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책들'과 '오래된 새책' 사이는 때로 멀지 않다.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면 곧 '오래된 새책'이 되는 것이기에. 작가 서정인의 연작소설 <달궁>도 그러한데, 오래 전에 '사리진 책'이었다가 이번에 '오래된 새책'으로 신분을 변경했다. <달궁>(최측의농간, 2017). 세 권이 개정 합본판으로 나온지라 짐짓 첫 데뷔 같은 모양새다. 


"실험적인 소설쓰기를 꾸준하게 실천하며, 한국 소설의 지평을 질적.양적으로 확장하는데 기여해온 작가 서정인의 독특한 장편소설. <달궁>을 <달궁: 박달막 이야기>로 새롭게 편집하여 개정 합본판으로 선보인다. <달궁>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저자 특유의 형식 파괴적 실험이 본격적.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출간 편의상 한 권씩 분리 되어 출간 되었던 세 권의 <달궁>(초판 <달궁>, <달궁 둘>, <달궁 셋>)에 흩어져 있던 모든 소챕터들(각종 문예지를 통해 수년간 33편의 연작 중.단편 형식으로 발표된 바 있는)을 <달궁: 박달막 이야기>라는 단일한 제목 아래 한 데 묶어 작고 가벼운 판형으로 새로이 단장하였다. 이번 개정 합본판 발간을 위해 저자는 직접 전체 원고를 면밀히 검토, '박달막 이야기'를 부제로 설정하였으며 초판에 있던 일부 오식을 바로 잡고 다수의 문장을 개작하여 작품 완성도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하도 오래 전이라 <달궁>(1987)과 <달궁 둘>(1988)은 아예 검색도 되지 않고 <달궁 셋>(1990)도 이미지는 뜨지 않는다. 당시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에 대한 연구 논저들도 출간되었지만 정작 작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오래 되었다는 것도 사실 이번에 나온 <달궁> 덕분에 상기하게 되었다. 


<달궁>을 특별히 기억하는 건 내가 대학 1학년이던 1987년에 문예지에 연재되고 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몇 종의 계간지 표지와 목차는 대학 구내서점에서 얼마든지 들춰볼 수 있었던 때다(아마 거의 매일 들렀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행본도 구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서정인의 작품은 아마도 <강>에 실린 단편들 정도 읽어본 거 같은데, 그것도 막상 확인해봐야 하는 수준이다. 아무려나 거의 30년만에 다시 나온 덕분에 <달궁>의 두께가 30년 세월의 부피감으로도 여겨진다. 초판 <달궁>의 표지는 이랬었다. 



한편 책을 낸 최측의농간은 절판된 책을 전문적으로 다시 펴내는 출판사다(출판사명은 아무리 봐도 장난스레 지은 것 같다). 


 

예전에 고형렬 시인의 산문집 <은빛 물고기>에 대한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데, 이후에도 허만하 시인의 산문집과 이연주 시인의 시전집을 더 출간했다. 그렇더라도 별로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은 재출간인데, <달궁> 역시 그렇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것도 소소한 감동 거리다....


17.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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