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자서전>(우물이있는집, 2006)이 출간된다고 한다. 이관우 교수의 노작이다. 원제가 <시와 진실>인 이 자서전은 연초에 윤용호 교수에 완역본이 출간된 바 있어서 다소 뜻밖이긴 한데, 아마도 각각 독자적으로 번역을 진행한 듯하다. 분량이 각각 830쪽(윤용호판)과 1116쪽(이관우판)이다. 아직 두 권 다 갖고 있지 않아서(내가 갖고 있는 건 예전에 혜원출판사에서 나온 축약본이다) 어느 번역본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역자의 노고만큼은 대등할 듯싶다. <괴테 자서전>에 대한 서평은 아직 올라와 있지 않기에 알라딘의 소개를 잠시 옮겨오며, 윤용호 교수 역 <시와 진실>에 대해선 리뷰 기사 두 편을 옮겨놓는다. 분량상 읽을 시간을 내기가 만만찮지만 소장용 도서 정도로 일단 간주하면 되겠다.

-<괴테 자서전>(독일어판 제목 <내 생애에서: 시와 진실>)의 완역본이 고급 양장본으로 출간되었다. 문학에 대한 괴테의 열정과 노력뿐만 아니라, 그가 성장하면서 품었던 종교, 사상, 과학 등에 대한 방대한 관심과 회의, 철저한 고민이 드러나 있는 책이다. 한 천재 문학가의 전인적인 '교양'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괴테 자서전>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참회록>, 루소의 <고백록>, 안데르센의 <내 생애의 이야기>, 크로포트킨의 <한 혁명가의 회상>과 더불어 세계 5대 자서전으로 꼽힌다.

 

 

 



-괴테를 안다는 것은 18세기의 유럽문화를 읽는 것과 같다. 괴테는 어린 시절 겪은 7년전쟁으로 인한 시야의 확대, 화려하기 그지없는 요제프 2세의 대관식, 경건파를 통한 열렬한 종교적 체험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당시의 풍속을 엿보게 해준다. 또한 수많은 추종자와 모방작을 탄생시킨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발표될 당시의 시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게 한다.

-루소, 하만, 셰익스피어라는 쟁쟁한 작가들에게서 받은 영향, 그리고 하만의 제자인 헤르더와의 교류를 통해 괴테가 질풍노도운동을 이끌게 된 과정도 상세히 기술돼 있다. 질풍노도운동의 태동과 전개 과정은 당시 젊은이들이 어떤 것에 환멸을 느꼈고, 어떻게 합리주의 계몽 숭배를 뒤엎고 탈출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괴테 전집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함부르크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3년 여의 번역과 편집 작업을 거쳤으며, 그간 우리나라에서 중역되어 나오거나, 부실한 판본을 번역하면서 생긴 오류들을 바로잡았다. 표지는 가죽과 종이로 제작하였고, 커버 양쪽에는 자석을 붙였다. 

한국일보(06. 01. 18) 젊은 괴테는 슬펐을까?

-대 문호 괴테(1749~1832)의 자서전(혹은 자전적 소설) <시와 진실>이 고려대 윤용호 교수에 의해 완역됐다. 기왕의 판본이 없지는 않으나 일어판 중역본이거나 중략본이었고, 그나마도 절판 상태였다. 환갑의 괴테(1809년 집필)는 이 책에서 자신의 출생과 청년시절을 대화체 등을 써가며 소설적 기법으로 요약했다. 정확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인 강변에서 태어나서 바이마르공국으로 이주하기까지의 26년간(~1775년)이다.



 

 

 

-이 시점은 법조인으로 양육돼 고향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지만 단 한 건의 수임 실적도 올리지 못하던 청년 괴테가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일약 스타 작가로 부상하면서 유년의 꿈이던 문학으로 인생 항로를 되잡던 시기이며, 외가의 전통을 이어 정치가로서의 야심을 막 펼치려던 때였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올해만 6종의 번역본이 새로 더 나왔다. 카피본도 적지 않을 듯한데, 번역 비판이 시급하게 요청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기까지의 ‘괴테 인생1기’의 기록이자, 지식인으로서 그가 이룩한 웅장한 이력의 뿌리를 드러낸 내면의 고백인 셈이다. 책의 분량은 무려 819쪽에 이른다.

-26살에 초고본 집필을 시작해 82세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다듬었던 역작 <파우스트>가 그의 유년시절 본 인형극이 모태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책에는 어린 괴테를 매료시켰던 그 인형극 이야기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낡은 집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면서 최상의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24쪽)

-귀족이었던 외할아버지와 평민 출신의 아버지가 ‘7년전쟁’을 두고 각각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을 편들며 불화하던 모습, 아버지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종교관 등이 그에게 미친 영향, 연애시나 결혼축시 조시 등을 써주고 돈을 벌던 이야기며, 첫 사랑 소녀(그레첸)와의 이별과 상처, 대학 생활의 권태로움, 독일낭만주의(질풍노도) 문학의 선구자 ‘헤르더’와의 만남, ‘베르테르’에 얽힌 뒷얘기 등도 흥미진진하다.

-짐작컨대 그는 ‘26살 이후’의 자서전 계획이 없었던 듯하다. 이는 그가 책의 4부를 만년(1831년)에 쓴 데서도 엿보인다. 그의 문학이 철저한 체험에 근거한 것이라는 후세 학자들의 평가처럼, 이후의 삶은 작품 속에 충실히 녹여넣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 체험이 곧 ‘시’(내면의 진실)와 체험적 ‘진실’일 것이다.(최윤필 기자)

파이낸셜뉴스(06. 02. 01) 괴테가 말하는 ‘괴테 이야기’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고 또한 나의 삶에서 후회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기 삶의 어느 일정한 시점이 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한번쯤은 자기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기 내면과 조용히 대화를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살아온 날의 회한과 반성은 찻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다 사라져 버리는 김과 마찬가지이지만 작업을 하는 자의 회고는 자기의 독특한 방법과 형식을 통해 세상에 남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자서전’이고 위대한 사람의 자기 회상은 누구나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이번에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자서전적 소설인 <시와 진실>(윤용호 옮김)이 완역되어 출간되었다. 괴테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이 <파우스트>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문호다. <시와 진실>은 작자의 나이 예순이 되던 해에 쓰기 시작하여 3/4은 몇 년 후에 출간되었지만 마지막 부분은 죽기 일 년 전에 써내려가 사후에 빛을 보게 되었다.

 

 

 

 

-<시와 진실>은 괴테의 자서전일 뿐만 아니라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자서전을 염두에 두고 읽다보면 소설로 읽히고, 소설로 읽다보면 자서전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이 작품을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 작품이 200여 년 전에 한 독일작가에 의해 시작된 현대적 의미의 자서전이라는 점에 있다. 뿐만 아니라 괴테 문학 전반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욕구가 발동하는 독자에게는 저자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작가 개인의 주변상황뿐만 아니라 작가가 ‘하려고 했고 해야만 했던’ 문학 전반에 관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괴테는 “작품들이 확고한 교양의 정도가 빛을 발하고 있으며, 도덕과 미학의 원리와 신념이 어느 정도 들어있기는 하지만 작품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생활환경과 감정상태, 그리고 영향을 끼쳤던 실례들을 일정한 연관 속에서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는 한 친구의 편지 한통이 <시와 진실>을 집필하게 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만일에 위대한 작가가 이런 수고를 해준다면,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도 편리하고 유익한 그 무엇이 나오게 될 것이고 자신에게 애착을 느끼는 사람들과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친구는 부탁하고 있다.

-괴테는 원래 책의 제목을 <진실과 시>로 정했다가 어조상 마음에 들지 않아 <시와 진실>로 바꾸었다고 밝히고 있다. 머리말의 ‘나의 인생에서. 시와 진실’이라는 제목이 보여 주듯이 괴테는 자기가 살아온 개별적인 상황을 진실로 설정했고 평생의 문학적 작업과 결과를 시로 서술했다. 총 4부20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와 진실’은 제1부는 ‘벌 없는 교육은 없다’, 제2부는 ‘젊은 시절에 소망했던 것은 노년에 풍족히 이루어진다’, 제3부는 ‘나무들은 하늘까지 자라지 않도록 되어있다’, 제4부는 ‘신을 제외하고는 신에 맞설 자 없다’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이 번역본을 읽은 독자들은 이 번역서가 국내와 외국에서 정통 코스를 밟은 한 독문학 학문세대 및 번역세대에 의해 완역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서장원 고려대 연구교수)

06. 08. 11.

P.S. '괴테가 말하는 괴테'란 제목으로 놓칠 수 없는 책은 에커만과의 만년의 대화록 <괴테와의 대화>(푸른숲, 2000)이다. 이 책 또한 국내에 여러 판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현재 남아있는 건 푸른숲본이 전부인 듯하다. 

 

 

 

 

 

한편, 내가 갖고 있는 박스도서 가운데 두툼한 괴테 자서전이 <시와 진실>인지 <대화>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국역본이 더 출간됐다). 그나마 기억하는 건 이 <대화>의 러시아어본을 재작년 모스크바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사실이다(아래는 러시아판 <대화>와 <시와 진실>). 언제나 손에 들게 될는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Эккерман И.П. Разговоры с ГетеИоганн Вольфганг Гете Поэзия и правда. Из моей жизн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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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커만의 중에서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2009-03-03 01:3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 세상 사람들은 나를 특별한 행운아라고 말한다. 나 역시 거기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지나온 행로를 불평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고난과 노력 외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었다. 75년 동안의 내 삶을 통해 진정으로 즐거웠던 때는 단 한 달도 없었다. 이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나를 지탱하게 했던 것은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서 계속하여 밀어 올리려는 시도였다. 1. 우수한 사람이면서도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