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일본의 대표 독서가이자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묵직한 책이 출간되었기에 앞자리에 세운다. 648쪽 분량이니까 2,000쪽이 넘어가는 <천황과 도쿄대1,2>(청어람미디어, 2008)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635쪽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청어람미디어, 2008)은 살짝 넘어선다(이 책은 절판됐군). 



띠지의 홍보 문구대로 '압도적인 지의 세계'라는 게 다치바나 다카시의 트레이드 마크다. 인간이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지, 대체 몇 권이나 읽을 수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범 사례이고. 제목대로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일본의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유명한 고양이 빌딩 서재를 샅샅이 해부한 책"이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서광이자 애서가인 다치바나의 서재에는 과연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약 20만 권에 달하는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그가 전하는 독서와 공부의 의미, 종이책과 출판의 미래"가 궁금한 독자라면 손에 들어봄 직하다. 


다치바나의 책은 다수 소개되었고, 지난 연말에는 <죽음은 두렵지 않다>(청어람미디어, 2016)가 출간되기도 했다. 1940년생이니까 올해 77세다(알라딘에서 저자 프로필이 다 사라졌다. 오류인지 정책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현역 독서인이란 점이 놀랍다(내게도 아직 30년이 남아 있단 말인가?). 



<천황과 도쿄대>를 손에 드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만,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청어람미디어, 2002) 정도라면 기억을 더듬어 다시 읽어볼 만하다. '다치바나다운' 시각을 잘 드러낸 책으로 기억한다. 



서양 고전학자 김헌 교수의 학술교양서로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서울대출판문화원, 2017)이 출간되었다. "신화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그리스 문학을 조망한 책. 이야기의 형태로 그리스 문학을 개괄하면서, 작품들에 녹아 있는 그리스인들의 신화적 상상력을 짚어내 보여준다. 시간의 순서를 따라가며 그리스 문학사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서정시, 비극, 희극 등을 차례로 다루었고, 그리스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그리스 문학사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특별히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저자의 저작으론 <위대한 연설>(인물과사상사, 2008),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이와우, 2016) 등을 잇고 있는 책. 번역서와 공저도 많은데, 공저 가운데는 <서양고대철학1,2>(길), 번역서로는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민음사, 2015)과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세종서적, 2012/2015) 등이 눈에 띄는 책들이다. 



동양철학자이자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진석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위즈덤하우스, 2017). 단독 저작으론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에 이어지는 책으로 두 권 모두 강의록을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것으로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 교수가 개인과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온 사유의 결정체다. 저자는 나라를 이끌어갈 개인을 각성시키고 함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혁명가이자 문명의 깃발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의 선진화를 철학을 통해 제시한다."



지금은 강연자로 더 이름이 높지만, 돌이켜보면 내게 노장철학 전공자인 저자는 <노장신론>과 <장자철학>의 번역자였다. 지금의 독자라면 '노자인문학'의 강사로 알아보겠다. 역시나 그 사이를 지나간 건 물 같은 세월이다...


17.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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