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한주를 보낸 터라 어제오늘은 요양 모드로 지내고 있는데(지금도 점심을 먹자마자 일단 이불을 뒤집어 썼다) 그런다고 당면한 일정들이 자가삭제되는 건 아니어서 곧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이불속이니 허황된 생각도 해본다. 이리저리 서핑하다 본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작가정신)을 읽어볼까 하는 것. 현재로선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실제로 가보는 것 만큼이나 불가능하지만 상상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니.

<파이 이야기>도 그렇지만 대체 제목만 보면 어떤 이야기인지 가늠할 수 없다. 작가도 마찬가지인데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작가를 이름만 보고 캐나다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면 포르투갈이 배경이긴 한 건가? 캐나다 작가라고 하지만 얀 마텔은 ‘캐나다문학‘ 작가인가? 실상 그런 범주는 별 의미가 없는 듯하니 무국적 문학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주로 근대 국민문학에 속하는 작가와 작품 들을 읽고 강의에서 다루다 보니 무국적(성) 문학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예외적인 경우가 남미문학. 국가보다는 언어와 지역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이기에. 콜럼비아나 페루 같은 국적은 마르케스나 요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얀 마텔과 캐나다의 관계도 그러하지 않을까. 내게 얀 마텔 읽기는 적당한 분류 범주를 찾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당장은 ‘남의 산‘일 뿐이고 나는 그저 이불속에서 표지의 봉우리만 바라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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