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월 민중항쟁의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창비, 2017)가 전면 개정판으로 나온다. 전남사회운동협의회에서 엮고 황석영이 기록한 책으로 풀빛출판사에 나온 게 1985년이었으니 32년만이다. 분량은 두 배 가까이 증보되었다. 기억엔 나도 대학 1학년 때 과방에 있던 책으로 읽은 듯하다. 안 그래도 왜곡과 변명으로 가득 채워진 <전두환 회고록> 출간으로 80년대에 기억을 다시금 불편하게 상기하게 되었는데, <전두환 타서전>(그림씨, 2017)과 함께 시대의 기억을 바로잡아줄 책이 출간돼 반갑다. 


"32년 전의 초판이 ‘폭도들의 무장난동’으로 왜곡된 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면 본 증보판은 2008년 보수정부 집권 이후 갈수록 노골화된 항쟁의 진상과 참여자에 대한 날조와 폄훼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초판이 전두환정권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폭로함으로써 1987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증보판은 박근혜정부 탄핵 이후 극우수구세력의 역사왜곡에 맞서 우리 현대사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인권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30년 전에 읽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감회를 갖고서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로만 광주항쟁을 접한 젊은 독자라면 적잖게 나와 있는 '오월' 관련서들도 이 참에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미국의 한국 현대사 연구자 브루스 커밍스의 추천사가 책의 의의를 잘 짚어준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지금까지 나온 광주항쟁에 관한 여러 기록 가운데 가장 세밀하고 고전적인 저술이다. 이 책은 한국현대사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아직까지도 광주항쟁을 둘러싼 한국사회 내부의 정치적 관계나 국제적인 역학은 본질적으로 변화가 없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하는 개정판은 그런 의미에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과 지난겨울 한국의 시민사회가 만들어낸 촛불혁명이 가져다준 문제들에 얽혀 있는 상관관계를 깊숙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한국문제에 관심 있는 미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 이유는 한국현대사에서 광주문제가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만이 아니라, 광주의 비극이 서울과 워싱턴 두 나라 정치권력의 합작품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 절반만 번역되고 만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완역을 기대할 수 없다 치더라도 대중판으로 펴낸 <한국전쟁>(2010)은 왜 번역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한국전쟁에 관해서라면 더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얘기인가?..


17.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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