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PC에서 페이퍼를 적는다. '이주의 발견'을 적기 위해서인데, 야무차의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동녘, 2017)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제목 때문에 언급하게 되었는데, 철학 입문서는 적잖게 나와 있으므로 실물을 보기 전까지 얼마나 개성적인지, 아니 얼마나 '최강'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목 자체는 좀 코믹하게 여겨진다. '최강의 진리를 향한 철학 격투'가 부제이고, '전에 없던 역대급 철학 입문서'가 띠지의 문구인데, 고작 '입문서'에는 이런 제목과 문구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나 혼자 생각인가?). 



비유하자면 체급 문제다. 사상 최강의 헤비급 챔피언은 모양새가 나지만, 사상 최강의 플라이급 챔피언이라고 하면 왠지 폼이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확인해보니 가장 낮은 체급은 미니멈급이로군. 그럼, 사상 최강의 미니멈급 챔피언!"만화처럼 쉽고, 게임처럼 생생하다!"고 하니까, 만화적이거나 게임적인 수사법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다('사상 최강의 올챙이' 같은 수사법). 



통상적인 철학 입문서라면, 누게 시게토의 <30분 철학>(길벗, 2017)이나 나이절 워버튼의 <철학고전 32선>(종문화사, 2017), 이요철, 황현숙의 <철학하는 인간의 힘>(천년의상상, 2017) 같은 제목이 어울린다. 그런데,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좀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이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이 갖는 강점이나 홍보의 포인트이겠다. 나부터도 "대체 어떤 책이야?"라는 호기심을 갖게 되기에. 


저자의 이름도 '야무차'다. 몇 권 책이 소개되면서 이름은 접해보았지만 직접 읽어본 적은 없는 저자다. 그래도 뭔가 기분 나쁘다. '야무차'라니. 왠지 시비를 거는 것 같지 않은가! 아무튼 저자의 이름이나 책 제목이나 모두 불쾌하다. 이 불쾌감이, 그런데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아서 괜한 편견만을 드러내는 것 같으므로 더 불쾌하다. 내가 그렇게 편협하고 옹졸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왠지 비웃는 듯하기에! 


여러 모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책을 주목거리로 만드는 나 자신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군..


17.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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