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제목의 외서가 꽤 흥미로운 타이틀의 번역서로 탈바꿈한 책,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추수밭, 2016)이다. 원제를 보니 '세계사'를 뜻하는 독어 단어에 영어로 'to go'를 붙여 놓았다. 영어로 옮기면, 'World history to go'가 되는 건가? 이런 식의 조어가 독어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겠다. 가야 할 세계사? 세계사로 가는 길?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이 얼마나 재치있는 번안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독일의 칼럼니스트로 국내에는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폰 쇤부르크 씨의 쓸데없는 것들의 사전> 등이 먼저 소개되었다. 제목에 '폰 쇤부르크'란 이름을 넣은 게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정도로 국내 독자들에게 인지도 높은 것은 아닌 듯하기에(게다가 입에 익지도 않다). 독일에서 어느 정도 유명한 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한 글쟁이의 '내 맘대로 세계사' 정도라고 할까. 

"해고되었던 언론인, 베스트셀러 저자, 미학적 가난을 실천하는 일상의 철학자, 아마추어 역사가라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불리지만 그 모두를 한 마디로 아울러 소개하자면 '지식인' 정도가 될 것이다. 저자는 지식인으로서 시리아 난민과 트럼프 시대의 개막, 게놈 프로젝트와 인공지능 등의 이슈들을 역사에 비추어 바라보며 습관처럼 반복하지만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인류사의 고민들을 이 책에서 하나하나 되짚어보고자 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세계사 책이면서 저자의 독특한 안목과 재담이 독서의 포인트가 될 듯하다.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범위로 보자면 '빅히스토리'에 해당한다. 



빅히스토리 관련서는 꾸준히 나오고 있는 편이다(베스트셀러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영향도 있을지 모른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이언 크로프턴 등의 <빅뱅에서 인류의 미래까지 빅히스토리>(생각정거장, 2017), 국내 학자로 빅히스토리 전도사인 김서형 박사의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동아시아, 2017), 그리고 짐 배것의 <기원의 탐구>(반니, 2017) 등이 있다. 'Fe연대기'에서 Fe는 '철'을 가리킨다. 



중고생도 읽을 만한 세계사로는 김용남의 <대셰 세계사>(로고폴리스, 2017)이 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제목은 '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세계사'란 뜻이다. 



그리고 찾아보니 학생용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가 가장 많이 읽히는 모양이다. 어떤 종류이건, 그리고 어떤 난이도이건 간에 세계사 책이 많이 읽히는 건 긍정적이다. 단계를 밟다 보면 고급 수준의 책에도 흥미를 갖게 될 테니까. 


그런 면에서 폰 쇤부르크의 책도 기꺼이 손에 들 만하다. '참을 수 없는 농담'이라도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유인할 수 있다면 역할은 충분하다...


17.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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