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밤과 낮>(아카넷, 2017)을 고른다. 아직 완간된 건 아니지만 솔출판사의 '버지니아 울프 전집'에도 들어 있지 않은 작품이어서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아마도 작가 연보에서는 보았겠지만 주목하지 않았을 터이다) 두번째 장편이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현대 소설을 개척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자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 손꼽힌다.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등은 그런 문제의식들을 잘 보여 주는 수작이다. 그런데 두 번째 소설인 <밤과 낮>(1919)은 독자의 관심에서 비교적 비켜나 있는 작품으로, 1919년 발간 당시부터 그것은 전통적인 플롯과 기법을 답습한 태작으로 평가되었고, 울프 자신도 그것을 정신병의 회복기에 문체 연습 삼아 쓴 것이라고 변명처럼 회고한 바 있다. 그래서 <밤과 낮>은 울프의 "가장 전통적인 서술과 구성을 지닌 작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가장 무시되어 온 작품"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안 그래도 이번 봄학기에 페미니즘 문학 강의가 있어서(http://blog.aladin.co.kr/mramor/9073883)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를 <자기만의 방>과 함께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보다 앞서 나온 작품이 소개돼 반갑다(번역본은 7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내친 김에 이번 봄에 읽어보면 좋겠다. 당장 다음 주에는 입센의 <인형의 집>을 강의해야 하는군(입센 작품 가운데서는 <헤다 가블러>(<헤다 가블레르>)가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공연은 되는데, 왜 희곡으론 읽어볼 수 있는지 아쉽다). 흠, 봄학기도 정신 없이 흘러갈 것 같다. 밤낮은 있으려나...



참고로, 울프의 첫 장편은 <출항>(1915)이고, <밤과 낮> 다음에 발표한 세번째 장편은 <제이콥의 방>(1922)다.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는 그 다음에 차례로 발표된 작품들이다. <출항>과 <제이콥의 방>은 솔출판사 전집판으로 나와 있다. 


17. 02. 22.



P.S. <밤과 낮>이란 제목은 홍상수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데(<낮과 밤>이 아닌 <밤과 낮>), 홍상수의 개성적인 작명인 줄 알았더니 원조는 울프였다(울프 이전에 또 이 제목을 쓴 이가 있는지?). 찾아보니 마이클 커티즈의 <밤과 낮>(1946), 샹탈 애커만의 영화 <밤과 낮>(1991)도 같은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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