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데카르트, 후설, 라캉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각각 빅토르 델보스의 <데카르트, 이성과 의심의 계보>(은행나무, 2017), 단 자하비의 <후설의 현상학>(한길사, 2017), 그리고 고바야시 요시키가 엮은 <라캉, 환자와의 대화>(에디투스, 2017)다. 



먼저 빅토르 델보스는 프랑스의 철학사가이자 스피노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스피노자와 도덕의 문제>(북코리아, 2003)란 책으로 오래 전에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건 데카르트 입문서이다. "프랑스에서 엄격하고 정확한 집필로 정평이 나 좋은 참조가 되는 빅토르 델보스의 저술을 발췌 번역하였고, 경희대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데카르트에서 포스트모던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좇으며 현 시점에 데카르트가 소구할 수 있는 점을 역설하는 해제를 덧붙였다." 역자는 <스피노자와 도덕의 문제>를 옮긴 바 있는 이근세 교수로 라이프니츠의 <변신론>(아카넷, 2014)도 옮겼다. 소위 합리론의 세 철학자를 모두 소개하는 셈. 데카르트 입문서도 여럿 나와 있지만 델보스로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에드문트 후설도 <데카르트적 성찰>(한길사, 2016)이나 <경험과 판단>(민음사, 2016) 같은 주요 저작들이 재간되는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의 입문서가 출간돼 반갑다. 단 자하비는 덴마크의 철학자로 북유럽 현상학회장을 오래 역임한 후설 전문가다. 그리고 <후설의 현상학>은 "후설 사상의 발달 과정을 논리학, 인식론, 지향성, 판단중지, 환원, 초월론적 철학, 시간, 신체, 상호주관성, 생활세계 등 주요 개념들을 중심으로 담아낸 후설 현상학 입문서이다" 현상학 입문서라 내가 오래 전에 읽은 건 작고한 한전숙 교수의 <현상학>(민음사, 1996)이었다. 벌써 20년 전이란 말인가. 그 사이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자하비의 책도 2002년에 나왔으므로 최신간은 아니지만.



주저인 <에크리>는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세미나가 두 권 번역된 상태라 라캉 읽기도 서서히 '가능' 모드로 바뀌고 있는 상황인데, <라캉, 환자와의 대화>는 그 문턱을 좀 낮춰줄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대화록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눈높이를 낮춘 라캉과 만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 책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라캉의 환자와의 대화 기록이다. 1976년 2월,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파리의 생탄 병원에서 환자 제라르Gerard Lucas와 대화했다." 책이 일본에서 나온 점이 특이한데, 프랑스어판은 없는 건지도 궁금하다. 

"유일하게 남겨진 라캉의 임상현장 다큐멘터리 기록물이 처음으로 소개된다는 점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일본의 라캉주의 정신분석가이자 현역 의사인 고바야시 요시키의 친절하고 소상한 해설을 통해 난해한 말들만 늘어놓는 엘리트적 우월의식을 지닌 사상가의 이미지로 존재했던 라캉은 오해의 그늘에서 벗어나 환자가 하는 말에 주목하고 그 삶을 다루는 임상의 현장을 한순간도 벗어난 적이 없는 치열한 정신분석 실천가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라캉주의 임상에 관한 책도 처음은 아니고 과거에 몇 권 소개된 바 있다. 제목은 오역이지만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민음사, 2002)는 꽤 유익한 책이기도 했다. 


 

덧붙여,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랑스 정신분석가 장-다비드 나지오의 책들도 계속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라캉, 환자와의 대화>의 부제가 '오이디푸스를 넘어서'인데, 나지오의 <오이디푸스, 정신분석의 가장 근본적 개념>(한동네, 2017)과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흠, 나대로는 지난해 구입해놓은 라캉 관련서들도 밀려 있는데, 어떻게든 읽을 시간을 내봐야겠다. 밀린 책들을 봄에 다 밀어내야 가능한 일이니 '미션 임파서블'이지만...


17. 03. 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