반가움을 먼저 느끼게 한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의 오늘은 누군가 간절히 꿈꾸던 내일이었다. 오늘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지만 더불어 오늘의 성취를 잘 인식해야 한다는 말로도 새길 수 있다. 그게 또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길이 아직 멀다 하더라도 우리의 걸음은 가볍고 호흡은 활기차다. 이제 막 태어나는 시간과 함께 내년에도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갑의 민주주의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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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22-10-0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시나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