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인의 연말 즐기기 목록 가운데 하나는 새해 첫 책을 정하는 재미다(설사 읽지 못하게 되더라도). 보통 따끈한 신간 가운데 고르게 되는데 많은 후보작이 있지만 마음이 가는 책은 사라 베이크웰의 신작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론과실천)이다. 먼저 소개된 <어떻게 살 것인가>(책읽는수요일)가 이미 그런 용도의 책이었기 때문에 그 후속작에도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 저자에 대한 신뢰는 기본이고.

원제는 ‘실존주의 카페에서‘. 즉 실존주의 철학자들 얘기다.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그리고 그들 옆 실존주의자들의 이야기‘가 부제. 제목과 부제 때문에 손에서 놓는 독자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무조건 손에 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실 원서도 작년에 이미 구입해놓은 터이고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차였다. ‘살구 칵테일‘은 한번도 연상해보지 못해서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다시 보니 1963년생인 저자가 ‘사르트르 키드‘다(그 점에서는 공감이 간다. 나도 같은 세대라는 점에서). 게다가 철학 전공자였으니 몽테뉴를 다룬 첫 책에 이어서 사르트르와 그 패거리를 다룬 책을 써낸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중요한 것은 잘 쓴 책이란 점. 기억에 지난해 한 언론사에서 꼽은 올해의 책 목록에 들어 있어서 나도 구입했다(더 기다렸다면 조금 저렴한 소프트카바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구한 건 하드카바다).

결과적으로 꼬박 일년을 기다린 셈이어서 연초에 손에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마치 일년간 카페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이제 입장한 듯한 기분? 그런데 살구 칵테일 말고 다른 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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